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알코올·게임 ‘중독’…치료시작은 ‘중독 인정하기’

입력 2018.12.16 (08:07) 수정 2019.01.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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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건강365, KBS 3라디오 FM 104.9MHz
● 2018. 12. 16.(일) 08:00~09:00 / 16:00~17:00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와 '중독'에 대해 알아봅니다.

◇박광식: 알코올, 도박, 게임 등 여러 중독이 많은데, 사회에서 '중독'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노성원: 네, 중독질환은 보통 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킵니다. 나아가 사회안전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알코올을 예를 들어보면요. 간경화라든지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남성 100명 중 12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요. 또한, 가정폭력이나 가족 내 갈등을 유발합니다. 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이라든지 폭행이나 강도, 강간과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서 한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알코올 중독은 개인과 가정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고요. 따라서 중독이라는 질병은 사회적 관심은 물론, 공공정책과 같은 부분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은 '뇌질환'

◇박광식: 중독된 상태, 과연 치료될까요?

◆노성원: 먼저, 중독질환은 뇌에 신경생물학적 이상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환이라는 걸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선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쾌락 중추가 자극되는데, 이 자극을 지속하기 위해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중독'행동입니다. 이렇게 중독이 진행되면 충동을 억제하는 뇌 기능이 마비되고 기능이 떨어집니다. 또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중독은 '뇌질환'이라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고 또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중독에 빠지면 회복이 쉽지 않고 또 만성적으로 재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약물치료라든지 비약물치료 등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여러 가지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중독' 의지가 약해서? 성격문제? 타락해서? NO!

◇박광식: 나 스스로 중독됐다고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치료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노성원: 네, 맞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죠. 바로 중독치료가 그렇습니다.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요. 본인도 본인이지만, 주변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도 잘못된 경우가 많아서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중독 문제를 그 사람의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든지,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든지, 도덕성이 타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면 사실 이건 문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너무 문제가 커진 다음에 뒤늦게서야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회복 성공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중독이란? ① 내성 ② 금단증상 ③ 조절능력 상실

◇박광식: 의학적으로 중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노성원: 네, 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명확한 진단기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나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에 따르면 술이나 담배, 마약 등과 같은 물질중독뿐만 아니라 도박이나 인터넷게임과 같은 행위중독에서 공통된 진단기준들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독물질을 사용하거나 중독행위를 했을 때 그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물질사용이나 행위가 필요한 상태, 이걸 우리가 내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같은 양을 사용했을 때나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만족감이 줄어들어서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상태죠. 이런 내성이라는 진단기준이 있고요. 또 사용하던 물질이나 행동을 갑자기 멈추거나 줄였을 때 괴로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건데 이걸 금단증상이라고 합니다.

내성과 금단증상이 있다면 중독질환의 진단기준이 되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이제 끊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즉 조절능력을 상실한 게 중독질환의 핵심증상이 되겠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행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있고요. 또 이런 물질사용이나 중독행위로 인해서 직업이나 학습기능 대인관계 등과 같은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못 하고 지장을 받을 때 우리가 중독질환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우측)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우측)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광식: 그러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노성원: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우선 성격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굉장히 높습니다. 즉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많고요. 충동적인 경향이 있어서 보통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버린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만족을 위해서 내가 현재의 어려움을 참는 것보다는 당장에 즐거움을 위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좀 있죠. 또 이런 경우는 보통 남성들에게 더 흔하다고 되어 있고요. 그런데 중독문제가 남자들한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여성들 같은 경우는 우울하거나 불안해서 그러한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술이나 담배나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것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중독 치료, 단거리 달리기 아닌 마라톤

◇박광식: 중독문제 해결을 위해선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노성원: 네, 그렇습니다. 중독이라는 병은 만성적인 질환이면서 재발이 흔한 질병입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중독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다시 재발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요. 한순간에 방심해서 그동안에 공든 탑이 확 무너져 버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환자와 가족 그리고 치료자는 실망하고 지칠 수가 있어요. 하지만 한두 번 실수했을 때 이걸 실패라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면 정말 재발하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왜 실수했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또 그러한 상황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면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저는 그래서 실수나 재발 또한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재발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 모두 성장할 수 있고요. 이런 관점에서 중독치료의 과정을 우리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넘어질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뛴다면 기회가 있고 또 회복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광식: 오늘 중독에 대해 개념을 제대로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건강 365 포인트 쏙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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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알코올·게임 ‘중독’…치료시작은 ‘중독 인정하기’
    • 입력 2018-12-16 08:07:25
    • 수정2019-01-02 08:51:41
    박광식의 건강 365
● 프로그램명: 건강365, KBS 3라디오 FM 104.9MHz
● 2018. 12. 16.(일) 08:00~09:00 / 16:00~17:00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와 '중독'에 대해 알아봅니다.

