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설 곳 없는 ‘동물 화장장’

입력 2018.10.30 (08:32) 수정 2018.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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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대구의 한 동네 주민들이 구청 앞에 모여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입니다.

혐오시설을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시위는 구청 안에서도 진행됐는데요,

이들이 반대하는건 다름아닌 동물 화장장입니다.

주민들은 이유 있는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곳곳에서 이같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취재진이 만난 마을 주민들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습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주민들 입장은 절대 반대죠. 결사반대지."]

[허우영/마을 주민 : "주민들이 다 싫어해요. 냄새도 날 거고. 이미지도 나쁘고 동네 이미지도 얼마나 나빠지겠어요."]

이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건 바로 화장장인데요, 동물을 위한 곳입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동물 화장장을 하면 사체라든지 여러 가지가 들어올 거 아닙니까."]

동물 화장장이 들어설 부지에도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거기서 한 30m 떨어진 곳에 무학사 절이 있고 또 그 너머에는 고등학교가 한 200m 가까이 될 거예요. 직선거리로 200m도 채 안 될 거예요."]

화장장 터가 마을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절과 바로 인접해 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무학사라는 절이 엄청 오래되고 낡고 이렇거든요. 이 절을 지켜야 하지."]

하지만 동물화장장 설립은 건축 허가를 받고 등록만 하면 별다른 제약은 없습니다.

[이춘우/대구 서구청 도시안전국장 : "현행 법령상에는 학교가 있든지 민가가 있든지 어떤 제약이 법령에 규정된 건 없습니다."]

화장장을 운영하겠다며 사업자가 건축 허가를 신청한 건 지난해 봄.

하지만, 주민 반대로 해당 구청은 신청을 반려했고, 사업자가 소송을 하면서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올해 법원은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사업자의 재허가 신청으로 구청이 부지 심의를 하려하자 주민들이 다시 반대에 나선 겁니다.

이번에도 주민 반대로 심의가 미뤄지면서 갈등의 골은 또 한 번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대구 지역에 동물화장장은 아직 없는 실정입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있긴 있어야 해요. 내가 키우던 반려동물을 어디다 버리겠어요, 죽고 나면…."]

주민들 역시 동물화장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연소한 모든 것 나쁜 냄새나 이런 걸 다 없애고 예쁘고 곱게 꾸민다고 하더라고요."]

화장으로 인한 분진이나 냄새로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사업자 측의 설명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음식물 처리장 또 폐수 처리장이 여기 있거든요. 폐수 처리장이 두 군데 있어요. 그런데 그거마저 들어온다고 하면 동네 사람이 어떻게 살겠습니까."]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음식물쓰레기와 폐수 처리장이 들어설 당시에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허우영/마을 주민 :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저것만 해도 냄새가 나서 죽겠는데 동물 화장터도 들어온다고 하니 말이 되겠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몇 번을 속았는데 이제는 더는 안 된다."]

이번에는 경기도 파주로 가보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곳 역시 사업자가 법적 다툼까지 가서 승소를 했지만 아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을 하려고 하는 민간인들이 많이 출입을 하잖아요. 그런데 옹벽이 무너질 경우에 인명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까 옹벽에 대해서 보수보강 조치 계획을 내라고 한 거거든요."]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운영이 가능해지는데, 때문에 주민들이 노심초사 지키고 있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뒤늦게 지역 주민에게 알려져 갈등을 빚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는 애견 카페라고 그랬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애견 카페가 꽤 크다. 우리 애들도 개 기르거든요. 괜찮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화환 갖고 온 사람이 애견 장례식장이 어디냐고…."]

[마을 주민/음성변조 : "속이 울렁거리고 그냥 토하려 하고, 너무 냄새가 역겨워서 아주 힘들어요."]

주민들은 애견 카페 인줄로만 알았던 건물이 동물 장례식장이고, 동물화장까지 이뤄졌다 주장합니다.

곧장 지자체에 신고를 했고, 지자체가 사업자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역시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동물장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장 그런 것 때문에 그러는 건데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미신고 업체의 경우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동물 화장장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동물화장장은 20여 곳.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해마다 죽는 동물은 약 70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장묘시설에서 처리 가능한 사체는 6%인 4만 마리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화장을 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지만, 무단 투기나 불법 매장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박소연/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 :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는 그런 분들은 사설 화장장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이렇게 늘어나는 반려동물 사체를 적법하게 또 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공 화장장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들어 주는 그런 방안들을 이제는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부족한 숫자에다 지역마다 기피 시설로 외면받는 동물 화장장 현실은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이 유기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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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30 08:32:03
    • 수정2018-10-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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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대구의 한 동네 주민들이 구청 앞에 모여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입니다.

