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원상복구 뒤 나가야죠”…잿더미 고시원 지금은?
입력 2018.12.03 (08:30)
수정 2018.12.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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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종로 고시원 화재, 기억하시죠?
이 시간에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화재에 대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이 고시원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운데 건물주로부터 임대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화재 배상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금요일, 화재가 난 고시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시민들이 두고 간 꽃과 편지가 수북히 쌓인 고시원 입구.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난 이날, 화마가 휩쓸고 간 고시원에서 마지막 짐을 챙겨가는 고시원 거주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 다 (짐을) 뺐는데 나만 늦어졌고 내가 시골에 몸이 아파서 그날 올라온다고 출발한다고 했는데 못 왔어요. 너무 아파서."]
마지막 짐을 실은 고시원 2층 거주자는 그동안 살뜰히 챙겨 준 고시원 원장에게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원장이 너무너무 잘했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국 같은 거 보통 고시원에는 그런 거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긴 엄청나게 잘했어. 너무 좋은 사람이야."]
지난달 9일, 화재 이후 고시원장 구 모 씨는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남의 집에서 전전긍긍 하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지내는데 지내는 것도 아냐. 11월 9일 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밥을 두 번도 안 먹었어요. 그냥 물로만 먹고 지내는 거예요."]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온 그날 이후, 구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식구처럼 여겼던 고시원 거주자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입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이나 부상자들이나 내 고시원에서 한 식구처럼 산 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러니까 그거를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나는."]
화재의 충격과 고통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구 씨에게 엎친데 덮친격, 더욱 망연자실하게 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2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서 한 통이 날아왔다는데요.
건물주의 법률대리인에게서 온 통지서에는 화재사고로 건물이 불에 타 더는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지난달 30일까지 명의를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그간 밀린 임대료와 함께 화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아무 감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자를 받으니까 내가 너무 힘든 거죠."]
구 씨는 지난 10년 동안 혼자 힘으로 고시원을 운영해 온 날들을 힘겹게 돌아봤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0년 동안 고시원을 하면서 다른 방에 가서 자보지를 못했어요. 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까. 다리를 펴보고 자본 적이 없어. 고시원에 있는 책상을 쓰러트려 만든 딱딱한 판자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내가 10년을 살았어요."]
화재가 난 고시원의 입주자는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중장년층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입주민 40여 명 중 월세 30만 원 남짓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는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 씨는 독촉하기보다는 밖에서 밥 한 끼 사먹을 돈이라도 아끼라는 마음으로 고시원 주방 한 켠에 밥과 반찬을 넉넉히 채워뒀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3백 포기 김장도 직접 담궈왔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고추도 옥상에 말리고 무말랭이 같은 것도 옥상에 말리고 올가을에도 서리가 오기 전에 시골에 가서 고추를 따다가 소금에 절여서 한 통 놓은 것도 있어요."]
지난 10년간 고시원 월세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건물 보증금과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전기세, 난방비 등 관리비도 올라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올들어서는 처음으로 두 달치 임대료가 밀리기도 했다는데요.
때문에 구 씨는 올해를 끝으로 고시원 운영을 포기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1월 말에 계약 만료가 돼요. 보증금에서 (월세) 2개월 치 밀린 거 제외하고 남은 거로 원상복구하고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지. 이제 나도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올해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가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거예요."]
계약만료를 불과 3주 앞두고 잿더미가 된 고시원.
3년 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한 게 더욱 한이 된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에 지원해 선정됐지만 무산됐다고 하는데요.
원장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왜 스프링클러를 주인이 안 해 주냐 그러니까 건물주가 구청에 가서 알아보니까 그거를 해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해서 승인이 안 된 거죠."]
이번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얽힌 사연을 들려주던 구 씨는 끝내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자다가도 벌떡벌떡 몇 번씩 잠이 오지를 않아. 눈이 감기질 않아. 돌아가신 양반들이 이렇게 떠오르고…. 영화의 한 장면 마냥 이렇게 스쳐가요. 그분들에 대해서 너무 마음 아프고 나에게는 다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어.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지난달 30일 임대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구 씨.
