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실향민과 탈북민 함께 만드는 ‘고향의 맛’

입력 2018.12.22 (08:19) 수정 2018.12.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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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힘든 타향살이를 견디며 먹던 전통음식을 칭하는 말이었다는데요.

지치고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음식.

역시 고향음식인가 봅니다.

투박한 고향 음식 한 그릇이 주는 따뜻한 위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텐데요.

올 한해 유난히 이 고향음식이 그리웠을 분들이 있죠?

바로 실향민과 탈북민들인데요.

얼마 전 이북음식으로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함께 고향의 맛을 추억했다고 하는군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남북요리만들기.

정은지 리포터가 특별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강원도 평창의 정강원입니다.

낮은 담장 너머 보이는 수백 개의 장독대, 아직 온기가 없는 가마솥엔 밤새 내린 눈이 그대로입니다.

늘 고즈넉한 이 곳에 오늘은 활기가 넘치는데요.

잠시 뒤 펼쳐질 특별한 요리 경연 때문입니다.

["제2회 남북요리 만들기 대회를 선언합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남북요리 만들기.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과 탈북민은 맛의 뿌리도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돼지고기를 이용한 고향의 맛을 보여줄 거라고 하네요.

어떤 요리가 탄생할지 저와 함께 지켜보실까요?

실향민과 탈북민이 한 팀이 되어 요리실력을 겨루는 경연.

기쁘게도 저도 심사위원 중 한명으로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요리가 한창인 가운데 조금 특이한 식재료가 눈에 띄는데요.

[나운화/탈북민 : "북한에선 고기가 없으니까 명절날에 집에서 먹던 인조고기거든요. 이렇게 손으로 뜯으면 더 맛있어요."]

양파와 삼겹살을 쪄낸 음식으로 고향 신의주의 맛을 되살리는 팀도 있습니다.

[홍성호/실향민 2세 : "찜으로 하게 되면 양파향이 고기에 다 배가지고 담백한 맛이 나면서 몸에도 아주 좋은 음식으로 아주 초간편 요리입니다. 맛은 아주 맛대로 좋고요, 이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요."]

한편,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탈북민 송영심 씨와 실향민 2세 황명화 씨 팀은 표고버섯 등갈비찜으로 연승을 노려봅니다.

["이정도로 하면 상 탈 수 있겠어. (그렇죠. 이제 마지막에 파를 넣고 파랗게 해 놓고...)"]

하나하나 의견을 나누며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데요.

알고 보니 한 해 전 자매결연을 통해 만난 사이라는 두 사람.

["같은 실향민. 평안도예요 같은 고향. 자매결연 맺으시고 같이 서로..."]

["결혼할 때 주례를 서주시고 남편이."]

["남편분이 우리 주례를 서주셨어요."]

["가끔씩 왕래를 하지."]

참가팀 모두가 같은 고향, 같은 추억으로 맺어진 터라,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봉순/이북5도 강원사무소 탈북민 대표 : "강원도 이북5도 사무소는 해마다 열 쌍씩 해서 현재 한 60쌍이 자매결연을 맺었고요. 아빠처럼, 오빠처럼 또 언니처럼 이렇게 같이 가족같은 분위기로 하니까 북한이탈주민들은 행복해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끈끈한 화합으로 완성한 따뜻한 요리들.

결과가 좋다면 더 기쁘겠죠?

어느새 맛을 평가할 시간인데요.

["이게 양념장에 찍어 드셔야 제맛이라요."]

재료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게 이북 요리의 특징!

사실 다들 실력이 뛰어나 심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선모/실향민/심사위원 : "역시 고향의 음식이라서 그런지 요리하는 성의라든가 또는 자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제 입맛에 들게 잘했다고 봤어요."]

[이예선/탈북민/평가단 : "북한에서 먹던 음식 그 향 그 맛 손맛 그대로예요. 그래서 다 맛있어요."]

고향의 맛엔 다들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어서였을까요?

심사 결과, 결국 참가자 모두에게 상을 주기로 결정됐는데요.

[송영심/탈북민 : "평화상을 받았는데요. 우리가 작은 음식으로부터 시작해서 평화에 통일에 작은 희망이 시작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향의 맛을 통해 정을 나눈 참가자들 대회가 끝난 뒤엔 화합과 통일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만들며 따뜻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참가팀들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은 오늘따라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시나 봅니다.

