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K] 돈 안 쥔 전두환 전대통령, 왜 세금은 내야하나

입력 2018.12.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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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라는 게 자산을 팔아 돈을 손에 쥐었을 때 내는 거 아닌가요”


31억 원의 국세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5일 국세청의 고액 체납자로 실명 공개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나올 만 한 게 통상 양도소득세라는 게 자산을 팔아 남긴 차액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예를 들어 5억 원에 구입한 집을 8억 원에 팔 경우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해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양도세를 내는 식이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가 체납한 국세라는 게 그와 그의 가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생긴 양도세라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전두환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2,205억 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지만, 지금까지 추징된 액수는 1,1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안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의 재산을 추적해 압류, 공매 처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체납한 양도세 31억 원도 바로 이런 공매처분으로 발생한 세금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본인 손에 돈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양도세를 내야 할까.


소득세법 제88조 제1항을 보자.

법은 양도를 ‘그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 즉 자산 이전에 따른 대가가 누구에게 귀속되던지 관계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이 공매처분에 의해 누군가에 이전됐다면 양도에 해당돼 자산 소유주인 전 전 대통령은 양도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공매나 경매로 인한 부동산의 양도시에도 납세자는 입찰 매수 가격을 그 양도가액으로 해서 취득가액 및 필요경비를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내야 할 추징금의 일부가 공매 처분에 의해 줄어드니 부당한 징수라고 볼 여지도 없다. 그의 양도세 체납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심지어 소득세법은 부담부증여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대출 2억 원이 있는 6억짜리 집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 부분(4억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하고, 대출 부분(2억 원)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1세대 1주택자는 9억 원까지 양도세 비과세)

[연관기사] [전전궁금] 집 물려줄 때, ‘절세 비법’이라는 부담부 증여 따져보니

이처럼 소득세법이 ‘양도’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서 실제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규모 토지보상이 이뤄진 경우에도 지주들은 양도세를 신고,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몰라 가산세가 부과하기도 한다. 10여 년 전 혁신도시 사업 과정에서 이뤄진 한 농촌 마을의 토지 보상 과정에서 농민들은 "국가 필요로 농지를 가져가면서 왜 세금까지 내야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친형 도피 도와도 처벌?

뇌물 혐의가 포착되자 도주해 8년간 숨어지냈던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 그가 구속된 뒤 이번엔 그의 친동생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형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형법 151조를 보면 최 전 사장은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

형법상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친족 또는 가족일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이 이처럼 친족 관계에 있는 자의 범인 은닉에 대해 특례를 인정해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범인을 은닉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친족이라는 것이 혈연, 인정, 본능이라는 끈끈한 정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그럼에도 최 전 사장이 문제가 된 것은 본인이 스스로 형의 도피를 도운 게 아니라 제삼자를 통해 도피를 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최 전 교육감 도피에 도움을 준 조력자 10여 명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끝냈다. 이들은 최 전 교육감이 병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을 다닐 때 사용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등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동생인 최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10여 명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를 지시한 최 사장은 친족 관계로 처벌하지 않을 경우 범죄를 교사한 사람(교사범)은 처벌하지 않고, 이 지시를 받아 실행한 사람(피교사범)만 처벌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범인 은닉·도피죄에서 친족을 빼주는 것은 인지상정을 감안할 경우 기대 가능성이 없어서 처벌하지 않는 것일 뿐, 범죄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제3자를 통해 범인을 은닉·도피시킬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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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6 11:36:12
    지식K
"양도소득세라는 게 자산을 팔아 돈을 손에 쥐었을 때 내는 거 아닌가요”


31억 원의 국세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5일 국세청의 고액 체납자로 실명 공개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나올 만 한 게 통상 양도소득세라는 게 자산을 팔아 남긴 차액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예를 들어 5억 원에 구입한 집을 8억 원에 팔 경우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해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양도세를 내는 식이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가 체납한 국세라는 게 그와 그의 가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생긴 양도세라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전두환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2,205억 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지만, 지금까지 추징된 액수는 1,1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안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의 재산을 추적해 압류, 공매 처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체납한 양도세 31억 원도 바로 이런 공매처분으로 발생한 세금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본인 손에 돈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양도세를 내야 할까.


소득세법 제88조 제1항을 보자.

법은 양도를 ‘그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 즉 자산 이전에 따른 대가가 누구에게 귀속되던지 관계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이 공매처분에 의해 누군가에 이전됐다면 양도에 해당돼 자산 소유주인 전 전 대통령은 양도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공매나 경매로 인한 부동산의 양도시에도 납세자는 입찰 매수 가격을 그 양도가액으로 해서 취득가액 및 필요경비를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내야 할 추징금의 일부가 공매 처분에 의해 줄어드니 부당한 징수라고 볼 여지도 없다. 그의 양도세 체납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심지어 소득세법은 부담부증여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대출 2억 원이 있는 6억짜리 집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 부분(4억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하고, 대출 부분(2억 원)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1세대 1주택자는 9억 원까지 양도세 비과세)

[연관기사] [전전궁금] 집 물려줄 때, ‘절세 비법’이라는 부담부 증여 따져보니

이처럼 소득세법이 ‘양도’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서 실제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규모 토지보상이 이뤄진 경우에도 지주들은 양도세를 신고,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몰라 가산세가 부과하기도 한다. 10여 년 전 혁신도시 사업 과정에서 이뤄진 한 농촌 마을의 토지 보상 과정에서 농민들은 "국가 필요로 농지를 가져가면서 왜 세금까지 내야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친형 도피 도와도 처벌?

뇌물 혐의가 포착되자 도주해 8년간 숨어지냈던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 그가 구속된 뒤 이번엔 그의 친동생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형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형법 151조를 보면 최 전 사장은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

형법상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친족 또는 가족일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이 이처럼 친족 관계에 있는 자의 범인 은닉에 대해 특례를 인정해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범인을 은닉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친족이라는 것이 혈연, 인정, 본능이라는 끈끈한 정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그럼에도 최 전 사장이 문제가 된 것은 본인이 스스로 형의 도피를 도운 게 아니라 제삼자를 통해 도피를 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최 전 교육감 도피에 도움을 준 조력자 10여 명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끝냈다. 이들은 최 전 교육감이 병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을 다닐 때 사용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등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동생인 최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10여 명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를 지시한 최 사장은 친족 관계로 처벌하지 않을 경우 범죄를 교사한 사람(교사범)은 처벌하지 않고, 이 지시를 받아 실행한 사람(피교사범)만 처벌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범인 은닉·도피죄에서 친족을 빼주는 것은 인지상정을 감안할 경우 기대 가능성이 없어서 처벌하지 않는 것일 뿐, 범죄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제3자를 통해 범인을 은닉·도피시킬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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