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늘어나는 ‘동물 복제’…윤리 논란

입력 2019.01.07 (18:06) 수정 2019.01.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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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사람보다 짧아서, 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 우울하거나 상실감 등을 느끼는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이 여성은 10년 가까이 키우던 반려견 '윌리'를 잃었습니다.

지난해 7월, 달리던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 겁니다.

[일레인 코놀리 : "정말 제 심장을 도려낸 것 같아요. 10년의 추억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애리조나에 사는 이 70대 여성은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뒤 심장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마리 메이어 : "마음이 너무 아파요. 한밤중에 깨기도 해요."]

심장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증상인데,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슬픔이 깊어지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사람이 20%가 넘는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니까요,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답변]

네, 그래서일까요?

최근에는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대신 '복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케이티 라이저 씨는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로 죽은 반려견을 복제했습니다.

[케이티 라이저/복제 개 '어제일리어'의 주인 : "꼬리 치며 제게 왔죠. 색깔, 눈동자, 작은 코까지 모든 것이 똑같아요."]

복제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죽은 반려견의 피부 세포를 모아 배양한 후 난자에 이식하고요,

이후 대리모 견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과정 등을 통해 복제 개가 탄생합니다.

라이저 씨는 복제 개가 겉모습뿐 아니라 행동도 죽은 반려견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케이티 라이저/복제 개 '어제일리어'의 주인 : "제 어깨 위를 올라타고 등에 기대곤 했어요."]

[앵커]

이렇게 동물을 복제하려면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답변]

미국의 경우, 개를 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 5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천6백만 원이 넘습니다.

절대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6개월에서 10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셉니다.

[매슈 존슨/애견인 : "개를 그만큼 좋아하고 자신의 반려견을 그만큼 사랑한다면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죠."]

중국도 동물 복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십 편의 중국 영화와 TV에 출연해 인기 스타가 된 '주스'도 복제됐습니다.

주인인 허 쥔 씨가 주스가 죽은 후에도 스타로서 계속 활동하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허 쥔/'주스'의 주인 : "주스는 많은 팬이 있어요.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지적 재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복제 개 서비스의 가격은 38만 위안, 6천2백만 원 정돈데요.

현재 20여 명이 반려견 복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하지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반려동물이 복제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답변]

네, 동물 보호 단체들이 반려동물 복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난자 채취나 자궁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개가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은 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주스'를 복제한 회사가 중국 생명공학 기업, 시노진(Sinogene)인데요.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동맥경화가 있는 개를 복제하면서 동맥경화 증상을 그대로 갖고 태어나게 해 유명해졌습니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조작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건데요,

시노진이 앞으로 관련 기술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어떠한 부작용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앵커]

학계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복제한 개에게 돌연변이가 나타나거나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죠.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요?

[답변]

나라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상업적 복제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요,

미국은 동물 복제에 대한 규제는 없고, 다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기초 연구에 한해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죠.

중국의 한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을 거쳐 쌍둥이 여아를 출산했다고 발표한 겁니다.

실험을 진행한 허젠쿠이 교수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에이즈 보균자의 정자와 일반인 수정란을 편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젠쿠이/중국 남방과학기술대 부교수 :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마크(쌍둥이 아빠)는 인생의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을 잘 돌봐야겠다고)..."]

하지만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인간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한 이번 연구에 세계 과학계에서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조지 데일리/하버드 의대 교수 : "우려되는 점은 아주 중요한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거나 암 같은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기존 연구마저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관련 기술이 유전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열쇠인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편집에 관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는데요,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올해에도 계속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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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늘어나는 ‘동물 복제’…윤리 논란
    • 입력 2019-01-07 18:14:54
    • 수정2019-01-07 18:25:46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사람보다 짧아서, 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 우울하거나 상실감 등을 느끼는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이 여성은 10년 가까이 키우던 반려견 '윌리'를 잃었습니다.

지난해 7월, 달리던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 겁니다.

[일레인 코놀리 : "정말 제 심장을 도려낸 것 같아요. 10년의 추억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애리조나에 사는 이 70대 여성은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뒤 심장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마리 메이어 : "마음이 너무 아파요. 한밤중에 깨기도 해요."]

심장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증상인데,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슬픔이 깊어지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사람이 20%가 넘는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니까요,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답변]

네, 그래서일까요?

최근에는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대신 '복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케이티 라이저 씨는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로 죽은 반려견을 복제했습니다.

[케이티 라이저/복제 개 '어제일리어'의 주인 : "꼬리 치며 제게 왔죠. 색깔, 눈동자, 작은 코까지 모든 것이 똑같아요."]

복제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죽은 반려견의 피부 세포를 모아 배양한 후 난자에 이식하고요,

이후 대리모 견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과정 등을 통해 복제 개가 탄생합니다.

라이저 씨는 복제 개가 겉모습뿐 아니라 행동도 죽은 반려견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케이티 라이저/복제 개 '어제일리어'의 주인 : "제 어깨 위를 올라타고 등에 기대곤 했어요."]

[앵커]

이렇게 동물을 복제하려면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답변]

미국의 경우, 개를 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 5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천6백만 원이 넘습니다.

절대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6개월에서 10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셉니다.

[매슈 존슨/애견인 : "개를 그만큼 좋아하고 자신의 반려견을 그만큼 사랑한다면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죠."]

중국도 동물 복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십 편의 중국 영화와 TV에 출연해 인기 스타가 된 '주스'도 복제됐습니다.

주인인 허 쥔 씨가 주스가 죽은 후에도 스타로서 계속 활동하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허 쥔/'주스'의 주인 : "주스는 많은 팬이 있어요.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지적 재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복제 개 서비스의 가격은 38만 위안, 6천2백만 원 정돈데요.

현재 20여 명이 반려견 복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하지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반려동물이 복제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답변]

네, 동물 보호 단체들이 반려동물 복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난자 채취나 자궁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개가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은 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주스'를 복제한 회사가 중국 생명공학 기업, 시노진(Sinogene)인데요.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동맥경화가 있는 개를 복제하면서 동맥경화 증상을 그대로 갖고 태어나게 해 유명해졌습니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조작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건데요,

시노진이 앞으로 관련 기술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어떠한 부작용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앵커]

학계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복제한 개에게 돌연변이가 나타나거나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죠.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요?

[답변]

나라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상업적 복제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요,

미국은 동물 복제에 대한 규제는 없고, 다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기초 연구에 한해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죠.

중국의 한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을 거쳐 쌍둥이 여아를 출산했다고 발표한 겁니다.

실험을 진행한 허젠쿠이 교수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에이즈 보균자의 정자와 일반인 수정란을 편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젠쿠이/중국 남방과학기술대 부교수 :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마크(쌍둥이 아빠)는 인생의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을 잘 돌봐야겠다고)..."]

하지만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인간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한 이번 연구에 세계 과학계에서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조지 데일리/하버드 의대 교수 : "우려되는 점은 아주 중요한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거나 암 같은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기존 연구마저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관련 기술이 유전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열쇠인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편집에 관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는데요,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올해에도 계속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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