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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취재 중 피랍은 자기책임이라고?…日언론 우려
입력 2018.10.29 (11:28) 수정 2018.10.29 (11:36) 특파원 리포트
납치·학살·테러 등 반인륜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실체가 모호한 범죄집단보다 실체가 분명한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분쟁 지역 취재 중 피랍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언론인을 두고 일본 내에서 ‘피해자 자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언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日 프리랜서 언론인, 억류 40개월 만에 석방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44세,남성). 2015년 6월 터키를 통해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피랍됐다. 일본 정부는 내전이 격화된 시리아 지역을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지역으로 결정하고 2011년에 이미 ‘피난 권고’지역으로 지정한 상태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스다 씨를 억류한 집단은 2011년 시리아에서 결성된 무장단체 ‘누스라 전선’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 중 하나였는데, 이후 노선 투쟁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후원을, 반정부군은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억류 지역은 시리아 북서부. 3년 4개월 동안 억류돼 있으면서, 4차례에 걸쳐 도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지난 7월 공개된 영상에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며 도움을 호소해, 한일 양국 모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야스다 씨는 석방 이후, ‘우마르’는 ‘어쩔 수 없이' 개종해 얻은 이슬람식 이름이며, 무장단체가 국적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3일, 야스다 씨가 석방돼 터키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튿날 일본 정부가 석방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석방에는 인접국 카타르와 터키가 결정적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대가로 거액이 건네졌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시리아 내전 정보를 수집해 온 ‘시리아 인권감시단’은 인질 석방이 카타르와 터키 정부 주도의 협상에 의해 추진됐으며, 알려진 것보다 나흘가량 앞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치적 타이밍’ 등을 고려해 발표가 늦춰졌다는 뜻이다.

환영받지 못한 무사귀국…분출하는 ‘자기 책임론’

야스다 씨는 25일 귀국행 비행기에서 동행 취재한 NHK에 심정을 털어놓았다. “건강은 괜찮다. 몹시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그곳은 지옥이었다. 신체적인 것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도. 독방에 감금된 상태에서 점점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치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여기에 올 때까지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도 밝혔다.

장기간 생사의 기로에 섰던 자국민이 무사히 귀국했는데, 정작 일본 사회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과 알 권리 등을 위해 분쟁 지역 취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본 언론은 야스다 씨에 대해 이른바 ‘자기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SNS와 블로그 등에는 ‘야스다가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쳤다.', ‘죽어도 괜찮다는 각오로 갔지 않냐', '이런 만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구출비용을 청구하라', '일본 정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외국에 가지 마라' 등 가시 돋친 비난이 쏟아졌다.

日 스포츠 스타들, ‘분쟁 지역 취재’를 지지하다

도쿄신문은 이러한 비난 여론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불관용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시리아 언론인의 말을 통해, 분쟁지역 취재의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분쟁지역 취재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지의 진실을 전해주는 것에 대해 시리아인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일본에서 피랍사건의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기 책임론'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04년 이라크에서 피랍된 언론인 3명에 대해서도 제기돼, 논란이 빚어졌다. '자기 책임론'의 배경과 관련해, 호세대 ‘츠다’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분쟁지역에 대한 관심이 옅고, ‘남의 일’로 여기며, ‘매명행위’, ‘돈벌이 목적’이라고 간주하는 등 불신이 깊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자기 책임론’에 대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일본 저명인사 등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기 책임론이 만연한 상황을 우려하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알피니스트 ‘노구치 켄’은 “사명감 넘치는 기자와 사진기자의 존재는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호주에서 활약 중인 ‘혼다 케이스케’ 선수는 "나도 여러 나라에 가기를 좋아하고 게다가 정치나 비즈니스에 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 때문에) 억류된다면 진짜 불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 선수는 트위터를 통해, “위험한 지역에 가서 억류됐으면 자업자득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르완다에서 일어난 일을 공부해보기 바란다.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르완다는 24년 전 내전 당시 끔찍한 인종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언론 종사자들, ‘자기 책임론’을 반박하다