[이구현/실향민 1세 : "열여덟에 넘어와서 지금 86세입니다. 고향 생각이 많이 나고요. 정말 이런 행사를 갖다 가능하면 힘들지만 자주 좀 해줬으면 바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요리를 통해 고향을 추억해 본 실향민과 탈북민들,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을 모을 거라는데요.

실향민과 탈북민이 손을 잡고 고향 땅을 다시 찾는 날.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대관령 횡계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

이번에는 모두 같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고랭지 배추로 만들어야 제 맛이라는 황태 백김치인데요.

왜 하필 백김치일까요?

[김성초/이북5도 강원사무소 사무소장 : "황해도 지방과 평안도 평양시를 중심으로 한 그런 상징적인 것이 백김치입니다. 이런 김치를 담금으로서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아주 한 마음으로 엮어주는 계기가 되리라…."]

백김치가 북한의 대표음식 중 하나이긴 하지만 오늘은 황태와 감자를 넣은 양념을 쓰는 평창 스타일로 만들어 남한의 맛까지 더하기로 했다는데요.

[나운화/탈북민 : "북한에도 백김치가 있는데 이렇게 감자 넣고, 황태 넣는 김치는 없고. 한국에 와서도 처음 만들어보고 북한에서도 이런 걸 처음 만들어 봤어요."]

김치를 담그며, 다시 한 번 통일을 꿈꿔봅니다.

[송정희/실향민 2세 : "우리가 몰랐던 김치 서로 공유해서 맛있게 담가먹고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부터 입맛까지.

실향민과 탈북민 사이엔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통일에 대한 간절함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강봉순/이북5도 강원사무소 탈북민 대표 : "실향민 어르신들과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분은 단 한분도 없어요. 더 화합이 되고 더 잘 어울려서 앞으로 통일이 되는데 큰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해봅니다."]

통일 앞에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실향민과 탈북민들.

함께 힘차게 외쳐봅니다.

[“통일로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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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실향민과 탈북민 함께 만드는 ‘고향의 맛’
    • 입력 2018-12-22 08:29:37
    • 수정2018-12-22 08: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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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힘든 타향살이를 견디며 먹던 전통음식을 칭하는 말이었다는데요.

지치고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음식.

역시 고향음식인가 봅니다.

투박한 고향 음식 한 그릇이 주는 따뜻한 위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텐데요.

올 한해 유난히 이 고향음식이 그리웠을 분들이 있죠?

바로 실향민과 탈북민들인데요.

얼마 전 이북음식으로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함께 고향의 맛을 추억했다고 하는군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남북요리만들기.

정은지 리포터가 특별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강원도 평창의 정강원입니다.

낮은 담장 너머 보이는 수백 개의 장독대, 아직 온기가 없는 가마솥엔 밤새 내린 눈이 그대로입니다.

늘 고즈넉한 이 곳에 오늘은 활기가 넘치는데요.

잠시 뒤 펼쳐질 특별한 요리 경연 때문입니다.

["제2회 남북요리 만들기 대회를 선언합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남북요리 만들기.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과 탈북민은 맛의 뿌리도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돼지고기를 이용한 고향의 맛을 보여줄 거라고 하네요.

어떤 요리가 탄생할지 저와 함께 지켜보실까요?

실향민과 탈북민이 한 팀이 되어 요리실력을 겨루는 경연.

기쁘게도 저도 심사위원 중 한명으로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요리가 한창인 가운데 조금 특이한 식재료가 눈에 띄는데요.

[나운화/탈북민 : "북한에선 고기가 없으니까 명절날에 집에서 먹던 인조고기거든요. 이렇게 손으로 뜯으면 더 맛있어요."]

양파와 삼겹살을 쪄낸 음식으로 고향 신의주의 맛을 되살리는 팀도 있습니다.

[홍성호/실향민 2세 : "찜으로 하게 되면 양파향이 고기에 다 배가지고 담백한 맛이 나면서 몸에도 아주 좋은 음식으로 아주 초간편 요리입니다. 맛은 아주 맛대로 좋고요, 이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요."]

