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차(茶)의 나라’ 중국의 커피 전쟁

입력 2018.12.15 (21:51) 수정 2018.12.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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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커피 매장은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중국, 상하이에 있다고 하는데요.

적극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으로 14억 인구 중국의 커피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여왔던 스타벅스가 요즘, 중국의 신생 커피 브랜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합니다.

'차의 나라' 중국에서 미-중 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최영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명·청 시대 황제들이 살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 '자금성'.

전 세계에서 한 해 천7백만 명이 찾는 중국 문화의 상징입니다.

이곳 자금성에는 2007년까지 스타벅스가 커피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문화의 상징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에 밀려, 문을 닫았습니다.

자금성 스타벅스는 당시 중국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냈지만, '스타벅스'라는 간판과 상표를 내리고 커피를 팔라는 중국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1년 뒤 지난 9월, 자금성 안에 한 커피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꾸웨이/자금성 관광객 : "자금성에서 뜨거운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게 매우 편해요. 만족합니다."]

루이싱 커피.

스타벅스를 쫓아낸 자금성이 문을 활짝 열어준 건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입니다.

'차의 나라'로 불리는 중국이지만 대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찻잔 대신 커피 컵을 든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중국 커피 소비 시장의 성장률은 25%.

글로벌 시장 성장률의 열 배나 됩니다.

거대한 잠재력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또 세계 커피 시장의 막대한 규모를 간파한 중국.

중국이 커피 생산부터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고원 지대에 커피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습니다.

'차의 나라' 중국에서도 특히 보이차의 산지로 유명한 윈난 성입니다.

알알이 붉게 익은 커피 열매를 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커피 재배 농가 작업자 : "(커피를 수확하기에 언제가 가장 좋아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일 좋죠."]

윈난의 온난한 기후는 아라비카종 커피를 재배하기에 딱 적합합니다.

아라비카 종 커피는 향미가 우수하고 신맛이 좋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소규모로 이어오던 윈난 성의 커피 재배는 가난한 농민들을 돕기 위해 중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중국산 아라비카 원두의 수요가 늘면서 농가들은 너도나도 차밭을 갈아엎고 수익이 높은 커피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윈난 성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2008년 2만 6천 톤에서 올해 15만 톤으로, 10년 새 6배 가까이 늘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산 커피의 98%가 윈난 성에서 재배되는데, 현재까지는 대부분 내수용입니다.

[궈원퀘이/커피 재배 농부 : "현재는 주로 국내 시장에 만족하고 있는데, 앞으로 재배 규모를 확대한 후에 해외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성 정부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고급 커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500여 농가가 모여 커피 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에서 '커피 축제'가 열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엄격하게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 스페셜티커피 협회의 자격 인정을 받은 국내외 커피 감별사들.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커피의 품질을 평가받기 위해 정부가 초청했습니다.

윈난 성 정부는 현재 3%대인 고급 커피 생산 비율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 꾸준히 늘리고 중국산 '윈난 커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왕지아웨이/신자이촌 당 총지서기 : "정부 각 부서에서 커피 산업을 도와줍니다. 특히 저희 신자이촌의 농업청과 시 농업국은 커피 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벅스가 장악해 온 커피 체인 업계에서도 중국산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베이징 대학가의 루이싱 커피 매장.

이 곳에는 계산대가 따로 없습니다.

앱과 QR코드로 모든 주문, 결재를 처리해 시간을 줄였습니다.

스타벅스보다 20~30% 낮은 가격에, 두 개를 주문하면 하나는 덤으로 주는 마케팅.

커피가 30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한 잔을 더 줍니다.

[주훙샤/루이싱 이용자 : "커피 맛이 꽤 괜찮아요. 제 입맛에 맞아요. 쿠폰 정책을 잘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마시는 커피는 모두 쿠폰으로 산 것이에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를 대거 스카웃하고 스타벅스 매장 수를 뛰어 넘겠다고 공언하는 등 드러내놓고 스타벅스에 잇따라 도전장도 던졌습니다.

그 결과 올 초 1호점이 문을 연 이래 단 1년 만에 2,000개 매장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1,000개 매장을 내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대 강자였던 스타벅스는 올해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뒤에야 노선을 바꿨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공간'을 판다던 자존심을 접고 알리바바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벨린다 웡/스타벅스 차이나 CEO : "다음으로는, 알리바바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중국에 최초의 가상 스타벅스 매장을 개발 중입니다."]

2022년이면 중국의 커피 시장은 10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

거대한 중국 시장 앞에서 미국 커피의 자존심 스타벅스와 중국식 전략을 앞세운 루이싱이 치열한 커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최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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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차(茶)의 나라’ 중국의 커피 전쟁
    • 입력 2018-12-15 22:05:36
    • 수정2018-12-15 22:14:3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커피 매장은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중국, 상하이에 있다고 하는데요.

