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모르면 운전하지마?…외국인 느는 데 언어 종류 축소

입력 2018.10.29 (12:32) 수정 2018.10.29 (12: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해마다 외국인 수만 명이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합니다.

그런데, 면허시험에 지원되는 외국어 종류가 크게 축소되면서 '거꾸로 가는 행정 서비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순창에 사는 캄보디아인 A 씨, 작년에 한국인과 결혼했습니다.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아 운전면허를 따려고 준비해왔습니다.

[A 씨 : "(운전면허 따면 가장 뭐 하고 싶으세요?)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고 싶어요."]

캄보디아어로 된 교재로 매일 2시간씩 공부를 해왔는데 최근 응시를 포기했습니다.

필기시험 언어에서 캄보디아어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전은성/A씨 남편 : "조금 황당하죠. 한국어로 시험을 보라고 하면 100에 100은 전부 다 '시험 못 봐요.' '안돼요.' 하고 나올 겁니다."]

필기시험에 외국어가 지원된 건 1990년대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영어와 중국어였고 점차 늘어 2011년, 10개 언어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8월부터 3개 언어만 남고 나머지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동남아시아권 4개 언어는 모두 빠졌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양질의 문제를 제공하기 위해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산도 들어가는데... (제외된 언어는)워낙 수요가 없습니다."]

제외된 7개 언어의 응시자는 매년 수천 명, 지난해엔 7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아직 한국어에 서툰 이들의 거주지는 대중교통 사정이 안 좋은 소외지역이 많습니다.

[우다야 라이/이주노조위원장 : "교통수단이 잘 되지 않은 지역에는 스스로가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도 한 두 시간 기다려야 되는 곳이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외국어 서비스를 줄여 아낀 돈은 대략 7천만 원, 돈은 아꼈지만 이주민들의 작은 꿈은 사라졌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국어 모르면 운전하지마?…외국인 느는 데 언어 종류 축소
    • 입력 2018-10-29 12:34:57
    • 수정2018-10-29 12:41:22
    뉴스 12
[앵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해마다 외국인 수만 명이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합니다.

그런데, 면허시험에 지원되는 외국어 종류가 크게 축소되면서 '거꾸로 가는 행정 서비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순창에 사는 캄보디아인 A 씨, 작년에 한국인과 결혼했습니다.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아 운전면허를 따려고 준비해왔습니다.

[A 씨 : "(운전면허 따면 가장 뭐 하고 싶으세요?)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고 싶어요."]

캄보디아어로 된 교재로 매일 2시간씩 공부를 해왔는데 최근 응시를 포기했습니다.

필기시험 언어에서 캄보디아어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전은성/A씨 남편 : "조금 황당하죠. 한국어로 시험을 보라고 하면 100에 100은 전부 다 '시험 못 봐요.' '안돼요.' 하고 나올 겁니다."]

필기시험에 외국어가 지원된 건 1990년대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영어와 중국어였고 점차 늘어 2011년, 10개 언어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8월부터 3개 언어만 남고 나머지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동남아시아권 4개 언어는 모두 빠졌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양질의 문제를 제공하기 위해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산도 들어가는데... (제외된 언어는)워낙 수요가 없습니다."]

제외된 7개 언어의 응시자는 매년 수천 명, 지난해엔 7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아직 한국어에 서툰 이들의 거주지는 대중교통 사정이 안 좋은 소외지역이 많습니다.

[우다야 라이/이주노조위원장 : "교통수단이 잘 되지 않은 지역에는 스스로가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도 한 두 시간 기다려야 되는 곳이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외국어 서비스를 줄여 아낀 돈은 대략 7천만 원, 돈은 아꼈지만 이주민들의 작은 꿈은 사라졌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