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사라진 43억 원

입력 2018.10.09 (16:58) 수정 2018.10.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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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이나 타오른 불로 43억 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원유나 석유 제품의 저장소) 화재. 사건의 발단이 된 풍등은 사고 전날 밤, 한 초등학교 행사에서 사용된 풍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9일) 고양경찰서 브리핑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적 A씨(27)는 그제(7일) 오전 10시 32분쯤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렸다.


이 풍등이 300여 미터를 날아가 대한송유관공사 경기지사 저유소 탱크 옆 잔디밭에 떨어졌다.


떨어진 풍등으로 10시 36분쯤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18분간 잔디밭이 불에 타다가 잔디에 붙은 불이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휘발유 탱크 내부로 옮겨붙으면서 10시 54분 폭발음을 내며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갔다.


A씨가 구한, 저유소를 불타게 한 문제의 풍등은 불이 나기 전날 저녁 인근 초등학교에서 행사를 하며 날렸던 풍등이다. 당시 80개의 풍등을 날렸는데 그 중 2개가 800여 미터를 날아와 저유소 인근 공사장에 떨어졌다. 이 중 하나를 A씨가 주워 호기심에 불을 붙였는데, 그 풍등이 날아가 저유소 탱크 옆에 떨어져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풍등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어떻게 저유소가 폭발했나


고양경찰서가 공개한 풍등고양경찰서가 공개한 풍등

작은 풍등 하나가 어떻게 저유소 탱크를 사라지게 할 수 있었을까. 경찰은 저유소 탱크 인근 잔디가 공사로 인해 뭉쳐있는 곳이 있었고, 잔디가 뭉쳐있으면 불이 붙을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저유소에 6명의 공사 관계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잔디가 불에 타던 18분 동안 아무도 불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CCTV 화면을 보면 육안으로 봐도 저장탱크 주변 잔디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 탱크 내부에는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보가 울리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외부 센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탱크 안에는 유증기 압력 조절을 위한 환기구가 설치돼 있다. 유증기는 불이 한 번에 확 붙을 만한 가연 물질이다. 이 같은 유증기가 계속 나오는 환기구에 안전장치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유증기 환기구에 유증기회수장치가 있으면 화재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유소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풍등이라는 것은 경찰 발표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해당 휘발유 탱크의 구조 등을 따져봐야 하고, 정밀감식 결과도 나와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풍등은 불법..'200만 원 이하 벌금형'


화재 전날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풍등을 날리기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지난해 12월26일 소방기본법 제12조1항제1호가 개정되면서 풍등은 불장난, 모닥불, 흡연과 동급이 됐다. 법상 화재 예방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행위는 금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 풍등이 들어간 것이다.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정된 이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풍등을 날리는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대형포털사이트에서도 풍등을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약 1,000원 정도의 가격에 풍등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쇼핑사이트 캡처네이버 쇼핑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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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사라진 43억 원
    • 입력 2018-10-09 16:58:23
    • 수정2018-10-09 17:03:11
    취재K
17시간이나 타오른 불로 43억 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원유나 석유 제품의 저장소) 화재. 사건의 발단이 된 풍등은 사고 전날 밤, 한 초등학교 행사에서 사용된 풍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9일) 고양경찰서 브리핑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적 A씨(27)는 그제(7일) 오전 10시 32분쯤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렸다.


이 풍등이 300여 미터를 날아가 대한송유관공사 경기지사 저유소 탱크 옆 잔디밭에 떨어졌다.


떨어진 풍등으로 10시 36분쯤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18분간 잔디밭이 불에 타다가 잔디에 붙은 불이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휘발유 탱크 내부로 옮겨붙으면서 10시 54분 폭발음을 내며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갔다.


A씨가 구한, 저유소를 불타게 한 문제의 풍등은 불이 나기 전날 저녁 인근 초등학교에서 행사를 하며 날렸던 풍등이다. 당시 80개의 풍등을 날렸는데 그 중 2개가 800여 미터를 날아와 저유소 인근 공사장에 떨어졌다. 이 중 하나를 A씨가 주워 호기심에 불을 붙였는데, 그 풍등이 날아가 저유소 탱크 옆에 떨어져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풍등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어떻게 저유소가 폭발했나


고양경찰서가 공개한 풍등
작은 풍등 하나가 어떻게 저유소 탱크를 사라지게 할 수 있었을까. 경찰은 저유소 탱크 인근 잔디가 공사로 인해 뭉쳐있는 곳이 있었고, 잔디가 뭉쳐있으면 불이 붙을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저유소에 6명의 공사 관계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잔디가 불에 타던 18분 동안 아무도 불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CCTV 화면을 보면 육안으로 봐도 저장탱크 주변 잔디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 탱크 내부에는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보가 울리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외부 센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탱크 안에는 유증기 압력 조절을 위한 환기구가 설치돼 있다. 유증기는 불이 한 번에 확 붙을 만한 가연 물질이다. 이 같은 유증기가 계속 나오는 환기구에 안전장치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유증기 환기구에 유증기회수장치가 있으면 화재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유소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풍등이라는 것은 경찰 발표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해당 휘발유 탱크의 구조 등을 따져봐야 하고, 정밀감식 결과도 나와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풍등은 불법..'200만 원 이하 벌금형'


화재 전날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풍등을 날리기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지난해 12월26일 소방기본법 제12조1항제1호가 개정되면서 풍등은 불장난, 모닥불, 흡연과 동급이 됐다. 법상 화재 예방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행위는 금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 풍등이 들어간 것이다.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정된 이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풍등을 날리는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대형포털사이트에서도 풍등을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약 1,000원 정도의 가격에 풍등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쇼핑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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