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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애들 일 못하고 날라리”…첫 직장에서 20살 울린 혐오·차별 이야기
입력 2019.01.03 (17:56) 취재K
"베트남에서, 더운 나라에서 오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결혼 이민자들이 와서 낮잠을 많이 자요. 그런데 한국에 시어머니나 가족이, 베트남 얘네들이 다 게으르다, 일하지 않는다."

"노인들하고 같이 밥을 안먹으려고 해요. 먹다 보면 흘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노인들이 그런 게 심하다 이렇게 생각해요. 노인들이면 냄새가 난다 해서 노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에는 안 들어가려고 하고..사실 청년들도 좀 안 씻고 이러면 냄새 나고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노인들이라고 유독 뭔가 불결한 존재라고 해서 이름표를 붙이고."

"고졸 애들 일 못하고 날라리고, 다들 자기들이 그렇게 해서 그정도 취급 받는 건데 뭘 그렇게 억울해 해? 이런 얘기도 되게 서슴지 않게 하거든요. 친척집 가면 그거 고졸돼서 뭐하겠냐 어디 가서 쓰레기나 줍겠지 막노동이나 하고 그렇겠지라고."

사람들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줬습니다. 고졸이라서, 노인이라서, 여자라서, 외국인이라서 그들이 겪은 억울한 상황은 차고 넘쳤습니다. 카메라에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록한 이유는, 어느덧 일상으로 파고든 '혐오와 차별'에 대해 전하기 위해섭니다.

KBS가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물었습니다
'혐오 : 미워하고 꺼림' '차별 :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사전에서는 꽤 다른 단어처럼 들리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것 없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상관없이, 조건이나 겉모습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고 느끼죠. 당신도 지난해 이런 억울함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주변에서 본 차별 가운데 '이건 정말 심하다, 아닌 것 같다'고 느낀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KBS는 새해를 맞아 '혐오와 차별'에 대해 시민들께 물었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심한 차별은? '학력 및 학벌 차별' 1위
우리 사회의 차별 중 가장 심한 차별은 무엇일까요? 응답자 중 32.9%가 '학력 및 학벌 차별'을 꼽았습니다. 2위부터는 비슷비슷했습니다. 장애인 차별이 13.1%로 2위, 노인-청년으로 나뉘는 세대 차별이 12.2%로 3위, 성차별이 12.2%로 4위였고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인종차별은 11.5%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페미니즘 열풍과 그로 인한 반작용, 이에 대한 논란을 생각해보면 성차별이 1위일 법도 한데 실제로는 학력 차별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혐오나 차별의 발언 또는 행동을 실제로 당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20.7%가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79.3%는 없다고 했습니다.

직접 경험한 혐오·차별 물었더니‥남녀 간 뚜렷한 차이
그렇다면 당신이 경험한 혐오나 차별은, 무엇 때문이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별'이 39.6%로 1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질문에서 유독 남성과 여성의 대답이 두드러지게 달랐다는 겁니다. 여성은 60.1%가 성별을 꼽았습니다. 압도적이죠. 학력·학벌이 2위였지만 그 비중은 14.4%였습니다. 남성의 경우 41.1%가 학력·학벌을 꼽았고 성별은 15.4%에 그쳤습니다.



학력·학벌 차별은 나이 많을 수록, 성 차별은 어릴 수록 ↑
또 다른 특징도 눈에 띕니다. 응답자 연령별로 살펴봤더니, 학력·학벌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나이가 많을 수록 높았습니다. 10대와 20대는 14.2%, 30대는 14.4%, 40대는 25%, 50대는 37.6%, 60대 이상은 45.6%였죠. 성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나이가 적을 수록 높았습니다. 60대는 7.2%에 그쳤지만, 10대와 20대는 63.7%가 '겪었다'고 답한 겁니다.

