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할까?

입력 2018.11.08 (16:12) 수정 2018.11.16 (16: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대법원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 모(34) 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 4 다수의 의견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14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관련 재판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법원은 대법관 12대 1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온라인에선 찬·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머지않아 양심적 납세 거부자도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수많은 누리꾼의 주목을 받으며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4대 의무(국방, 납세, 교육, 근로)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에 대해 예외 인정 사유가 생기면서 납세 등 다른 의무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서둘러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등록하자."거나 "단체로 헌법소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호와의 증인 교리 자체가 세속 법에서 정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게 돼 있다."라고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심적 납세 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취지의 청원이 백여 건 넘게 올라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해졌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 여호와의 증인 "납세 거부는 종교적 신념·교리에 반하는 일"

"여호와의 증인 교리 자체가 세속 법에서 정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게 돼 있다."라거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양심적 납세거부를 할 것이다."라는 일부 누리꾼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납세 거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을 우선으로 한다. 성서에서도 세속 정부에 내는 세금은 내도록 가르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병역거부가 납세거부로까지 번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여호와의 증인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교리 내용에도 "우리는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기꺼이 협조한다."고 명시돼있다. (해당 내용 보기: https://goo.gl/Pi8XJx)

여호와의 증인이 발행한 `세금-반드시 내야 하는가?'라는 연구서에서는 "비록 동의할 수 없는 일에 세금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이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가담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무리 부패한 정부라도 기본적으로 공공교육이나 소방, 법 집행과 같은 공적인 봉사활동에 세금이 쓰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 보기: https://goo.gl/eqMn1f)

종교적 신념과 교리 자체가 납세를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일부 신자들이 납세를 거부해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제명처분도 가능하다는 게 여호와의 증인 측 설명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오 모 씨도 재판 과정에서 작성한 탄원서, 항소·상고 이유서와 공판기일 변론을 통해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주장하면서도 세속의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는 것은 성서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1일 오전 대법원에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 오 모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1일 오전 대법원에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 오 모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법원 "병역 거부와 납세 거부는 법익에 현저한 차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든 아니든 `양심적 납세 거부'는 성립 자체가 안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다룬 법원 판결문에는 납세 거부가 병역 거부와 같을 수 없다는 판단이 명확히 들어가 있다.

2016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 모 씨 등 3명에 대해 무죄 판결(사건번호:2015노1181)을 내린 광주지방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결과로 인해 투옥과 생명의 박탈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반면, 납세거부는 국가의 강제징수로 인한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점에 비추어 서로 간에 침해되는 법익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역사가 오래됐고 과거 독일의 나치와 구소련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투옥과 처형을 당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거부하면서 기꺼이 국가로부터의 박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납세거부는 병역거부와 같은 강렬한 역사적 경험이 없을뿐더러 행위자가 감수해야 할 권리도 상대적으로 작아 동등한 비교의 대상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사건번호: 2016도10912)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납세 등 다른 헌법상 의무와 비교하더라도 의무면제 사유가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광주지법과 마찬가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 납세와 의무교육 거부가 정당화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4년 밝힌 견해가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됐다. 지난 2012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50명이 한국정부가 국제규약을 어겼다며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진정을 넣자, 위원회가 2년 뒤 심의 결과 발표를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강제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위원회는 또 "납세나 교육의무와 달리 병역의무는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는 행위에 관여하게 한다."고 봤다. 이는 법원이 판시한 내용과 같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4년 견해문 중 관련 부분.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4년 견해문 중 관련 부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대한민국 법원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가 그 역사와 저항의 강도, 법익 침해의 정도에 있어서 다른 일반적 시민 불복종 운동과 구별되는 차별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역사적으로 `양심상 거부 결정'이 법의 보호를 받은 경우는 병역거부가 거의 유일하다고 밝혔다. 달리 말해 `양심상 납세 거부'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가입 국가에게 국제규약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지를 보기 위해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토대로 당사국에 대한 견해를 발표한 뒤 이행을 촉구한다.

오승헌 씨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김진우 변호사(김진우 법률사무소)는 "하급심이나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오듯이 납세 거부는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병역과 납세는 완전히 결이 다른 사안이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양심적 납세 거부'가 일어난 적도 드물지만, 재판에서 받아들여진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 "납세 거부 하고 싶어도 못 해"

법리적 문제를 떠나 `양심적 납세 거부'를 주장할 현실적 방법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자신이 낸 세금이 국방비로 들어가는 것이 양심과 종교, 신념상 받아들일 수 없어서 관련 납세를 거부하겠다는 `양심적 납세 거부 '선언을 하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방비만 따로 떼서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납세 자체를 거부하면 십중팔구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세금 제도는 기본적으로 원천징수를 하는 데다 세금이 항목별로 구분돼 징수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항목에 대한 납세를 거부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양심적 병역 거부를 납세 거부와 연결짓는 건 상황이 맞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얘기다."라면서 "납세거부는 양심의 자유와는 상관없는 시민 불복종 운동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 → 전혀 사실 아님.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비록 동의할 수 없는 일에 세금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과 교리를 따른다. 만약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신자가 있으면, 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따져 제명조치까지 할 수 있다.

법리적으로 따져봐도 `양심적 납세 거부'는 가능하지 않다. 국내외 법원 판결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심의한 내용 모두 납세 거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는 무관한 사안인 데다, 법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없다.

또한, 양심적 납세 거부를 하고 싶어도 국내 세금 제도상 특정 항목에 대한 납세를 거부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없다.

