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암표 역추적해 보니 여행사가 나온다?

입력 2018.12.16 (07:01) 수정 2018.12.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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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긴K-BTS·워너원도 모르는 티켓팅의 진실(풀버전)

KBS는 매크로 때문에 연말연시 공연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암표와 관련된 다양한 소문들을 확인해보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직후 반향과 독자들의 질문을 담아 취재기를 정리해봤습니다.

Q1. 팬들도 출처를 모르는 '대행표'의 진실, 추적해 보니 어떤 것이었나요?

A1. 우선 수소문을 통해 '대행표'를 자주 구매해봤다는 한 워너원 팬분을 만나봤습니다. 이 분의 경우 주로 SNS상에서 대행표를 구했다고 했고, 대행표 판매자 대부분 입금 순으로 좋은 자리를 준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주면 입금 먼저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행표가 뭔지 판매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해 대행표의 정확한 실제를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SNS상에 '대행표'를 검색하니, 수십 개의 업체가 떴습니다. 오픈 카톡방에 들어가 개인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업체 4곳에 AAA(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시상식 가격을 문의하자 최소 2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요구했습니다. 대행표가 무엇인지 묻자 거래를 중단한 업체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굉장히 폐쇄적인 거래 방식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판매자가 요구한 티켓 가격을 입금하자 며칠 뒤에 등기 우편이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우편에 적힌 주소로 직접 가봤습니다. 주소 대부분 아파트, 빌라 주소였습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에서는 판매자가 부재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고, 두 번째로 찾아간 곳 역시 부재중이어서 어렵게 전화로 연결됐습니다. 하지만 대행표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 상가 건물에서 난데없이 일본과 중국 국내 여행사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이분들께 표의 출처를 물으니, 자신들은 공연 주최 측에 일정 금액을 협찬하고 외국인 관광객 여행객모집용으로 받아온 이른바 '협찬 티켓'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팔았을 뿐, 내국인에게는 판매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간혹 외국인 관광객이 구입했다가 내국인에게 재판매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가 받은 표도 '재판매'의 '재판매'가 이뤄진 표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Q2. 대행표를 쫓아갔더니 여행사 직원들을 만났다, 그럼 대행표는 전부 여행사 협찬표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A2. 그건 아닙니다. 제가 추적을 한 다음 날 열린 한 시상식장에 갔었는데요. 역시 SNS를 통해 대행표로 구매했습니다. 당일이라 우편 발송 없이 시상식장 인근 호프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호프집으로 들어가니 탁자를 여러 개 붙여놓고 티켓 부스 마냥 표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내국인 관광객에게는 표를 팔지 않는다던 그 여행사 직원을 그곳에서 맞닥뜨렸습니다. 표의 출처를 묻자, 이 표의 출처는 '협찬표'가 아닌 사적인 관계로 공연기획사 등으로부터 받아온 '관계자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대행표를 쫓아갔더니 협찬금을 내고 받은 '협찬표'가 있었고, 또 공연 관계자에게 사적으로 받은 '관계자표'가 있었던 겁니다.

취재 도중 또 다른 국내 여행사 대표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런 관행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찬표를 받아오기 위해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주최 측에 낸다고 말했습니다. 장당으로 얼마의 협찬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의 협찬금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협찬표를 준다고도 말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받아온 이런 협찬표 중 일부 표는 내국인에게 팔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암표를 다른 말로 하면 '새는 표'일텐데 제가 이번 취재로 확인한 '새는 표'는 '대행표'(협찬표·관계자표 일부)였던 거죠.

Q3. 이쯤 되면 주최 측도 관여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A3. 네.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새는 표'가 많을 수록 암표가 생길 확률도 높아질텐데, 알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취재 기간 동안 열렸던 시상식 2곳(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멜론 뮤직 어워드)에 각각 물었습니다. 대행표 관행이 일반적인 것인지, 일반적이라면 이번 시상식 때 몇 개 업체에 몇 장의 협찬표를 준 건지, 관계자표는 어디까지 나가는지, 관리는 잘 되고 있는 지를요.

하지만 여행사들이 협찬표를 받았던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주최 측(스타뉴스)은 서면 답변조차 거부했습니다. 플로어(FLOOR) 석 대부분이 대행표로 나갔다는 여행사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답변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관계자표가 시중에 나돌던 멜론 뮤직 어워드 주최 측(카카오)에서는 표의 유통과정이 복잡해 어떤 표가 어떤 관계자에게서 나왔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습니다.

