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의 이야기들…‘진정한 위로’를 묻다
입력 2018.11.03 (21:17)
수정 2018.11.0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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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참사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죠.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가 그런 기억일 겁니다.
참사 이후 천 6백여 일을 헤아리는 동안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은 고통을 달래는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지 탐구하며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송형국 기자가 '위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고 이영만 군의 방, 수학여행 떠난 날 그대로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어머니는 시인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시인은 아들의 목소리로 시를 썼습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은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덜 닮은 건 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를 닮아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서랍니다."]
[이미경/故 이영만 군 어머니 : "저에게 되게 많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주신 (시인) 분들이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한달 동안 아이 생각하고 한달 넘게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시가 이렇게 나와서, 너무너무 귀한 거죠. 사실은 아이의 목소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참사 직후부터 일군의 작가들은 유족들 곁으로 달려가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허 희/문학평론가 : "한 부류의 작가들은 그걸 암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던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서사화하려는 그런 일군의 작가가 나타났던 것이죠.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고통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참사 후 적지 않은 작가들이 생각한 건 섣부른 위안을 건네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옆에 있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와 에세이에서 시작된 '세월호 이후 문학'의 이 같은 경향은 소설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공유되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로도 태어나 아픈 이들의 옆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참사를 모티브로 한 단편을 모은 영화를 본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안순호/416연대 공동대표 : "학생들의 방을 그대로 해놓은 걸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영화 소재를 삼았다고 했는데 지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고스란히. 그날. 여행 가던 날 그대로."]
영화가 자리잡은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곁입니다.
[장준엽/영화 '봄이 가도' 첫번째 에피소드 감독 : "그냥 곁에서 서로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좋지 않을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최근 몇해 사이 몇몇 한국영화들은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다 할 구조 한번 시도하지 못한 한국인의 집단적 상처를 문득 드러내곤 했습니다.
["구조방법은 전문가들이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어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그날 이후'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자 증서 수여식 : "보상금도 받았다며 (얼마나?)"]
무례한 말들이 떠도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마음을 카메라는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공감할 줄 아는 작품과 이를 공유하는 관객, 즉 이웃이 있다는 점을 전합니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어떤 문학작품이나 이런 것에서 자기에 어떤 비슷한 심정 한 자락을 훅 건드려지는 경험을 하면 '나도 이렇구나' '나도 이렇겠구나'... 이런 순간은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이런 작품이 유가족들한테도 매우 도움이 되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세월호 유가족 연극단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현재까지 55번 무대에 올렸습니다.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대형 참사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죠.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가 그런 기억일 겁니다.
참사 이후 천 6백여 일을 헤아리는 동안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은 고통을 달래는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지 탐구하며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송형국 기자가 '위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고 이영만 군의 방, 수학여행 떠난 날 그대로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어머니는 시인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시인은 아들의 목소리로 시를 썼습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은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덜 닮은 건 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를 닮아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서랍니다."]
[이미경/故 이영만 군 어머니 : "저에게 되게 많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주신 (시인) 분들이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한달 동안 아이 생각하고 한달 넘게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시가 이렇게 나와서, 너무너무 귀한 거죠. 사실은 아이의 목소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참사 직후부터 일군의 작가들은 유족들 곁으로 달려가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허 희/문학평론가 : "한 부류의 작가들은 그걸 암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던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서사화하려는 그런 일군의 작가가 나타났던 것이죠.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고통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참사 후 적지 않은 작가들이 생각한 건 섣부른 위안을 건네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옆에 있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와 에세이에서 시작된 '세월호 이후 문학'의 이 같은 경향은 소설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공유되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로도 태어나 아픈 이들의 옆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참사를 모티브로 한 단편을 모은 영화를 본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안순호/416연대 공동대표 : "학생들의 방을 그대로 해놓은 걸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영화 소재를 삼았다고 했는데 지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고스란히. 그날. 여행 가던 날 그대로."]
영화가 자리잡은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곁입니다.
[장준엽/영화 '봄이 가도' 첫번째 에피소드 감독 : "그냥 곁에서 서로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좋지 않을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최근 몇해 사이 몇몇 한국영화들은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다 할 구조 한번 시도하지 못한 한국인의 집단적 상처를 문득 드러내곤 했습니다.
["구조방법은 전문가들이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어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그날 이후'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자 증서 수여식 : "보상금도 받았다며 (얼마나?)"]
무례한 말들이 떠도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마음을 카메라는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공감할 줄 아는 작품과 이를 공유하는 관객, 즉 이웃이 있다는 점을 전합니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어떤 문학작품이나 이런 것에서 자기에 어떤 비슷한 심정 한 자락을 훅 건드려지는 경험을 하면 '나도 이렇구나' '나도 이렇겠구나'... 이런 순간은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이런 작품이 유가족들한테도 매우 도움이 되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세월호 유가족 연극단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현재까지 55번 무대에 올렸습니다.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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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참사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죠.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가 그런 기억일 겁니다.
