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사망보험금 깎자”는 보험사…“목숨값 흥정하나요?”

입력 2018.10.10 (11:28) 수정 2018.10.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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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지인 권유로 한 보험사 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1년여 뒤,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다중 추돌 사고로 앞에 선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혀 숨졌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을 한순간 잃은 아내와 두 자녀. 장례를 치른 뒤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로부터 돌아온 뜻밖의 답변. 계약 당시 가입자가 '화물차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유족이 반발하자, 보험사는 "그럼 30%만 주겠다"며 흥정에 나섰습니다. 억울한 유족의 사연을 KBS <못 참겠다>가 만나봤습니다.

대전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 모 씨(사망 당시 58세)는 2016년 6월 지인이 소개해 준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한 손해보험사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사망보험금 3억 5천만 원에 암 치료 등 여러 특약이 포함된 조건이었습니다.

윤 씨는 이로부터 1년여 뒤인 지난해 8월,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예상 못 한 다중 추돌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차량 정체로 서 있는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1t 트럭 2대가 잇따라 들이받았고, 윤 씨의 차량이 마지막으로 추돌한 사고였습니다. 슬픔에 빠진 유족은 49재까지 장례를 치른 뒤,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준 건 뜻밖에도 보험금 대신 '계약 해지' 공문이었습니다. 보험사는 윤 씨의 보험 가입 계약서에 승용차만 몬다고 돼 있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화물차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해당해 보험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은 반발했습니다. 윤 씨가 화물차 운전 사실을 숨기거나 실수로 알리지 않았을 리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했습니다. 윤 씨는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농장에서 직접 소를 받아 도축장에 가져가기 위해 화물차를 모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기존에 다른 보험사 상품 두 건에 가입하면서는 이 사실을 정확히 고지했는데, 굳이 해당 보험 가입 때만 이를 빠뜨렸을 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은 오히려 보험을 가입시킨 설계사 신 모 씨가 계약서 쓰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설계사 신 씨는 "계약서 쓸 때 화물차 운전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네, 그냥 정육점 사장님 일만 하시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화물차에 대해선 전혀 안 물어본 것 아니냐'는질문에도 "네, 안 물어봤다"면서 "어차피 자가용, 화물차를 체크해도 (보상 등급과는) 별 상관없었다"고 질문 누락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신 씨는 보험사 앞에선 말을 바꿨습니다. "자가용 외에 다른 차종을 운전하느냐고 물어봤으나, 윤 씨가 자가용 승용차만 운전한다고 했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계속 거부했습니다.

유족은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유 씨의 실제 상해급수(화물차 운전 정육원)에 해당하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초 작성한 계약서상 사망보험금의 80%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금감원은 유족과 신 씨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보험설계사는 화물차 운전 여부와 상해급수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가입자는 보험 상해급수 기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직업 고지 시 보험설계사의 질문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번 경우는 그런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설계사가 유 씨의 직업 관련 사항을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금감원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자체 법률자문 결과라면서 "고지의무 위반이어서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보험설계사 과실도 일부 있다고 해서 보험금의 30%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면서 "우리 조건을 수용하기 힘들면 소송을 내도 된다"고 했습니다.

유족은 "보험설계사 실수로 벌어진 일이고 금감원 판단까지 나왔는데, 끝까지 고인에게 잘못을 씌우면서 보험금을 흥정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 보험을 잘 모르는 국민에 대한 기업의 갑질이자 횡포"라고 분노했습니다.

KBS의 취재 이후 보험사의 태도는 급선회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사고로 황망한 목숨을 떠나보낸 데 이어 사망보험금 둘러싼 실랑이에 가슴이 두번 무너진 유족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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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0-10 14: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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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을 한순간 잃은 아내와 두 자녀. 장례를 치른 뒤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로부터 돌아온 뜻밖의 답변. 계약 당시 가입자가 '화물차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유족이 반발하자, 보험사는 "그럼 30%만 주겠다"며 흥정에 나섰습니다. 억울한 유족의 사연을 KBS <못 참겠다>가 만나봤습니다.

대전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 모 씨(사망 당시 58세)는 2016년 6월 지인이 소개해 준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한 손해보험사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사망보험금 3억 5천만 원에 암 치료 등 여러 특약이 포함된 조건이었습니다.

윤 씨는 이로부터 1년여 뒤인 지난해 8월,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예상 못 한 다중 추돌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차량 정체로 서 있는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1t 트럭 2대가 잇따라 들이받았고, 윤 씨의 차량이 마지막으로 추돌한 사고였습니다. 슬픔에 빠진 유족은 49재까지 장례를 치른 뒤,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준 건 뜻밖에도 보험금 대신 '계약 해지' 공문이었습니다. 보험사는 윤 씨의 보험 가입 계약서에 승용차만 몬다고 돼 있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화물차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해당해 보험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은 반발했습니다. 윤 씨가 화물차 운전 사실을 숨기거나 실수로 알리지 않았을 리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했습니다. 윤 씨는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농장에서 직접 소를 받아 도축장에 가져가기 위해 화물차를 모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기존에 다른 보험사 상품 두 건에 가입하면서는 이 사실을 정확히 고지했는데, 굳이 해당 보험 가입 때만 이를 빠뜨렸을 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은 오히려 보험을 가입시킨 설계사 신 모 씨가 계약서 쓰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설계사 신 씨는 "계약서 쓸 때 화물차 운전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네, 그냥 정육점 사장님 일만 하시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화물차에 대해선 전혀 안 물어본 것 아니냐'는질문에도 "네, 안 물어봤다"면서 "어차피 자가용, 화물차를 체크해도 (보상 등급과는) 별 상관없었다"고 질문 누락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신 씨는 보험사 앞에선 말을 바꿨습니다. "자가용 외에 다른 차종을 운전하느냐고 물어봤으나, 윤 씨가 자가용 승용차만 운전한다고 했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계속 거부했습니다.

유족은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유 씨의 실제 상해급수(화물차 운전 정육원)에 해당하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초 작성한 계약서상 사망보험금의 80%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금감원은 유족과 신 씨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보험설계사는 화물차 운전 여부와 상해급수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가입자는 보험 상해급수 기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직업 고지 시 보험설계사의 질문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번 경우는 그런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설계사가 유 씨의 직업 관련 사항을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금감원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자체 법률자문 결과라면서 "고지의무 위반이어서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보험설계사 과실도 일부 있다고 해서 보험금의 30%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면서 "우리 조건을 수용하기 힘들면 소송을 내도 된다"고 했습니다.

유족은 "보험설계사 실수로 벌어진 일이고 금감원 판단까지 나왔는데, 끝까지 고인에게 잘못을 씌우면서 보험금을 흥정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 보험을 잘 모르는 국민에 대한 기업의 갑질이자 횡포"라고 분노했습니다.

KBS의 취재 이후 보험사의 태도는 급선회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사고로 황망한 목숨을 떠나보낸 데 이어 사망보험금 둘러싼 실랑이에 가슴이 두번 무너진 유족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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