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군사 행보 재개한 김정은, 北美 기싸움 ‘위험수위’ 넘나?

입력 2018.11.16 (17:23) 수정 2018.11.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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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른바 '첨단 전술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지도하며 1년 만에 사실상 군사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 현장을 참관한 이후 1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펜스 부통령의 잇단 발언 등 중간 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문 장소가 민감한 '무기 개발' 현장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북미 고위급회담 취소에 이어 대응 수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일종의 경고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북미 모두 여전히 '협상의 판'을 흔들지는 않고 있지만, 양측의 기싸움이 갈수록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김정은 국방과학원 현지지도(오늘)김정은 국방과학원 현지지도(오늘)

■ 1년 만의 군사행보 재개…방문지 ‘국방과학원’은 어떤 곳?

미국의 압박 공세에 대한 북한의 대응 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 북한 매체가 일제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 개발 현장 방문 소식을 전하고 나섰다.

북한 매체들은 오늘 (16일)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새로 개발한 '첨단 전술무기'의 성공적인 시험 현장을 지도했다면서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 데서 또 하나 커다란 일을 해 놓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아울러 "당의 국방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로 되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며 첨단 무기 실험 성공에 '대만족'을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다만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첨단 전술무기'의 구체적인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대미, 대남 관계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김정은 위원장(2017년 5월 28일, 조선중앙TV)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김정은 위원장(2017년 5월 28일, 조선중앙TV)

눈길을 끄는 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자제해온 군사 관련 행보를 1년 만에 재개했다는 점, 특히 그 첫 방문지가 북한의 무기연구기관인 국방과학원이라는 점이다.

한동안 제2자연과학원으로 불리다가 몇년전 이름을 바꾼 '국방과학원'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 기관으로 최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신무기 연구·개발을 주도해온 곳이다.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7년 '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 등을 참관하기 위해 수차례 국방과학원을 찾은 바 있고, 특히 2017년 7월에는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직접 명령하기도 했다.

■ 왜 하필 지금 무기 개발 현장을?…곳곳 ‘수위 조절’ 흔적도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 미묘한 국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하필 미묘한 '무기개발' 현장을 찾았을까?

우선은 중간선거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에 맞대응하기위한 김 위원장의 고도로 계산된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는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연일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짜놓은 판대로 북미 협상에 임하지는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특히 1년 만에 무기 개발 현장을 다시 찾은 행보에는 미국이 계속 미온적으로 나와 끝내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핵미사일 개발 재개 등 군사적 카드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이 불발될 경우, 핵개발과 경제건설을 병행하는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이달초 발표된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의 논평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날 발표에는 곳곳에서 수위 조절의 흔적이 발견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도, 그 소재로 미국 본토 공격 용도의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시험을 택한 데에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면서도 현재의 판은 그대로 유지하고싶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현지지도 과정에서 대미, 대남 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점, 북한 매체가 국방과학원 현지지도 소식을 전한 이날 신의주 건설계획 지도 소식을 함께 전한 점 역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나워트 美 국무부 대변인나워트 美 국무부 대변인

■ 미국 “비핵화 약속 이행 여전히 확신”…관건은 고위급 회담 재개

김정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현지지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매체의 관련 보도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여전히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 창조에 관한 많은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이 모든 약속의 이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에 앞선 정례 브리핑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전 정부가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정상 대 정상' 협상을 하고 있다"며 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입장을 분명히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북미 대화에 정통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첨단 군수시설을 방문한 것은 상당히 주목해 볼 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체제 안정이나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풀어나가겠다는 지금의 의지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외 개방 없이 경제 발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미 시작된 협상을 뒤로 되돌리거나 멈추거나 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 위원장의) 그런 의지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북한에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완전한 목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펜스 부통령의 이날 NBC 인터뷰 내용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위급 회담 취소 등 북미 교착 상황에서도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북미 양측 모두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기싸움이 가열돼 위험수위를 넘어설 경우, 자칫 2018년 한반도 평화 국면을 지탱해온 남북미의 기본 신뢰가 무너지면서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의 조속한 재개 등 남북미 모두 상황 관리와 수습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특히 북미 사이에서 갈수록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정부의 중재 역할에 시급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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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17: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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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른바 '첨단 전술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지도하며 1년 만에 사실상 군사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 현장을 참관한 이후 1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펜스 부통령의 잇단 발언 등 중간 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문 장소가 민감한 '무기 개발' 현장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북미 고위급회담 취소에 이어 대응 수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일종의 경고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북미 모두 여전히 '협상의 판'을 흔들지는 않고 있지만, 양측의 기싸움이 갈수록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김정은 국방과학원 현지지도(오늘)
■ 1년 만의 군사행보 재개…방문지 ‘국방과학원’은 어떤 곳?

