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월 18만 원에…아들·딸, 골라 낳는다”? 프랑스 선택임신법 ‘논란’

입력 2019.01.24 (07:04) 수정 2019.01.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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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혹은 아들? 만약 고를 수 있다면?"..."아이 성별 정하기, '정말로' 가능할까?"

얼마 전 프랑스 일간지 '파리지앵'에 실린 특집 기사의 제목이다. 무려 3면에 걸쳐 '아이 성별 선택법'을 주제로 다뤘는데, 유전자 진단 방식 등이 아닌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을 통해 출생 전 아이의 성별을 고를 수 있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는 '임신·출산 관리 프로그램' 서비스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전했다. 프랑스 예비 엄마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 '딸, 아들 골라 낳기' 임신법, 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걸까?

"딸·아들, 바라는 대로 낳으세요"…자연적 임신법으로 고른다?


이른바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은 한 인터넷 사이트('마이 부 벨리, my bubelly')에서 출시한 서비스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식단 관리와 배란일 조절을 통해 착상 과정에서 남녀 성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 '자연적 임신법'을 주창한 여성 사업가 산드라 이프라 씨는 본인이 딸, 아들을 '골라 낳았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했다고 한다. 핵심은 '몸 만들기'와 '택일'.

이프라 씨에 따르면 이 '마이 부 벨리' 서비스는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몸 상태를 최적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두 단계로 실시된다. 산부인과 의사와 영양사, 심리학자로 이뤄진 팀이 진단 뒤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데, 1단계로 식단 관리를 통한 여성 질 내부의 산성도(PH)를 조절하고, 산성도가 강하면 여성 염색체인 X염색체가 많은 정자가, 알칼리성이 강하면 남성 염색체인 Y염색체 정자의 활동이 활발해져 각각 딸, 아들 성별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 논리대로 예비맘을 위한 식단이 짜여진다.

"핵심은 몸 만들기·택일"…월 18만 원에 '임신 관리' 서비스

추천 메뉴를 일단 소개하자면 딸을 원하면 유제품, 배추와 녹색 채소, 계란, 쌀, 스파게티, 붉은 과일, 짜지 않은 물, 호두 등을 먹어야 하고, 짭짤한 빵이나 염소 치즈,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 소금 양념은 피하는게 좋다. 아들의 경우 반대로 짠 음식, 고기와 양파, 차, 바나나, 과일주스와 당근, 파, 생선 등이 추천되고, 쌀과 양배추, 호두와 강낭콩, 유제품은 피해야한다. 이 기본 원칙에 따라 식단을 짜주고, 알맞는 조리법도 알려주면서 자신들이 만든 영양 보충제를 먹도록 해서 산성도 조절을 돕는다는 게 '마이 부 벨리' 측의 설명이다.

1단계를 통해 임신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면 2단계는 바로 임신 날짜를 정하는 것이다. 빠른 대신 일찍 죽는 Y 염색체 정자의 특성상 아들을 원하면 배란일 당일에, 느린 대신 오래 살아남는 X 염색체로 딸을 원하면 배란일 2~3일 전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배란일 측정이 관건인 만큼 온도 측정과 소변, 배란 검사를 한 뒤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택일'을 돕는 데, 평균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 1, 2단계 서비스에 월 149유로, 우리 돈 약 18만 원을 받는다. '성공률 90%'를 자랑하는 이 서비스 사이트에는 효과를 체험했다는 엄마들의 무수한 성공(?)사례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마이 부 벨리’ 인터넷사이트 캡처‘마이 부 벨리’ 인터넷사이트 캡처

실제 효과가 사실이라면, 프랑스 삼신 할머니도 놀랄 만한 '자연적 임신법'을 놓고는 의사들 간에도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사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미국식 성별 선택법은 현재 프랑스에서 금지돼 있는 반면 자연적 임신법은 윤리적 논쟁을 피할 수 있고, 유전자 변형이나 별다른 부작용도 없으며, 정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성공률을 높여갈 수 있다는 게 찬성파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파는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은 '50대 50'일 뿐이라며 과학을 표방한 현혹술이라고 비난한다.

프랑스에도 '후남이' 있을까?…아이 성별 선택 논란

눈여겨볼 점은 중국이나 한때 우리나라처럼 남아 선호사상 같은 특정 성별에 대한 선호 풍조가 딱히 없다는 프랑스에서도 '성별 선택적' 임신법이 '핫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달 150커플이 새로 등록하고, 사이트 출시와 함께 출간된 책은 프랑스어 버전 뿐 아니라 영어판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 신생아의 남녀 성비는 2017년 기준으로 최근 10년 새 여자아이 100명 태어날 때 남자아이는 평균 104.7명이 출생한다. 남자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긴 하지만, 통계상으로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 남아 비율이 105명 선인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마이 부 벨리'의 성공 사례를 봐도 서비스를 이용한 뒤 딸을 낳았단 아들 셋 엄마, 딸 둘을 낳고 아들을 얻었단 엄마 등이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인위적 방법이 아닌 식단 조절 등의 자연적 방식을 내세웠다고 해서 태아의 성별을 '부모 마음대로 고르는' 데 대한 생명 윤리적 논쟁이 배제될 수 있는 걸까? 또한 아직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고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임신법이 '손쉬운 서비스'로 제공되면서 성별 선택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제의식 자체를 무디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여러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이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에 대한 프랑스 예비 부모들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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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4 07:04:41
    • 수정2019-01-24 09:15:43
    특파원 리포트
"딸 혹은 아들? 만약 고를 수 있다면?"..."아이 성별 정하기, '정말로' 가능할까?"