공식 지정된 예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구매 또는 취득한 티켓은 불법 거래 티켓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던 공지는 단지 문구에지나지 않은 것일까요. 공식 지정된 예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대행표는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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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암표 역추적해 보니 여행사가 나온다?
    • 입력 2018-12-16 07:01:40
    • 수정2018-12-16 11:28:18
    취재후·사건후
▲ 끈질긴K-BTS·워너원도 모르는 티켓팅의 진실(풀버전)

KBS는 매크로 때문에 연말연시 공연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암표와 관련된 다양한 소문들을 확인해보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직후 반향과 독자들의 질문을 담아 취재기를 정리해봤습니다.

Q1. 팬들도 출처를 모르는 '대행표'의 진실, 추적해 보니 어떤 것이었나요?

A1. 우선 수소문을 통해 '대행표'를 자주 구매해봤다는 한 워너원 팬분을 만나봤습니다. 이 분의 경우 주로 SNS상에서 대행표를 구했다고 했고, 대행표 판매자 대부분 입금 순으로 좋은 자리를 준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주면 입금 먼저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행표가 뭔지 판매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해 대행표의 정확한 실제를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SNS상에 '대행표'를 검색하니, 수십 개의 업체가 떴습니다. 오픈 카톡방에 들어가 개인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업체 4곳에 AAA(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시상식 가격을 문의하자 최소 2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요구했습니다. 대행표가 무엇인지 묻자 거래를 중단한 업체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굉장히 폐쇄적인 거래 방식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판매자가 요구한 티켓 가격을 입금하자 며칠 뒤에 등기 우편이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우편에 적힌 주소로 직접 가봤습니다. 주소 대부분 아파트, 빌라 주소였습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에서는 판매자가 부재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고, 두 번째로 찾아간 곳 역시 부재중이어서 어렵게 전화로 연결됐습니다. 하지만 대행표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 상가 건물에서 난데없이 일본과 중국 국내 여행사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이분들께 표의 출처를 물으니, 자신들은 공연 주최 측에 일정 금액을 협찬하고 외국인 관광객 여행객모집용으로 받아온 이른바 '협찬 티켓'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팔았을 뿐, 내국인에게는 판매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간혹 외국인 관광객이 구입했다가 내국인에게 재판매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가 받은 표도 '재판매'의 '재판매'가 이뤄진 표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Q2. 대행표를 쫓아갔더니 여행사 직원들을 만났다, 그럼 대행표는 전부 여행사 협찬표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A2. 그건 아닙니다. 제가 추적을 한 다음 날 열린 한 시상식장에 갔었는데요. 역시 SNS를 통해 대행표로 구매했습니다. 당일이라 우편 발송 없이 시상식장 인근 호프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호프집으로 들어가니 탁자를 여러 개 붙여놓고 티켓 부스 마냥 표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내국인 관광객에게는 표를 팔지 않는다던 그 여행사 직원을 그곳에서 맞닥뜨렸습니다. 표의 출처를 묻자, 이 표의 출처는 '협찬표'가 아닌 사적인 관계로 공연기획사 등으로부터 받아온 '관계자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대행표를 쫓아갔더니 협찬금을 내고 받은 '협찬표'가 있었고, 또 공연 관계자에게 사적으로 받은 '관계자표'가 있었던 겁니다.

취재 도중 또 다른 국내 여행사 대표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런 관행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찬표를 받아오기 위해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주최 측에 낸다고 말했습니다. 장당으로 얼마의 협찬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의 협찬금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협찬표를 준다고도 말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받아온 이런 협찬표 중 일부 표는 내국인에게 팔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암표를 다른 말로 하면 '새는 표'일텐데 제가 이번 취재로 확인한 '새는 표'는 '대행표'(협찬표·관계자표 일부)였던 거죠.

Q3. 이쯤 되면 주최 측도 관여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A3. 네.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새는 표'가 많을 수록 암표가 생길 확률도 높아질텐데, 알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취재 기간 동안 열렸던 시상식 2곳(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멜론 뮤직 어워드)에 각각 물었습니다. 대행표 관행이 일반적인 것인지, 일반적이라면 이번 시상식 때 몇 개 업체에 몇 장의 협찬표를 준 건지, 관계자표는 어디까지 나가는지, 관리는 잘 되고 있는 지를요.

하지만 여행사들이 협찬표를 받았던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주최 측(스타뉴스)은 서면 답변조차 거부했습니다. 플로어(FLOOR) 석 대부분이 대행표로 나갔다는 여행사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답변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관계자표가 시중에 나돌던 멜론 뮤직 어워드 주최 측(카카오)에서는 표의 유통과정이 복잡해 어떤 표가 어떤 관계자에게서 나왔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습니다.

공식 지정된 예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구매 또는 취득한 티켓은 불법 거래 티켓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던 공지는 단지 문구에지나지 않은 것일까요. 공식 지정된 예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대행표는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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