고시원 화재 희생자, 피해자들은 물론 10년 터전을 잃게 된 고시원 원장 구 씨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됐습니다.
지난달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종로 고시원 화재, 기억하시죠?
이 시간에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화재에 대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이 고시원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운데 건물주로부터 임대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화재 배상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금요일, 화재가 난 고시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시민들이 두고 간 꽃과 편지가 수북히 쌓인 고시원 입구.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난 이날, 화마가 휩쓸고 간 고시원에서 마지막 짐을 챙겨가는 고시원 거주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 다 (짐을) 뺐는데 나만 늦어졌고 내가 시골에 몸이 아파서 그날 올라온다고 출발한다고 했는데 못 왔어요. 너무 아파서."]
마지막 짐을 실은 고시원 2층 거주자는 그동안 살뜰히 챙겨 준 고시원 원장에게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원장이 너무너무 잘했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국 같은 거 보통 고시원에는 그런 거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긴 엄청나게 잘했어. 너무 좋은 사람이야."]
지난달 9일, 화재 이후 고시원장 구 모 씨는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남의 집에서 전전긍긍 하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지내는데 지내는 것도 아냐. 11월 9일 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밥을 두 번도 안 먹었어요. 그냥 물로만 먹고 지내는 거예요."]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온 그날 이후, 구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식구처럼 여겼던 고시원 거주자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입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이나 부상자들이나 내 고시원에서 한 식구처럼 산 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러니까 그거를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나는."]
화재의 충격과 고통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구 씨에게 엎친데 덮친격, 더욱 망연자실하게 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2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서 한 통이 날아왔다는데요.
건물주의 법률대리인에게서 온 통지서에는 화재사고로 건물이 불에 타 더는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지난달 30일까지 명의를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그간 밀린 임대료와 함께 화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아무 감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자를 받으니까 내가 너무 힘든 거죠."]
구 씨는 지난 10년 동안 혼자 힘으로 고시원을 운영해 온 날들을 힘겹게 돌아봤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0년 동안 고시원을 하면서 다른 방에 가서 자보지를 못했어요. 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까. 다리를 펴보고 자본 적이 없어. 고시원에 있는 책상을 쓰러트려 만든 딱딱한 판자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내가 10년을 살았어요."]
화재가 난 고시원의 입주자는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중장년층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입주민 40여 명 중 월세 30만 원 남짓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는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 씨는 독촉하기보다는 밖에서 밥 한 끼 사먹을 돈이라도 아끼라는 마음으로 고시원 주방 한 켠에 밥과 반찬을 넉넉히 채워뒀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3백 포기 김장도 직접 담궈왔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고추도 옥상에 말리고 무말랭이 같은 것도 옥상에 말리고 올가을에도 서리가 오기 전에 시골에 가서 고추를 따다가 소금에 절여서 한 통 놓은 것도 있어요."]
지난 10년간 고시원 월세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건물 보증금과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전기세, 난방비 등 관리비도 올라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올들어서는 처음으로 두 달치 임대료가 밀리기도 했다는데요.
때문에 구 씨는 올해를 끝으로 고시원 운영을 포기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1월 말에 계약 만료가 돼요. 보증금에서 (월세) 2개월 치 밀린 거 제외하고 남은 거로 원상복구하고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지. 이제 나도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올해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가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거예요."]
계약만료를 불과 3주 앞두고 잿더미가 된 고시원.
3년 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한 게 더욱 한이 된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에 지원해 선정됐지만 무산됐다고 하는데요.
원장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왜 스프링클러를 주인이 안 해 주냐 그러니까 건물주가 구청에 가서 알아보니까 그거를 해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해서 승인이 안 된 거죠."]
이번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얽힌 사연을 들려주던 구 씨는 끝내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자다가도 벌떡벌떡 몇 번씩 잠이 오지를 않아. 눈이 감기질 않아. 돌아가신 양반들이 이렇게 떠오르고…. 영화의 한 장면 마냥 이렇게 스쳐가요. 그분들에 대해서 너무 마음 아프고 나에게는 다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어.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지난달 30일 임대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구 씨.
고시원 화재 희생자, 피해자들은 물론 10년 터전을 잃게 된 고시원 원장 구 씨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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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종로 고시원 화재, 기억하시죠?