얼마 전 프랑스 일간지 '파리지앵'에 실린 특집 기사의 제목이다. 무려 3면에 걸쳐 '아이 성별 선택법'을 주제로 다뤘는데, 유전자 진단 방식 등이 아닌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을 통해 출생 전 아이의 성별을 고를 수 있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는 '임신·출산 관리 프로그램' 서비스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전했다. 프랑스 예비 엄마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 '딸, 아들 골라 낳기' 임신법, 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걸까?

"딸·아들, 바라는 대로 낳으세요"…자연적 임신법으로 고른다?


이른바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은 한 인터넷 사이트('마이 부 벨리, my bubelly')에서 출시한 서비스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식단 관리와 배란일 조절을 통해 착상 과정에서 남녀 성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 '자연적 임신법'을 주창한 여성 사업가 산드라 이프라 씨는 본인이 딸, 아들을 '골라 낳았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했다고 한다. 핵심은 '몸 만들기'와 '택일'.

이프라 씨에 따르면 이 '마이 부 벨리' 서비스는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몸 상태를 최적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두 단계로 실시된다. 산부인과 의사와 영양사, 심리학자로 이뤄진 팀이 진단 뒤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데, 1단계로 식단 관리를 통한 여성 질 내부의 산성도(PH)를 조절하고, 산성도가 강하면 여성 염색체인 X염색체가 많은 정자가, 알칼리성이 강하면 남성 염색체인 Y염색체 정자의 활동이 활발해져 각각 딸, 아들 성별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 논리대로 예비맘을 위한 식단이 짜여진다.

"핵심은 몸 만들기·택일"…월 18만 원에 '임신 관리' 서비스

추천 메뉴를 일단 소개하자면 딸을 원하면 유제품, 배추와 녹색 채소, 계란, 쌀, 스파게티, 붉은 과일, 짜지 않은 물, 호두 등을 먹어야 하고, 짭짤한 빵이나 염소 치즈,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 소금 양념은 피하는게 좋다. 아들의 경우 반대로 짠 음식, 고기와 양파, 차, 바나나, 과일주스와 당근, 파, 생선 등이 추천되고, 쌀과 양배추, 호두와 강낭콩, 유제품은 피해야한다. 이 기본 원칙에 따라 식단을 짜주고, 알맞는 조리법도 알려주면서 자신들이 만든 영양 보충제를 먹도록 해서 산성도 조절을 돕는다는 게 '마이 부 벨리' 측의 설명이다.

1단계를 통해 임신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면 2단계는 바로 임신 날짜를 정하는 것이다. 빠른 대신 일찍 죽는 Y 염색체 정자의 특성상 아들을 원하면 배란일 당일에, 느린 대신 오래 살아남는 X 염색체로 딸을 원하면 배란일 2~3일 전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배란일 측정이 관건인 만큼 온도 측정과 소변, 배란 검사를 한 뒤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택일'을 돕는 데, 평균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 1, 2단계 서비스에 월 149유로, 우리 돈 약 18만 원을 받는다. '성공률 90%'를 자랑하는 이 서비스 사이트에는 효과를 체험했다는 엄마들의 무수한 성공(?)사례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마이 부 벨리’ 인터넷사이트 캡처
실제 효과가 사실이라면, 프랑스 삼신 할머니도 놀랄 만한 '자연적 임신법'을 놓고는 의사들 간에도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사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미국식 성별 선택법은 현재 프랑스에서 금지돼 있는 반면 자연적 임신법은 윤리적 논쟁을 피할 수 있고, 유전자 변형이나 별다른 부작용도 없으며, 정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성공률을 높여갈 수 있다는 게 찬성파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파는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은 '50대 50'일 뿐이라며 과학을 표방한 현혹술이라고 비난한다.

프랑스에도 '후남이' 있을까?…아이 성별 선택 논란

눈여겨볼 점은 중국이나 한때 우리나라처럼 남아 선호사상 같은 특정 성별에 대한 선호 풍조가 딱히 없다는 프랑스에서도 '성별 선택적' 임신법이 '핫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달 150커플이 새로 등록하고, 사이트 출시와 함께 출간된 책은 프랑스어 버전 뿐 아니라 영어판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 신생아의 남녀 성비는 2017년 기준으로 최근 10년 새 여자아이 100명 태어날 때 남자아이는 평균 104.7명이 출생한다. 남자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긴 하지만, 통계상으로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 남아 비율이 105명 선인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마이 부 벨리'의 성공 사례를 봐도 서비스를 이용한 뒤 딸을 낳았단 아들 셋 엄마, 딸 둘을 낳고 아들을 얻었단 엄마 등이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인위적 방법이 아닌 식단 조절 등의 자연적 방식을 내세웠다고 해서 태아의 성별을 '부모 마음대로 고르는' 데 대한 생명 윤리적 논쟁이 배제될 수 있는 걸까? 또한 아직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고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임신법이 '손쉬운 서비스'로 제공되면서 성별 선택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제의식 자체를 무디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여러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이 '자연적 성별 선택 임신법'에 대한 프랑스 예비 부모들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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