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뤄진 북미고위급 회담…김정은 답방은 언제?

입력 2018.11.27 (15:52) 수정 2018.11.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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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지 않은 김영철…북미 고위급 회담 이달 안 개최 불가

끝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고려항공 사이트를 보면,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 운항한다. 주5일 운항은 10월까지였다. 물론 에어 차이나 항공편이 있긴 하다. 어쨌든 회담을 하려면, 주말이나 늦어도 월요일 베이징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 했을 텐데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달 초 북미고위급 회담 때처럼, 티켓팅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북 노동신문 “핵 문제 풀려도 인권문제로 강박할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미국이 인권문제를 앞세워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 문제가 조미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고 있지만, 설사 그것이 풀린다고 하여도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등 연이어 새로운 부대조건들을 내들며 우리 체제를 저들의 요구대로 바꿀 것을 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남북관계가 비핵화의 핵심요소…제재는 지속될 것”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해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하원 의원시절 지역구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한미관계가 비핵화의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거친 표현을 하고, 새로운 첨단 전술 무기를 만들고 다음엔 뭐냐?" 진행자가 물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언급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많은 것을 말할 순 없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긴 과정이 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를 조율하고, 한반도 평화 복원과 비핵화 협상은 나란히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곧 트럼프 대통령의 G20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떠난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번 달 열리긴 어렵게 됐다.

靑, 고위급 회담 이달 안에 열린다고 한 적 없어…


청와대는 이달 안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급적 빨리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달 중순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열리 위해선 역산해보면 이달 말에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또 다른 관계자는 "그건 어디까지나, '내년 초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면'이란 조건부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조심스레 "개인적으로 보면, 내년 초 정상회담 일정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회담 같은 이벤트가 아니고 대화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답방 시기. 커지는 불확실성…고민 빠진 靑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늦춰지고,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미 관계가 정체됐을 때, 남북 관계가 이끌고 갔다. 되돌아보면 북미 관계가 좋아져서 남북 관계에도 '봄바람'이 분 적은 없다. 북미 관계가 정체됐지만 다시 한 번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으로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앞서갔을 때, 미국이 협상판을 떠날 수 있다는 점. 북미 관계의 구조 속에 남북 관계의 한계는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철도공동조사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정부가 유엔과 미국의 예외 조치 하에 움직였다. 한계를 자인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 순방을 마치고 또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북한도 12월 17일은 김정일 기일이다. 신년사도 준비해야 한다. 중러와의 외교일정도 큰 과제다.

남북, 북미 관계 병행인가, 병렬인가

북한의 행보를 이해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미국이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였지만, 북한은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맞춰놓은 미국의 시간표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다. 미국이 짜놓은 판은 일단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으로 비친다.

대북협상을 오래 해온 당국자는 남북미 관계는 '플라즈마' 같다고 비유했다. 애매모호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은 따지고 보면 미국과 적대관계 속에서 70년간 생존을 건 협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북한의 행보를 '우리 식'대로 바라보는 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박 기자, 분석하되, 상상하지마라." 그가 조언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남북, 북미 이 두 문제를 '2인승 자전거'(Tandem)에 비유한 바 있다. 틀을 벗어나지 않고 '나란히(Parallel)'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단히 말해 미국 주도의 속도조절론이다. 이 말은 '병행'이라고 번역된다. 다른 분야에선 '병렬'로도 해석된다. 과학시간에 경험해봤겠지만, 병렬은 어느 한 선이 막혀도 다른 선을 통해 전류가 돌고 회로가 작동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다. 북미가 정체된 상황에서 6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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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뤄진 북미고위급 회담…김정은 답방은 언제?
    • 입력 2018-11-27 15:52:08
    • 수정2018-11-27 15:52:57
    취재후·사건후
나타나지 않은 김영철…북미 고위급 회담 이달 안 개최 불가

끝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고려항공 사이트를 보면,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 운항한다. 주5일 운항은 10월까지였다. 물론 에어 차이나 항공편이 있긴 하다. 어쨌든 회담을 하려면, 주말이나 늦어도 월요일 베이징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 했을 텐데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달 초 북미고위급 회담 때처럼, 티켓팅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북 노동신문 “핵 문제 풀려도 인권문제로 강박할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미국이 인권문제를 앞세워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 문제가 조미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고 있지만, 설사 그것이 풀린다고 하여도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등 연이어 새로운 부대조건들을 내들며 우리 체제를 저들의 요구대로 바꿀 것을 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남북관계가 비핵화의 핵심요소…제재는 지속될 것”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해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하원 의원시절 지역구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한미관계가 비핵화의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거친 표현을 하고, 새로운 첨단 전술 무기를 만들고 다음엔 뭐냐?" 진행자가 물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언급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많은 것을 말할 순 없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긴 과정이 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를 조율하고, 한반도 평화 복원과 비핵화 협상은 나란히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곧 트럼프 대통령의 G20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떠난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번 달 열리긴 어렵게 됐다.

靑, 고위급 회담 이달 안에 열린다고 한 적 없어…


청와대는 이달 안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급적 빨리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달 중순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열리 위해선 역산해보면 이달 말에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또 다른 관계자는 "그건 어디까지나, '내년 초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면'이란 조건부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조심스레 "개인적으로 보면, 내년 초 정상회담 일정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회담 같은 이벤트가 아니고 대화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답방 시기. 커지는 불확실성…고민 빠진 靑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늦춰지고,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미 관계가 정체됐을 때, 남북 관계가 이끌고 갔다. 되돌아보면 북미 관계가 좋아져서 남북 관계에도 '봄바람'이 분 적은 없다. 북미 관계가 정체됐지만 다시 한 번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으로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앞서갔을 때, 미국이 협상판을 떠날 수 있다는 점. 북미 관계의 구조 속에 남북 관계의 한계는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철도공동조사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정부가 유엔과 미국의 예외 조치 하에 움직였다. 한계를 자인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 순방을 마치고 또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북한도 12월 17일은 김정일 기일이다. 신년사도 준비해야 한다. 중러와의 외교일정도 큰 과제다.

남북, 북미 관계 병행인가, 병렬인가

북한의 행보를 이해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미국이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였지만, 북한은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맞춰놓은 미국의 시간표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다. 미국이 짜놓은 판은 일단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으로 비친다.

대북협상을 오래 해온 당국자는 남북미 관계는 '플라즈마' 같다고 비유했다. 애매모호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은 따지고 보면 미국과 적대관계 속에서 70년간 생존을 건 협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북한의 행보를 '우리 식'대로 바라보는 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박 기자, 분석하되, 상상하지마라." 그가 조언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남북, 북미 이 두 문제를 '2인승 자전거'(Tandem)에 비유한 바 있다. 틀을 벗어나지 않고 '나란히(Parallel)'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단히 말해 미국 주도의 속도조절론이다. 이 말은 '병행'이라고 번역된다. 다른 분야에선 '병렬'로도 해석된다. 과학시간에 경험해봤겠지만, 병렬은 어느 한 선이 막혀도 다른 선을 통해 전류가 돌고 회로가 작동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다. 북미가 정체된 상황에서 6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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