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경제의 큰 손 ‘장마당’과 ‘돈주’

입력 2018.12.22 (08:08) 수정 2018.1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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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적은 분이라고 해도 ‘장마당’이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로 치면 시장을 의미하는데요.

남북의 창에서도 북한사회의 변화를 진단할 때 이 장마당의 흐름을 자주 인용하곤 하죠.

그런데 최근엔 이 장마당과 장마당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계층들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이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장마당과 신흥자본가인 돈주의 영향력을 집중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창바이현.

압록강 너머로 양강도 혜산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혜산 종합시장이 위치해 있는 역전 백화점 거리는 언제나 인산인해.

물건을 실은 트럭부터, 연신 손수레를 끌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레꾼들까지, 양강도 최대의 시장이라는 혜산 시장의 현재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혜산 시장 주변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살림집들.

그 앞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밖에서 골목골목마다 성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거래.

손에 물품 이름이 쓰인 종이를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거 하면, 밖에서 보면 보통의 살림집도이지만, 내부엔 상품을 자루 째 쌓아놓은 모습도 포착됐다.

지역 전체가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

혜산 출신 탈북민들 역시 이곳엔 종합시장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양정옥/2016년 탈북 : "(이 사이에) 길이 또 있거든요. 여기 길, 길마다 메뚜기장이 다 있고..."]

[박현숙/2015년 탈북 : "보천보 기념탑 아래로는 거의 다 (장마당이에요)."]

그 수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는 증언이다.

["혜산 시내는 가는 곳마다 다 장마당이야."]

혜산 사람만 장사에 열을 올리는 건 아니다.

혜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취재진은 사람을 빼곡하게 태운 트럭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시장.

삼지연과 같은 꽤 먼 곳 지역 주민들까지 혜산으로 넘어와 장사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짐꾼들도 있고 그리고 또 거기에 앉아서 도매를 쳐주는 사람들이 있고 또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고 또 아니면 음식도 다 만들어서 또 넘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장마당이란 이 자그마한 공간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자기 나름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종사를 하며 먹고 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북한 시장의 역사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식량 부족에 따른 배급제의 붕괴.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김순영/2017년 탈북 : "아무리 기다려도 배급은 오지 않지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생활방식도 없지 밑천도 없지 하니까 굶어죽은 게 많아요. 그다음부터 가정주부들이 야, 일단 안 되겠구나. 이렇게 하다가는 굶어죽겠구나. 그래서 무슨 밀가루 한 키로를 사다가 꽈배기부터 시작해서 나가서 돌면서라도 팔아서 먹기 시작했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배급소가 앉지 않고 내 자체로 이제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장마당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살아야 됐으니까요."]

시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존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 갔다.

당장 먹을 식량의 물물 교환 수준을 넘어 생필품과 공산품까지 거래됐고, 결국 북한 당국도 시장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게 된다.

규모가 큰 장마당 격인 ‘종합시장’을 건설해, 시장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이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북한의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2002년 7.1 조치 이후에 북한에서 정책적으로 법적으로 승인하면서 대규모적으로 확대됐고 국경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륙 지방 특히 평양까지 확대됐고요. 장마당은 북한 전체의 서민경제라고도 하고 장마당 경제라고도 하는데요. 아래로부터 시장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70% 정도 됩니다. 법적으로 승인하면서 대규모적으로 확대됐고 국경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륙 지방 특히 평양까지 확대됐고요. 장마당은 북한 전체의 서민경제라고도 하고 장마당 경제라고도 하는데요. 아래로부터 시장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70% 정도 됩니다."]

이른바 ‘장마당’으로 통용되는 북한의 시장은 지난 20년 간 400여개가 새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장의 성장이 북한 사회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자본가 그룹, 이른바 ‘돈주’들의 등장이다.

‘돈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돈주’.

