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측근 사퇴·인기 추락’ 佛 마크롱, 돌파구 찾나

입력 2018.10.0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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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오늘(9일) 또는 내일 새 내각 진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이번 개각이 궁지에 몰린 마크롱 대통령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근 잇딴 정치적 위기에 휘말린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 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올라 유럽연합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리더로 기대를 모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측근 내무장관 사퇴…'베날라 스캔들' 발단 됐나]

이달 초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각 최연장자였던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미 지난달 콜롱 장관은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0년 리옹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이다. 콜롱 장관은 마크롱 내각에 합류하기 전 16년 동안 리옹 시장으로 재임했고, 다시 리옹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출마 의사가 있는 장관들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 이후 물러나야 한다' 고 말했다. 때문에 콜롱 장관의 사퇴 시기는 내년쯤으로 예측됐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콜롱 장관마크롱 대통령과 콜롱 장관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의 맏형 격인 콜롱 장관의 사임을 수 차례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1977년생으로 올해 만 40살인 마크롱 대통령과 71살인 콜롱 장관의 나이 차는 부자지간 격이다. 콜롱 장관은 내각 출범 때부터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콜롱 장관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해왔다. 내무장관으로서 대테러 대응과 국내 치안정책을 총괄해온 콜롱 장관은 프랑스 내 잇단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왔고, 안정적 국정 운영의 축을 담당해왔다.

베날라가 폭행하는 사진베날라가 폭행하는 사진

그러나 '베날라 스캔들'을 기점으로 공고하던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대통령 수행비서로 엘리제궁에 입성했다가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장구를 착용한 채 시민들을 폭행한, 알렉상드르 베날라 사건의 파장이 날로 확산된 것이다. 사건 초기 마크롱 대통령은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자신의 경호 책임자였던 베날라를 감싸는 듯한 입장을 지속한 반면, 콜롱 장관은 의회 진상조사에서 엘리제궁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스캔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콜롱 장관 역시 치안 책임자로서 공세가 이어지면서 불화가 싹텄다. 야권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콜롱 장관의 '결심'이 빨라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장관들 '자발적' 줄사퇴…"위기 아냐" 진화 시도]

콜롱 내무장관보다 앞서 사퇴 선봉에 나선 것은 니콜라 윌로 전 환경장관이다. 유명한 환경 운동가 출신으로 장관들 중 인기도 1위를 달리던 윌로 장관이 지난 8월 말 갑자기 사퇴한 것이다. 원전 감축을 놓고 정부가 애초의 감축 목표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라디오 생방송 도중 장관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장이 이어졌다. 일주일 뒤엔 플레셀 체육장관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지난해 마크롱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3명의 장관이 줄사퇴했던 것과 겹쳐지는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출범 초기 줄사퇴는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 등 외부적 요인때문이었다면,이번엔 장관들이 스스로 자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점이다. 베날라 스캔들에 윌로 장관 사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정권 출범 초기 60%대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 선이 무너지며 반토막이 났다.

마린 르펜 트위터 캡처마린 르펜 트위터 캡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콜롱 장관이 사퇴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애써 '정치적 위기가 아니다' 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달 말 유엔 참석 뒤 곧바로 프랑스령인 카리브해 생마르탱섬으로 날아가 1년 전 허리케인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을 위로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강도 전과자 청년을 만나 '어리석은 일을 하면 안된다' 고 충고했는데 정작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해당 청년이 가운뎃 손가락을 든 모습이 포착돼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 며 청년을 감쌌지만 되레 지난달 중순 20대 구직 청년에게 '의지만 있다면 일자리는 어디든 있다'고 응수했다 맹비난을 받았던 그의 발언만 되새김질 됐다. 권위적,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희석시키기 위한 행보가 역효과를 낸 셈이다.


[개각 '돌파구' 성공할까…마크롱표 개혁은 '잰걸음']

현지 시각으로 오늘 오전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엘리제궁을 찾아 개각과 관련해, 한 시간 반가량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프 총리는 사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콜롱 내무장관 사퇴 이후 현지 언론들은 힘의 균형이 필리프 총리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개각이 단행되고 새 진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국정 운영 방향의 변화 여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출범 이후 노동 시장과 공공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해온 마크롱 정부는 최근 연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낮춰 실수령액을 감축하는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연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 외신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않는다' 고 단언했다.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프랑스인이 '개혁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는 국정 운영과 개혁 추진에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측근들의 잇단 사임으로 아군을 잃은 마크롱 대통령이 참신한 인물을 등용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여론은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개각이 마크롱 정부로 하여금 국정 동력을 재정비할 '뒤집기' 카드가 될지, 또 다른 악수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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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측근 사퇴·인기 추락’ 佛 마크롱, 돌파구 찾나
    • 입력 2018-10-09 22:11:34
    특파원 리포트
프랑스 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오늘(9일) 또는 내일 새 내각 진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이번 개각이 궁지에 몰린 마크롱 대통령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근 잇딴 정치적 위기에 휘말린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 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올라 유럽연합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리더로 기대를 모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측근 내무장관 사퇴…'베날라 스캔들' 발단 됐나]

