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안된 ‘억대 부자’ 9명, 745억 가진 14세 청소년

입력 2018.10.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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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18세 미만 미성년자 가운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얼마나 될까요. 이 '미성년 주주'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부자'는 몇 명이나 있으며, 보유주식의 액수와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주식 및 배당금 현황' 등의 자료를 KBS가 분석해봤습니다.

'미성년 주주' 19만 명 시대…10억 보유한 '0세'도


국내 미성년자 주주는 모두 19만 명, 보유주식 총액은 2조 원가량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만 나이 0세' 주주도 천4백 명이었는데요. 말 그대로 태어나자마자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경우죠.

그런데 이 '0세 주주'들의 보유주식 총액이 적지 않았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0세 주주' 1인당 570만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0세 주주'는 9명, 이 가운데 1위는 10억 원이었습니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그야말로 '금수저'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체 '미성년 주주'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356명이었습니다. 보유주식총액 시가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1~7위는 모두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위를 차지한 주주는 '14살'로 보유주식총액이 무려 740억 원, 나머지 6명도 모두 720억 원이었습니다. 7명 가운데 5명의 성(姓)이 '임 씨'로, 이른바 '오너 일가'로 짐작됩니다.

GS 주식을 보유한 16살의 '허 씨' 주주가 5백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지만, 순위권에 오른 회사는 주로 '클래시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유니셈' 등 중소·중견기업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미성년 주주' 대부분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중소·중견기업 '세대교체기'…"주식을 상속 수단으로"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세대교체'를 꼽았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역사가 이미 70년 안팎이지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중소·중견기업들은 창업 30년이 가까워져 1세대가 2세대에게 주식을 넘겨야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겁니다.

경영자나 오너 일가족이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은 기업의 규모를 막론한 보편적인 현상이며, 자연스럽게 상장사를 중심으로 주식을 어린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배당금 1위'는 30억…1~20위 총액은 77억 원

'미성년 주식부자'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수령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16살 '허 씨'(GS주식 보유)가 수령한 배당금은 30억 원으로, 전체 미성년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했습니다. 배당금 순위 역시 'KPX 홀딩스' '조선내화주식회사' 등 중소·중견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는데요. 억대 배당금을 수령한 미성년자는 모두 20명으로, 배당금 총액은 77억 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미성년 주주들이 해당 기업의 경영에 기여한 바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억대 배당금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미성년자 주식 부자들의 추이를 보면 처음에는 보유주식이 몇천 주였다가 3, 4년 후에는 몇만 주로 증가한다"면서 "단지 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넘겨받아 배당금이라든가 시세차익을 얻어 많은 재산을 보유하겠다는 것은 상속 과정에서 물어야 할 상속세를 주식을 통해 사전에 넘겨받으면서 세금을 회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수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성년 주주의 '배당 권리 제한' 필요…'합법 가장한 편법' 막아야

미성년자라고 해서 주식의 증여·상속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민법상 엄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식을 통해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회피하며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따라서 대주주 일가족은 성년이 될 때까지 배당금을 수령할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쉽게 말해 성년이 돼서 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여를 했을 때만 배당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으로 수저 등급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시장질서를 교란할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박탈감을 부추깁니다.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복잡한 통계에 가려진 '부의 대물림'을 정부가 보다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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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도 안된 ‘억대 부자’ 9명, 745억 가진 14세 청소년
    • 입력 2018-10-10 18:59:34
    취재K
국내 만18세 미만 미성년자 가운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얼마나 될까요. 이 '미성년 주주'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부자'는 몇 명이나 있으며, 보유주식의 액수와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주식 및 배당금 현황' 등의 자료를 KBS가 분석해봤습니다.

'미성년 주주' 19만 명 시대…10억 보유한 '0세'도


국내 미성년자 주주는 모두 19만 명, 보유주식 총액은 2조 원가량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만 나이 0세' 주주도 천4백 명이었는데요. 말 그대로 태어나자마자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경우죠.

그런데 이 '0세 주주'들의 보유주식 총액이 적지 않았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0세 주주' 1인당 570만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0세 주주'는 9명, 이 가운데 1위는 10억 원이었습니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그야말로 '금수저'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체 '미성년 주주'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356명이었습니다. 보유주식총액 시가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1~7위는 모두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위를 차지한 주주는 '14살'로 보유주식총액이 무려 740억 원, 나머지 6명도 모두 720억 원이었습니다. 7명 가운데 5명의 성(姓)이 '임 씨'로, 이른바 '오너 일가'로 짐작됩니다.

GS 주식을 보유한 16살의 '허 씨' 주주가 5백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지만, 순위권에 오른 회사는 주로 '클래시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유니셈' 등 중소·중견기업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미성년 주주' 대부분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중소·중견기업 '세대교체기'…"주식을 상속 수단으로"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세대교체'를 꼽았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역사가 이미 70년 안팎이지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중소·중견기업들은 창업 30년이 가까워져 1세대가 2세대에게 주식을 넘겨야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겁니다.

경영자나 오너 일가족이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은 기업의 규모를 막론한 보편적인 현상이며, 자연스럽게 상장사를 중심으로 주식을 어린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배당금 1위'는 30억…1~20위 총액은 77억 원

'미성년 주식부자'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수령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16살 '허 씨'(GS주식 보유)가 수령한 배당금은 30억 원으로, 전체 미성년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했습니다. 배당금 순위 역시 'KPX 홀딩스' '조선내화주식회사' 등 중소·중견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는데요. 억대 배당금을 수령한 미성년자는 모두 20명으로, 배당금 총액은 77억 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미성년 주주들이 해당 기업의 경영에 기여한 바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억대 배당금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미성년자 주식 부자들의 추이를 보면 처음에는 보유주식이 몇천 주였다가 3, 4년 후에는 몇만 주로 증가한다"면서 "단지 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넘겨받아 배당금이라든가 시세차익을 얻어 많은 재산을 보유하겠다는 것은 상속 과정에서 물어야 할 상속세를 주식을 통해 사전에 넘겨받으면서 세금을 회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수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성년 주주의 '배당 권리 제한' 필요…'합법 가장한 편법' 막아야

미성년자라고 해서 주식의 증여·상속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민법상 엄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식을 통해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회피하며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따라서 대주주 일가족은 성년이 될 때까지 배당금을 수령할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쉽게 말해 성년이 돼서 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여를 했을 때만 배당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으로 수저 등급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시장질서를 교란할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박탈감을 부추깁니다.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복잡한 통계에 가려진 '부의 대물림'을 정부가 보다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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