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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중국 군함 올해 한중잠정조치수역에 173회 출몰…‘실효적 지배’ 주장?
입력 2018.10.28 (17:19) 수정 2018.10.29 (11:22) 글로벌 돋보기
'태풍' 때문에 남중국해 분쟁수역 잠시 항해 문무대왕함
...한중 외교갈등으로 번질뻔

우리 해군의 구축함 '문무대왕함'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인근 해역에 10여 분간 진입했다.

당시 '문무대왕함'은 소말리아 인근에서 임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슈퍼태풍 '망쿳'의 경로를 피해 기존 항로를 변경하다 잠시 분쟁 수역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국제법상 인도적·순수한 목적이라면 사전 허가 없이도 외국 군함의 영해 경유를 허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 국방부는 주중 한국 대사관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중국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항지를 찾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는 우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왜 그토록반발했을까? 그 이유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이 충돌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우방국들이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전 견제구를 강하게 날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8월엔 영국 상륙함이, 지난달엔 일본 잠수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가운데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미사일 구축함 '광저우함'과 미사일 호위함 '황산함'까지 동원해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해상연합훈련을 벌였다.

우리 정부가 당시 문무대왕함의 피항이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작전과 무관하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민감한 국제정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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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 측의 설명을 듣고 인도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달부터 서해에서 양국 공동으로 불법 어로 순시를 하기로 했던 합의를 이를 빌미로 번복했다. 어쩌면 중국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중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남중국해를 말하며 서해를 치나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공격한다고 떠든 뒤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헷갈리게 만들고 허를 찌르는 계책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8월 잠정조치수역에서의 양국 어업지도선 공동순시를 당초 10월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 첫 도입된 공동순시는 지금까지 7차례 실시됐으며, 불법 조업중이던 중국 어선 25척을 검거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해양 자원 확보가 걸려있는 '잠정조치수역'은 한중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다. 1994년 UN 해양법 협약 발효로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선포됐는데, 한반도 주변 수역은 대부분 그 폭이 400해리 미만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와 인접해있는 중국은 서해 상에서 EEZ가 겹치는 구간이 생겼다.

한·중 배타적경제수역 주장선한·중 배타적경제수역 주장선

우리나라는 양국 해역의 중간 부분에 경계를 긋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해저 지형. 그리고 거주민 수 등을 고려해 중간보다 동쪽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2001년 4월 5일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하고 EEZ 제도의 적용을 유보하는 잠정조치수역을 설정했다. 이 수역에서는 양국 어선이 비교적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고, 양국이 자국 어선에 대해서만 단속권과 재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한·중 잠정조치수역

문제는 EEZ 획정이 지연되면서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공세적으로 해군력을 상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EEZ를 포함한 우리 해군의 해상작전구역에 3~5척의 함정이 활동중인 것도 심상치 않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륙함, 소해함 등 비전투 해군 함정이 주로 활동했지만, 최근 중국의 호위함이나 7천톤 급 이지스함이 잠정조치수역에 진입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이 수역에 출몰한 군함만 173척이다. 이는 최근 4년 간 활동에 비해 부쩍 늘은 수치다.

중국 군함 장정조치수역 활동 현황중국 군함 장정조치수역 활동 현황

중국이 군함 활동을 늘리며 이 지역에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실효적 관활권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중국이 이른바 남해 9단선을 그어놓고 인공섬까지 만들어 남중국해의 90%에 이르는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듯이, 중국이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의 경비 활동을 늘리며 향후 한중 간 경계획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양패권주의...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한반도 주변 남해 대륙붕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어족 자원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한 마디로 바닷속 보물창고인 셈이다. 그러나 이 수역의 광물과 에너지 자원 개발 등 핵심적인 권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해양 패권을 강하게 주장해 온 중국이 앞으로 열릴 회담에서 군사력, 외교력을 총동원해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군이 대북 중심의 작전을 펼쳐온 만큼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 군함이 활동하는 데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양분쟁은 결국 현실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로 결정된다.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가 간 치열한 수 싸움에 따라 결과는 뒤집히기도 한다.

해양 주권은 한 번 확보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각 국은 물리력, 외교력을 모두 동원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때론 상대 국가에 꼬투리를 잡아 협상에 우위를 점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접근한 '문무대왕함'을 얼마든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미래에 다가올 위협을 점검해 보고, 이에따른 전략과 군전력을 재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군사·외교 정책의 이정표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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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8 17:19:47
    • 수정2018-10-29 1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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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문에 남중국해 분쟁수역 잠시 항해 문무대왕함
...한중 외교갈등으로 번질뻔

우리 해군의 구축함 '문무대왕함'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인근 해역에 10여 분간 진입했다.

