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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맹모삼천의 고향 중국 입시 가오카오(高考)
입력 2018.11.16 (08:02) 특파원 리포트
▲ 칭화대학과 베이징대학이 나를 기다린다!

□ 중국의 인생시험 가오카오(高考)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중국의 가오카오는 1977년부터 시행됐다. 문화혁명 기간 억눌렸던 중국인의 교육열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시행 첫해 570만 명의 공장 노동자와 농민, 하방됐던 지식인과 제대 군인이 응시했고, 인원은 해마다 늘어 올해 6월에는 975만 명이 응시했다. 우리 나라 수능 응시생의 16배 정도 규모다. 26개 성,시, 자치구에서 매년 6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일제히 실시하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국어(중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한 전국 공통 시험지로 평가한다. 이날은 중국 전역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비장한 모습으로 시험장에 들어서는데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을 연상시키는 출정식도 열린다.

가오카오 공장 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서서 먹는다.가오카오 공장 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서서 먹는다.

□ 뜨거운 교육열... '입시 사육장'과 '가오카오 공장'

중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특히 대학 간판에 대한 욕망은 한국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해 보이지 않는다. 압축적인 산업화 시기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명문대학 간판은 돈 없고 배경 없는 라오바이싱(老百姓), 우리말로 일반 서민들에겐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고 아직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입시로 이름을 날리는 학교는 입시 사육장(高考牛校) 또는 입시 공장(高考工厂)이라 불리는데, 허베이성에 헝수이 고등학교가 유명하다. 베이징대학을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 중의 하나인데 이른바 스파르타식 학사관리로 자주 회자되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학교 입구에 탱크를 배치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학교들은 밥 먹을 시간까지 줄이겠다며 식당에 의자를 없애는 등 과거 우리 학력고사 시절 3당4락(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식의 요란한 학사관리를 지향한다. 학업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어, 창문과 난간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중국의 각 성(省)정부에서는 관내 칭화대와 베이징대 합격생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중국의 각 성(省)정부에서는 관내 칭화대와 베이징대 합격생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 장원을 잡아라!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쟁탈전

학생과 학부모만이 아니다. 대학들간 경쟁도 장난이 아니다. 가오카오가 끝나면 중국의 각 성별로 이른바 가오카오 1등, 장원(壯元)을 모시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2015년도에는 베이징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이 충칭시의 문과 장원을 모시기(?)위해 전용 리무진을 보냈는가 하면, 칭화대 입학처 관계자들은 허난성의 이과 장원을 새벽4시에 반강제로 연행(?)해 가기도 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간 우수학생 유치 경쟁은 입학을 대가로 학생이나 부모에게 거액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중국 교육부는 대학이 장학금 등 대가를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해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각급 지방 성정부나 현정부에서는 아직도 관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 합격 학생들에게 따로 포상을 한다. 심지어 관내 개발구역의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도 한다. 가오카오가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생시험이라 불리는 이유다.

중국 학생들은 입시가 끝나면 책을 찢으며 해방감을 맛본다.중국 학생들은 입시가 끝나면 책을 찢으며 해방감을 맛본다.

□ 과도한 경쟁과 암기위주 입시 문제점

가오카오는 객관식 문제 위주에 약간의 주관식 문제와 논술, 수학에서는 풀이과정까지 써야하는 시험이다. 시험 과목도 국영수 위주에 문과는 정치, 역사, 지리, 이과는 물리, 화학, 생물 등이 포함된다. 중국에서도 가오카오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서열화를 조장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암기위주 시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지쳐 유학을 떠나는 현상도 우리 과거와 비슷하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살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 중심으로 자녀 유학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고등학교에 일년 학비만 우리돈으로 2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국제 입시 준비반이 생기고 있고, 중국인 SAT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국제학교에도 중국인들의 신청을 속속 허용하면서 국제학교 학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간 5천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 베이징대의 박아(博雅)인재양성 프로젝트

중국도 대안을 찾고 있다. 2010년부터 학교장 추천제도를 도입해 가오카오 일변도의 학생모집에 변화를 줬다. 2015년도부터는 박아(博雅)인재양성 프로젝트라고 해서 추천학교 제한과 추천 정원을 없애고 선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심지어 학교장 추천이 없어도 학생 스스로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지역 할당 정책으로 농촌과 빈곤지역 학생들이 상대적 차별을 받는 것도 상당히 철폐했다.

중국판 수시, 학종의 특징이라면 투명성이다. 추천한 학교장과 추천 후보 학생 명단이 1주일 동안 공시된다. 이 기간에 누구라도 베이징대 입학사무실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제보할 수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이 역시 공시하고, 관련된 교장과 학생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다.

중국의 입시제도는 여러모로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면서도 1993년도까지 시행됐던 학력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교육열이 우리 못지 않다는 점, 아직도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엄격한 시험관리로 공정성, 형평성 문제에서 만큼은 비교적 시비가 적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 [특파원리포트] 맹모삼천의 고향 중국 입시 가오카오(高考)
    • 입력 2018-11-16 08:02:26
    특파원 리포트
▲ 칭화대학과 베이징대학이 나를 기다린다!