이들은 대형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외국산 전자제품과 사치품 등의 소비를 즐길 정도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막강한 자본력이 북한 경제에 비공식적으로 침투되는 걸 넘어 경제 기반을 좌지우지할 정도로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해외 투자 돈주가 있고요. 국내에 여러 산업시설이라든지 상업망, 그리고 부동산 쪽에 투자하는 그런 내 수지향적인 돈주라고 구분할 수가 있는데요. 이 돈주들이 없으면 북한에서는 아무것도 투자할 수가 없는 그런 지경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돈주는 곧 굉장한 막강한 경제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이 최근의 모습들이 보이죠. 그러면 이제 평양의 외관이 달라진 걸 봅니다. 현대적인 건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섰죠 그런데 돈주란 존재가 없었으면 그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것을 짓는데 국가자금도 들어갑니다만 돈주들이 자금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배급 체계가 붕괴된 초기 시장을 통해 장사는 물론 고리대금업과 밀수 등으로 돈을 모은 돈주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기관과 기업소에 자율경영권이 도입되는 등, 시장화와 사유화경제가 확대되면서 ‘돈주’의 수도 늘고 자금력도 커졌다는 평가다.

따라서 최근 북한 경제의 흐름은 곧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대북제재가 되면서 지금 석탄이라든지 철광석, 수산물등이 지금 수출이 안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투자했던 돈주들이 내수 투자로 지금 돌아오면서 북한 내부에 현대식 기업소라든지 아니면 수영장, 그다음에 상점, 그 다음에 식당, 그 다음에 부동산 아파트를 건설하는 측면에서 엄청난 활성화를 지금 하고 있고요."]

실제 최근 혜산지역에도 과거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층 아파트들이 시장을 중심으로 대거 들어섰다. 이렇게 돈주들이 건설한 건물의 거주권 매매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몇 배는 높다고 말한다.

[최영숙/2016년 탈북 : "시장 거 주변에 있는 집들은 비싸고 또 시장에 멀리 있는 주변 쪽에는 집이 엄청 싸고 그래요.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집은 중국 돈으로 환산했거든요. 시장 주변 쪽의 집들은 단층집 같은 거도 4만, 5만까지 했다는데 아파트는 10만 이상 했어요. 중국 돈으로. 그런데 저 주변 쪽에는 중국 돈 만오천부터 2만 원..."]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시장화 기류에 편승해 가고 있다는 점을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서구식 백화점을 본뜬 고급 상점이 잇따라 들어섰고, 구매력을 가진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식당과 위락시설도 성업 중이다.

여기에다 국영상점들도 시장화에 본격 뛰어든 모습이다.

[량승진/국영 황금벌 상점 사장 :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들을 팔아 주면서 다른 상점들보다 봉사시간을 연장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주면서 품질을 담보해 주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국영부분들이 시장화를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김정은 시대 큰 특징입니다. 보통 광복 지구, 그 상업 중심가 같은 경우라던지 현대적인 백화점 같은 것들 대부분 다 저희들은 시장 가격으로 움직이는 것이 파악이 됩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하면 북한에서의 시장화의 주체들이 물론 민간도 있습니다만 국영부분들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 더 커갈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김영남/정권수립70년 열병식/9월 9일 : "조선노동당은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 할 데 대한 전략적 전선을 제시 하였습니다. 사회주의의 전면적 부흥을 위한 경제건설 대진군을 힘 있게 다그쳐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지난 9월,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경제건설 총력에 집중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서도 경제 시장화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 자본이 유입되어야 하는 특구건설 현장은 물론 국내 생산 공장을 자주 시찰하고 있는데, 북한의 시장화를 단순히 유통에서만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예전에는 중국산 제품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현재에는 북한 내에서 만든 제품들이 60%, 70%가 넘어요. 그런 걸 보면 돈주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생활 필수품을 만드는 공장 기업소에 그만큼 돈을 투자를 했다라는 거고요. 시장화라는 게 유통 중심의 시장화, 그 다음에 생산 중심의 시장화. 나중에는 어떤 자금 금융 중심의 시장화로 흘러가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생산중심의 시장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 20년,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장마당에서 시작해 거대 자본까지 형성될 정도로 발달한 북한의 시장.

