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공부에 갇혀 사는 것일까?

입력 2018.11.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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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인생을 결정"

"한국은 왜 공부에 갇혀 사는가?" 한 외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5일 치러진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루면서 한국의 공부 중심주의 문화를 해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수능시험은 미국은 SAT와 비슷한 시험인데, 곧 "인생을 결정한다"고 단호하게(?) 진단했다.

이 신문은 수능시험은 한국의 지리와 윤리, 사상, 법과 정치, 세계사, 그리고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한 사람의 학업 능력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엔 항공기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착륙이 금지되고, 증권 등 금융시장이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문을 열며, 버스와 지하철도 운행을 늘려 수험생들을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인생의 25년에서 30년을 공부하는 데 소비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로 진출하고
삶이 객관적인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중년의 위기에 와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정규 수업 후에 몇 시간씩 과외나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매일 16시간 이상 공부하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일류 대학 입학을 꿈꾼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험을 치르는 수십만 명 중 2%만이 이들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 입학 후에도 공부는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사회에서 첫 직장을 얻기 위해 다시 취업 공부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또, 한국에서 화이트 칼라 산업과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에 입사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격과 학력 취득이 필요해 다시 공부한다고 설명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직장을 구한 후에도 승진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고,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이 연속된다고 전했다.

"개인 평가 때 표준화된 시험을 선호"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신기욱 교수는 "한국인들은 각 개인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척도로 표준화된 시험을 선호한다고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단결을 중시하고, 모든 사람이 논쟁과 주관성이 거의 없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한국인 중 3분의 2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첫 직장을 얻을 때까지 사회활동, 데이트, 결혼 등의 성인 의식을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10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기욱 교수는 "교육에 대한 집착은 한국의 유교 전통 중 일부이지만 현대적 사회 및 역사적 맥락도 지니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국가 주도의 교육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위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부 문화는 젊은이들에게 실생활 준비를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25년에서 30년을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며 보내는데, 이들이 삶이 시험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외신 "한국, 과잉 교육 문제점 뚜렷"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뿐만 아니라 BBC도 한국의 수능 날을 보도하며 수험생들의 일과를 세세히 다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일류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과잉 교육으로 개인의 개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신기욱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좋은 시험점수는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험은 고도로 계층화된 현 사회에서 장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심플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순한 지식 평가 시험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리더십이나 봉사활동 등의 분야를 평가하는 입학전형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들여다보면 한국도 최근 변화의 추세에 서 있다. 기존의 획일화된 평가가 아닌 창의성이 더 인정을 받고 있고,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삶으로 인식을 달리하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 스스로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이 다룬 씁쓸한 시각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공부와 시험에 집착한 나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 여전히 우리는 공부에 갇혀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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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정말 공부에 갇혀 사는 것일까?
    • 입력 2018-11-19 17:53:30
    취재K
수능시험이 "인생을 결정"

"한국은 왜 공부에 갇혀 사는가?" 한 외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5일 치러진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루면서 한국의 공부 중심주의 문화를 해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수능시험은 미국은 SAT와 비슷한 시험인데, 곧 "인생을 결정한다"고 단호하게(?) 진단했다.

이 신문은 수능시험은 한국의 지리와 윤리, 사상, 법과 정치, 세계사, 그리고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한 사람의 학업 능력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엔 항공기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착륙이 금지되고, 증권 등 금융시장이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문을 열며, 버스와 지하철도 운행을 늘려 수험생들을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인생의 25년에서 30년을 공부하는 데 소비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로 진출하고
삶이 객관적인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중년의 위기에 와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정규 수업 후에 몇 시간씩 과외나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매일 16시간 이상 공부하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일류 대학 입학을 꿈꾼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험을 치르는 수십만 명 중 2%만이 이들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 입학 후에도 공부는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사회에서 첫 직장을 얻기 위해 다시 취업 공부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또, 한국에서 화이트 칼라 산업과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에 입사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격과 학력 취득이 필요해 다시 공부한다고 설명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직장을 구한 후에도 승진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고,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이 연속된다고 전했다.

"개인 평가 때 표준화된 시험을 선호"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신기욱 교수는 "한국인들은 각 개인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척도로 표준화된 시험을 선호한다고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단결을 중시하고, 모든 사람이 논쟁과 주관성이 거의 없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한국인 중 3분의 2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첫 직장을 얻을 때까지 사회활동, 데이트, 결혼 등의 성인 의식을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10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기욱 교수는 "교육에 대한 집착은 한국의 유교 전통 중 일부이지만 현대적 사회 및 역사적 맥락도 지니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국가 주도의 교육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위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부 문화는 젊은이들에게 실생활 준비를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25년에서 30년을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며 보내는데, 이들이 삶이 시험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외신 "한국, 과잉 교육 문제점 뚜렷"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뿐만 아니라 BBC도 한국의 수능 날을 보도하며 수험생들의 일과를 세세히 다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일류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과잉 교육으로 개인의 개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신기욱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좋은 시험점수는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험은 고도로 계층화된 현 사회에서 장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심플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순한 지식 평가 시험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리더십이나 봉사활동 등의 분야를 평가하는 입학전형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들여다보면 한국도 최근 변화의 추세에 서 있다. 기존의 획일화된 평가가 아닌 창의성이 더 인정을 받고 있고,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삶으로 인식을 달리하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 스스로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이 다룬 씁쓸한 시각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공부와 시험에 집착한 나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 여전히 우리는 공부에 갇혀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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