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난다”…검찰, 양승태 피의자 조사

입력 2019.01.11 (21:01) 수정 2019.01.1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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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건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직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면서도,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예고한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대법원 청사 앞에서였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대국민 사과로 회견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의식한 듯 법관들을 믿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관들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회견 뒤 이어진 기자들 질문에선 자신에게 쏟아진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은 단연코 없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요?) 그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바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수사 착수 7개월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 [앵커의 눈] 대법원 앞 회견 뒤 이동…검찰 포토 라인 ‘무시’

[앵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검찰 수사 혹시 시작이 되면 받으실 의향있습니까?) 검찰에서 수사한답니까? (문건이 나온 것과 전혀 다른 문제지 않습니까?) 자꾸 말꼬투리를 잡고 질문하지 마시고..."]

지난해 6월 1일이었죠,

양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놀이터 기자회견입니다.

어떠십니까? 좀 권위적이죠.

특권의식도 느껴집니다.

7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

오늘은(11일) 좀 위축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특권의식도 여전했습니다.

검찰 출석 전 풍경, 최은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시 59분, 양 전 대법원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합니다.

장소는 스스로 정한 대법원 청사 앞.

시위대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양승태를 구속하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원된 경찰만 천여 명,

우산까지 준비해 혹시 모를 계란 투척에도 대비했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대법원을 올려다보는 양 전 대법원장,

[양승태/前 대법원장 : "(굳이 여기에서 입장 발표 하시는 이유가 어떻게 되십니까?)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4분 반 동안 이어진 대법원 청사 앞 기자회견에선 지난 번 놀이터 기자회견 때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검찰 출석시간이 다가와서..."]

바로 길 건너 서울 중앙지검으로 가는 길은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뒤에 붙어 붙어! 옆에 붙어 들어가."]

검찰청사 앞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양승태 힘내세요!"]

2분 만에 도착한 검찰청사.

헌정 사상 처음,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 나섰지만,

[양승태/前 대법원장 : "(인사 불이익 조치가 결단코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 생각 변함 없으십니까?) ……."]

스스로 공언한대로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놀이터 회견 뒤 7개월 만에 국민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

포토라인을 지나쳐 청사로 들어가기 까지는 단 13초가 걸렸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 양 전 대법원장 조사 마무리…“혐의 내용 대부분 부인”

[앵커]

그럼 조사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서울중앙지검을 연결해봅니다.

이지윤 기자, ​검찰이 브리핑에서 오늘(11일) 조사가 '8시쯤 마무리될 것이다' 라고 하던데, 조사가 끝났습니까?

[기자]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받은 지 벌써 12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 2명과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요,

조금 전인 8시 40분 조사가 마무리 돼 지금은 조서를 검토하고 있는데, 자정 무렵에는 조사실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는 중앙지검 15층에 마련된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이뤄졌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30년 후배인 특수부 부부장들이 조사를 맡았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혐의 내용은 대체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들이 한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수십 개나 된다고 하죠.

오늘(11일) 조사는 어떤 부분에 집중됐습니까?

[기자]

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 40여개 인데요.

가장 먼저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에 조사가 집중됐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도록 개입했다는 겁니다.

오후 4시쯤부터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을 들었습니다.

[앵커]

검찰이 그동안 혐의 입장에 자신감을 보여왔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고...

양 전 원장도 나름대로 방어전략을 갖고 있겠죠?

[기자]

네, 검찰이 가장 강조했던 건 사법농단 사건은 법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상하 명령에 따른 조직 범죄라는 겁니다.

즉 실무자들이 알아서 과잉 충성한 게 아니라, 당연히 윗선의 지시와 보고를 전제로 저지른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게 검찰의 논리입니다.

실제로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과 물증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였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비공개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 양승태 의미심장 발언 쏟아내…법원 구속영장 발부할까?

[앵커]

조금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과연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까요?

사실 시민들의 관심은 검찰 조사보다는 여기에 더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줄줄이 기각됐기 때문인데요.

오늘(11일) 양 전 대법원장 발언을 보면 이를 의식한 듯한 조금 미묘한 대목도 들어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구속영장 발부율 25%.

사법 농단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받아든 성적푭니다.

4건 영장 청구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단 1명에 대해서만 발부됐습니다.

특히, 발부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도 나란히 기각됐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중반까지 기각률이 90%가 넘었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검찰 수사가 먼 길을 돌아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역시 발부 여부를 점치기 어렵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도 마치 이를 의식한 것처럼 미묘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후배 법관들을 감싸안는 발언.

[양승태/前 대법원장 :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수사 당국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입니다."]

'법관'이란 단어만 5번이나 썼습니다.

'국민'은 세번 언급했습니다.

또 편견, 선입견이란 단어를 되풀이해 사용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국 자신의 행위가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죄는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편 겁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은 한때 사법부 수장이었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입니다.