이런 점을 종합해봤을 때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된다. 대한민국 땅에서 누구든 `양심적 납세 거부'를 할 방법도 없고 법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할까?
    • 입력 2018-11-08 16:12:36
    • 수정2018-11-16 16:01:57
    팩트체크K
지난 1일 대법원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 모(34) 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 4 다수의 의견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14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관련 재판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법원은 대법관 12대 1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온라인에선 찬·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머지않아 양심적 납세 거부자도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수많은 누리꾼의 주목을 받으며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4대 의무(국방, 납세, 교육, 근로)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에 대해 예외 인정 사유가 생기면서 납세 등 다른 의무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서둘러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등록하자."거나 "단체로 헌법소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호와의 증인 교리 자체가 세속 법에서 정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게 돼 있다."라고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심적 납세 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취지의 청원이 백여 건 넘게 올라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해졌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 여호와의 증인 "납세 거부는 종교적 신념·교리에 반하는 일"

"여호와의 증인 교리 자체가 세속 법에서 정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게 돼 있다."라거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양심적 납세거부를 할 것이다."라는 일부 누리꾼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납세 거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을 우선으로 한다. 성서에서도 세속 정부에 내는 세금은 내도록 가르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병역거부가 납세거부로까지 번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여호와의 증인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교리 내용에도 "우리는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기꺼이 협조한다."고 명시돼있다. (해당 내용 보기: https://goo.gl/Pi8XJx)

여호와의 증인이 발행한 `세금-반드시 내야 하는가?'라는 연구서에서는 "비록 동의할 수 없는 일에 세금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이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가담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무리 부패한 정부라도 기본적으로 공공교육이나 소방, 법 집행과 같은 공적인 봉사활동에 세금이 쓰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 보기: https://goo.gl/eqMn1f)

종교적 신념과 교리 자체가 납세를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일부 신자들이 납세를 거부해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제명처분도 가능하다는 게 여호와의 증인 측 설명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오 모 씨도 재판 과정에서 작성한 탄원서, 항소·상고 이유서와 공판기일 변론을 통해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주장하면서도 세속의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는 것은 성서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1일 오전 대법원에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 오 모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법원 "병역 거부와 납세 거부는 법익에 현저한 차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든 아니든 `양심적 납세 거부'는 성립 자체가 안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다룬 법원 판결문에는 납세 거부가 병역 거부와 같을 수 없다는 판단이 명확히 들어가 있다.

2016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 모 씨 등 3명에 대해 무죄 판결(사건번호:2015노1181)을 내린 광주지방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 결과로 인해 투옥과 생명의 박탈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반면, 납세거부는 국가의 강제징수로 인한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점에 비추어 서로 간에 침해되는 법익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역사가 오래됐고 과거 독일의 나치와 구소련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투옥과 처형을 당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거부하면서 기꺼이 국가로부터의 박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납세거부는 병역거부와 같은 강렬한 역사적 경험이 없을뿐더러 행위자가 감수해야 할 권리도 상대적으로 작아 동등한 비교의 대상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사건번호: 2016도10912)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납세 등 다른 헌법상 의무와 비교하더라도 의무면제 사유가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광주지법과 마찬가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 납세와 의무교육 거부가 정당화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4년 밝힌 견해가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됐다. 지난 2012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50명이 한국정부가 국제규약을 어겼다며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진정을 넣자, 위원회가 2년 뒤 심의 결과 발표를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강제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위원회는 또 "납세나 교육의무와 달리 병역의무는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는 행위에 관여하게 한다."고 봤다. 이는 법원이 판시한 내용과 같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4년 견해문 중 관련 부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대한민국 법원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가 그 역사와 저항의 강도, 법익 침해의 정도에 있어서 다른 일반적 시민 불복종 운동과 구별되는 차별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역사적으로 `양심상 거부 결정'이 법의 보호를 받은 경우는 병역거부가 거의 유일하다고 밝혔다. 달리 말해 `양심상 납세 거부'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가입 국가에게 국제규약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지를 보기 위해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토대로 당사국에 대한 견해를 발표한 뒤 이행을 촉구한다.

오승헌 씨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김진우 변호사(김진우 법률사무소)는 "하급심이나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오듯이 납세 거부는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병역과 납세는 완전히 결이 다른 사안이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양심적 납세 거부'가 일어난 적도 드물지만, 재판에서 받아들여진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 "납세 거부 하고 싶어도 못 해"

법리적 문제를 떠나 `양심적 납세 거부'를 주장할 현실적 방법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자신이 낸 세금이 국방비로 들어가는 것이 양심과 종교, 신념상 받아들일 수 없어서 관련 납세를 거부하겠다는 `양심적 납세 거부 '선언을 하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방비만 따로 떼서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납세 자체를 거부하면 십중팔구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세금 제도는 기본적으로 원천징수를 하는 데다 세금이 항목별로 구분돼 징수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항목에 대한 납세를 거부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양심적 병역 거부를 납세 거부와 연결짓는 건 상황이 맞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얘기다."라면서 "납세거부는 양심의 자유와는 상관없는 시민 불복종 운동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 → 전혀 사실 아님.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비록 동의할 수 없는 일에 세금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과 교리를 따른다. 만약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신자가 있으면, 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따져 제명조치까지 할 수 있다.

법리적으로 따져봐도 `양심적 납세 거부'는 가능하지 않다. 국내외 법원 판결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심의한 내용 모두 납세 거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는 무관한 사안인 데다, 법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없다.

또한, 양심적 납세 거부를 하고 싶어도 국내 세금 제도상 특정 항목에 대한 납세를 거부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없다.

이런 점을 종합해봤을 때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적 납세 거부'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된다. 대한민국 땅에서 누구든 `양심적 납세 거부'를 할 방법도 없고 법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