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이 파고든 양가적 감정…청년 김남준, 고독을 외치다
입력 2018.10.27 (08:21)
수정 2018.10.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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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빗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들려오는 음성.
'하루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누가 나 대신에 좀 울어줬으면 해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은 비를 모티프로 눈부신 시간 이면의 짙은 고독감을 입김처럼 뿜어낸다. 지난 23일 공개한 두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모노'(mono.) 타이틀곡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에서다. 빗속을 걷는 청년이 등장하는 흑백 애니메이션 영상(뮤직비디오)에 RM의 읊조림이 얹히니 가사의 공감이 파문(波紋)처럼 번진다.
저마다 그렇듯, 빗속에선 걸음이 빨라진다. 우산에 가린 타인의 표정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상에서 '조금만 느리게 숨 쉬고 싶은' RM에겐 빗속마저 쉼을 주는 공간이 된다. '평소엔 내 삶도 내 랩도 빠르니까…'
7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은 빌보드 1위와 월드투어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방탄소년단의 RM보다는 24살 청년 김남준의 솔직한 감정에 기반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쓸쓸함이 감돈다. 그래도 메시지를 품은 문체엔 온기가 있다.
각종 블로그에는 RM의 노래 가사를 옮겨 의미를 해석하는 '열공' 팬이 넘쳐난다. 앨범은 온라인에 무료 공개한 비정규 작업물(믹스테이프)임에도 아이튠스 88개국 1위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 음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RM의 유엔 연설에서 느낀 공감을 다시 만끽하고자 세계 팬들이 귀를 활짝 열었다.
RM은 첫 곡 '도쿄'부터 낯선 도시에서의 고독감, 뭔가를 향한 그리움과 향수를 내레이션처럼 뱉어낸다. 곡을 이끌어간 피아노 선율 끝에 들리는 휘파람, 자동차 소리는 여운을 안긴다. 팬들은 '도쿄'(東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뜻의 '동경'(憧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향수를 느끼던 곳은 '서울'일까. 뒤이은 '서울'에서 RM의 노랫말은 이곳에 뿌리 내린 이들에게 공감을 증폭시킨다. 이 곡은 영국 밴드 혼네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RM에게 서울은 익숙한 터전이자, 애증의 도시다. '너의 맨날 똑같은 잿빛 표정'이 지겹고, '친구들은 툭 하면 떠나겠다'하지만 매연과 그 역겨움, 청계천의 비린내, 선유도의 쓸쓸함까지 사랑하며 살아간다. 도시, 서울, 한국의 청춘을 향한 연민 같다.
후반부 트랙들인 '어긋'과 '지나가', '포에버 레인'에서도 감정의 기저는 비슷해 앨범 완결성을 높인다. 다만 고군분투한 자신은 물론 타인을 향한 위로가 곁들여졌다.
'어긋'에선 이상과 현실이 어긋날까 봐 '너 이것밖에 안 돼/ 훨씬 더 잘해야 해'라고 자책하던 자신을 꺼내놓는다. 그리곤 '살다 보면 B를 받을 수도 있어', '몇 날 며칠이 비만 내릴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등도 두드린다.
이어진 '지나가'에선 '힘내란 뿌연 말 대신/ 다 그렇단 거짓말 대신'에 '지나가'란 간결한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지나가'는 밴드 넬의 김종완이 RM과 공동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해 넬 특유의 음악 정서도 깃들었다. 둘은 만난 적이 없지만, RM이 넬의 음악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김종완은 전화 통화에서 "'지나가'는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며 "20대 중반이면 일반적으론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 아닌가. 게다가 RM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 듣고서 그런 게 느껴졌다. 이 곡이 마냥 힘이 빠지지 않고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반부를 조금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노래 마지막 가사인 '비가 와/ 모든 건 지나가'에선 빗소리가 들려온다. 이 비는 '포에버 레인'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러 의미로 등장하는 비는 뒤 세 곡의 연결점이 되는 장치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은 RM이 컬러풀한 청춘 속내를 한편의 흑백 필름으로 연출한 듯하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사랑과 미움' 등 인간의 양가적 감정, 여기서 비롯된 고독과 불안이다.
