최강희 감독 “너무 일찍 우승해서 죄송합니다”

입력 2018.10.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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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프로축구 K리그 우승컵은 '절대 1강' 전북이 가져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네자 "너무 일찍 우승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전북이 6경기나 남겨두고 조기 우승을 하는 바람에 남은 경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를 의식한 말이었다. 역대 최다 잔여 경기 우승 타이기록, 사상 첫 스플릿 라운드 이전 우승 확정 등 전북의 우승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에게 전북의 우승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승의 원동력은 '승리 DNA'

최강희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긴 게 조기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1-2위 대결, 라이벌전 등 고비가 될 수 있는 경기에서 대부분 승리함으로써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올 시즌 전북은 4패를 기록했는데 포항에 2번, 인천에 1번, 경남에 1번 졌다. 8월 2위 경남이 무서운 기세로 승점 7점 차까지 추격해오자 전북은 9월 경남 원정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췄다.

"전북에는 슬럼프가 없습니다" 최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연패가 없었다는 점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한 경기 지더라도 이동국 같은 노장 선수들이 후배들을 독려하며 승리 DNA를 전수해줍니다. 우리 팀에는 그런 노하우가 있습니다" 화려한 선수 구성과 함께 '우리가 최강'이라는 자부심과 '승리 DNA'가 오늘의 전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화하는 '닥공', 이젠 수비까지...

전북은 올 시즌 32경기에서 65득점, 26실점을 기록해 최다득점 1위, 최소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은 경기당 2골이 넘고 실점은 경기당 1골이 안 된다. 주목할 것은 득점과 실점 기록이 매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 2016시즌 71골을 넣고 40골을 내줬다. 2017년에는 득점은 늘리고 실점은 줄여 73득점, 35실점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6경기에서 지금 페이스만 유지해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선다.

"전북에서는 득점왕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 이동국이 득점왕에 오른 이후 전북은 득점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올 시즌에도 이동국이 팀 최다인 12골을 넣었지만, 득점 선두 말컹(경남)이 넣은 25골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다양한 득점 루트가 강점이다. 이동국 다음으로 로페즈가 11골, 김신욱 9골, 아드리아노 7골 등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이 말컹이나 제리치처럼 팀의 지원을 받으면 20골 이상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공격수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다.

통한의 ACL 탈락 '가장 아쉬운 순간'

올 시즌을 앞두고 축구계에서는 전북의 전력을 감안하면 2관왕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전북은 FA컵은 16강,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8강에서 져 탈락했다. 최강희 감독도 ACL 탈락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수원과의 8강 1차전을 앞두고 제가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최강희 감독이 말한 사연은 이렇다. ACL 8강 1차전을 앞둔 8월 25일 상주와의 K리그 원정경기. 최 감독은 원래 상주전에 주전 일부를 쉬게 하고 ACL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표팀 벤투 감독이 갑자기 우리 경기를 보러 온다는 거에요. 중앙 수비수 홍정호를 원래 선발 명단에서 빼놓았었는데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 받게 하려고 출전시켰다가 15분 만에 부상을 당했습니다."

홍정호의 부상 여파로 전북은 ACL 8강 1차전에서 수원에 참패했고, 결국 탈락했다. 최강희 감독은 큰 목표를 위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웠다고 한다.

6번째 우승 "배부른 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전북을 이끌고 달성한 6번째 우승. 아직도 우승에 배고프냐는 질문에 최강희 감독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끝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우승한 거 기쁘죠. 그런데 압도적인 우승은 좀 심경이 복잡합니다. 경남이 잘하고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올해 2부 리그에서 승격한 팀입니다. K리그에 강팀, 라이벌이 사라지는 건 안타깝습니다. 기존 강팀들이 반성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강희 감독다운 직설적인 화법이었다. 리그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서울과 수원 등 기존 강팀들은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있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빅매치가 사라지고 있다. 강팀들이 벌이는 명승부와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탄생하는 K리그 우승팀이야말로 더 큰 우승의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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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희 감독 “너무 일찍 우승해서 죄송합니다”
    • 입력 2018-10-08 17:48:05
    취재K
2018시즌 프로축구 K리그 우승컵은 '절대 1강' 전북이 가져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네자 "너무 일찍 우승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전북이 6경기나 남겨두고 조기 우승을 하는 바람에 남은 경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를 의식한 말이었다. 역대 최다 잔여 경기 우승 타이기록, 사상 첫 스플릿 라운드 이전 우승 확정 등 전북의 우승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에게 전북의 우승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승의 원동력은 '승리 DNA'

