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軍, ‘축구장 3천 배’ 불법 산림 훼손…곳곳 산사태 위험

입력 2018.10.26 (21:21) 수정 2018.10.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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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통선 안쪽 GOP 인근에 군이 도로를 냈는데, 공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산을 마구 깎아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이 훼손된 규모가 커 위성사진으로도 확인될 정도인데,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 장병들의 몫이겠죠.

현장 K,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을 지난 곳, GOP지역입니다.

통행이 금지된 폭 6m가량의 도로가 나 있습니다.

6년 전 철책 보강공사를 하면서 낸 작업도로입니다.

길을 닦느라 여기저기 산을 깎아냈는데,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입니다.

복구 조치도 하지 않았고, 안전시설도 없습니다.

["여기는 산사태가 났네."]

도로 옆쪽으로는 지반이 무너지고, 대규모 토사가 쓸려 내려간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절벽 바로 위가 우리 육군장병들이 매일 지나다니며 철책선을 점검하는 순찰로입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바로 옆에 불법으로 도로를 내면서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절벽은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이렇게 돌들이 무너져내릴 정도로 위험합니다.

암벽 틈새는 여기저기 벌어졌고, 손만 대도 돌덩이들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렇게 망가진 산림의 규모는 위성사진으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다른 GOP 지역도 찾아가 봤습니다.

철책선 위쪽으로 역시 무허가 군사도로가 나 있습니다.

군데군데 나무뿌리가 훤히 드러나 있는데, 살짝만 건드려도 흙더미가 맥없이 무너집니다.

[김민식/산림과학기술연구소 소장 : "이게 지금 붕괴가 된 흔적이잖아요, 얘네들이. 되게 불안한 거죠, 사실은."]

이 아래쪽으로는 초소와 군 장병의 막사가 있습니다.

지형상, 산사태가 나면 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김민식/산림과학기술연구소 소장 : "산사태 초기 단계로 보이고요, 이게 발전이 되면 하류지역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가 민간인 통제 북쪽 지역에서 이처럼 불법으로 훼손한 산림 면적은 2천2백만 제곱미터, 축구장 3천100개보다 넓습니다.

산사태가 나고 토사가 흘러 철책선이 망가진 피해도 확인된 것만 50건에 가깝습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국방위원장 : "무고한 장병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군이 이를 간과하고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 해 동안 되풀이된 명백한 산지관리법 위반이지만, 아무런 제재나 처벌도 없었습니다.

불법 훼손이 계속되자 산림청은 올해 들어 군을 상대로 관련 교육에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일부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고, 보완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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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軍, ‘축구장 3천 배’ 불법 산림 훼손…곳곳 산사태 위험
    • 입력 2018-10-26 21:24:16
    • 수정2018-10-29 09: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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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통선 안쪽 GOP 인근에 군이 도로를 냈는데, 공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산을 마구 깎아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이 훼손된 규모가 커 위성사진으로도 확인될 정도인데,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 장병들의 몫이겠죠. 현장 K,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을 지난 곳, GOP지역입니다. 통행이 금지된 폭 6m가량의 도로가 나 있습니다. 6년 전 철책 보강공사를 하면서 낸 작업도로입니다. 길을 닦느라 여기저기 산을 깎아냈는데,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입니다. 복구 조치도 하지 않았고, 안전시설도 없습니다. ["여기는 산사태가 났네."] 도로 옆쪽으로는 지반이 무너지고, 대규모 토사가 쓸려 내려간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절벽 바로 위가 우리 육군장병들이 매일 지나다니며 철책선을 점검하는 순찰로입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바로 옆에 불법으로 도로를 내면서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절벽은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이렇게 돌들이 무너져내릴 정도로 위험합니다. 암벽 틈새는 여기저기 벌어졌고, 손만 대도 돌덩이들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렇게 망가진 산림의 규모는 위성사진으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다른 GOP 지역도 찾아가 봤습니다. 철책선 위쪽으로 역시 무허가 군사도로가 나 있습니다. 군데군데 나무뿌리가 훤히 드러나 있는데, 살짝만 건드려도 흙더미가 맥없이 무너집니다. [김민식/산림과학기술연구소 소장 : "이게 지금 붕괴가 된 흔적이잖아요, 얘네들이. 되게 불안한 거죠, 사실은."] 이 아래쪽으로는 초소와 군 장병의 막사가 있습니다. 지형상, 산사태가 나면 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김민식/산림과학기술연구소 소장 : "산사태 초기 단계로 보이고요, 이게 발전이 되면 하류지역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가 민간인 통제 북쪽 지역에서 이처럼 불법으로 훼손한 산림 면적은 2천2백만 제곱미터, 축구장 3천100개보다 넓습니다. 산사태가 나고 토사가 흘러 철책선이 망가진 피해도 확인된 것만 50건에 가깝습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국방위원장 : "무고한 장병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군이 이를 간과하고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 해 동안 되풀이된 명백한 산지관리법 위반이지만, 아무런 제재나 처벌도 없었습니다. 불법 훼손이 계속되자 산림청은 올해 들어 군을 상대로 관련 교육에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일부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고, 보완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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