'사랑과 증오는 왜 내게 똑같이 들릴까?'(Why do love and hate sound just the same to me?, '도쿄'),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아이 헤이트 유 서울'('서울')
RM은 올해 초 만남에서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하면 이별을,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을 동시에 생각하는 양가적 감정은 극복하기 어렵기에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과 어둠을 갖고 가야 한다"고. 그는 "불안함과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 앨범에 그늘진 감정을 쏟아내며 불안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루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누가 나 대신에 좀 울어줬으면 해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은 비를 모티프로 눈부신 시간 이면의 짙은 고독감을 입김처럼 뿜어낸다. 지난 23일 공개한 두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모노'(mono.) 타이틀곡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에서다. 빗속을 걷는 청년이 등장하는 흑백 애니메이션 영상(뮤직비디오)에 RM의 읊조림이 얹히니 가사의 공감이 파문(波紋)처럼 번진다.
저마다 그렇듯, 빗속에선 걸음이 빨라진다. 우산에 가린 타인의 표정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상에서 '조금만 느리게 숨 쉬고 싶은' RM에겐 빗속마저 쉼을 주는 공간이 된다. '평소엔 내 삶도 내 랩도 빠르니까…'
7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은 빌보드 1위와 월드투어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방탄소년단의 RM보다는 24살 청년 김남준의 솔직한 감정에 기반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쓸쓸함이 감돈다. 그래도 메시지를 품은 문체엔 온기가 있다.
각종 블로그에는 RM의 노래 가사를 옮겨 의미를 해석하는 '열공' 팬이 넘쳐난다. 앨범은 온라인에 무료 공개한 비정규 작업물(믹스테이프)임에도 아이튠스 88개국 1위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 음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RM의 유엔 연설에서 느낀 공감을 다시 만끽하고자 세계 팬들이 귀를 활짝 열었다.
RM은 첫 곡 '도쿄'부터 낯선 도시에서의 고독감, 뭔가를 향한 그리움과 향수를 내레이션처럼 뱉어낸다. 곡을 이끌어간 피아노 선율 끝에 들리는 휘파람, 자동차 소리는 여운을 안긴다. 팬들은 '도쿄'(東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뜻의 '동경'(憧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향수를 느끼던 곳은 '서울'일까. 뒤이은 '서울'에서 RM의 노랫말은 이곳에 뿌리 내린 이들에게 공감을 증폭시킨다. 이 곡은 영국 밴드 혼네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RM에게 서울은 익숙한 터전이자, 애증의 도시다. '너의 맨날 똑같은 잿빛 표정'이 지겹고, '친구들은 툭 하면 떠나겠다'하지만 매연과 그 역겨움, 청계천의 비린내, 선유도의 쓸쓸함까지 사랑하며 살아간다. 도시, 서울, 한국의 청춘을 향한 연민 같다.
후반부 트랙들인 '어긋'과 '지나가', '포에버 레인'에서도 감정의 기저는 비슷해 앨범 완결성을 높인다. 다만 고군분투한 자신은 물론 타인을 향한 위로가 곁들여졌다.
'어긋'에선 이상과 현실이 어긋날까 봐 '너 이것밖에 안 돼/ 훨씬 더 잘해야 해'라고 자책하던 자신을 꺼내놓는다. 그리곤 '살다 보면 B를 받을 수도 있어', '몇 날 며칠이 비만 내릴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등도 두드린다.
이어진 '지나가'에선 '힘내란 뿌연 말 대신/ 다 그렇단 거짓말 대신'에 '지나가'란 간결한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지나가'는 밴드 넬의 김종완이 RM과 공동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해 넬 특유의 음악 정서도 깃들었다. 둘은 만난 적이 없지만, RM이 넬의 음악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김종완은 전화 통화에서 "'지나가'는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며 "20대 중반이면 일반적으론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 아닌가. 게다가 RM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 듣고서 그런 게 느껴졌다. 이 곡이 마냥 힘이 빠지지 않고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반부를 조금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노래 마지막 가사인 '비가 와/ 모든 건 지나가'에선 빗소리가 들려온다. 이 비는 '포에버 레인'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러 의미로 등장하는 비는 뒤 세 곡의 연결점이 되는 장치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은 RM이 컬러풀한 청춘 속내를 한편의 흑백 필름으로 연출한 듯하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사랑과 미움' 등 인간의 양가적 감정, 여기서 비롯된 고독과 불안이다.
'사랑과 증오는 왜 내게 똑같이 들릴까?'(Why do love and hate sound just the same to me?, '도쿄'),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아이 헤이트 유 서울'('서울')
RM은 올해 초 만남에서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하면 이별을,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을 동시에 생각하는 양가적 감정은 극복하기 어렵기에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과 어둠을 갖고 가야 한다"고. 그는 "불안함과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 앨범에 그늘진 감정을 쏟아내며 불안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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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빗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들려오는 음성.
