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처럼 일했는데…“출퇴근 기록 없으니 떼인 월급 못 받아줘”

입력 2018.12.24 (07:16) 수정 2018.12.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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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근무 형태가 유연해지면서,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로도 많이 늘었습니다.

전국의 재택 근로자는 5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문제는 집에서 일한다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임금 체불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노동자로서 구제를 못 받을 때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8살 한 모 씨는 한 신생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일을 하다 퇴사했습니다.

사무실이 없는 회사여서 집에서 일했습니다.

[한○○/전 재택근로자/음성변조 : "컴퓨터로 하는 일이니까요. 집에서 해서 보내 드리고, 다시 수정하고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죠."]

한 씨는 최근 노동부에 사업주를 신고했습니다.

돈이 없다면서 퇴사 이후에도 한달 반치 급여를 안준 겁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한 씨가 '근로자'가 아니니 구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제출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근로감독관 : "출근하면서 찍고 퇴근하면서 찍고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은 노동부에선 처리할 수 없어요. 출근하면서 "나 일 시작한다" 이렇게 문자 보낸 내역이 있다든지."]

[한○○씨 : "매번 "저 일 시작합니다" "저 퇴근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야한다는 거죠?"]

[근로감독관 : "재택근무라면 그렇죠."]

한 씨는 주로 모바일 메신저로 회사 대표의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지시와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한○○/전 재택근로자/음성변조 : "24시간 대기였죠. 스트레스를 그만큼 받았죠. 사업주 밑에서 거의 머슴처럼 일했죠."]

대법원 판례는 사업자가 정한 업무를 지휘·감독 하에 수행한다면, 그 사람을 '근로자'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봤습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도 중요한 지표지만, 재택근로 특성상 근태 관리가 일반 근로와 같기 어렵습니다.

[김민아/노무사 : "근무장소나 시간을 꼭 지정하는 것을 어떤 근로자성의 하나의 징표로 본다는 거 자체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용노동부의 해석도 좀더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동부가 재택근로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을 정비한 것은 2000년이 마지막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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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슴처럼 일했는데…“출퇴근 기록 없으니 떼인 월급 못 받아줘”
    • 입력 2018-12-24 07:22:35
    • 수정2018-12-24 0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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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무 형태가 유연해지면서,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로도 많이 늘었습니다.

전국의 재택 근로자는 5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문제는 집에서 일한다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임금 체불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노동자로서 구제를 못 받을 때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8살 한 모 씨는 한 신생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일을 하다 퇴사했습니다.

사무실이 없는 회사여서 집에서 일했습니다.

[한○○/전 재택근로자/음성변조 : "컴퓨터로 하는 일이니까요. 집에서 해서 보내 드리고, 다시 수정하고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죠."]

한 씨는 최근 노동부에 사업주를 신고했습니다.

돈이 없다면서 퇴사 이후에도 한달 반치 급여를 안준 겁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한 씨가 '근로자'가 아니니 구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제출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근로감독관 : "출근하면서 찍고 퇴근하면서 찍고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은 노동부에선 처리할 수 없어요. 출근하면서 "나 일 시작한다" 이렇게 문자 보낸 내역이 있다든지."]

[한○○씨 : "매번 "저 일 시작합니다" "저 퇴근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야한다는 거죠?"]

[근로감독관 : "재택근무라면 그렇죠."]

한 씨는 주로 모바일 메신저로 회사 대표의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지시와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한○○/전 재택근로자/음성변조 : "24시간 대기였죠. 스트레스를 그만큼 받았죠. 사업주 밑에서 거의 머슴처럼 일했죠."]

대법원 판례는 사업자가 정한 업무를 지휘·감독 하에 수행한다면, 그 사람을 '근로자'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봤습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도 중요한 지표지만, 재택근로 특성상 근태 관리가 일반 근로와 같기 어렵습니다.

[김민아/노무사 : "근무장소나 시간을 꼭 지정하는 것을 어떤 근로자성의 하나의 징표로 본다는 거 자체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용노동부의 해석도 좀더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동부가 재택근로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을 정비한 것은 2000년이 마지막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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