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대학생도 교복 입는 태국서 한 사립학교의 ‘사복 반란(?)’

입력 2019.01.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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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Nation


태국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처음에 조금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다. 태국은 초·중·고등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교복을 입는다. 학생들에게 규율을 가르치고 학생 간 사회적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이다.

고등학생까지는 법에 따라 교복 착용…. 태국 대학생도 교복 입어

우리나라는 1983년 중고등학교 교복 자율화가 시행됐고 3년 뒤인 1986년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태국은 '학생교복법(Student Uniform Act)'이 있어 고등학생까지는 사립학교나 국제학교 학생까지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 한다. 또 법으로는 고등학생까지 규정되어 있지만, 태국의 모든 대학교도 예외 없이 교복을 입는다.

교복 입고 등교하는 태국 대학생들교복 입고 등교하는 태국 대학생들

교복 입지 않으면 징계…. 가짜 학생이 교복 입어도 벌금

이 법에 따르면 교육부가 교복의 외관과 착용 방법, 예외조건 등을 규제하는 규칙을 정하게 되어 있고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은 교육부가 징계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학생이 아닌데 교복이나 교복과 유사한 옷을 입어도 1,000밧까지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태국 쭐라롱껀 대학교 교복 (출처: 쭐라롱껀대학교 웹페이지)태국 쭐라롱껀 대학교 교복 (출처: 쭐라롱껀대학교 웹페이지)

태국 교육부 관료들은 "교복은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학교 내 사회적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는 태국 전 국왕 라마 6세(재위 1910~1925)의 말을 금과옥조 같이 여긴다. 자율보다는 규율을 강조하는 태국 교육문화의 반영하는 말이다.

태국 최초의 사립학교 매주 화요일 사복 입고 등교 실험

그런데 최근 태국 방콕의 한 사립학교에서 의미 있는 반란(?)이 일어났다.

1852년 개교해 167년의 전통을 가진 태국 최초의 사립학교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Bangkok Christian College)이다. 이름은 '칼리지'이지만 대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만 있는 명문 사립학교이다.

이 학교는 지난 8일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학생들에게 사복을 입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한 학기 동안만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태국 사립교육위원회, Opec(Office of the Private Education Commission)에 보고하는 조건이다.

사복 입은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The Nation)사복 입은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The Nation)

이 학교 교장은 "사실 우리는 10년 동안 이 문제를 토론해 왔다. 사복을 입는 것이 학생들의 압박감을 줄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외국 연구들이 있다"며 사복 착용이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계발하고 학교를 행복한 공간으로 여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복 허용 첫날인 지난 8일 이 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사복을 입고 등교했다.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한 학생들도 있었고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교복 착용 일상화된 태국에서 신선한 충격…. 부정적 목소리도

일주일에 한 번, 한 학기 동안이지만 태국에서 이 사립학교의 사복 착용 실험은 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여론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애초 "이번 조치가 규정을 위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던 태국 사립교육위원회(Opec)가 지난 9일 학교 측에 "사복 허용조처가 적절한지 재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학부모들의 의류비 부담이 커지는 건 아닌지, 태국 전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취지이다.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

태국에서 제복은 소속감과 정체성 등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는 것을 즐긴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문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도 교복을 입는 것을 당연시하는지도 모른다.

과거 교복 반대 운동 불구 '사복 실험' 성공 미지수

물론 과거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복 반대 운동도 있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는 태국 최고의 엘리트 대학인 쭐라롱껀과 탐마삿 대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대학생들에게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더구나 지금 태국은 2014년 쿠데타 이후 5년째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다. 대학생도 교복을 입는 태국에서 초중고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사복을 입는 이 사립학교의 실험이 과연 주변의 우려와 압박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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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대학생도 교복 입는 태국서 한 사립학교의 ‘사복 반란(?)’
    • 입력 2019-01-11 15:12:50
    특파원 리포트
▲출처: The Nation


태국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처음에 조금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다. 태국은 초·중·고등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교복을 입는다. 학생들에게 규율을 가르치고 학생 간 사회적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이다.

고등학생까지는 법에 따라 교복 착용…. 태국 대학생도 교복 입어

우리나라는 1983년 중고등학교 교복 자율화가 시행됐고 3년 뒤인 1986년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태국은 '학생교복법(Student Uniform Act)'이 있어 고등학생까지는 사립학교나 국제학교 학생까지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 한다. 또 법으로는 고등학생까지 규정되어 있지만, 태국의 모든 대학교도 예외 없이 교복을 입는다.

교복 입고 등교하는 태국 대학생들
교복 입지 않으면 징계…. 가짜 학생이 교복 입어도 벌금

이 법에 따르면 교육부가 교복의 외관과 착용 방법, 예외조건 등을 규제하는 규칙을 정하게 되어 있고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은 교육부가 징계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학생이 아닌데 교복이나 교복과 유사한 옷을 입어도 1,000밧까지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태국 쭐라롱껀 대학교 교복 (출처: 쭐라롱껀대학교 웹페이지)
태국 교육부 관료들은 "교복은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학교 내 사회적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는 태국 전 국왕 라마 6세(재위 1910~1925)의 말을 금과옥조 같이 여긴다. 자율보다는 규율을 강조하는 태국 교육문화의 반영하는 말이다.

태국 최초의 사립학교 매주 화요일 사복 입고 등교 실험

그런데 최근 태국 방콕의 한 사립학교에서 의미 있는 반란(?)이 일어났다.

1852년 개교해 167년의 전통을 가진 태국 최초의 사립학교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Bangkok Christian College)이다. 이름은 '칼리지'이지만 대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만 있는 명문 사립학교이다.

이 학교는 지난 8일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학생들에게 사복을 입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한 학기 동안만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태국 사립교육위원회, Opec(Office of the Private Education Commission)에 보고하는 조건이다.

사복 입은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The Nation)
이 학교 교장은 "사실 우리는 10년 동안 이 문제를 토론해 왔다. 사복을 입는 것이 학생들의 압박감을 줄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외국 연구들이 있다"며 사복 착용이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계발하고 학교를 행복한 공간으로 여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복 허용 첫날인 지난 8일 이 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사복을 입고 등교했다.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한 학생들도 있었고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교복 착용 일상화된 태국에서 신선한 충격…. 부정적 목소리도

일주일에 한 번, 한 학기 동안이지만 태국에서 이 사립학교의 사복 착용 실험은 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여론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애초 "이번 조치가 규정을 위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던 태국 사립교육위원회(Opec)가 지난 9일 학교 측에 "사복 허용조처가 적절한지 재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학부모들의 의류비 부담이 커지는 건 아닌지, 태국 전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취지이다.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
방콕 크리스천 칼리지 학생들 (출처:Khaosod News, The Nation)
태국에서 제복은 소속감과 정체성 등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는 것을 즐긴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문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도 교복을 입는 것을 당연시하는지도 모른다.

과거 교복 반대 운동 불구 '사복 실험' 성공 미지수

물론 과거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복 반대 운동도 있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는 태국 최고의 엘리트 대학인 쭐라롱껀과 탐마삿 대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대학생들에게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더구나 지금 태국은 2014년 쿠데타 이후 5년째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다. 대학생도 교복을 입는 태국에서 초중고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사복을 입는 이 사립학교의 실험이 과연 주변의 우려와 압박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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