'하루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누가 나 대신에 좀 울어줬으면 해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은 비를 모티프로 눈부신 시간 이면의 짙은 고독감을 입김처럼 뿜어낸다. 지난 23일 공개한 두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모노'(mono.) 타이틀곡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에서다. 빗속을 걷는 청년이 등장하는 흑백 애니메이션 영상(뮤직비디오)에 RM의 읊조림이 얹히니 가사의 공감이 파문(波紋)처럼 번진다.
저마다 그렇듯, 빗속에선 걸음이 빨라진다. 우산에 가린 타인의 표정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상에서 '조금만 느리게 숨 쉬고 싶은' RM에겐 빗속마저 쉼을 주는 공간이 된다. '평소엔 내 삶도 내 랩도 빠르니까…'
7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은 빌보드 1위와 월드투어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방탄소년단의 RM보다는 24살 청년 김남준의 솔직한 감정에 기반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쓸쓸함이 감돈다. 그래도 메시지를 품은 문체엔 온기가 있다.
각종 블로그에는 RM의 노래 가사를 옮겨 의미를 해석하는 '열공' 팬이 넘쳐난다. 앨범은 온라인에 무료 공개한 비정규 작업물(믹스테이프)임에도 아이튠스 88개국 1위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 음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RM의 유엔 연설에서 느낀 공감을 다시 만끽하고자 세계 팬들이 귀를 활짝 열었다.
RM은 첫 곡 '도쿄'부터 낯선 도시에서의 고독감, 뭔가를 향한 그리움과 향수를 내레이션처럼 뱉어낸다. 곡을 이끌어간 피아노 선율 끝에 들리는 휘파람, 자동차 소리는 여운을 안긴다. 팬들은 '도쿄'(東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뜻의 '동경'(憧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향수를 느끼던 곳은 '서울'일까. 뒤이은 '서울'에서 RM의 노랫말은 이곳에 뿌리 내린 이들에게 공감을 증폭시킨다. 이 곡은 영국 밴드 혼네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RM에게 서울은 익숙한 터전이자, 애증의 도시다. '너의 맨날 똑같은 잿빛 표정'이 지겹고, '친구들은 툭 하면 떠나겠다'하지만 매연과 그 역겨움, 청계천의 비린내, 선유도의 쓸쓸함까지 사랑하며 살아간다. 도시, 서울, 한국의 청춘을 향한 연민 같다.
후반부 트랙들인 '어긋'과 '지나가', '포에버 레인'에서도 감정의 기저는 비슷해 앨범 완결성을 높인다. 다만 고군분투한 자신은 물론 타인을 향한 위로가 곁들여졌다.
'어긋'에선 이상과 현실이 어긋날까 봐 '너 이것밖에 안 돼/ 훨씬 더 잘해야 해'라고 자책하던 자신을 꺼내놓는다. 그리곤 '살다 보면 B를 받을 수도 있어', '몇 날 며칠이 비만 내릴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등도 두드린다.
이어진 '지나가'에선 '힘내란 뿌연 말 대신/ 다 그렇단 거짓말 대신'에 '지나가'란 간결한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지나가'는 밴드 넬의 김종완이 RM과 공동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해 넬 특유의 음악 정서도 깃들었다. 둘은 만난 적이 없지만, RM이 넬의 음악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김종완은 전화 통화에서 "'지나가'는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며 "20대 중반이면 일반적으론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 아닌가. 게다가 RM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 듣고서 그런 게 느껴졌다. 이 곡이 마냥 힘이 빠지지 않고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반부를 조금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노래 마지막 가사인 '비가 와/ 모든 건 지나가'에선 빗소리가 들려온다. 이 비는 '포에버 레인'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러 의미로 등장하는 비는 뒤 세 곡의 연결점이 되는 장치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은 RM이 컬러풀한 청춘 속내를 한편의 흑백 필름으로 연출한 듯하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사랑과 미움' 등 인간의 양가적 감정, 여기서 비롯된 고독과 불안이다.