이 시간에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화재에 대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이 고시원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운데 건물주로부터 임대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화재 배상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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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화재가 난 고시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시민들이 두고 간 꽃과 편지가 수북히 쌓인 고시원 입구.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난 이날, 화마가 휩쓸고 간 고시원에서 마지막 짐을 챙겨가는 고시원 거주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 다 (짐을) 뺐는데 나만 늦어졌고 내가 시골에 몸이 아파서 그날 올라온다고 출발한다고 했는데 못 왔어요. 너무 아파서."]
마지막 짐을 실은 고시원 2층 거주자는 그동안 살뜰히 챙겨 준 고시원 원장에게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원장이 너무너무 잘했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국 같은 거 보통 고시원에는 그런 거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긴 엄청나게 잘했어. 너무 좋은 사람이야."]
지난달 9일, 화재 이후 고시원장 구 모 씨는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남의 집에서 전전긍긍 하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지내는데 지내는 것도 아냐. 11월 9일 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밥을 두 번도 안 먹었어요. 그냥 물로만 먹고 지내는 거예요."]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온 그날 이후, 구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식구처럼 여겼던 고시원 거주자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입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이나 부상자들이나 내 고시원에서 한 식구처럼 산 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러니까 그거를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나는."]
화재의 충격과 고통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구 씨에게 엎친데 덮친격, 더욱 망연자실하게 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2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서 한 통이 날아왔다는데요.
건물주의 법률대리인에게서 온 통지서에는 화재사고로 건물이 불에 타 더는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지난달 30일까지 명의를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그간 밀린 임대료와 함께 화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아무 감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자를 받으니까 내가 너무 힘든 거죠."]
구 씨는 지난 10년 동안 혼자 힘으로 고시원을 운영해 온 날들을 힘겹게 돌아봤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0년 동안 고시원을 하면서 다른 방에 가서 자보지를 못했어요. 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까. 다리를 펴보고 자본 적이 없어. 고시원에 있는 책상을 쓰러트려 만든 딱딱한 판자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내가 10년을 살았어요."]
화재가 난 고시원의 입주자는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중장년층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입주민 40여 명 중 월세 30만 원 남짓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는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 씨는 독촉하기보다는 밖에서 밥 한 끼 사먹을 돈이라도 아끼라는 마음으로 고시원 주방 한 켠에 밥과 반찬을 넉넉히 채워뒀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3백 포기 김장도 직접 담궈왔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고추도 옥상에 말리고 무말랭이 같은 것도 옥상에 말리고 올가을에도 서리가 오기 전에 시골에 가서 고추를 따다가 소금에 절여서 한 통 놓은 것도 있어요."]
지난 10년간 고시원 월세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건물 보증금과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전기세, 난방비 등 관리비도 올라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올들어서는 처음으로 두 달치 임대료가 밀리기도 했다는데요.
때문에 구 씨는 올해를 끝으로 고시원 운영을 포기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1월 말에 계약 만료가 돼요. 보증금에서 (월세) 2개월 치 밀린 거 제외하고 남은 거로 원상복구하고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지. 이제 나도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올해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가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거예요."]
계약만료를 불과 3주 앞두고 잿더미가 된 고시원.
3년 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한 게 더욱 한이 된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에 지원해 선정됐지만 무산됐다고 하는데요.
원장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왜 스프링클러를 주인이 안 해 주냐 그러니까 건물주가 구청에 가서 알아보니까 그거를 해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해서 승인이 안 된 거죠."]
이번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얽힌 사연을 들려주던 구 씨는 끝내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자다가도 벌떡벌떡 몇 번씩 잠이 오지를 않아. 눈이 감기질 않아. 돌아가신 양반들이 이렇게 떠오르고…. 영화의 한 장면 마냥 이렇게 스쳐가요. 그분들에 대해서 너무 마음 아프고 나에게는 다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어.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지난달 30일 임대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구 씨.
고시원 화재 희생자, 피해자들은 물론 10년 터전을 잃게 된 고시원 원장 구 씨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됐습니다.
지난달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종로 고시원 화재, 기억하시죠?
