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북미정상회담은 ‘속도전’…비핵화 논의는 ‘돌다리’모드

입력 2018.10.09 (10:49) 수정 2018.10.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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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10월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다 열려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8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이 "좋은 성과를 갖고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그제(7일) 방북 후 한국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찬을 겸한 협의를 가졌다. 혹시 그 자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야기가 오갔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강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 6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전에 개최될 가능성을 묻자, "가능성은 다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제2차 북미회담도 가까운 시일 내 개최가 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은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어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올해 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는 계획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

북한의 반응은 더 고무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조만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두 사람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해 진지한 토의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어디서 언제 열릴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워싱턴과 평양, 판문점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유세 못지 않게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생중계될 북미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융통성 있는 비핵화 합의? 비핵화협상은 '신중모드'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전제조건이다. 이번 방북 결과, 북미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비가역적' 폐쇄를 확인하는 사찰에 합의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해결을 위한 방안들과 쌍방의 우려 사항들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미 김 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참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폐쇄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창리 폐기가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의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유 중 하나다. 순서로만 보다면 다시 풍계리로 되돌아간 셈이다.

강 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융통성 있는 비핵화를 제안한 바 있다. '신고-검증-폐기'로 가는 일반적인 비핵화 수순과 달리, 북한이 제시한 폐기 결과를 검증해보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이다. 강 장관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도 이런 융통성있는 비핵화에 "(미국이) 융통성을 많이 가지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측이 비핵화에 융통성을 갖되, 북한이 제시한 폐기 결과를 첫 단추부터 챙겨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풍계리부터 차근차근...비핵화 돌다리 두드리는 美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태를 미국측이 직접 확인하고 만족한다면 이후 진행될 비핵화 협상은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미국측이 제시할 상응조치의 물꼬도 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대해 동시에 논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과 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조급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시간표는 북미간 '뜨거운 감자'였다. 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내 비핵화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기면서도 짐짓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주지 않고 제한된 시간에 쫓겨 불만족스러운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달리 임기라는 제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그런 점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기도 하다"고 말했다.

'+α' 협상은 여전히 쟁점

북미 두 나라는 여전히 상응조치를 테이블 밑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4차 방북은 분명, 폼페이오 장관의 뒤통수에 '강도적 요구'라는 막말을 내뱉었던 7월과는 달랐다. 이번 방북에서도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선언의 진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센토사 선언을 보면, 북미관계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은 비핵화와 연결돼있다. 말의 성찬에서 정치적 수사들을 걷어내보면, 북미가 구체적인 개념을 두고 합의에 도달했는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건과 최선희 라인의 실무회담 등이 곧바로 이어져 구체적인 협의에 이를 지도 관심이다.
이제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은 모두 다시 가동됐다. 두 의제 사이에 시차를 어떻게 메울 지가 관건이다. 외교 당국자는 "반발 앞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고 반보 뒤쳐진 미국의 상응조치를 담보해서 북미간 신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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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북미정상회담은 ‘속도전’…비핵화 논의는 ‘돌다리’모드
    • 입력 2018-10-09 10:49:33
    • 수정2018-10-09 10:50:43
    취재K
강경화 "10월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다 열려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8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이 "좋은 성과를 갖고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그제(7일) 방북 후 한국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찬을 겸한 협의를 가졌다. 혹시 그 자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야기가 오갔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강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 6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전에 개최될 가능성을 묻자, "가능성은 다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제2차 북미회담도 가까운 시일 내 개최가 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은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어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올해 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는 계획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

북한의 반응은 더 고무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조만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두 사람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해 진지한 토의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어디서 언제 열릴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워싱턴과 평양, 판문점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유세 못지 않게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생중계될 북미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융통성 있는 비핵화 합의? 비핵화협상은 '신중모드'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전제조건이다. 이번 방북 결과, 북미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비가역적' 폐쇄를 확인하는 사찰에 합의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해결을 위한 방안들과 쌍방의 우려 사항들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미 김 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참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폐쇄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창리 폐기가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의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유 중 하나다. 순서로만 보다면 다시 풍계리로 되돌아간 셈이다.

강 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융통성 있는 비핵화를 제안한 바 있다. '신고-검증-폐기'로 가는 일반적인 비핵화 수순과 달리, 북한이 제시한 폐기 결과를 검증해보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이다. 강 장관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도 이런 융통성있는 비핵화에 "(미국이) 융통성을 많이 가지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측이 비핵화에 융통성을 갖되, 북한이 제시한 폐기 결과를 첫 단추부터 챙겨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풍계리부터 차근차근...비핵화 돌다리 두드리는 美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태를 미국측이 직접 확인하고 만족한다면 이후 진행될 비핵화 협상은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미국측이 제시할 상응조치의 물꼬도 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대해 동시에 논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과 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조급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시간표는 북미간 '뜨거운 감자'였다. 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내 비핵화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기면서도 짐짓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주지 않고 제한된 시간에 쫓겨 불만족스러운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달리 임기라는 제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그런 점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기도 하다"고 말했다.

'+α' 협상은 여전히 쟁점

북미 두 나라는 여전히 상응조치를 테이블 밑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4차 방북은 분명, 폼페이오 장관의 뒤통수에 '강도적 요구'라는 막말을 내뱉었던 7월과는 달랐다. 이번 방북에서도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선언의 진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센토사 선언을 보면, 북미관계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은 비핵화와 연결돼있다. 말의 성찬에서 정치적 수사들을 걷어내보면, 북미가 구체적인 개념을 두고 합의에 도달했는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건과 최선희 라인의 실무회담 등이 곧바로 이어져 구체적인 협의에 이를 지도 관심이다.
이제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은 모두 다시 가동됐다. 두 의제 사이에 시차를 어떻게 메울 지가 관건이다. 외교 당국자는 "반발 앞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고 반보 뒤쳐진 미국의 상응조치를 담보해서 북미간 신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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