이달 초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각 최연장자였던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미 지난달 콜롱 장관은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0년 리옹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이다. 콜롱 장관은 마크롱 내각에 합류하기 전 16년 동안 리옹 시장으로 재임했고, 다시 리옹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출마 의사가 있는 장관들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 이후 물러나야 한다' 고 말했다. 때문에 콜롱 장관의 사퇴 시기는 내년쯤으로 예측됐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콜롱 장관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의 맏형 격인 콜롱 장관의 사임을 수 차례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1977년생으로 올해 만 40살인 마크롱 대통령과 71살인 콜롱 장관의 나이 차는 부자지간 격이다. 콜롱 장관은 내각 출범 때부터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콜롱 장관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해왔다. 내무장관으로서 대테러 대응과 국내 치안정책을 총괄해온 콜롱 장관은 프랑스 내 잇단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왔고, 안정적 국정 운영의 축을 담당해왔다.

베날라가 폭행하는 사진
그러나 '베날라 스캔들'을 기점으로 공고하던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대통령 수행비서로 엘리제궁에 입성했다가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장구를 착용한 채 시민들을 폭행한, 알렉상드르 베날라 사건의 파장이 날로 확산된 것이다. 사건 초기 마크롱 대통령은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자신의 경호 책임자였던 베날라를 감싸는 듯한 입장을 지속한 반면, 콜롱 장관은 의회 진상조사에서 엘리제궁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스캔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콜롱 장관 역시 치안 책임자로서 공세가 이어지면서 불화가 싹텄다. 야권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콜롱 장관의 '결심'이 빨라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장관들 '자발적' 줄사퇴…"위기 아냐" 진화 시도]

콜롱 내무장관보다 앞서 사퇴 선봉에 나선 것은 니콜라 윌로 전 환경장관이다. 유명한 환경 운동가 출신으로 장관들 중 인기도 1위를 달리던 윌로 장관이 지난 8월 말 갑자기 사퇴한 것이다. 원전 감축을 놓고 정부가 애초의 감축 목표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라디오 생방송 도중 장관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장이 이어졌다. 일주일 뒤엔 플레셀 체육장관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지난해 마크롱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3명의 장관이 줄사퇴했던 것과 겹쳐지는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출범 초기 줄사퇴는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 등 외부적 요인때문이었다면,이번엔 장관들이 스스로 자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점이다. 베날라 스캔들에 윌로 장관 사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정권 출범 초기 60%대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 선이 무너지며 반토막이 났다.

마린 르펜 트위터 캡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콜롱 장관이 사퇴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애써 '정치적 위기가 아니다' 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달 말 유엔 참석 뒤 곧바로 프랑스령인 카리브해 생마르탱섬으로 날아가 1년 전 허리케인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을 위로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강도 전과자 청년을 만나 '어리석은 일을 하면 안된다' 고 충고했는데 정작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해당 청년이 가운뎃 손가락을 든 모습이 포착돼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 며 청년을 감쌌지만 되레 지난달 중순 20대 구직 청년에게 '의지만 있다면 일자리는 어디든 있다'고 응수했다 맹비난을 받았던 그의 발언만 되새김질 됐다. 권위적,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희석시키기 위한 행보가 역효과를 낸 셈이다.


[개각 '돌파구' 성공할까…마크롱표 개혁은 '잰걸음']

현지 시각으로 오늘 오전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엘리제궁을 찾아 개각과 관련해, 한 시간 반가량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프 총리는 사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콜롱 내무장관 사퇴 이후 현지 언론들은 힘의 균형이 필리프 총리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개각이 단행되고 새 진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국정 운영 방향의 변화 여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출범 이후 노동 시장과 공공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해온 마크롱 정부는 최근 연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낮춰 실수령액을 감축하는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연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 외신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않는다' 고 단언했다.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프랑스인이 '개혁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는 국정 운영과 개혁 추진에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측근들의 잇단 사임으로 아군을 잃은 마크롱 대통령이 참신한 인물을 등용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여론은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개각이 마크롱 정부로 하여금 국정 동력을 재정비할 '뒤집기' 카드가 될지, 또 다른 악수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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