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살 예방 국무상’, ‘외로움 국무상’…어느 나라 이야기?

입력 2018.10.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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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료 중에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Minister for Suicide Prevention)이나 '외로움 담당 국무상'(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다면 그게 어느 나라일까? 다름 아닌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을 두고 자살 예방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영국 BBC 방송은 메이 영국 총리가 재키 도일-프라이스 보건부 국무상에게 이 업무를 맡겼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한 해 4천5백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45세 이하 성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이 총리의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 임명 소식은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WMHD : World Mental Health Day)에 맞춰 나왔다.

메이 총리는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자살 예방단체의 무료 전화상담 서비스를 위해 180만 파운드(26억여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Health and Social Care)도 "자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영국 정부의 노력은 각별하다.

영국에서는 75세 이상 홀몸노인 절반가량인 20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날 동안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BBC는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며 외로움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의회의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도 많았으며 정신적 자극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6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메이 영국 총리는 고령 사회에서 고독 문제의 해결을 위해 '외로움 (loneliness) 담당 국무상'을 전격 임명했다.

당시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있는 슬픈 현실"이라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

'외로움 담당 국무상'으로 임명된 트레이시 크라우치는 "외로움과 관련한 통계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선 외로움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 사회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통계국의 2015년 보고서 '늙어가는 세계'에 따르면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14년 5억 5천만 명이었으나 2050년까지 16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인구가 이 기간에 34% 증가하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무려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5.6명이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3.3명으로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등 노년층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1인 가구도 2017년 전체 가구의 28.6%인 561만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똑같이 관리돼야 한다.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이나 '외로움 담당 국무상' 임명이 우리에게 남의 일만 같지는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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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자살 예방 국무상’, ‘외로움 국무상’…어느 나라 이야기?
    • 입력 2018-10-11 09:23:53
    특파원 리포트
정부 각료 중에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Minister for Suicide Prevention)이나 '외로움 담당 국무상'(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다면 그게 어느 나라일까? 다름 아닌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을 두고 자살 예방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영국 BBC 방송은 메이 영국 총리가 재키 도일-프라이스 보건부 국무상에게 이 업무를 맡겼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한 해 4천5백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45세 이하 성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이 총리의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 임명 소식은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WMHD : World Mental Health Day)에 맞춰 나왔다.

메이 총리는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자살 예방단체의 무료 전화상담 서비스를 위해 180만 파운드(26억여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Health and Social Care)도 "자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영국 정부의 노력은 각별하다.

영국에서는 75세 이상 홀몸노인 절반가량인 20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날 동안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BBC는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며 외로움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의회의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도 많았으며 정신적 자극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6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메이 영국 총리는 고령 사회에서 고독 문제의 해결을 위해 '외로움 (loneliness) 담당 국무상'을 전격 임명했다.

당시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있는 슬픈 현실"이라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

'외로움 담당 국무상'으로 임명된 트레이시 크라우치는 "외로움과 관련한 통계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선 외로움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 사회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통계국의 2015년 보고서 '늙어가는 세계'에 따르면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14년 5억 5천만 명이었으나 2050년까지 16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인구가 이 기간에 34% 증가하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무려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5.6명이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3.3명으로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등 노년층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1인 가구도 2017년 전체 가구의 28.6%인 561만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똑같이 관리돼야 한다.

'자살예방 담당 국무상'이나 '외로움 담당 국무상' 임명이 우리에게 남의 일만 같지는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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