기존에 퍼져있는 학력·학벌 차별이 공고한 상태에서, 성 차별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본 결과가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성보다 더 심하다" 남녀 공통된 의견
먼저 성별에 따른 차별. 보통 남성은 남성이라서 차별받고, 여성은 여성이라 차별받는다고 얘기하지만 적어도 이번 설문조사 응답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51.6%, 여성에 비해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15.1% 였는데요. 이걸 남성과 여성으로 따로 떼내어 살펴봐도 순위가 변하지 않습니다. 여성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에 64.7%,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에 9.3%로 응답했고 남성은 그 비율이 38.3%, 21%였던 거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여성이 더 불리하다는 데 동의한 셈입니다.

4명 중 3명 꼴로 '학력 및 학벌에 대한 임금 격차 크다'
학력 및 학벌에 대한 임금 격차에 대한 생각은 더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23.5%는 매우 크다, 50.6%는 큰 편이다라고 응답해 4명 중 3명 꼴로 문제가 있다는 쪽에 표를 던졌습니다. 실제로 교육부가 낸 'OECD 교육지표 2018'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고졸자의 임금에 비해 대졸자 임금은 1.5배, 대학원 졸업자는 2배로 많습니다. OECD 평균보다 훨씬 큰 격차입니다.


혐오·차별 누가 확산시키나?
끝으로, 혐오와 차별이 확산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가짜뉴스 범람을 꼽은 응답자가 38.8%로 가장 많았고, 신문과 방송 등 언론 보도가 21.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KBS조차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겁니다. 미디어와 여론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약자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데 응답자들의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미디어 종사자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겠지요.

"생활하면서 당연히 누구나 자기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가 겪었던 거 타인한테 또 표현하더라고요. 일단 자기 겪었던 걸 이해하고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되는데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중심적으로..."

KBS 카메라 앞에 섰던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 오은영 씨의 말입니다.

누구나 다 힘든 사회입니다. 서울대를 다니는 20대 건장한 남성도 '지역 차별'에 힘들어 할 수 있고, 부유한 집에서 자란 젊은 여성 역시 직장 안에서 '성 차별, 외모에 대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겪었으니 너도 당해봐라' 가 아니라 '나도 힘든데 더 열악한 상황의 당신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생각하는 사회가 되려면, 많은 이들의 공감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KBS는 3일 저녁 '뉴스9'에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혐오와 차별'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입니다.)
  • “고졸 애들 일 못하고 날라리”…첫 직장에서 20살 울린 혐오·차별 이야기
    • 입력 2019-01-03 17:56:08
    취재K
"베트남에서, 더운 나라에서 오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결혼 이민자들이 와서 낮잠을 많이 자요. 그런데 한국에 시어머니나 가족이, 베트남 얘네들이 다 게으르다, 일하지 않는다."

"노인들하고 같이 밥을 안먹으려고 해요. 먹다 보면 흘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노인들이 그런 게 심하다 이렇게 생각해요. 노인들이면 냄새가 난다 해서 노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에는 안 들어가려고 하고..사실 청년들도 좀 안 씻고 이러면 냄새 나고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노인들이라고 유독 뭔가 불결한 존재라고 해서 이름표를 붙이고."

"고졸 애들 일 못하고 날라리고, 다들 자기들이 그렇게 해서 그정도 취급 받는 건데 뭘 그렇게 억울해 해? 이런 얘기도 되게 서슴지 않게 하거든요. 친척집 가면 그거 고졸돼서 뭐하겠냐 어디 가서 쓰레기나 줍겠지 막노동이나 하고 그렇겠지라고."

사람들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줬습니다. 고졸이라서, 노인이라서, 여자라서, 외국인이라서 그들이 겪은 억울한 상황은 차고 넘쳤습니다. 카메라에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록한 이유는, 어느덧 일상으로 파고든 '혐오와 차별'에 대해 전하기 위해섭니다.