이 시간에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화재에 대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이 고시원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운데 건물주로부터 임대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화재 배상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금요일, 화재가 난 고시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시민들이 두고 간 꽃과 편지가 수북히 쌓인 고시원 입구.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난 이날, 화마가 휩쓸고 간 고시원에서 마지막 짐을 챙겨가는 고시원 거주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 다 (짐을) 뺐는데 나만 늦어졌고 내가 시골에 몸이 아파서 그날 올라온다고 출발한다고 했는데 못 왔어요. 너무 아파서."]
마지막 짐을 실은 고시원 2층 거주자는 그동안 살뜰히 챙겨 준 고시원 원장에게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음성변조 : "원장이 너무너무 잘했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국 같은 거 보통 고시원에는 그런 거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긴 엄청나게 잘했어. 너무 좋은 사람이야."]
지난달 9일, 화재 이후 고시원장 구 모 씨는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남의 집에서 전전긍긍 하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지내는데 지내는 것도 아냐. 11월 9일 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밥을 두 번도 안 먹었어요. 그냥 물로만 먹고 지내는 거예요."]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온 그날 이후, 구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식구처럼 여겼던 고시원 거주자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입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돌아가신 양반이나 부상자들이나 내 고시원에서 한 식구처럼 산 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러니까 그거를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나는."]
화재의 충격과 고통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구 씨에게 엎친데 덮친격, 더욱 망연자실하게 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2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서 한 통이 날아왔다는데요.
건물주의 법률대리인에게서 온 통지서에는 화재사고로 건물이 불에 타 더는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지난달 30일까지 명의를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그간 밀린 임대료와 함께 화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아무 감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자를 받으니까 내가 너무 힘든 거죠."]
구 씨는 지난 10년 동안 혼자 힘으로 고시원을 운영해 온 날들을 힘겹게 돌아봤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0년 동안 고시원을 하면서 다른 방에 가서 자보지를 못했어요. 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까. 다리를 펴보고 자본 적이 없어. 고시원에 있는 책상을 쓰러트려 만든 딱딱한 판자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내가 10년을 살았어요."]
화재가 난 고시원의 입주자는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중장년층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입주민 40여 명 중 월세 30만 원 남짓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는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 씨는 독촉하기보다는 밖에서 밥 한 끼 사먹을 돈이라도 아끼라는 마음으로 고시원 주방 한 켠에 밥과 반찬을 넉넉히 채워뒀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3백 포기 김장도 직접 담궈왔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고추도 옥상에 말리고 무말랭이 같은 것도 옥상에 말리고 올가을에도 서리가 오기 전에 시골에 가서 고추를 따다가 소금에 절여서 한 통 놓은 것도 있어요."]
지난 10년간 고시원 월세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건물 보증금과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전기세, 난방비 등 관리비도 올라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올들어서는 처음으로 두 달치 임대료가 밀리기도 했다는데요.
때문에 구 씨는 올해를 끝으로 고시원 운영을 포기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11월 말에 계약 만료가 돼요. 보증금에서 (월세) 2개월 치 밀린 거 제외하고 남은 거로 원상복구하고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지. 이제 나도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올해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가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거예요."]
계약만료를 불과 3주 앞두고 잿더미가 된 고시원.
3년 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한 게 더욱 한이 된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에 지원해 선정됐지만 무산됐다고 하는데요.
원장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왜 스프링클러를 주인이 안 해 주냐 그러니까 건물주가 구청에 가서 알아보니까 그거를 해주면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해서 승인이 안 된 거죠."]
이번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얽힌 사연을 들려주던 구 씨는 끝내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화재 고시원장/음성변조 : "자다가도 벌떡벌떡 몇 번씩 잠이 오지를 않아. 눈이 감기질 않아. 돌아가신 양반들이 이렇게 떠오르고…. 영화의 한 장면 마냥 이렇게 스쳐가요. 그분들에 대해서 너무 마음 아프고 나에게는 다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어.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지난달 30일 임대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구 씨.
고시원 화재 희생자, 피해자들은 물론 10년 터전을 잃게 된 고시원 원장 구 씨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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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2by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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