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캐나다 ‘스코틀랜드 문화 요새’

입력 2018.11.03 (22:08) 수정 2018.11.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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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캐나다엔 200년 전 스코틀랜드인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스코틀랜드 본토에 전통 춤과 음악 등을 전수해주고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조상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옛 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동체 현장에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서양을 따라 300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지는 해안도로.

노바스코샤주 북쪽 케이프브레톤섬의 상징입니다.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이 섬은 최근 또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으로도 흥을 돋우기엔 충분합니다.

케이프브레튼섬 서쪽의 작은 마을, 마부에 있는 문화공간.

지역 출신 음악가 가족이 운영하는 이 곳에선 켈트 음악 공연이 매일 열립니다.

[톰/미국 캘리포니아 : "우린 나탈리 맥마스터를 좋아하거든요. 나탈리가 이 섬 출신이에요. 그래서 여기에 왔어요. 이섬의 켈트 음악들은 다 비슷하거든요."]

[질/미국 아리조나 : "우린 특별히 켈트음악을 듣기 위해 케이프브레톤에 왔어요. 공영라디오방송에서 이 섬의 켈트음악을 들었거든요."]

관광객을 위한 공연은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이민자 후손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전통 문화를 즐기는 사랑방 같은 공간입니다.

서너살때부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스탭댄스를 배운다는 아이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만다/피아노 연주자 : "200년전 할아버지가 스코틀랜드에서 오셨거든요. 이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데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자랑스러워요."]

[세실/지역주민 : "이런 광경은 오늘날 케이프브레톤에서도 이어지는 스코틀랜드 전통이에요. 부엌에 모여 있다보면 누군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게일 노래를 불러요. 케일리(Ceilidh)라고 하죠."]

에밀리 씨의 할아버지도 20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건너 와 이 집을 짓고 정착했습니다.

["안녕 어서와~"]

오늘도 이웃을 초대해 '케일리(Ceilidh)'를 열었습니다.

'부엌 다과회(Kichen Party)'라는 뜻의 케일리는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곳인 부엌에 모여, 음악과 담소를 즐기던 스코틀랜드 고유 문화입니다.

캐나다에서도 이어지며 음악과 춤이 보존될 수 있는 장이 돼 줬습니다.

그런데 언어를 지키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족 중에서 스코틀랜드 게일어를 하는 사람은 에밀리 씨가 유일합니다.

[로제어/ 에밀리 어머니 : "저희 할머니는 학교에서 게일어를 쓰면 맞았대요. 스코틀랜드 게일어를 모국어로 쓰다가 영어만 쓰라고 하니까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죠. 그래서 우리도 게일어를 꺼렸어요. 영어를 하는 게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죠."]

사회적인 억압을 거치며, 10만 명에 달했던 게일어 사용자는 900명까지 줄고 말았습니다.

["이 분이 제 할머니예요. 스코틀랜드인 후손이지만 게일어는 못하시죠"]

에밀리 씨도 10살이 넘어 처음 게일어를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게일어만 쓰는 것도 이런 아픈 역사 떄문입니다.

[에밀리/스코틀랜드 이주민 후손(게일인) :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의 정체성도 잃게 될 거예요. 특별한 음식, 음악도 사라질 거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게일어를 가르치듯 대를 이어 우리 가족들이 계속 게일어를 하기를 바랍니다."]

스코틀랜드 고원지대에서 온 이민자들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교육기관을 세웠습니다.

이 게일대학은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도 게일 문화를 전파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게일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생활 속에서 늘 게일어를 쓸 수 있도록 교실도 집처럼 꾸몄습니다.

8시간 걸려 찾아오는 학생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애비 핸슨/게일대 : "청소년 프로그램 수강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와서 게일어 수업을 듣고요,게일어 여름 캠프에도 참여하고요."]

게일대학에선 게일어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체계적으로 가르칩니다.

스텝댄스의 맥이 끊겼던 스코틀랜드에 오히려 원형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로드니/게일대학장 : "이 섬의 많은 스텝춤 무용수들이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서 전통음악을 가르쳤어요. 스코틀랜드에선 잊혀지고 있었거든요. 저도 갔었어요. 본국에 가서 다시 그 전통을 살린 거죠."]

이렇게 곳곳에서 게일어는 살아있습니다.

몇 명만 모여도 '케일리'가 열리고 전통음악과 춤을 즐길 수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스윙은 이렇게 해요"]

'케일리'에서 활동하는 지역 음악가들은 케이프 브레톤만의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온 섬이 단풍으로 물드는 10월엔 세계 3대 켈트 음악 축제도 열립니다.

[헤더/케이프브레톤대 전통음악 교수 : "북미지역에서 켈트문화의 요새 같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진 전통과 언어를 오랫 동안 보존해왔기 때문이죠. 스코틀랜드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새로운 요소도 창조해냈어요."]

이런 케이프브레톤 섬의 문화는 새로운 매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케이프브레튼 섬 북쪽에 있는 시드니항입니다. 대서양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선들이 잠시 들르는 기항지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케이프브레톤/관광청장 : "매년 키친파티와 켈트음악에 대한 문의가 1000%씩 증가하고 있어요. 게일 문화가 사람들이 방문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상 존재하는 언어의 절반 이상은 이번 세기 말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올 만큼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케이톤브레톤 사람들은 전통에 색깔을 입혀가며 살아 숨쉬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케이프브레톤섬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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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캐나다 ‘스코틀랜드 문화 요새’
    • 입력 2018-11-03 22:23:51
    • 수정2018-11-03 22: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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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캐나다엔 200년 전 스코틀랜드인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스코틀랜드 본토에 전통 춤과 음악 등을 전수해주고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조상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옛 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동체 현장에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서양을 따라 300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지는 해안도로.