'사랑과 증오는 왜 내게 똑같이 들릴까?'(Why do love and hate sound just the same to me?, '도쿄'),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아이 헤이트 유 서울'('서울')
RM은 올해 초 만남에서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하면 이별을,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을 동시에 생각하는 양가적 감정은 극복하기 어렵기에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과 어둠을 갖고 가야 한다"고. 그는 "불안함과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 앨범에 그늘진 감정을 쏟아내며 불안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루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누가 나 대신에 좀 울어줬으면 해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은 비를 모티프로 눈부신 시간 이면의 짙은 고독감을 입김처럼 뿜어낸다. 지난 23일 공개한 두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모노'(mono.) 타이틀곡 '포에버 레인'(forever rain)에서다. 빗속을 걷는 청년이 등장하는 흑백 애니메이션 영상(뮤직비디오)에 RM의 읊조림이 얹히니 가사의 공감이 파문(波紋)처럼 번진다.
저마다 그렇듯, 빗속에선 걸음이 빨라진다. 우산에 가린 타인의 표정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상에서 '조금만 느리게 숨 쉬고 싶은' RM에겐 빗속마저 쉼을 주는 공간이 된다. '평소엔 내 삶도 내 랩도 빠르니까…'
7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은 빌보드 1위와 월드투어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방탄소년단의 RM보다는 24살 청년 김남준의 솔직한 감정에 기반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쓸쓸함이 감돈다. 그래도 메시지를 품은 문체엔 온기가 있다.
각종 블로그에는 RM의 노래 가사를 옮겨 의미를 해석하는 '열공' 팬이 넘쳐난다. 앨범은 온라인에 무료 공개한 비정규 작업물(믹스테이프)임에도 아이튠스 88개국 1위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 음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RM의 유엔 연설에서 느낀 공감을 다시 만끽하고자 세계 팬들이 귀를 활짝 열었다.
RM은 첫 곡 '도쿄'부터 낯선 도시에서의 고독감, 뭔가를 향한 그리움과 향수를 내레이션처럼 뱉어낸다. 곡을 이끌어간 피아노 선율 끝에 들리는 휘파람, 자동차 소리는 여운을 안긴다. 팬들은 '도쿄'(東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뜻의 '동경'(憧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향수를 느끼던 곳은 '서울'일까. 뒤이은 '서울'에서 RM의 노랫말은 이곳에 뿌리 내린 이들에게 공감을 증폭시킨다. 이 곡은 영국 밴드 혼네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RM에게 서울은 익숙한 터전이자, 애증의 도시다. '너의 맨날 똑같은 잿빛 표정'이 지겹고, '친구들은 툭 하면 떠나겠다'하지만 매연과 그 역겨움, 청계천의 비린내, 선유도의 쓸쓸함까지 사랑하며 살아간다. 도시, 서울, 한국의 청춘을 향한 연민 같다.
후반부 트랙들인 '어긋'과 '지나가', '포에버 레인'에서도 감정의 기저는 비슷해 앨범 완결성을 높인다. 다만 고군분투한 자신은 물론 타인을 향한 위로가 곁들여졌다.
'어긋'에선 이상과 현실이 어긋날까 봐 '너 이것밖에 안 돼/ 훨씬 더 잘해야 해'라고 자책하던 자신을 꺼내놓는다. 그리곤 '살다 보면 B를 받을 수도 있어', '몇 날 며칠이 비만 내릴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등도 두드린다.
이어진 '지나가'에선 '힘내란 뿌연 말 대신/ 다 그렇단 거짓말 대신'에 '지나가'란 간결한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지나가'는 밴드 넬의 김종완이 RM과 공동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해 넬 특유의 음악 정서도 깃들었다. 둘은 만난 적이 없지만, RM이 넬의 음악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김종완은 전화 통화에서 "'지나가'는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며 "20대 중반이면 일반적으론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 아닌가. 게다가 RM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 듣고서 그런 게 느껴졌다. 이 곡이 마냥 힘이 빠지지 않고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반부를 조금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노래 마지막 가사인 '비가 와/ 모든 건 지나가'에선 빗소리가 들려온다. 이 비는 '포에버 레인'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러 의미로 등장하는 비는 뒤 세 곡의 연결점이 되는 장치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은 RM이 컬러풀한 청춘 속내를 한편의 흑백 필름으로 연출한 듯하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사랑과 미움' 등 인간의 양가적 감정, 여기서 비롯된 고독과 불안이다.
'사랑과 증오는 왜 내게 똑같이 들릴까?'(Why do love and hate sound just the same to me?, '도쿄'),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아이 헤이트 유 서울'('서울')
RM은 올해 초 만남에서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하면 이별을,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을 동시에 생각하는 양가적 감정은 극복하기 어렵기에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과 어둠을 갖고 가야 한다"고. 그는 "불안함과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 앨범에 그늘진 감정을 쏟아내며 불안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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