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상처…유족 트라우마 여전

입력 2018.10.19 (23:19) 수정 2018.10.1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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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무자비한 국가 폭력으로
혈육을 잃은 여순사건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
고통스러운 세월을 살았는데요,
KBS가 임상 심리 전문 기관과 함께
유족들의 트라우마를 심층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봤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여순사건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이숙자 씨.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학업도 제대로 못 마쳤고,

'빨갱이 집안'이라는 이유로
파혼까지 당했습니다.


[인터뷰]
이숙자/여순사건 유족
"빨갱이 집안하고는 사상이 다르다,
그러니 이 결혼을 혼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자기 아들을 포기를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자살이라고 하고 싶데요.
진짜 자살이라도 하고 싶데요. 근데 모진목숨 죽지 못하고..."

낙인의 세월을 살아가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족들.

실제로 여순사건 유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생겨났고,
아직도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가 임상 심리 전문 기관과 함께
유족 13명을 심층 면접해
트라우마의 양상을 조사해 봤습니다.

여순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유족들은 곧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고, 국가의 감시와 연좌제가 뒤따랐습니다.

사회·경제적 고통은 불안과 회피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이되는 현상도 공통으로 발견됐습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에게 남은 건 국가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인터뷰]
김석웅/심리건강연구소 부소장
"내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한을 풀고 갈 수 있겠느냐.
국가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내가 그동안
그렇게 잘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것에 대한 한도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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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울 수 없는 상처…유족 트라우마 여전
    • 입력 2018-10-19 23:19:14
    • 수정2018-10-19 23:39:50
    뉴스9(광주)
[앵커멘트] 무자비한 국가 폭력으로 혈육을 잃은 여순사건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 고통스러운 세월을 살았는데요, KBS가 임상 심리 전문 기관과 함께 유족들의 트라우마를 심층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봤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여순사건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이숙자 씨.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학업도 제대로 못 마쳤고, '빨갱이 집안'이라는 이유로 파혼까지 당했습니다. [인터뷰] 이숙자/여순사건 유족 "빨갱이 집안하고는 사상이 다르다, 그러니 이 결혼을 혼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자기 아들을 포기를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자살이라고 하고 싶데요. 진짜 자살이라도 하고 싶데요. 근데 모진목숨 죽지 못하고..." 낙인의 세월을 살아가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족들. 실제로 여순사건 유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생겨났고, 아직도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가 임상 심리 전문 기관과 함께 유족 13명을 심층 면접해 트라우마의 양상을 조사해 봤습니다. 여순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유족들은 곧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고, 국가의 감시와 연좌제가 뒤따랐습니다. 사회·경제적 고통은 불안과 회피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이되는 현상도 공통으로 발견됐습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에게 남은 건 국가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인터뷰] 김석웅/심리건강연구소 부소장 "내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한을 풀고 갈 수 있겠느냐. 국가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내가 그동안 그렇게 잘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것에 대한 한도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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