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브라질 대선 ‘극우’ vs ‘좌파’…관전 포인트는

입력 2018.10.11 (07:02) 수정 2018.10.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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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국 브라질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뽑는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2위 좌파 노동자당 아다지 후보 득표율 29%보다 17% 포인트 높은 46%를 얻었다.

선거전 여론조사 결과대로 2강 구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득표율 차이는 예상보다 컸지만 과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없어 브라질 대선은 오는 28일 두 후보 간의 결선투표로 이어지게 됐다. 전체 인구의 71%인 1억 4천7백만 명의 브라질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는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줄까?


극우 보우소나루 후보에 뭘 바라나?

보우소나루 후보는 유세 도중 흉기에 찔린 뒤 병원에 입원해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선거 한 달을 앞두고 거리유세를 하지 못하고 TV 토론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는 과반에 근접한 46%의 지지를 얻어냈다. 공약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뭘 바라고 표를 던진 것일까?

보우소나루 후보는 유세 내내 룰라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노동자당 집권 13년의 상황을 비판해왔다. 정치 부패와 경제위기, 치안 불안 등의 실정을 부각하며 브라질의 변화를 촉구했다.

2014년 시작된 이른바 '라바 자투(세차 분사기)'로 불리는 부패 수사로 룰라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남부 쿠리치바시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현 테메르 정권도 이 '라바 자투'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치안불안은 극한 수준에 달했다. 각종 폭력사건 사망자가 지난해에만 6만여 명, 공공치안 시스템의 붕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이 안고 있는 이런 큰 고민을 보우소나루 후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주의의 길을 고수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가 브라질의 미래가 될 수 없다"며 노동자당 집권 시기에 불만을 가졌던 중산층의 지지를 얻어냈다. '변화'를 모토로 내세운 데다 '막말 정치인'의 이미지는 반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거친 발언의 트럼프 스타일

보우소나루 후보는 군 장교 출신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군 출신을 대거 각료로 기용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여성 비하와 인종, 동성애, 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재앙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혹평하기도 할 정도다. "Ele Não (그는 안돼!)" 보우소나루 후보를 반대하는 낙선 운동의 구호다. 여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유권자들이 시위에 참가해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된다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할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후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총을 드는 것이 아니다"

좌파 노동자당 아다지 후보는 이러한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지렛대 삼아 반격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정책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보우소나루 후보가 치안을 위해 총기 소지를 완화하는 제안을 내놓자 민주주의는 총을 드는 것이 아니라 토론으로 민주주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난했다.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아다지 후보는 1차 투표가 끝난 뒤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시를 찾았다.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다지 후보는 퇴임 시에도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던 룰라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해 룰라 향수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룰라의 꼭두각시'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다지 후보는 1차 투표 3위 이하 후보들의 세를 결집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헤알화 강세로 반전

보우소나루 후보가 퇴원 이후 다시 유세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헤알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신흥국의 불안 등으로 1달러에 4.2 헤알 부근까지 치솟던 환율이 보우소나루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 유세장을 찾은 직후 1달러에 4.0헤알 전후로 급락했다.

이후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예상보다 큰 득표율 차이로 1위를 기록하자 다시 3.7헤알대까지 떨어졌다. 2주 사이 10% 넘게 헤알 환율이 떨어진 것이다. 헤알 가치가 그 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증권사들이 판매한 브라질 채권 규모가 약 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국내에서도 헤알화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연금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을 주장하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국가 재정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의 공공부채는 지난달 GDP의 77.3%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안티 보우소나루 vs 안티 아다지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를 앞둔 브라질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될까' 라는 부정적 시각이 앞서고 있는 듯하다. 즉,'안티 보우소나루'와 '안티 아다지' 양측으로 나뉜 유권자 가운데 어느쪽의 부정적인 시각이 상대적으로 약한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1차 투표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의 병원 치료로 이뤄지지 못했던 두 후보간의 TV 토론이 주목된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속해서 자신에 대한 거짓 뉴스가 양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내세운 보우소나루 후보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아다지 후보 간의 이념과 공약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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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1 07:02:37
    • 수정2018-10-11 07:11:53
    특파원 리포트
남미 대국 브라질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뽑는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2위 좌파 노동자당 아다지 후보 득표율 29%보다 17% 포인트 높은 46%를 얻었다.