이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정권 역시 시장화를 정치에 활용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북한의 장마당, 그리고 돈주들의 역할이 앞으로 북한의 정치, 사회 전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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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2 08:24:27
    • 수정2018-12-22 08:32:19
    남북의 창
[앵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적은 분이라고 해도 ‘장마당’이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로 치면 시장을 의미하는데요.

남북의 창에서도 북한사회의 변화를 진단할 때 이 장마당의 흐름을 자주 인용하곤 하죠.

그런데 최근엔 이 장마당과 장마당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계층들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이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장마당과 신흥자본가인 돈주의 영향력을 집중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창바이현.

압록강 너머로 양강도 혜산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혜산 종합시장이 위치해 있는 역전 백화점 거리는 언제나 인산인해.

물건을 실은 트럭부터, 연신 손수레를 끌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레꾼들까지, 양강도 최대의 시장이라는 혜산 시장의 현재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혜산 시장 주변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살림집들.

그 앞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밖에서 골목골목마다 성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거래.

손에 물품 이름이 쓰인 종이를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거 하면, 밖에서 보면 보통의 살림집도이지만, 내부엔 상품을 자루 째 쌓아놓은 모습도 포착됐다.

지역 전체가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

혜산 출신 탈북민들 역시 이곳엔 종합시장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양정옥/2016년 탈북 : "(이 사이에) 길이 또 있거든요. 여기 길, 길마다 메뚜기장이 다 있고..."]

[박현숙/2015년 탈북 : "보천보 기념탑 아래로는 거의 다 (장마당이에요)."]

그 수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는 증언이다.

["혜산 시내는 가는 곳마다 다 장마당이야."]

혜산 사람만 장사에 열을 올리는 건 아니다.

혜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취재진은 사람을 빼곡하게 태운 트럭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시장.

삼지연과 같은 꽤 먼 곳 지역 주민들까지 혜산으로 넘어와 장사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짐꾼들도 있고 그리고 또 거기에 앉아서 도매를 쳐주는 사람들이 있고 또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고 또 아니면 음식도 다 만들어서 또 넘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장마당이란 이 자그마한 공간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자기 나름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종사를 하며 먹고 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북한 시장의 역사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식량 부족에 따른 배급제의 붕괴.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김순영/2017년 탈북 : "아무리 기다려도 배급은 오지 않지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생활방식도 없지 밑천도 없지 하니까 굶어죽은 게 많아요. 그다음부터 가정주부들이 야, 일단 안 되겠구나. 이렇게 하다가는 굶어죽겠구나. 그래서 무슨 밀가루 한 키로를 사다가 꽈배기부터 시작해서 나가서 돌면서라도 팔아서 먹기 시작했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배급소가 앉지 않고 내 자체로 이제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장마당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살아야 됐으니까요."]

시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존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 갔다.

당장 먹을 식량의 물물 교환 수준을 넘어 생필품과 공산품까지 거래됐고, 결국 북한 당국도 시장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게 된다.

규모가 큰 장마당 격인 ‘종합시장’을 건설해, 시장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이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북한의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2002년 7.1 조치 이후에 북한에서 정책적으로 법적으로 승인하면서 대규모적으로 확대됐고 국경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륙 지방 특히 평양까지 확대됐고요. 장마당은 북한 전체의 서민경제라고도 하고 장마당 경제라고도 하는데요. 아래로부터 시장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70% 정도 됩니다. 법적으로 승인하면서 대규모적으로 확대됐고 국경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륙 지방 특히 평양까지 확대됐고요. 장마당은 북한 전체의 서민경제라고도 하고 장마당 경제라고도 하는데요. 아래로부터 시장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70% 정도 됩니다."]

이른바 ‘장마당’으로 통용되는 북한의 시장은 지난 20년 간 400여개가 새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장의 성장이 북한 사회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자본가 그룹, 이른바 ‘돈주’들의 등장이다.

‘돈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돈주’.