혐오시설을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시위는 구청 안에서도 진행됐는데요,

이들이 반대하는건 다름아닌 동물 화장장입니다.

주민들은 이유 있는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곳곳에서 이같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취재진이 만난 마을 주민들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습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주민들 입장은 절대 반대죠. 결사반대지."]

[허우영/마을 주민 : "주민들이 다 싫어해요. 냄새도 날 거고. 이미지도 나쁘고 동네 이미지도 얼마나 나빠지겠어요."]

이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건 바로 화장장인데요, 동물을 위한 곳입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동물 화장장을 하면 사체라든지 여러 가지가 들어올 거 아닙니까."]

동물 화장장이 들어설 부지에도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거기서 한 30m 떨어진 곳에 무학사 절이 있고 또 그 너머에는 고등학교가 한 200m 가까이 될 거예요. 직선거리로 200m도 채 안 될 거예요."]

화장장 터가 마을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절과 바로 인접해 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무학사라는 절이 엄청 오래되고 낡고 이렇거든요. 이 절을 지켜야 하지."]

하지만 동물화장장 설립은 건축 허가를 받고 등록만 하면 별다른 제약은 없습니다.

[이춘우/대구 서구청 도시안전국장 : "현행 법령상에는 학교가 있든지 민가가 있든지 어떤 제약이 법령에 규정된 건 없습니다."]

화장장을 운영하겠다며 사업자가 건축 허가를 신청한 건 지난해 봄.

하지만, 주민 반대로 해당 구청은 신청을 반려했고, 사업자가 소송을 하면서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올해 법원은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사업자의 재허가 신청으로 구청이 부지 심의를 하려하자 주민들이 다시 반대에 나선 겁니다.

이번에도 주민 반대로 심의가 미뤄지면서 갈등의 골은 또 한 번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대구 지역에 동물화장장은 아직 없는 실정입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있긴 있어야 해요. 내가 키우던 반려동물을 어디다 버리겠어요, 죽고 나면…."]

주민들 역시 동물화장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연소한 모든 것 나쁜 냄새나 이런 걸 다 없애고 예쁘고 곱게 꾸민다고 하더라고요."]

화장으로 인한 분진이나 냄새로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사업자 측의 설명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최종하/마을 주민 : "음식물 처리장 또 폐수 처리장이 여기 있거든요. 폐수 처리장이 두 군데 있어요. 그런데 그거마저 들어온다고 하면 동네 사람이 어떻게 살겠습니까."]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음식물쓰레기와 폐수 처리장이 들어설 당시에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허우영/마을 주민 :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저것만 해도 냄새가 나서 죽겠는데 동물 화장터도 들어온다고 하니 말이 되겠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몇 번을 속았는데 이제는 더는 안 된다."]

이번에는 경기도 파주로 가보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곳 역시 사업자가 법적 다툼까지 가서 승소를 했지만 아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을 하려고 하는 민간인들이 많이 출입을 하잖아요. 그런데 옹벽이 무너질 경우에 인명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까 옹벽에 대해서 보수보강 조치 계획을 내라고 한 거거든요."]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운영이 가능해지는데, 때문에 주민들이 노심초사 지키고 있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뒤늦게 지역 주민에게 알려져 갈등을 빚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는 애견 카페라고 그랬어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애견 카페가 꽤 크다. 우리 애들도 개 기르거든요. 괜찮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화환 갖고 온 사람이 애견 장례식장이 어디냐고…."]

[마을 주민/음성변조 : "속이 울렁거리고 그냥 토하려 하고, 너무 냄새가 역겨워서 아주 힘들어요."]

주민들은 애견 카페 인줄로만 알았던 건물이 동물 장례식장이고, 동물화장까지 이뤄졌다 주장합니다.

곧장 지자체에 신고를 했고, 지자체가 사업자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역시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동물장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장 그런 것 때문에 그러는 건데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미신고 업체의 경우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동물 화장장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동물화장장은 20여 곳.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해마다 죽는 동물은 약 70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장묘시설에서 처리 가능한 사체는 6%인 4만 마리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화장을 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지만, 무단 투기나 불법 매장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박소연/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 :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는 그런 분들은 사설 화장장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이렇게 늘어나는 반려동물 사체를 적법하게 또 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공 화장장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들어 주는 그런 방안들을 이제는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부족한 숫자에다 지역마다 기피 시설로 외면받는 동물 화장장 현실은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이 유기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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