당시 '문무대왕함'은 소말리아 인근에서 임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슈퍼태풍 '망쿳'의 경로를 피해 기존 항로를 변경하다 잠시 분쟁 수역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국제법상 인도적·순수한 목적이라면 사전 허가 없이도 외국 군함의 영해 경유를 허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 국방부는 주중 한국 대사관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중국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항지를 찾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는 우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왜 그토록반발했을까? 그 이유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이 충돌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우방국들이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전 견제구를 강하게 날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8월엔 영국 상륙함이, 지난달엔 일본 잠수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가운데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미사일 구축함 '광저우함'과 미사일 호위함 '황산함'까지 동원해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해상연합훈련을 벌였다.

우리 정부가 당시 문무대왕함의 피항이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작전과 무관하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민감한 국제정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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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9] “태풍 때문에 항로 변경”…美·中 영토 분쟁 휘말리나?
[뉴스9] 中 민감한 반응...'남중국해 美·中 갈등' 한국에 표출?


중국은 우리 측의 설명을 듣고 인도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달부터 서해에서 양국 공동으로 불법 어로 순시를 하기로 했던 합의를 이를 빌미로 번복했다. 어쩌면 중국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중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남중국해를 말하며 서해를 치나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공격한다고 떠든 뒤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헷갈리게 만들고 허를 찌르는 계책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8월 잠정조치수역에서의 양국 어업지도선 공동순시를 당초 10월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 첫 도입된 공동순시는 지금까지 7차례 실시됐으며, 불법 조업중이던 중국 어선 25척을 검거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해양 자원 확보가 걸려있는 '잠정조치수역'은 한중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다. 1994년 UN 해양법 협약 발효로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선포됐는데, 한반도 주변 수역은 대부분 그 폭이 400해리 미만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와 인접해있는 중국은 서해 상에서 EEZ가 겹치는 구간이 생겼다.

한·중 배타적경제수역 주장선한·중 배타적경제수역 주장선

우리나라는 양국 해역의 중간 부분에 경계를 긋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해저 지형. 그리고 거주민 수 등을 고려해 중간보다 동쪽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2001년 4월 5일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하고 EEZ 제도의 적용을 유보하는 잠정조치수역을 설정했다. 이 수역에서는 양국 어선이 비교적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고, 양국이 자국 어선에 대해서만 단속권과 재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한·중 잠정조치수역

문제는 EEZ 획정이 지연되면서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공세적으로 해군력을 상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EEZ를 포함한 우리 해군의 해상작전구역에 3~5척의 함정이 활동중인 것도 심상치 않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륙함, 소해함 등 비전투 해군 함정이 주로 활동했지만, 최근 중국의 호위함이나 7천톤 급 이지스함이 잠정조치수역에 진입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이 수역에 출몰한 군함만 173척이다. 이는 최근 4년 간 활동에 비해 부쩍 늘은 수치다.

중국 군함 장정조치수역 활동 현황중국 군함 장정조치수역 활동 현황

중국이 군함 활동을 늘리며 이 지역에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실효적 관활권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중국이 이른바 남해 9단선을 그어놓고 인공섬까지 만들어 남중국해의 90%에 이르는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듯이, 중국이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의 경비 활동을 늘리며 향후 한중 간 경계획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양패권주의...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한반도 주변 남해 대륙붕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어족 자원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한 마디로 바닷속 보물창고인 셈이다. 그러나 이 수역의 광물과 에너지 자원 개발 등 핵심적인 권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해양 패권을 강하게 주장해 온 중국이 앞으로 열릴 회담에서 군사력, 외교력을 총동원해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군이 대북 중심의 작전을 펼쳐온 만큼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 군함이 활동하는 데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양분쟁은 결국 현실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로 결정된다.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가 간 치열한 수 싸움에 따라 결과는 뒤집히기도 한다.

해양 주권은 한 번 확보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각 국은 물리력, 외교력을 모두 동원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때론 상대 국가에 꼬투리를 잡아 협상에 우위를 점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접근한 '문무대왕함'을 얼마든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미래에 다가올 위협을 점검해 보고, 이에따른 전략과 군전력을 재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군사·외교 정책의 이정표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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