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앵커의 눈] 작은 이물질까지 거른다더니…이름만 ‘필터 주사기’

입력 2018.11.06 (21:32) 수정 2018.11.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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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가지 주사제를 보관하는 용기인 이 유리 앰플은 자를 때 미세한 유리가루나 고무 가루가 주사액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물질들을 걸러주도록 개발된 것이 바로 '필터 주사기' 입니다.

식약처는 중증질환자나 유아 환자들은 가급적 이 필터주사기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 배 넘게 비싸지만 해마다 최소 15만 개 이상 유통되고 있죠.

그런데 시중에는, 이물질 여과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엉터리 필터 주사기들이 식약처 인증을 받고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빛이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작은 이물질까지 걸러준다는 필터주사기로, 황토가루가 섞인 용액을 통과시켜봤습니다.

걸러지지 않는 흙탕물.

일반 주사기와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엔 국가공인 검사기관에 의뢰해 입자 분석 시스템으로 들여다봤습니다.

모래를 걸러낸 주사기도 있었지만, 한 제품은 여과율이 70%대, 나머지 하나는 필터 기능을 아예 못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시험 연구원 : "(여과가) 거의 100% 안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모두 식약처가 인증한 주사기들인데,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고 말하는 식약처.

[식약처 관계자/음성변조 : "필터의 재질이나 필터의 공급사이즈, 적합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는지를 검토를 해서 인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인증받은 28개 주사기 시험결과를 모두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불순물이 아닌 깨끗한 '식염수’만으로 시험한 제품이 10개, 시험방식은 제각각이고, 심지어 7개 제품은 시험을 거치지도 않았는데, 모두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증 기준도 없이 허가해 준 겁니다.

[주사기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필터 주사기는) 일반주사기의 10배 이상 가격이 비급여로 책정돼있고요. 암암리에 업체들 간에 판매를 할 때 필터를 바꿔서 시장에 내보낸다든지..."]

[김명연/자유한국당 의원/보건복지위원 : "식약처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들은 허가를 취소하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식약처는 그제서야 규격화된 성능 평가방법이 없었다고 인정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필터주사기에 대한 엄격한 인증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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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6 21:36:06
    • 수정2018-11-06 22: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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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가지 주사제를 보관하는 용기인 이 유리 앰플은 자를 때 미세한 유리가루나 고무 가루가 주사액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물질들을 걸러주도록 개발된 것이 바로 '필터 주사기' 입니다.

식약처는 중증질환자나 유아 환자들은 가급적 이 필터주사기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 배 넘게 비싸지만 해마다 최소 15만 개 이상 유통되고 있죠.

그런데 시중에는, 이물질 여과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엉터리 필터 주사기들이 식약처 인증을 받고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빛이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작은 이물질까지 걸러준다는 필터주사기로, 황토가루가 섞인 용액을 통과시켜봤습니다.

걸러지지 않는 흙탕물.

일반 주사기와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엔 국가공인 검사기관에 의뢰해 입자 분석 시스템으로 들여다봤습니다.

모래를 걸러낸 주사기도 있었지만, 한 제품은 여과율이 70%대, 나머지 하나는 필터 기능을 아예 못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시험 연구원 : "(여과가) 거의 100% 안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모두 식약처가 인증한 주사기들인데,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고 말하는 식약처.

[식약처 관계자/음성변조 : "필터의 재질이나 필터의 공급사이즈, 적합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는지를 검토를 해서 인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인증받은 28개 주사기 시험결과를 모두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불순물이 아닌 깨끗한 '식염수’만으로 시험한 제품이 10개, 시험방식은 제각각이고, 심지어 7개 제품은 시험을 거치지도 않았는데, 모두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증 기준도 없이 허가해 준 겁니다.

[주사기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필터 주사기는) 일반주사기의 10배 이상 가격이 비급여로 책정돼있고요. 암암리에 업체들 간에 판매를 할 때 필터를 바꿔서 시장에 내보낸다든지..."]

[김명연/자유한국당 의원/보건복지위원 : "식약처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들은 허가를 취소하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식약처는 그제서야 규격화된 성능 평가방법이 없었다고 인정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필터주사기에 대한 엄격한 인증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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