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아보카도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입력 2018.12.12 (14:21) 수정 2018.12.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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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건강식 열풍이 불면서 한동안 아보카도에 관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김새도 생소했던 열대과일 아보카도는 그 효능을 조명받으며 급속하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대부분 '아보카도를 먹어야 하는 이유' 또는 '아보카도 전문점'에 관한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보카도의 효능, 그 이면의 요소들이 종종 기사화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각) 영국과 아일랜드 식당가에서 아보카도가 밀려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 과일'로 불리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보카도의 주생산지는 멕시코다. 그런데 멕시코에서 아보카도가 재배되는 과정에 마약 카르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례로 멕시코 서남부 미초아칸 지역의 아보카도 농부들은 경작지를 이른바 마약왕들에게 빼앗겼고, 이 마약왕들은 이른바 '피의 아보카도(blood avocados)'를 수요가 많은 영국의 무역상들에게 팔아 매년 1억 5천만 파운드(우리 돈 약 2,125억 원)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아보카도를 소비하면 할수록 마약상들의 배를 불려주게 된다는 것이 아보카도를 메뉴에서 제외하고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 식당주들의 생각이다.

아보카도 재배가 범죄 조직과 연결돼있다는 소식은 사실 하루이틀 된 소식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이맘 때 영국 BBC에서는 아보카도 농장을 지키는 이른바 '자경단'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멕시코 미초아칸주는 아보카도의 최대 생산지인데 농장의 수익 일부분을 범죄 조직이 빼앗아 가자 그 횡포를 막기 위해 자경단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들은 농장 주변에서 총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채 활동하고 있다. 무기를 구입하고 활동을 하는데 드는 비용 등은 아보카도 농장주들이 부담한다.


멕시코는 전 세계 아보카도 생산량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악명 높은 멕시코의 마약 범죄 조직은 몇 해 전부터 아보카도 농장주들로부터 재배 면적 1헥타르 당 100달러, 판매되는 아보카도 무게 450그램 당 10센트 등 일정 금액을 책정해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빼앗아 가고 있다.

멕시코 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한 범죄 조직에서만 한 해 일억 오천만 달러, 우리돈 천 육백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범죄 조직들은 돈 내기를 거부하는 농민들을 납치해 살해하고 아보카도 농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멕시코 농업부의 관련 기록까지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피의 아보카도'라는 말이 생기게 됐고, 아보카도를 먹으면 먹을 수록 범죄 조직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논리도 성립되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범죄 조직과의 관련성이 당장 시급한 문제라고 한다면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최근 5년 간 미국에서만 아보카도를 즐기는 인구가 57% 정도 증가했다. 미초아칸주에서만 미국으로 연간 20억 개의 아보카도가 수출된다. 이렇다보니 멕시코가 2016년 아보카도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22억 달러, 우리돈 2조 3천억 원에 달했다. 따라서 이처럼 고수익이 보장되는 아보카도 농장들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이에 따른 환경 문제 역시 아주 심각하다.

환경 단체들에 따르면 미초아칸주에서만 아보카도 농장으로의 개간을 위한 산림 벌채가 해마다 2.5%씩 증가하고 있고, 아보카도 재배에 이용되는 화학비료 등으로 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칠레 일부 지역에서는 아보카도로 인해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칠레 발파라이소주 페토르카 지역에서는 15년 전에 강이 흐르던 곳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말라 버렸고 수돗물도 정해진 시간에만 공급되고 있는데 주민들은 상황이 이처럼 급격히 악화된 원인으로 아보카도 농장을 꼽고 있다.


즉, 이 지역의 하천과 지하수 등 대부분의 물이 아보카도 농장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아보카도 재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아보카도 농장 0.01제곱킬로미터당 하루 필요한 물의 양은 십만 리터. 이는 사람 천 명이 하루 소비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양이다. 따라서 환경 운동가들은 아보카도로 인해 칠레인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서 유럽의 아보카도 수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식당들이 아보카도가 들어간 음식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은 반가운소식이다. '먼 곳에서 들여오는 수입품보다는 자국, 우리 고장에서 재배하는 제철 농산물이 건강에 좋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분위기. "소비자들도 제철 농산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고 무엇이 제철 농산물인지, 또 제철은 언제인지를 알아야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 그런 것과는 완전히 멀어져 있다"는 오피니언 리더 쉐프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먹을 수 있는 다른 대체재들이 많다. 아보카도나 다른 수입품을 피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필요하면 지금 당장 제철인 케일이나 큰 뿌리 셀러리 등을 먹으면 된다."는 권고에도 귀기울여봄직하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고민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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