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취준생 울리는 ‘고용 세습’

입력 2018.10.17 (07:44) 수정 2018.10.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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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춘 해설위원]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 일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공채가 한창인 요즘 시험장 앞에선 위험한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한 곳이라도 더 응시하기 위해 오전 시험을 마치고 오후 시험장으로 목숨 걸고 달려가는 겁니다. 그야말로 취업 전쟁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신종 고용 세습 사례는 취준생의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서울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108명이 직원 자녀와 형제, 자매, 며느리 등 친인척으로 밝혀졌습니다. 11%만 답변한 설문조사 결과라, 전 직원을 제대로 조사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자료를 공개한 국회의원 측은 밝혔습니다. 곧 정규직이 되니까 계약직으로 입사시키라는 노조의 권유가 있었다는 직원의 증언도 공개됐습니다. 다른 국회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업이 아직도 15개나 된다고 합니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들입니다. 이런 고용 세습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래도 정부는 노사 자율 원칙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정 명령 후에 처벌을 한다고 해도 최대 벌금 500만원만 내면 그만입니다.

고용 세습은, 검찰의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된 금융권 등의 채용비리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현대판 음서제로 취준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일부 대기업의 단체협약은 왜 고쳐지지 않는지, 관계 당국의 조사와 조치를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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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취준생 울리는 ‘고용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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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0-17 07: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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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춘 해설위원]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 일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공채가 한창인 요즘 시험장 앞에선 위험한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한 곳이라도 더 응시하기 위해 오전 시험을 마치고 오후 시험장으로 목숨 걸고 달려가는 겁니다. 그야말로 취업 전쟁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신종 고용 세습 사례는 취준생의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서울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108명이 직원 자녀와 형제, 자매, 며느리 등 친인척으로 밝혀졌습니다. 11%만 답변한 설문조사 결과라, 전 직원을 제대로 조사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자료를 공개한 국회의원 측은 밝혔습니다. 곧 정규직이 되니까 계약직으로 입사시키라는 노조의 권유가 있었다는 직원의 증언도 공개됐습니다. 다른 국회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업이 아직도 15개나 된다고 합니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들입니다. 이런 고용 세습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래도 정부는 노사 자율 원칙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정 명령 후에 처벌을 한다고 해도 최대 벌금 500만원만 내면 그만입니다.

고용 세습은, 검찰의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된 금융권 등의 채용비리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현대판 음서제로 취준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일부 대기업의 단체협약은 왜 고쳐지지 않는지, 관계 당국의 조사와 조치를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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