이들은 대형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외국산 전자제품과 사치품 등의 소비를 즐길 정도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막강한 자본력이 북한 경제에 비공식적으로 침투되는 걸 넘어 경제 기반을 좌지우지할 정도로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해외 투자 돈주가 있고요. 국내에 여러 산업시설이라든지 상업망, 그리고 부동산 쪽에 투자하는 그런 내 수지향적인 돈주라고 구분할 수가 있는데요. 이 돈주들이 없으면 북한에서는 아무것도 투자할 수가 없는 그런 지경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돈주는 곧 굉장한 막강한 경제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이 최근의 모습들이 보이죠. 그러면 이제 평양의 외관이 달라진 걸 봅니다. 현대적인 건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섰죠 그런데 돈주란 존재가 없었으면 그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것을 짓는데 국가자금도 들어갑니다만 돈주들이 자금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배급 체계가 붕괴된 초기 시장을 통해 장사는 물론 고리대금업과 밀수 등으로 돈을 모은 돈주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기관과 기업소에 자율경영권이 도입되는 등, 시장화와 사유화경제가 확대되면서 ‘돈주’의 수도 늘고 자금력도 커졌다는 평가다.

따라서 최근 북한 경제의 흐름은 곧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대북제재가 되면서 지금 석탄이라든지 철광석, 수산물등이 지금 수출이 안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투자했던 돈주들이 내수 투자로 지금 돌아오면서 북한 내부에 현대식 기업소라든지 아니면 수영장, 그다음에 상점, 그 다음에 식당, 그 다음에 부동산 아파트를 건설하는 측면에서 엄청난 활성화를 지금 하고 있고요."]

실제 최근 혜산지역에도 과거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층 아파트들이 시장을 중심으로 대거 들어섰다. 이렇게 돈주들이 건설한 건물의 거주권 매매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몇 배는 높다고 말한다.

[최영숙/2016년 탈북 : "시장 거 주변에 있는 집들은 비싸고 또 시장에 멀리 있는 주변 쪽에는 집이 엄청 싸고 그래요.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집은 중국 돈으로 환산했거든요. 시장 주변 쪽의 집들은 단층집 같은 거도 4만, 5만까지 했다는데 아파트는 10만 이상 했어요. 중국 돈으로. 그런데 저 주변 쪽에는 중국 돈 만오천부터 2만 원..."]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시장화 기류에 편승해 가고 있다는 점을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서구식 백화점을 본뜬 고급 상점이 잇따라 들어섰고, 구매력을 가진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식당과 위락시설도 성업 중이다.

여기에다 국영상점들도 시장화에 본격 뛰어든 모습이다.

[량승진/국영 황금벌 상점 사장 :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들을 팔아 주면서 다른 상점들보다 봉사시간을 연장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주면서 품질을 담보해 주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국영부분들이 시장화를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김정은 시대 큰 특징입니다. 보통 광복 지구, 그 상업 중심가 같은 경우라던지 현대적인 백화점 같은 것들 대부분 다 저희들은 시장 가격으로 움직이는 것이 파악이 됩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하면 북한에서의 시장화의 주체들이 물론 민간도 있습니다만 국영부분들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 더 커갈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김영남/정권수립70년 열병식/9월 9일 : "조선노동당은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 할 데 대한 전략적 전선을 제시 하였습니다. 사회주의의 전면적 부흥을 위한 경제건설 대진군을 힘 있게 다그쳐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지난 9월,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경제건설 총력에 집중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서도 경제 시장화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 자본이 유입되어야 하는 특구건설 현장은 물론 국내 생산 공장을 자주 시찰하고 있는데, 북한의 시장화를 단순히 유통에서만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곽인옥/숙명여대 연구교수 : "예전에는 중국산 제품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현재에는 북한 내에서 만든 제품들이 60%, 70%가 넘어요. 그런 걸 보면 돈주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생활 필수품을 만드는 공장 기업소에 그만큼 돈을 투자를 했다라는 거고요. 시장화라는 게 유통 중심의 시장화, 그 다음에 생산 중심의 시장화. 나중에는 어떤 자금 금융 중심의 시장화로 흘러가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생산중심의 시장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 20년,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장마당에서 시작해 거대 자본까지 형성될 정도로 발달한 북한의 시장.

이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정권 역시 시장화를 정치에 활용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북한의 장마당, 그리고 돈주들의 역할이 앞으로 북한의 정치, 사회 전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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