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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가 꿈에 나와요” 7년 망설인 엄마의 자수
입력 2019.01.24 (07:04) 수정 2019.01.24 (09:16) 취재K
아무도 몰랐다… 전화가 오기 전까지

지난 2017년 3월, 40살 조 모(여) 씨는 112에 전화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꿈에 나와 죄책감이 든다, 처벌을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혼 관계였던 조 씨와 42살 김 모(남) 씨에게는 2살짜리 큰딸이 있었고, 2010년 10월에 둘째인 여자아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여자아이에게 한 번도 예방 접종을 마치지 않는 등 사실상 내버려뒀다고 합니다. 특히 조 씨는 "김 씨가 이 여자아이를 자주 학대해 몸에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두 달 뒤인 2010년 12월 여자아이가 고열에 시달렸지만, 김 씨는 자신의 학대 사실이 알려질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결국, 여자아이는 사흘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산부인과에 출생 기록은 있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부부는 아이의 시신을 유기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들은 시신을 포장지로 싼 뒤에 흙을 채운 나무상자에 시신을 넣었다고 합니다. 실리콘으로 밀봉까지 한 이 나무상자를 수년간 집에 보관했고, 심지어 이사할 때도 가지고 다녔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억울한 죽음은 영원히 묻힐 뻔 했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가까운 수사… 시신은 없었지만, 검찰은 기소

경찰은 살인 사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조 씨가 말한 나무상자나 아이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오히려 조 씨가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가 숨질 당시인 2010년 12월쯤 조 씨가 "수서역 인근에 아이를 버리고 왔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당시 수서역 인근에서 실제 미아가 발생했는지 조사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의 미아보호소와 입양 기관은 물론, 변사자 DNA까지 분석해봤지만, 여자아이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년 가까운 경찰 수사에서 조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우선 거짓말탐지기와 통합심리분석 결과 조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씨가 범행을 숨길 수 있었지만 처벌을 감수하고 죄책감 때문에 신고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반면, 김 씨는 일체의 과학 수사는 물론이고 진술 조서의 날인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 상자의 실체를 목격한 진술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있던 방에는 아빠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9살 큰딸의 진술을 확보한 겁니다. 또 김 씨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0월 초 김 씨가 '시체 유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비록 사체가 없고 김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공범인 조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고, 간접 증거들도 확보됐기 때문에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사건 발생 뒤에 관련법이 제정돼 적용할 수 없었고, 사체유기죄 역시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상태였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7일 유기치사 혐의로만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 “죽은 아이가 꿈에 나와요” 7년 망설인 엄마의 자수
    • 입력 2019-01-24 07:04:41
    • 수정2019-01-24 09:16:06
    취재K
아무도 몰랐다… 전화가 오기 전까지

지난 2017년 3월, 40살 조 모(여) 씨는 112에 전화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꿈에 나와 죄책감이 든다, 처벌을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혼 관계였던 조 씨와 42살 김 모(남) 씨에게는 2살짜리 큰딸이 있었고, 2010년 10월에 둘째인 여자아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여자아이에게 한 번도 예방 접종을 마치지 않는 등 사실상 내버려뒀다고 합니다. 특히 조 씨는 "김 씨가 이 여자아이를 자주 학대해 몸에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두 달 뒤인 2010년 12월 여자아이가 고열에 시달렸지만, 김 씨는 자신의 학대 사실이 알려질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결국, 여자아이는 사흘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산부인과에 출생 기록은 있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부부는 아이의 시신을 유기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들은 시신을 포장지로 싼 뒤에 흙을 채운 나무상자에 시신을 넣었다고 합니다. 실리콘으로 밀봉까지 한 이 나무상자를 수년간 집에 보관했고, 심지어 이사할 때도 가지고 다녔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억울한 죽음은 영원히 묻힐 뻔 했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가까운 수사… 시신은 없었지만, 검찰은 기소

경찰은 살인 사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조 씨가 말한 나무상자나 아이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오히려 조 씨가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가 숨질 당시인 2010년 12월쯤 조 씨가 "수서역 인근에 아이를 버리고 왔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당시 수서역 인근에서 실제 미아가 발생했는지 조사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의 미아보호소와 입양 기관은 물론, 변사자 DNA까지 분석해봤지만, 여자아이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년 가까운 경찰 수사에서 조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우선 거짓말탐지기와 통합심리분석 결과 조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씨가 범행을 숨길 수 있었지만 처벌을 감수하고 죄책감 때문에 신고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반면, 김 씨는 일체의 과학 수사는 물론이고 진술 조서의 날인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 상자의 실체를 목격한 진술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있던 방에는 아빠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9살 큰딸의 진술을 확보한 겁니다. 또 김 씨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0월 초 김 씨가 '시체 유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비록 사체가 없고 김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공범인 조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고, 간접 증거들도 확보됐기 때문에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사건 발생 뒤에 관련법이 제정돼 적용할 수 없었고, 사체유기죄 역시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상태였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7일 유기치사 혐의로만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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