예정된 수순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 사법부 수장이 던진 메시지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향후 어떤 판단을 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집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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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 안 난다”…검찰, 양승태 피의자 조사
    • 입력 2019-01-11 21:00:43
    • 수정2019-01-11 21:27:50
[앵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건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직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면서도,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예고한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대법원 청사 앞에서였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대국민 사과로 회견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의식한 듯 법관들을 믿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관들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회견 뒤 이어진 기자들 질문에선 자신에게 쏟아진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은 단연코 없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요?) 그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바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수사 착수 7개월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 [앵커의 눈] 대법원 앞 회견 뒤 이동…검찰 포토 라인 ‘무시’

[앵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검찰 수사 혹시 시작이 되면 받으실 의향있습니까?) 검찰에서 수사한답니까? (문건이 나온 것과 전혀 다른 문제지 않습니까?) 자꾸 말꼬투리를 잡고 질문하지 마시고..."]

지난해 6월 1일이었죠,

양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놀이터 기자회견입니다.

어떠십니까? 좀 권위적이죠.

특권의식도 느껴집니다.

7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

오늘은(11일) 좀 위축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특권의식도 여전했습니다.

검찰 출석 전 풍경, 최은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시 59분, 양 전 대법원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합니다.

장소는 스스로 정한 대법원 청사 앞.

시위대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양승태를 구속하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원된 경찰만 천여 명,

우산까지 준비해 혹시 모를 계란 투척에도 대비했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대법원을 올려다보는 양 전 대법원장,

[양승태/前 대법원장 : "(굳이 여기에서 입장 발표 하시는 이유가 어떻게 되십니까?)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4분 반 동안 이어진 대법원 청사 앞 기자회견에선 지난 번 놀이터 기자회견 때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검찰 출석시간이 다가와서..."]

바로 길 건너 서울 중앙지검으로 가는 길은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뒤에 붙어 붙어! 옆에 붙어 들어가."]

검찰청사 앞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양승태 힘내세요!"]

2분 만에 도착한 검찰청사.

헌정 사상 처음,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 나섰지만,

[양승태/前 대법원장 : "(인사 불이익 조치가 결단코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 생각 변함 없으십니까?) ……."]

스스로 공언한대로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놀이터 회견 뒤 7개월 만에 국민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

포토라인을 지나쳐 청사로 들어가기 까지는 단 13초가 걸렸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 양 전 대법원장 조사 마무리…“혐의 내용 대부분 부인”

[앵커]

그럼 조사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서울중앙지검을 연결해봅니다.

이지윤 기자, ​검찰이 브리핑에서 오늘(11일) 조사가 '8시쯤 마무리될 것이다' 라고 하던데, 조사가 끝났습니까?

[기자]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받은 지 벌써 12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 2명과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요,

조금 전인 8시 40분 조사가 마무리 돼 지금은 조서를 검토하고 있는데, 자정 무렵에는 조사실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는 중앙지검 15층에 마련된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이뤄졌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30년 후배인 특수부 부부장들이 조사를 맡았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혐의 내용은 대체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들이 한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수십 개나 된다고 하죠.

오늘(11일) 조사는 어떤 부분에 집중됐습니까?

[기자]

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 40여개 인데요.

가장 먼저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에 조사가 집중됐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도록 개입했다는 겁니다.

오후 4시쯤부터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을 들었습니다.

[앵커]

검찰이 그동안 혐의 입장에 자신감을 보여왔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고...

양 전 원장도 나름대로 방어전략을 갖고 있겠죠?

[기자]

네, 검찰이 가장 강조했던 건 사법농단 사건은 법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상하 명령에 따른 조직 범죄라는 겁니다.

즉 실무자들이 알아서 과잉 충성한 게 아니라, 당연히 윗선의 지시와 보고를 전제로 저지른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게 검찰의 논리입니다.

실제로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과 물증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였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비공개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 양승태 의미심장 발언 쏟아내…법원 구속영장 발부할까?

[앵커]

조금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과연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까요?

사실 시민들의 관심은 검찰 조사보다는 여기에 더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줄줄이 기각됐기 때문인데요.

오늘(11일) 양 전 대법원장 발언을 보면 이를 의식한 듯한 조금 미묘한 대목도 들어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구속영장 발부율 25%.

사법 농단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받아든 성적푭니다.

4건 영장 청구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단 1명에 대해서만 발부됐습니다.

특히, 발부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도 나란히 기각됐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중반까지 기각률이 90%가 넘었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검찰 수사가 먼 길을 돌아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역시 발부 여부를 점치기 어렵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도 마치 이를 의식한 것처럼 미묘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후배 법관들을 감싸안는 발언.

[양승태/前 대법원장 :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수사 당국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입니다."]

'법관'이란 단어만 5번이나 썼습니다.

'국민'은 세번 언급했습니다.

또 편견, 선입견이란 단어를 되풀이해 사용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국 자신의 행위가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죄는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편 겁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은 한때 사법부 수장이었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입니다.

예정된 수순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 사법부 수장이 던진 메시지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향후 어떤 판단을 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집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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