□ 중국의 인생시험 가오카오(高考)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중국의 가오카오는 1977년부터 시행됐다. 문화혁명 기간 억눌렸던 중국인의 교육열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시행 첫해 570만 명의 공장 노동자와 농민, 하방됐던 지식인과 제대 군인이 응시했고, 인원은 해마다 늘어 올해 6월에는 975만 명이 응시했다. 우리 나라 수능 응시생의 16배 정도 규모다. 26개 성,시, 자치구에서 매년 6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일제히 실시하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국어(중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한 전국 공통 시험지로 평가한다. 이날은 중국 전역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비장한 모습으로 시험장에 들어서는데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을 연상시키는 출정식도 열린다.

가오카오 공장 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서서 먹는다.가오카오 공장 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서서 먹는다.

□ 뜨거운 교육열... '입시 사육장'과 '가오카오 공장'

중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특히 대학 간판에 대한 욕망은 한국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해 보이지 않는다. 압축적인 산업화 시기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명문대학 간판은 돈 없고 배경 없는 라오바이싱(老百姓), 우리말로 일반 서민들에겐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고 아직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입시로 이름을 날리는 학교는 입시 사육장(高考牛校) 또는 입시 공장(高考工厂)이라 불리는데, 허베이성에 헝수이 고등학교가 유명하다. 베이징대학을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 중의 하나인데 이른바 스파르타식 학사관리로 자주 회자되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학교 입구에 탱크를 배치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학교들은 밥 먹을 시간까지 줄이겠다며 식당에 의자를 없애는 등 과거 우리 학력고사 시절 3당4락(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식의 요란한 학사관리를 지향한다. 학업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어, 창문과 난간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중국의 각 성(省)정부에서는 관내 칭화대와 베이징대 합격생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중국의 각 성(省)정부에서는 관내 칭화대와 베이징대 합격생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 장원을 잡아라!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쟁탈전

학생과 학부모만이 아니다. 대학들간 경쟁도 장난이 아니다. 가오카오가 끝나면 중국의 각 성별로 이른바 가오카오 1등, 장원(壯元)을 모시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2015년도에는 베이징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이 충칭시의 문과 장원을 모시기(?)위해 전용 리무진을 보냈는가 하면, 칭화대 입학처 관계자들은 허난성의 이과 장원을 새벽4시에 반강제로 연행(?)해 가기도 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간 우수학생 유치 경쟁은 입학을 대가로 학생이나 부모에게 거액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중국 교육부는 대학이 장학금 등 대가를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해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각급 지방 성정부나 현정부에서는 아직도 관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 합격 학생들에게 따로 포상을 한다. 심지어 관내 개발구역의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도 한다. 가오카오가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생시험이라 불리는 이유다.

중국 학생들은 입시가 끝나면 책을 찢으며 해방감을 맛본다.중국 학생들은 입시가 끝나면 책을 찢으며 해방감을 맛본다.

□ 과도한 경쟁과 암기위주 입시 문제점

가오카오는 객관식 문제 위주에 약간의 주관식 문제와 논술, 수학에서는 풀이과정까지 써야하는 시험이다. 시험 과목도 국영수 위주에 문과는 정치, 역사, 지리, 이과는 물리, 화학, 생물 등이 포함된다. 중국에서도 가오카오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서열화를 조장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암기위주 시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지쳐 유학을 떠나는 현상도 우리 과거와 비슷하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살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 중심으로 자녀 유학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고등학교에 일년 학비만 우리돈으로 2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국제 입시 준비반이 생기고 있고, 중국인 SAT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국제학교에도 중국인들의 신청을 속속 허용하면서 국제학교 학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간 5천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 베이징대의 박아(博雅)인재양성 프로젝트

중국도 대안을 찾고 있다. 2010년부터 학교장 추천제도를 도입해 가오카오 일변도의 학생모집에 변화를 줬다. 2015년도부터는 박아(博雅)인재양성 프로젝트라고 해서 추천학교 제한과 추천 정원을 없애고 선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심지어 학교장 추천이 없어도 학생 스스로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지역 할당 정책으로 농촌과 빈곤지역 학생들이 상대적 차별을 받는 것도 상당히 철폐했다.

중국판 수시, 학종의 특징이라면 투명성이다. 추천한 학교장과 추천 후보 학생 명단이 1주일 동안 공시된다. 이 기간에 누구라도 베이징대 입학사무실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제보할 수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이 역시 공시하고, 관련된 교장과 학생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다.

중국의 입시제도는 여러모로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면서도 1993년도까지 시행됐던 학력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교육열이 우리 못지 않다는 점, 아직도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엄격한 시험관리로 공정성, 형평성 문제에서 만큼은 비교적 시비가 적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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