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위험 떠 넘기기…언제까지

입력 2018.12.19 (07:43) 수정 2018.12.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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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해설위원]

24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8일째입니다. 컵라면 3개와 과자 한 봉지, 물휴지 한통이 그가 남긴 유품입니다. 사망 사고가 난 지 30분 만에 한국서부발전이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지시했다는 비통한 증언도 나왔습니다. 꽃다운 나이, 채 피지 못한 청년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같은 ‘위험의 외주화’의 어두운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2016년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열아홉 살의 외주업체 직원 김모씨가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했습니다. 2017년엔 제주의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제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 사건’ 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재사망 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인 산재왕국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하루 한 명꼴로 모두 1,426명입니다. 경제적 손실만 해도 해마다 22조원에 이릅니다. 산재 참사 때마다 우리 정부와 노동단체, 기업과 언론 등은 저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다짐해왔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청년노동자 사망 사고에서도 정부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2인1조 근무 즉시 시행, 6개월 미만 경력자 단독작업 금지 등 긴급 안전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종 법안들을 쏟아내지만 이해관계가 다르고 의지마저 부족해 툭하면 법안을 폐기하는 국회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고는 수없이 반복돼왔고 위험한 일은 늘 비정규직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제도가 바뀌어도 누군가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위험한 일을 해도 너무 쉽게 자주 목숨을 잃는 지금 같은 열악한 노동 환경은 개선돼야 합니다. 이는 국가와 사회 모두의 책임입니다. 안전과 생명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중되고 보장돼야 할 기본권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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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위험 떠 넘기기…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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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2-19 0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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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해설위원]

24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8일째입니다. 컵라면 3개와 과자 한 봉지, 물휴지 한통이 그가 남긴 유품입니다. 사망 사고가 난 지 30분 만에 한국서부발전이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지시했다는 비통한 증언도 나왔습니다. 꽃다운 나이, 채 피지 못한 청년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같은 ‘위험의 외주화’의 어두운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2016년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열아홉 살의 외주업체 직원 김모씨가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했습니다. 2017년엔 제주의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제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 사건’ 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재사망 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인 산재왕국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하루 한 명꼴로 모두 1,426명입니다. 경제적 손실만 해도 해마다 22조원에 이릅니다. 산재 참사 때마다 우리 정부와 노동단체, 기업과 언론 등은 저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다짐해왔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청년노동자 사망 사고에서도 정부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2인1조 근무 즉시 시행, 6개월 미만 경력자 단독작업 금지 등 긴급 안전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종 법안들을 쏟아내지만 이해관계가 다르고 의지마저 부족해 툭하면 법안을 폐기하는 국회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고는 수없이 반복돼왔고 위험한 일은 늘 비정규직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제도가 바뀌어도 누군가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위험한 일을 해도 너무 쉽게 자주 목숨을 잃는 지금 같은 열악한 노동 환경은 개선돼야 합니다. 이는 국가와 사회 모두의 책임입니다. 안전과 생명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중되고 보장돼야 할 기본권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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