일본 신문노동조합연합(신문노련)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이른바 ‘피해자 책임론’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의 신문·통신사 종사자들로 구성된 신문노련은 성명을 통해 “같은 보도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면서 “야스다 씨와 가족에게 ‘반일’이나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퍼부어지고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야스다 씨의 석방에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반인 ‘알권리’를 소중히 여긴다는 가치가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노련은 “‘우선 사과하라’고 트위터에 투고한 경영자도 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다’, ‘한층 더 활약을 기대한다.’라며 따뜻하게 맞이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를 향해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몇 가지 난제가 제기된다. 위험지역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가 불행한 일을 당하면 ‘그 행동의 목적’과 무관하게 비난받아 마땅한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으로 남겨 두고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하는가? 더 근본적 문제 제기.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와 인도적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그 나라 사람들만의 몫이어야 하는가?
  • [특파원리포트] 취재 중 피랍은 자기책임이라고?…日언론 우려
    • 입력 2018-10-29 11:28:51
    • 수정2018-10-29 11:36:28
    특파원 리포트
납치·학살·테러 등 반인륜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실체가 모호한 범죄집단보다 실체가 분명한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분쟁 지역 취재 중 피랍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언론인을 두고 일본 내에서 ‘피해자 자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언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日 프리랜서 언론인, 억류 40개월 만에 석방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44세,남성). 2015년 6월 터키를 통해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피랍됐다. 일본 정부는 내전이 격화된 시리아 지역을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지역으로 결정하고 2011년에 이미 ‘피난 권고’지역으로 지정한 상태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스다 씨를 억류한 집단은 2011년 시리아에서 결성된 무장단체 ‘누스라 전선’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 중 하나였는데, 이후 노선 투쟁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후원을, 반정부군은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억류 지역은 시리아 북서부. 3년 4개월 동안 억류돼 있으면서, 4차례에 걸쳐 도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지난 7월 공개된 영상에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며 도움을 호소해, 한일 양국 모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야스다 씨는 석방 이후, ‘우마르’는 ‘어쩔 수 없이' 개종해 얻은 이슬람식 이름이며, 무장단체가 국적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3일, 야스다 씨가 석방돼 터키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튿날 일본 정부가 석방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석방에는 인접국 카타르와 터키가 결정적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대가로 거액이 건네졌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시리아 내전 정보를 수집해 온 ‘시리아 인권감시단’은 인질 석방이 카타르와 터키 정부 주도의 협상에 의해 추진됐으며, 알려진 것보다 나흘가량 앞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치적 타이밍’ 등을 고려해 발표가 늦춰졌다는 뜻이다.

환영받지 못한 무사귀국…분출하는 ‘자기 책임론’

야스다 씨는 25일 귀국행 비행기에서 동행 취재한 NHK에 심정을 털어놓았다. “건강은 괜찮다. 몹시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그곳은 지옥이었다. 신체적인 것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도. 독방에 감금된 상태에서 점점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치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여기에 올 때까지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도 밝혔다.

장기간 생사의 기로에 섰던 자국민이 무사히 귀국했는데, 정작 일본 사회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과 알 권리 등을 위해 분쟁 지역 취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본 언론은 야스다 씨에 대해 이른바 ‘자기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SNS와 블로그 등에는 ‘야스다가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쳤다.', ‘죽어도 괜찮다는 각오로 갔지 않냐', '이런 만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구출비용을 청구하라', '일본 정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외국에 가지 마라' 등 가시 돋친 비난이 쏟아졌다.

日 스포츠 스타들, ‘분쟁 지역 취재’를 지지하다

도쿄신문은 이러한 비난 여론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불관용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시리아 언론인의 말을 통해, 분쟁지역 취재의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분쟁지역 취재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지의 진실을 전해주는 것에 대해 시리아인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일본에서 피랍사건의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기 책임론'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04년 이라크에서 피랍된 언론인 3명에 대해서도 제기돼, 논란이 빚어졌다. '자기 책임론'의 배경과 관련해, 호세대 ‘츠다’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분쟁지역에 대한 관심이 옅고, ‘남의 일’로 여기며, ‘매명행위’, ‘돈벌이 목적’이라고 간주하는 등 불신이 깊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자기 책임론’에 대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일본 저명인사 등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기 책임론이 만연한 상황을 우려하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알피니스트 ‘노구치 켄’은 “사명감 넘치는 기자와 사진기자의 존재는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호주에서 활약 중인 ‘혼다 케이스케’ 선수는 "나도 여러 나라에 가기를 좋아하고 게다가 정치나 비즈니스에 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 때문에) 억류된다면 진짜 불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 선수는 트위터를 통해, “위험한 지역에 가서 억류됐으면 자업자득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르완다에서 일어난 일을 공부해보기 바란다.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르완다는 24년 전 내전 당시 끔찍한 인종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언론 종사자들, ‘자기 책임론’을 반박하다

일본 신문노동조합연합(신문노련)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이른바 ‘피해자 책임론’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의 신문·통신사 종사자들로 구성된 신문노련은 성명을 통해 “같은 보도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면서 “야스다 씨와 가족에게 ‘반일’이나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퍼부어지고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야스다 씨의 석방에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반인 ‘알권리’를 소중히 여긴다는 가치가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노련은 “‘우선 사과하라’고 트위터에 투고한 경영자도 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다’, ‘한층 더 활약을 기대한다.’라며 따뜻하게 맞이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를 향해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몇 가지 난제가 제기된다. 위험지역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가 불행한 일을 당하면 ‘그 행동의 목적’과 무관하게 비난받아 마땅한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으로 남겨 두고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하는가? 더 근본적 문제 제기.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와 인도적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그 나라 사람들만의 몫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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