◇박광식: 알코올, 도박, 게임 등 여러 중독이 많은데, 사회에서 '중독'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노성원: 네, 중독질환은 보통 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킵니다. 나아가 사회안전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알코올을 예를 들어보면요. 간경화라든지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남성 100명 중 12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요. 또한, 가정폭력이나 가족 내 갈등을 유발합니다. 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이라든지 폭행이나 강도, 강간과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서 한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알코올 중독은 개인과 가정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고요. 따라서 중독이라는 질병은 사회적 관심은 물론, 공공정책과 같은 부분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은 '뇌질환'

◇박광식: 중독된 상태, 과연 치료될까요?

◆노성원: 먼저, 중독질환은 뇌에 신경생물학적 이상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환이라는 걸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선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쾌락 중추가 자극되는데, 이 자극을 지속하기 위해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중독'행동입니다. 이렇게 중독이 진행되면 충동을 억제하는 뇌 기능이 마비되고 기능이 떨어집니다. 또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중독은 '뇌질환'이라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고 또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중독에 빠지면 회복이 쉽지 않고 또 만성적으로 재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약물치료라든지 비약물치료 등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여러 가지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중독' 의지가 약해서? 성격문제? 타락해서? NO!

◇박광식: 나 스스로 중독됐다고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치료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노성원: 네, 맞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죠. 바로 중독치료가 그렇습니다.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요. 본인도 본인이지만, 주변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도 잘못된 경우가 많아서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중독 문제를 그 사람의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든지,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든지, 도덕성이 타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면 사실 이건 문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너무 문제가 커진 다음에 뒤늦게서야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회복 성공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중독이란? ① 내성 ② 금단증상 ③ 조절능력 상실

◇박광식: 의학적으로 중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노성원: 네, 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명확한 진단기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나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에 따르면 술이나 담배, 마약 등과 같은 물질중독뿐만 아니라 도박이나 인터넷게임과 같은 행위중독에서 공통된 진단기준들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독물질을 사용하거나 중독행위를 했을 때 그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물질사용이나 행위가 필요한 상태, 이걸 우리가 내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같은 양을 사용했을 때나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만족감이 줄어들어서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상태죠. 이런 내성이라는 진단기준이 있고요. 또 사용하던 물질이나 행동을 갑자기 멈추거나 줄였을 때 괴로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건데 이걸 금단증상이라고 합니다.

내성과 금단증상이 있다면 중독질환의 진단기준이 되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이제 끊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즉 조절능력을 상실한 게 중독질환의 핵심증상이 되겠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행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있고요. 또 이런 물질사용이나 중독행위로 인해서 직업이나 학습기능 대인관계 등과 같은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못 하고 지장을 받을 때 우리가 중독질환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우측)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광식: 그러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노성원: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우선 성격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굉장히 높습니다. 즉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많고요. 충동적인 경향이 있어서 보통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버린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만족을 위해서 내가 현재의 어려움을 참는 것보다는 당장에 즐거움을 위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좀 있죠. 또 이런 경우는 보통 남성들에게 더 흔하다고 되어 있고요. 그런데 중독문제가 남자들한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여성들 같은 경우는 우울하거나 불안해서 그러한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술이나 담배나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것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중독 치료, 단거리 달리기 아닌 마라톤

◇박광식: 중독문제 해결을 위해선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노성원: 네, 그렇습니다. 중독이라는 병은 만성적인 질환이면서 재발이 흔한 질병입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중독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다시 재발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요. 한순간에 방심해서 그동안에 공든 탑이 확 무너져 버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환자와 가족 그리고 치료자는 실망하고 지칠 수가 있어요. 하지만 한두 번 실수했을 때 이걸 실패라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면 정말 재발하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왜 실수했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또 그러한 상황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면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저는 그래서 실수나 재발 또한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재발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 모두 성장할 수 있고요. 이런 관점에서 중독치료의 과정을 우리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넘어질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뛴다면 기회가 있고 또 회복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광식: 오늘 중독에 대해 개념을 제대로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건강 365 포인트 쏙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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