선거전 여론조사 결과대로 2강 구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득표율 차이는 예상보다 컸지만 과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없어 브라질 대선은 오는 28일 두 후보 간의 결선투표로 이어지게 됐다. 전체 인구의 71%인 1억 4천7백만 명의 브라질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는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줄까?


극우 보우소나루 후보에 뭘 바라나?

보우소나루 후보는 유세 도중 흉기에 찔린 뒤 병원에 입원해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선거 한 달을 앞두고 거리유세를 하지 못하고 TV 토론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는 과반에 근접한 46%의 지지를 얻어냈다. 공약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뭘 바라고 표를 던진 것일까?

보우소나루 후보는 유세 내내 룰라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노동자당 집권 13년의 상황을 비판해왔다. 정치 부패와 경제위기, 치안 불안 등의 실정을 부각하며 브라질의 변화를 촉구했다.

2014년 시작된 이른바 '라바 자투(세차 분사기)'로 불리는 부패 수사로 룰라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남부 쿠리치바시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현 테메르 정권도 이 '라바 자투'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치안불안은 극한 수준에 달했다. 각종 폭력사건 사망자가 지난해에만 6만여 명, 공공치안 시스템의 붕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이 안고 있는 이런 큰 고민을 보우소나루 후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주의의 길을 고수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가 브라질의 미래가 될 수 없다"며 노동자당 집권 시기에 불만을 가졌던 중산층의 지지를 얻어냈다. '변화'를 모토로 내세운 데다 '막말 정치인'의 이미지는 반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거친 발언의 트럼프 스타일

보우소나루 후보는 군 장교 출신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군 출신을 대거 각료로 기용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여성 비하와 인종, 동성애, 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재앙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혹평하기도 할 정도다. "Ele Não (그는 안돼!)" 보우소나루 후보를 반대하는 낙선 운동의 구호다. 여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유권자들이 시위에 참가해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된다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할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후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총을 드는 것이 아니다"

좌파 노동자당 아다지 후보는 이러한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지렛대 삼아 반격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정책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보우소나루 후보가 치안을 위해 총기 소지를 완화하는 제안을 내놓자 민주주의는 총을 드는 것이 아니라 토론으로 민주주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난했다.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아다지 후보는 1차 투표가 끝난 뒤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시를 찾았다.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다지 후보는 퇴임 시에도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던 룰라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해 룰라 향수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룰라의 꼭두각시'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다지 후보는 1차 투표 3위 이하 후보들의 세를 결집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헤알화 강세로 반전

보우소나루 후보가 퇴원 이후 다시 유세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헤알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신흥국의 불안 등으로 1달러에 4.2 헤알 부근까지 치솟던 환율이 보우소나루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 유세장을 찾은 직후 1달러에 4.0헤알 전후로 급락했다.

이후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예상보다 큰 득표율 차이로 1위를 기록하자 다시 3.7헤알대까지 떨어졌다. 2주 사이 10% 넘게 헤알 환율이 떨어진 것이다. 헤알 가치가 그 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증권사들이 판매한 브라질 채권 규모가 약 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국내에서도 헤알화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연금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을 주장하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국가 재정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의 공공부채는 지난달 GDP의 77.3%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안티 보우소나루 vs 안티 아다지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를 앞둔 브라질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될까' 라는 부정적 시각이 앞서고 있는 듯하다. 즉,'안티 보우소나루'와 '안티 아다지' 양측으로 나뉜 유권자 가운데 어느쪽의 부정적인 시각이 상대적으로 약한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1차 투표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의 병원 치료로 이뤄지지 못했던 두 후보간의 TV 토론이 주목된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속해서 자신에 대한 거짓 뉴스가 양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내세운 보우소나루 후보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아다지 후보 간의 이념과 공약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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