참사 이후 천 6백여 일을 헤아리는 동안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은 고통을 달래는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지 탐구하며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송형국 기자가 '위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고 이영만 군의 방, 수학여행 떠난 날 그대로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어머니는 시인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시인은 아들의 목소리로 시를 썼습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은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덜 닮은 건 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를 닮아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서랍니다."]
[이미경/故 이영만 군 어머니 : "저에게 되게 많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주신 (시인) 분들이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한달 동안 아이 생각하고 한달 넘게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시가 이렇게 나와서, 너무너무 귀한 거죠. 사실은 아이의 목소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참사 직후부터 일군의 작가들은 유족들 곁으로 달려가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허 희/문학평론가 : "한 부류의 작가들은 그걸 암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던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서사화하려는 그런 일군의 작가가 나타났던 것이죠.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고통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참사 후 적지 않은 작가들이 생각한 건 섣부른 위안을 건네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옆에 있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와 에세이에서 시작된 '세월호 이후 문학'의 이 같은 경향은 소설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공유되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로도 태어나 아픈 이들의 옆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참사를 모티브로 한 단편을 모은 영화를 본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안순호/416연대 공동대표 : "학생들의 방을 그대로 해놓은 걸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영화 소재를 삼았다고 했는데 지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고스란히. 그날. 여행 가던 날 그대로."]
영화가 자리잡은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곁입니다.
[장준엽/영화 '봄이 가도' 첫번째 에피소드 감독 : "그냥 곁에서 서로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좋지 않을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최근 몇해 사이 몇몇 한국영화들은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다 할 구조 한번 시도하지 못한 한국인의 집단적 상처를 문득 드러내곤 했습니다.
["구조방법은 전문가들이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어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그날 이후'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자 증서 수여식 : "보상금도 받았다며 (얼마나?)"]
무례한 말들이 떠도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마음을 카메라는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공감할 줄 아는 작품과 이를 공유하는 관객, 즉 이웃이 있다는 점을 전합니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어떤 문학작품이나 이런 것에서 자기에 어떤 비슷한 심정 한 자락을 훅 건드려지는 경험을 하면 '나도 이렇구나' '나도 이렇겠구나'... 이런 순간은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이런 작품이 유가족들한테도 매우 도움이 되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세월호 유가족 연극단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현재까지 55번 무대에 올렸습니다.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대형 참사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죠.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가 그런 기억일 겁니다.
참사 이후 천 6백여 일을 헤아리는 동안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은 고통을 달래는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지 탐구하며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송형국 기자가 '위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고 이영만 군의 방, 수학여행 떠난 날 그대로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어머니는 시인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시인은 아들의 목소리로 시를 썼습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은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덜 닮은 건 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를 닮아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서랍니다."]
[이미경/故 이영만 군 어머니 : "저에게 되게 많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주신 (시인) 분들이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한달 동안 아이 생각하고 한달 넘게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시가 이렇게 나와서, 너무너무 귀한 거죠. 사실은 아이의 목소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참사 직후부터 일군의 작가들은 유족들 곁으로 달려가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허 희/문학평론가 : "한 부류의 작가들은 그걸 암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던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서사화하려는 그런 일군의 작가가 나타났던 것이죠.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고통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참사 후 적지 않은 작가들이 생각한 건 섣부른 위안을 건네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옆에 있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와 에세이에서 시작된 '세월호 이후 문학'의 이 같은 경향은 소설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공유되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로도 태어나 아픈 이들의 옆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참사를 모티브로 한 단편을 모은 영화를 본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안순호/416연대 공동대표 : "학생들의 방을 그대로 해놓은 걸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영화 소재를 삼았다고 했는데 지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고스란히. 그날. 여행 가던 날 그대로."]
영화가 자리잡은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곁입니다.
[장준엽/영화 '봄이 가도' 첫번째 에피소드 감독 : "그냥 곁에서 서로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좋지 않을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최근 몇해 사이 몇몇 한국영화들은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다 할 구조 한번 시도하지 못한 한국인의 집단적 상처를 문득 드러내곤 했습니다.
["구조방법은 전문가들이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어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그날 이후'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자 증서 수여식 : "보상금도 받았다며 (얼마나?)"]
무례한 말들이 떠도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마음을 카메라는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공감할 줄 아는 작품과 이를 공유하는 관객, 즉 이웃이 있다는 점을 전합니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어떤 문학작품이나 이런 것에서 자기에 어떤 비슷한 심정 한 자락을 훅 건드려지는 경험을 하면 '나도 이렇구나' '나도 이렇겠구나'... 이런 순간은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이런 작품이 유가족들한테도 매우 도움이 되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세월호 유가족 연극단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현재까지 55번 무대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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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국 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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