최강희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긴 게 조기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1-2위 대결, 라이벌전 등 고비가 될 수 있는 경기에서 대부분 승리함으로써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올 시즌 전북은 4패를 기록했는데 포항에 2번, 인천에 1번, 경남에 1번 졌다. 8월 2위 경남이 무서운 기세로 승점 7점 차까지 추격해오자 전북은 9월 경남 원정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췄다.

"전북에는 슬럼프가 없습니다" 최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연패가 없었다는 점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한 경기 지더라도 이동국 같은 노장 선수들이 후배들을 독려하며 승리 DNA를 전수해줍니다. 우리 팀에는 그런 노하우가 있습니다" 화려한 선수 구성과 함께 '우리가 최강'이라는 자부심과 '승리 DNA'가 오늘의 전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화하는 '닥공', 이젠 수비까지...

전북은 올 시즌 32경기에서 65득점, 26실점을 기록해 최다득점 1위, 최소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은 경기당 2골이 넘고 실점은 경기당 1골이 안 된다. 주목할 것은 득점과 실점 기록이 매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 2016시즌 71골을 넣고 40골을 내줬다. 2017년에는 득점은 늘리고 실점은 줄여 73득점, 35실점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6경기에서 지금 페이스만 유지해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선다.

"전북에서는 득점왕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 이동국이 득점왕에 오른 이후 전북은 득점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올 시즌에도 이동국이 팀 최다인 12골을 넣었지만, 득점 선두 말컹(경남)이 넣은 25골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다양한 득점 루트가 강점이다. 이동국 다음으로 로페즈가 11골, 김신욱 9골, 아드리아노 7골 등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이 말컹이나 제리치처럼 팀의 지원을 받으면 20골 이상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공격수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다.

통한의 ACL 탈락 '가장 아쉬운 순간'

올 시즌을 앞두고 축구계에서는 전북의 전력을 감안하면 2관왕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전북은 FA컵은 16강,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8강에서 져 탈락했다. 최강희 감독도 ACL 탈락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수원과의 8강 1차전을 앞두고 제가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최강희 감독이 말한 사연은 이렇다. ACL 8강 1차전을 앞둔 8월 25일 상주와의 K리그 원정경기. 최 감독은 원래 상주전에 주전 일부를 쉬게 하고 ACL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표팀 벤투 감독이 갑자기 우리 경기를 보러 온다는 거에요. 중앙 수비수 홍정호를 원래 선발 명단에서 빼놓았었는데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 받게 하려고 출전시켰다가 15분 만에 부상을 당했습니다."

홍정호의 부상 여파로 전북은 ACL 8강 1차전에서 수원에 참패했고, 결국 탈락했다. 최강희 감독은 큰 목표를 위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웠다고 한다.

6번째 우승 "배부른 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전북을 이끌고 달성한 6번째 우승. 아직도 우승에 배고프냐는 질문에 최강희 감독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끝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우승한 거 기쁘죠. 그런데 압도적인 우승은 좀 심경이 복잡합니다. 경남이 잘하고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올해 2부 리그에서 승격한 팀입니다. K리그에 강팀, 라이벌이 사라지는 건 안타깝습니다. 기존 강팀들이 반성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강희 감독다운 직설적인 화법이었다. 리그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서울과 수원 등 기존 강팀들은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있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빅매치가 사라지고 있다. 강팀들이 벌이는 명승부와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탄생하는 K리그 우승팀이야말로 더 큰 우승의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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