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① 中 ‘수입박람회’의 이면…“당대회 같더라”

입력 2018.11.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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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지금 '수입박람회'로 그야말로 난리다. 개막식 날부터 이틀간은 아예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일반인들의 통행도 사실상 제한한 상태다. 박람회 때문에 수십만 명이 국내외에서 몰려오면서 호텔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상하이시는 거리를 단장하는 데만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다.

'세상에 없던 박람회를 만들겠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수입 박람회'는 도대체 어떤 행사일까? 지난해 5월 행사 개최가 발표됐을 때는 상하이시의 고위 관계자도 "이게 어떤 행사인지 알쏭달쏭하다"고 했었다. 몇 달 지나서는 "세계 유수의 모터쇼, 라스베이거스의 가전 쇼, 국제 규모의 생활용품 쇼를 모두 모아놓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장터가 될 것"이라는 홍보 문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박람회에 온 한 참석자는 명료하게 이렇게 정의했다. "박람회인 줄 알고 왔더니, 당 대회더라…."

"박람회인 줄 알고 왔더니, 당 대회더라…"
월요일(5일)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은 참석자들을 꽤 놀라게 했다고 한다. 보통 10분 남짓, 길어도 20분 남짓이면 끝나는 게 일반적인 기조연설에서 시 주석은 장장 40여 분 동안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중국 경제의 건실함'을 역설했다. 어찌 보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해외에서 온 국가 정상들과 귀빈들을 향한 연설이라기보다는 마치 당 대회에서의 연설 같았다는 게 지켜본 많은 이들의 평이다. 경제 이벤트가 아닌 정치 이벤트라는 얘기다.

돈다발 외교로 우군을 사겠다?
'수입 박람회'에 중국이 내건 기치는 '개방과 자유무역'이다. 관세 장벽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거라는 해석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미국과의 싸움에서 우군을 포섭하려는 방법으로 중국은 돈다발을 눈앞에서 흔들며 '박람회에 참가하면 왕창 사주겠다'고 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돈다발을 얼마나 풀길래…
이번 박람회에서 단 일주일 동안 구매단이 구매할 총 금액이 300억 달러, 우리 돈 33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앞으로 15년간, 매년 평균 3,000조 원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중국이 해외에서 구매하겠다는 발표였다. 총액 규모로는 4경 5천조 원이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다.

차이나머니의 구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을 독려해 무려 16만 개가 넘는 구매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베이징은 4,741개 기업과 기관에서 14,354명의 구매단이 꾸려져 상하이로 왔다고 한다. 광둥성과 장쑤성 등 각 지방 정부 역시 대규모의 구매단을 꾸렸다. 그야말로 물쓰듯 돈을 쓰기 위한 작전이 치밀하게 꾸려진 것이다.

박람회에 상품을 가져오기만 하면 물건을 왕창 팔 수 있다는 데 마다할 국가와 기업이 있을까?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칫 중국 편을 드는 걸로 오해받을 걸 걱정하면서도 전 세계 172개 국가에서 3,600개의 기업이 상품을 들고 상하이로 집결했다.

진짜 재미 볼 업체는 따로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돈 보따리가 실제로 그렇게 풍성하게 풀릴까?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닐까? 이 같은 우려는 박람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참가 업체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상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중국 매체에서는 구매단이 어떤 품목의 물건을 얼마어치나 살 것인지 예상 액수까지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막식이 열린 월요일은 구매단을 대상으로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고, 실제 구매 상담은 화요일에 처음 이뤄졌는데 화요일자 모 일간지에서는 상하이의 구매단이 생산설비 100억 위안, 화장품 20억 위안, 의료설비 6억 위안, 유제품 1억 위안어치를 구매할 거라는 상세한 보도가 실리기도 했다.