적극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으로 14억 인구 중국의 커피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여왔던 스타벅스가 요즘, 중국의 신생 커피 브랜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합니다.

'차의 나라' 중국에서 미-중 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최영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명·청 시대 황제들이 살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 '자금성'.

전 세계에서 한 해 천7백만 명이 찾는 중국 문화의 상징입니다.

이곳 자금성에는 2007년까지 스타벅스가 커피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문화의 상징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에 밀려, 문을 닫았습니다.

자금성 스타벅스는 당시 중국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냈지만, '스타벅스'라는 간판과 상표를 내리고 커피를 팔라는 중국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1년 뒤 지난 9월, 자금성 안에 한 커피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꾸웨이/자금성 관광객 : "자금성에서 뜨거운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게 매우 편해요. 만족합니다."]

루이싱 커피.

스타벅스를 쫓아낸 자금성이 문을 활짝 열어준 건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입니다.

'차의 나라'로 불리는 중국이지만 대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찻잔 대신 커피 컵을 든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중국 커피 소비 시장의 성장률은 25%.

글로벌 시장 성장률의 열 배나 됩니다.

거대한 잠재력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또 세계 커피 시장의 막대한 규모를 간파한 중국.

중국이 커피 생산부터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고원 지대에 커피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습니다.

'차의 나라' 중국에서도 특히 보이차의 산지로 유명한 윈난 성입니다.

알알이 붉게 익은 커피 열매를 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커피 재배 농가 작업자 : "(커피를 수확하기에 언제가 가장 좋아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일 좋죠."]

윈난의 온난한 기후는 아라비카종 커피를 재배하기에 딱 적합합니다.

아라비카 종 커피는 향미가 우수하고 신맛이 좋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소규모로 이어오던 윈난 성의 커피 재배는 가난한 농민들을 돕기 위해 중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중국산 아라비카 원두의 수요가 늘면서 농가들은 너도나도 차밭을 갈아엎고 수익이 높은 커피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윈난 성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2008년 2만 6천 톤에서 올해 15만 톤으로, 10년 새 6배 가까이 늘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산 커피의 98%가 윈난 성에서 재배되는데, 현재까지는 대부분 내수용입니다.

[궈원퀘이/커피 재배 농부 : "현재는 주로 국내 시장에 만족하고 있는데, 앞으로 재배 규모를 확대한 후에 해외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성 정부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고급 커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500여 농가가 모여 커피 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에서 '커피 축제'가 열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엄격하게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 스페셜티커피 협회의 자격 인정을 받은 국내외 커피 감별사들.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커피의 품질을 평가받기 위해 정부가 초청했습니다.

윈난 성 정부는 현재 3%대인 고급 커피 생산 비율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 꾸준히 늘리고 중국산 '윈난 커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왕지아웨이/신자이촌 당 총지서기 : "정부 각 부서에서 커피 산업을 도와줍니다. 특히 저희 신자이촌의 농업청과 시 농업국은 커피 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벅스가 장악해 온 커피 체인 업계에서도 중국산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베이징 대학가의 루이싱 커피 매장.

이 곳에는 계산대가 따로 없습니다.

앱과 QR코드로 모든 주문, 결재를 처리해 시간을 줄였습니다.

스타벅스보다 20~30% 낮은 가격에, 두 개를 주문하면 하나는 덤으로 주는 마케팅.

커피가 30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한 잔을 더 줍니다.

[주훙샤/루이싱 이용자 : "커피 맛이 꽤 괜찮아요. 제 입맛에 맞아요. 쿠폰 정책을 잘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마시는 커피는 모두 쿠폰으로 산 것이에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를 대거 스카웃하고 스타벅스 매장 수를 뛰어 넘겠다고 공언하는 등 드러내놓고 스타벅스에 잇따라 도전장도 던졌습니다.

그 결과 올 초 1호점이 문을 연 이래 단 1년 만에 2,000개 매장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1,000개 매장을 내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대 강자였던 스타벅스는 올해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뒤에야 노선을 바꿨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공간'을 판다던 자존심을 접고 알리바바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벨린다 웡/스타벅스 차이나 CEO : "다음으로는, 알리바바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중국에 최초의 가상 스타벅스 매장을 개발 중입니다."]

2022년이면 중국의 커피 시장은 10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

거대한 중국 시장 앞에서 미국 커피의 자존심 스타벅스와 중국식 전략을 앞세운 루이싱이 치열한 커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최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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