미국의 압박 공세에 대한 북한의 대응 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 북한 매체가 일제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 개발 현장 방문 소식을 전하고 나섰다.

북한 매체들은 오늘 (16일)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새로 개발한 '첨단 전술무기'의 성공적인 시험 현장을 지도했다면서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 데서 또 하나 커다란 일을 해 놓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아울러 "당의 국방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로 되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며 첨단 무기 실험 성공에 '대만족'을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다만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첨단 전술무기'의 구체적인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대미, 대남 관계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김정은 위원장(2017년 5월 28일, 조선중앙TV)
눈길을 끄는 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자제해온 군사 관련 행보를 1년 만에 재개했다는 점, 특히 그 첫 방문지가 북한의 무기연구기관인 국방과학원이라는 점이다.

한동안 제2자연과학원으로 불리다가 몇년전 이름을 바꾼 '국방과학원'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 기관으로 최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신무기 연구·개발을 주도해온 곳이다.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7년 '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 등을 참관하기 위해 수차례 국방과학원을 찾은 바 있고, 특히 2017년 7월에는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직접 명령하기도 했다.

■ 왜 하필 지금 무기 개발 현장을?…곳곳 ‘수위 조절’ 흔적도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 미묘한 국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하필 미묘한 '무기개발' 현장을 찾았을까?

우선은 중간선거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에 맞대응하기위한 김 위원장의 고도로 계산된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는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연일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짜놓은 판대로 북미 협상에 임하지는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특히 1년 만에 무기 개발 현장을 다시 찾은 행보에는 미국이 계속 미온적으로 나와 끝내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핵미사일 개발 재개 등 군사적 카드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이 불발될 경우, 핵개발과 경제건설을 병행하는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이달초 발표된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의 논평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날 발표에는 곳곳에서 수위 조절의 흔적이 발견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도, 그 소재로 미국 본토 공격 용도의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시험을 택한 데에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면서도 현재의 판은 그대로 유지하고싶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현지지도 과정에서 대미, 대남 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점, 북한 매체가 국방과학원 현지지도 소식을 전한 이날 신의주 건설계획 지도 소식을 함께 전한 점 역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나워트 美 국무부 대변인
■ 미국 “비핵화 약속 이행 여전히 확신”…관건은 고위급 회담 재개

김정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현지지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매체의 관련 보도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여전히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 창조에 관한 많은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이 모든 약속의 이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에 앞선 정례 브리핑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전 정부가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정상 대 정상' 협상을 하고 있다"며 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입장을 분명히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북미 대화에 정통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첨단 군수시설을 방문한 것은 상당히 주목해 볼 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체제 안정이나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풀어나가겠다는 지금의 의지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외 개방 없이 경제 발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미 시작된 협상을 뒤로 되돌리거나 멈추거나 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 위원장의) 그런 의지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북한에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완전한 목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펜스 부통령의 이날 NBC 인터뷰 내용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위급 회담 취소 등 북미 교착 상황에서도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북미 양측 모두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기싸움이 가열돼 위험수위를 넘어설 경우, 자칫 2018년 한반도 평화 국면을 지탱해온 남북미의 기본 신뢰가 무너지면서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의 조속한 재개 등 남북미 모두 상황 관리와 수습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특히 북미 사이에서 갈수록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정부의 중재 역할에 시급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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