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오죽하면 국회 왔을까

입력 2018.11.07 (07:43) 수정 2018.11.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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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해설위원]

법조인이 되기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던 한 청년이 지금 뇌사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이렇게 됐습니다. 22살 청년의 이름은 윤창호. 윤씨의 사연은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윤창호씨 친구들이 그제 국회를 찾아왔습니다. 친구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음주운전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했던 젊은이들입니다. 윤창호법도 이미 발의된 마당인데 굳이 국회까지 찾아온 덴 이유가 있습니다. 발의만 해놓으면 할 일을 다한 듯이 법안 처리는 뒷전인 국회를 보다 못해 찾아온 겁니다. 윤창호법안을 공동발의하고,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고 입바른 소리까지 했던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마저 드러나자 국회가 못미더워 찾아온 겁니다. 윤씨 친구들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만나고, 5당 대변인들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호소했습니다. '올해 안에 윤창호법이 통과되도록 당론으로 추진해 주십시오. 그래야 국회가 국민 신뢰를 지키는 일입니다.' 윤씨 친구들은 윤창호법의 연내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각 당의 약속을 받고 국회를 나왔지만 실제 법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른바 윤창호법안은 여야가 이견이 거의 없어 무쟁점 법안이긴 해도 '조속한 통과'라는 단서엔 '두고 봐야지..'하는 말끝 흐리기가 따라 붙습니다. 여야가 툭하면 당리당략에 따라 공방을 벌이다가 본회의마저 보이콧하는 상황이 숱하게 벌어지는 터라 표류하는 민생법안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만 건 이상의 법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자동폐기될 처지입니다. 오죽하면 윤창호씨 친구들이 국회를 찾아왔겠습니까? 국회는 지체 없이 촌음을 아껴 법안을 처리하고 민생을 살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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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오죽하면 국회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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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1-07 08: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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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해설위원]

법조인이 되기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던 한 청년이 지금 뇌사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이렇게 됐습니다. 22살 청년의 이름은 윤창호. 윤씨의 사연은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윤창호씨 친구들이 그제 국회를 찾아왔습니다. 친구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음주운전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했던 젊은이들입니다. 윤창호법도 이미 발의된 마당인데 굳이 국회까지 찾아온 덴 이유가 있습니다. 발의만 해놓으면 할 일을 다한 듯이 법안 처리는 뒷전인 국회를 보다 못해 찾아온 겁니다. 윤창호법안을 공동발의하고,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고 입바른 소리까지 했던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마저 드러나자 국회가 못미더워 찾아온 겁니다. 윤씨 친구들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만나고, 5당 대변인들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호소했습니다. '올해 안에 윤창호법이 통과되도록 당론으로 추진해 주십시오. 그래야 국회가 국민 신뢰를 지키는 일입니다.' 윤씨 친구들은 윤창호법의 연내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각 당의 약속을 받고 국회를 나왔지만 실제 법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른바 윤창호법안은 여야가 이견이 거의 없어 무쟁점 법안이긴 해도 '조속한 통과'라는 단서엔 '두고 봐야지..'하는 말끝 흐리기가 따라 붙습니다. 여야가 툭하면 당리당략에 따라 공방을 벌이다가 본회의마저 보이콧하는 상황이 숱하게 벌어지는 터라 표류하는 민생법안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만 건 이상의 법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자동폐기될 처지입니다. 오죽하면 윤창호씨 친구들이 국회를 찾아왔겠습니까? 국회는 지체 없이 촌음을 아껴 법안을 처리하고 민생을 살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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