한편,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탈북민 송영심 씨와 실향민 2세 황명화 씨 팀은 표고버섯 등갈비찜으로 연승을 노려봅니다.

["이정도로 하면 상 탈 수 있겠어. (그렇죠. 이제 마지막에 파를 넣고 파랗게 해 놓고...)"]

하나하나 의견을 나누며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데요.

알고 보니 한 해 전 자매결연을 통해 만난 사이라는 두 사람.

["같은 실향민. 평안도예요 같은 고향. 자매결연 맺으시고 같이 서로..."]

["결혼할 때 주례를 서주시고 남편이."]

["남편분이 우리 주례를 서주셨어요."]

["가끔씩 왕래를 하지."]

참가팀 모두가 같은 고향, 같은 추억으로 맺어진 터라,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봉순/이북5도 강원사무소 탈북민 대표 : "강원도 이북5도 사무소는 해마다 열 쌍씩 해서 현재 한 60쌍이 자매결연을 맺었고요. 아빠처럼, 오빠처럼 또 언니처럼 이렇게 같이 가족같은 분위기로 하니까 북한이탈주민들은 행복해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끈끈한 화합으로 완성한 따뜻한 요리들.

결과가 좋다면 더 기쁘겠죠?

어느새 맛을 평가할 시간인데요.

["이게 양념장에 찍어 드셔야 제맛이라요."]

재료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게 이북 요리의 특징!

사실 다들 실력이 뛰어나 심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선모/실향민/심사위원 : "역시 고향의 음식이라서 그런지 요리하는 성의라든가 또는 자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제 입맛에 들게 잘했다고 봤어요."]

[이예선/탈북민/평가단 : "북한에서 먹던 음식 그 향 그 맛 손맛 그대로예요. 그래서 다 맛있어요."]

고향의 맛엔 다들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어서였을까요?

심사 결과, 결국 참가자 모두에게 상을 주기로 결정됐는데요.

[송영심/탈북민 : "평화상을 받았는데요. 우리가 작은 음식으로부터 시작해서 평화에 통일에 작은 희망이 시작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향의 맛을 통해 정을 나눈 참가자들 대회가 끝난 뒤엔 화합과 통일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만들며 따뜻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참가팀들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은 오늘따라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시나 봅니다.

[이구현/실향민 1세 : "열여덟에 넘어와서 지금 86세입니다. 고향 생각이 많이 나고요. 정말 이런 행사를 갖다 가능하면 힘들지만 자주 좀 해줬으면 바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요리를 통해 고향을 추억해 본 실향민과 탈북민들,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을 모을 거라는데요.

실향민과 탈북민이 손을 잡고 고향 땅을 다시 찾는 날.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대관령 횡계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

이번에는 모두 같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고랭지 배추로 만들어야 제 맛이라는 황태 백김치인데요.

왜 하필 백김치일까요?

[김성초/이북5도 강원사무소 사무소장 : "황해도 지방과 평안도 평양시를 중심으로 한 그런 상징적인 것이 백김치입니다. 이런 김치를 담금으로서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아주 한 마음으로 엮어주는 계기가 되리라…."]

백김치가 북한의 대표음식 중 하나이긴 하지만 오늘은 황태와 감자를 넣은 양념을 쓰는 평창 스타일로 만들어 남한의 맛까지 더하기로 했다는데요.

[나운화/탈북민 : "북한에도 백김치가 있는데 이렇게 감자 넣고, 황태 넣는 김치는 없고. 한국에 와서도 처음 만들어보고 북한에서도 이런 걸 처음 만들어 봤어요."]

김치를 담그며, 다시 한 번 통일을 꿈꿔봅니다.

[송정희/실향민 2세 : "우리가 몰랐던 김치 서로 공유해서 맛있게 담가먹고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부터 입맛까지.

실향민과 탈북민 사이엔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통일에 대한 간절함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강봉순/이북5도 강원사무소 탈북민 대표 : "실향민 어르신들과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분은 단 한분도 없어요. 더 화합이 되고 더 잘 어울려서 앞으로 통일이 되는데 큰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해봅니다."]

통일 앞에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실향민과 탈북민들.

함께 힘차게 외쳐봅니다.

[“통일로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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