KBS가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물었습니다
'혐오 : 미워하고 꺼림' '차별 :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사전에서는 꽤 다른 단어처럼 들리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것 없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상관없이, 조건이나 겉모습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고 느끼죠. 당신도 지난해 이런 억울함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주변에서 본 차별 가운데 '이건 정말 심하다, 아닌 것 같다'고 느낀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KBS는 새해를 맞아 '혐오와 차별'에 대해 시민들께 물었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심한 차별은? '학력 및 학벌 차별' 1위
우리 사회의 차별 중 가장 심한 차별은 무엇일까요? 응답자 중 32.9%가 '학력 및 학벌 차별'을 꼽았습니다. 2위부터는 비슷비슷했습니다. 장애인 차별이 13.1%로 2위, 노인-청년으로 나뉘는 세대 차별이 12.2%로 3위, 성차별이 12.2%로 4위였고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인종차별은 11.5%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페미니즘 열풍과 그로 인한 반작용, 이에 대한 논란을 생각해보면 성차별이 1위일 법도 한데 실제로는 학력 차별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혐오나 차별의 발언 또는 행동을 실제로 당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20.7%가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79.3%는 없다고 했습니다.

직접 경험한 혐오·차별 물었더니‥남녀 간 뚜렷한 차이
그렇다면 당신이 경험한 혐오나 차별은, 무엇 때문이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별'이 39.6%로 1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질문에서 유독 남성과 여성의 대답이 두드러지게 달랐다는 겁니다. 여성은 60.1%가 성별을 꼽았습니다. 압도적이죠. 학력·학벌이 2위였지만 그 비중은 14.4%였습니다. 남성의 경우 41.1%가 학력·학벌을 꼽았고 성별은 15.4%에 그쳤습니다.



학력·학벌 차별은 나이 많을 수록, 성 차별은 어릴 수록 ↑
또 다른 특징도 눈에 띕니다. 응답자 연령별로 살펴봤더니, 학력·학벌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나이가 많을 수록 높았습니다. 10대와 20대는 14.2%, 30대는 14.4%, 40대는 25%, 50대는 37.6%, 60대 이상은 45.6%였죠. 성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나이가 적을 수록 높았습니다. 60대는 7.2%에 그쳤지만, 10대와 20대는 63.7%가 '겪었다'고 답한 겁니다.

기존에 퍼져있는 학력·학벌 차별이 공고한 상태에서, 성 차별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본 결과가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성보다 더 심하다" 남녀 공통된 의견
먼저 성별에 따른 차별. 보통 남성은 남성이라서 차별받고, 여성은 여성이라 차별받는다고 얘기하지만 적어도 이번 설문조사 응답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51.6%, 여성에 비해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15.1% 였는데요. 이걸 남성과 여성으로 따로 떼내어 살펴봐도 순위가 변하지 않습니다. 여성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에 64.7%,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에 9.3%로 응답했고 남성은 그 비율이 38.3%, 21%였던 거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여성이 더 불리하다는 데 동의한 셈입니다.

4명 중 3명 꼴로 '학력 및 학벌에 대한 임금 격차 크다'
학력 및 학벌에 대한 임금 격차에 대한 생각은 더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23.5%는 매우 크다, 50.6%는 큰 편이다라고 응답해 4명 중 3명 꼴로 문제가 있다는 쪽에 표를 던졌습니다. 실제로 교육부가 낸 'OECD 교육지표 2018'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고졸자의 임금에 비해 대졸자 임금은 1.5배, 대학원 졸업자는 2배로 많습니다. OECD 평균보다 훨씬 큰 격차입니다.


혐오·차별 누가 확산시키나?
끝으로, 혐오와 차별이 확산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가짜뉴스 범람을 꼽은 응답자가 38.8%로 가장 많았고, 신문과 방송 등 언론 보도가 21.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KBS조차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겁니다. 미디어와 여론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약자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데 응답자들의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미디어 종사자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겠지요.

"생활하면서 당연히 누구나 자기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가 겪었던 거 타인한테 또 표현하더라고요. 일단 자기 겪었던 걸 이해하고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되는데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중심적으로..."

KBS 카메라 앞에 섰던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 오은영 씨의 말입니다.

누구나 다 힘든 사회입니다. 서울대를 다니는 20대 건장한 남성도 '지역 차별'에 힘들어 할 수 있고, 부유한 집에서 자란 젊은 여성 역시 직장 안에서 '성 차별, 외모에 대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겪었으니 너도 당해봐라' 가 아니라 '나도 힘든데 더 열악한 상황의 당신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생각하는 사회가 되려면, 많은 이들의 공감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KBS는 3일 저녁 '뉴스9'에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혐오와 차별'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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