이미 구매할 것들은 정해져 있고 각본에 따라 구매가 이뤄질 거라는 소문이 일찌감치 나돌았었는데,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는 듯한 이 기사에 많은 참가 업체들은 황당해 하기까지 했다. 상하이 국제 수입박람회의 이면은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 상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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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① 中 ‘수입박람회’의 이면…“당대회 같더라”
    • 입력 2018-11-08 16:10:07
    특파원 리포트
상하이는 지금 '수입박람회'로 그야말로 난리다. 개막식 날부터 이틀간은 아예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일반인들의 통행도 사실상 제한한 상태다. 박람회 때문에 수십만 명이 국내외에서 몰려오면서 호텔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상하이시는 거리를 단장하는 데만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다.

'세상에 없던 박람회를 만들겠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수입 박람회'는 도대체 어떤 행사일까? 지난해 5월 행사 개최가 발표됐을 때는 상하이시의 고위 관계자도 "이게 어떤 행사인지 알쏭달쏭하다"고 했었다. 몇 달 지나서는 "세계 유수의 모터쇼, 라스베이거스의 가전 쇼, 국제 규모의 생활용품 쇼를 모두 모아놓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장터가 될 것"이라는 홍보 문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박람회에 온 한 참석자는 명료하게 이렇게 정의했다. "박람회인 줄 알고 왔더니, 당 대회더라…."

"박람회인 줄 알고 왔더니, 당 대회더라…"
월요일(5일)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은 참석자들을 꽤 놀라게 했다고 한다. 보통 10분 남짓, 길어도 20분 남짓이면 끝나는 게 일반적인 기조연설에서 시 주석은 장장 40여 분 동안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중국 경제의 건실함'을 역설했다. 어찌 보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해외에서 온 국가 정상들과 귀빈들을 향한 연설이라기보다는 마치 당 대회에서의 연설 같았다는 게 지켜본 많은 이들의 평이다. 경제 이벤트가 아닌 정치 이벤트라는 얘기다.

돈다발 외교로 우군을 사겠다?
'수입 박람회'에 중국이 내건 기치는 '개방과 자유무역'이다. 관세 장벽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거라는 해석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미국과의 싸움에서 우군을 포섭하려는 방법으로 중국은 돈다발을 눈앞에서 흔들며 '박람회에 참가하면 왕창 사주겠다'고 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돈다발을 얼마나 풀길래…
이번 박람회에서 단 일주일 동안 구매단이 구매할 총 금액이 300억 달러, 우리 돈 33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앞으로 15년간, 매년 평균 3,000조 원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중국이 해외에서 구매하겠다는 발표였다. 총액 규모로는 4경 5천조 원이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다.

차이나머니의 구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을 독려해 무려 16만 개가 넘는 구매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베이징은 4,741개 기업과 기관에서 14,354명의 구매단이 꾸려져 상하이로 왔다고 한다. 광둥성과 장쑤성 등 각 지방 정부 역시 대규모의 구매단을 꾸렸다. 그야말로 물쓰듯 돈을 쓰기 위한 작전이 치밀하게 꾸려진 것이다.

박람회에 상품을 가져오기만 하면 물건을 왕창 팔 수 있다는 데 마다할 국가와 기업이 있을까?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칫 중국 편을 드는 걸로 오해받을 걸 걱정하면서도 전 세계 172개 국가에서 3,600개의 기업이 상품을 들고 상하이로 집결했다.

진짜 재미 볼 업체는 따로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돈 보따리가 실제로 그렇게 풍성하게 풀릴까?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닐까? 이 같은 우려는 박람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참가 업체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상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중국 매체에서는 구매단이 어떤 품목의 물건을 얼마어치나 살 것인지 예상 액수까지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막식이 열린 월요일은 구매단을 대상으로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고, 실제 구매 상담은 화요일에 처음 이뤄졌는데 화요일자 모 일간지에서는 상하이의 구매단이 생산설비 100억 위안, 화장품 20억 위안, 의료설비 6억 위안, 유제품 1억 위안어치를 구매할 거라는 상세한 보도가 실리기도 했다.

이미 구매할 것들은 정해져 있고 각본에 따라 구매가 이뤄질 거라는 소문이 일찌감치 나돌았었는데,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는 듯한 이 기사에 많은 참가 업체들은 황당해 하기까지 했다. 상하이 국제 수입박람회의 이면은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 상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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