노바스코샤주 북쪽 케이프브레톤섬의 상징입니다.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이 섬은 최근 또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으로도 흥을 돋우기엔 충분합니다.

케이프브레튼섬 서쪽의 작은 마을, 마부에 있는 문화공간.

지역 출신 음악가 가족이 운영하는 이 곳에선 켈트 음악 공연이 매일 열립니다.

[톰/미국 캘리포니아 : "우린 나탈리 맥마스터를 좋아하거든요. 나탈리가 이 섬 출신이에요. 그래서 여기에 왔어요. 이섬의 켈트 음악들은 다 비슷하거든요."]

[질/미국 아리조나 : "우린 특별히 켈트음악을 듣기 위해 케이프브레톤에 왔어요. 공영라디오방송에서 이 섬의 켈트음악을 들었거든요."]

관광객을 위한 공연은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이민자 후손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전통 문화를 즐기는 사랑방 같은 공간입니다.

서너살때부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스탭댄스를 배운다는 아이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만다/피아노 연주자 : "200년전 할아버지가 스코틀랜드에서 오셨거든요. 이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데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자랑스러워요."]

[세실/지역주민 : "이런 광경은 오늘날 케이프브레톤에서도 이어지는 스코틀랜드 전통이에요. 부엌에 모여 있다보면 누군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게일 노래를 불러요. 케일리(Ceilidh)라고 하죠."]

에밀리 씨의 할아버지도 20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건너 와 이 집을 짓고 정착했습니다.

["안녕 어서와~"]

오늘도 이웃을 초대해 '케일리(Ceilidh)'를 열었습니다.

'부엌 다과회(Kichen Party)'라는 뜻의 케일리는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곳인 부엌에 모여, 음악과 담소를 즐기던 스코틀랜드 고유 문화입니다.

캐나다에서도 이어지며 음악과 춤이 보존될 수 있는 장이 돼 줬습니다.

그런데 언어를 지키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족 중에서 스코틀랜드 게일어를 하는 사람은 에밀리 씨가 유일합니다.

[로제어/ 에밀리 어머니 : "저희 할머니는 학교에서 게일어를 쓰면 맞았대요. 스코틀랜드 게일어를 모국어로 쓰다가 영어만 쓰라고 하니까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죠. 그래서 우리도 게일어를 꺼렸어요. 영어를 하는 게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죠."]

사회적인 억압을 거치며, 10만 명에 달했던 게일어 사용자는 900명까지 줄고 말았습니다.

["이 분이 제 할머니예요. 스코틀랜드인 후손이지만 게일어는 못하시죠"]

에밀리 씨도 10살이 넘어 처음 게일어를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게일어만 쓰는 것도 이런 아픈 역사 떄문입니다.

[에밀리/스코틀랜드 이주민 후손(게일인) :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의 정체성도 잃게 될 거예요. 특별한 음식, 음악도 사라질 거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게일어를 가르치듯 대를 이어 우리 가족들이 계속 게일어를 하기를 바랍니다."]

스코틀랜드 고원지대에서 온 이민자들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교육기관을 세웠습니다.

이 게일대학은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도 게일 문화를 전파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게일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생활 속에서 늘 게일어를 쓸 수 있도록 교실도 집처럼 꾸몄습니다.

8시간 걸려 찾아오는 학생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애비 핸슨/게일대 : "청소년 프로그램 수강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와서 게일어 수업을 듣고요,게일어 여름 캠프에도 참여하고요."]

게일대학에선 게일어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체계적으로 가르칩니다.

스텝댄스의 맥이 끊겼던 스코틀랜드에 오히려 원형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로드니/게일대학장 : "이 섬의 많은 스텝춤 무용수들이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서 전통음악을 가르쳤어요. 스코틀랜드에선 잊혀지고 있었거든요. 저도 갔었어요. 본국에 가서 다시 그 전통을 살린 거죠."]

이렇게 곳곳에서 게일어는 살아있습니다.

몇 명만 모여도 '케일리'가 열리고 전통음악과 춤을 즐길 수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스윙은 이렇게 해요"]

'케일리'에서 활동하는 지역 음악가들은 케이프 브레톤만의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온 섬이 단풍으로 물드는 10월엔 세계 3대 켈트 음악 축제도 열립니다.

[헤더/케이프브레톤대 전통음악 교수 : "북미지역에서 켈트문화의 요새 같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진 전통과 언어를 오랫 동안 보존해왔기 때문이죠. 스코틀랜드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새로운 요소도 창조해냈어요."]

이런 케이프브레톤 섬의 문화는 새로운 매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케이프브레튼 섬 북쪽에 있는 시드니항입니다. 대서양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선들이 잠시 들르는 기항지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케이프브레톤/관광청장 : "매년 키친파티와 켈트음악에 대한 문의가 1000%씩 증가하고 있어요. 게일 문화가 사람들이 방문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상 존재하는 언어의 절반 이상은 이번 세기 말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올 만큼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케이톤브레톤 사람들은 전통에 색깔을 입혀가며 살아 숨쉬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케이프브레톤섬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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