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소니’·‘다이슨’도 영국 떠난다…불붙는 ‘영국 엑소더스’

입력 2019.01.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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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최고경영자(CEO) / 사진 출처 : BBC방송


'노 딜 브렉시트' 우려..글로벌 기업들 영국 '엑소더스'
"소니·도요타·혼다 줄줄이 영국 떠난다"

일본의 대표 기업인 소니(SONY)가 영국에 있는 유럽 본사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소니는 다만 영국의 동요를 의식한 것인지 영국 내 사업 거점이나 종업원의 이동은 없다고 일단 밝혔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는 영국 더비 인근 버나스톤에 모두 9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는 유럽연합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도요타도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내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EU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부품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혼다(HONDA)도 4월에 영국 내 공장 가동 중단 계획을 세우고 모든 사태를 상정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 달여 앞두고 영국 내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이전 행보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영국판 엑소더스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현지시간 22일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는 등 비상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미국 CNN방송][사진 출처 : 미국 CNN방송]

다이슨, "미래 위한 결정일 뿐"
영국 정치권, "위선자"비난..."노동자·산업정책에 큰 타격"

영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다이슨은 이날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브렉시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다이슨은 그동안 싱가포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으로 활용해 왔는데 중국과 인도 시장 확장에 대비해 본사를 아예 싱가포르로 이전하려는 것이다.

다이슨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전기차 제조시설을 건설해 2021년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고객과 제조 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면서 "이번 이동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이라고 말했다.

파이내셜타임스는 다이슨의 이번 본사 이전 결정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일부 경영진에 한해 적용되며 현재 본사인 잉글랜드 서부 맘즈버리의 업무와 인력은 일단 유지된다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이미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영업이익의 5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구조이다. 지난 2017년 다이슨의 매출액은 35억 파운드, 약 5조 1,133억 원에 달했는데 이익 증가분의 75%가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제임스 다이슨 대표가 주요 브렉시트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에서는 더 큰 타격을 줬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중 한 곳인 다이슨이 브렉시트를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영국 정치권은 '배신자'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레베카 롱 베일리 노동당 대변인은 "영국 노동자는 물론 산업 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웰스 스트리팅 노동당 의원은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영국 해운회사 P&O도 이날 브렉시트를 앞두고 EU의 세금 혜택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영국해협을 운항하는 자사의 모든 선박의 선적을 영국에서 키프로스로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이와증권·골드만삭스도 본사 유럽연합으로 이전
메이 총리 '플랜B' 실망 속 탈영국 러시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미 많은 기업이 영국 내 본사를 유럽연합 국가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수십억 엔(수백억 원)을 들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사업 거점을 마련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더와 회계감사인력을 포함한 직원 1,000명을 프랑크푸르트로, 신상품 개발인력 등은 뉴욕 본사로 각각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최근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고, 메이 총리가 대안으로 제시한 이른바 '플랜B'도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 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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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3 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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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최고경영자(CEO) / 사진 출처 : BBC방송


'노 딜 브렉시트' 우려..글로벌 기업들 영국 '엑소더스'
"소니·도요타·혼다 줄줄이 영국 떠난다"

일본의 대표 기업인 소니(SONY)가 영국에 있는 유럽 본사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소니는 다만 영국의 동요를 의식한 것인지 영국 내 사업 거점이나 종업원의 이동은 없다고 일단 밝혔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는 영국 더비 인근 버나스톤에 모두 9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는 유럽연합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도요타도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내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EU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부품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혼다(HONDA)도 4월에 영국 내 공장 가동 중단 계획을 세우고 모든 사태를 상정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 달여 앞두고 영국 내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이전 행보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영국판 엑소더스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현지시간 22일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는 등 비상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미국 CNN방송]
다이슨, "미래 위한 결정일 뿐"
영국 정치권, "위선자"비난..."노동자·산업정책에 큰 타격"

영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다이슨은 이날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브렉시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다이슨은 그동안 싱가포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으로 활용해 왔는데 중국과 인도 시장 확장에 대비해 본사를 아예 싱가포르로 이전하려는 것이다.

다이슨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전기차 제조시설을 건설해 2021년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고객과 제조 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면서 "이번 이동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이라고 말했다.

파이내셜타임스는 다이슨의 이번 본사 이전 결정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일부 경영진에 한해 적용되며 현재 본사인 잉글랜드 서부 맘즈버리의 업무와 인력은 일단 유지된다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이미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영업이익의 5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구조이다. 지난 2017년 다이슨의 매출액은 35억 파운드, 약 5조 1,133억 원에 달했는데 이익 증가분의 75%가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제임스 다이슨 대표가 주요 브렉시트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에서는 더 큰 타격을 줬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중 한 곳인 다이슨이 브렉시트를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영국 정치권은 '배신자'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레베카 롱 베일리 노동당 대변인은 "영국 노동자는 물론 산업 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웰스 스트리팅 노동당 의원은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영국 해운회사 P&O도 이날 브렉시트를 앞두고 EU의 세금 혜택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영국해협을 운항하는 자사의 모든 선박의 선적을 영국에서 키프로스로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이와증권·골드만삭스도 본사 유럽연합으로 이전
메이 총리 '플랜B' 실망 속 탈영국 러시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미 많은 기업이 영국 내 본사를 유럽연합 국가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수십억 엔(수백억 원)을 들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사업 거점을 마련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더와 회계감사인력을 포함한 직원 1,000명을 프랑크푸르트로, 신상품 개발인력 등은 뉴욕 본사로 각각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최근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고, 메이 총리가 대안으로 제시한 이른바 '플랜B'도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 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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