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캐리어 속 수달 버둥버둥…‘수달밀수1위’ 일본서 생긴 일

입력 2019.01.24 (07:04) 수정 2019.01.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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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하고 앙증스러운 외모와 친근감 넘치는 재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달이 일본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반려동물로 수요가 늘면서 밀수도 성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밀수꾼들의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혀 있다가 공항에서 구출됐다.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여행용 가방 속에 수달을 넣어서...

일본 하네다 공항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인 '작은발톱수달'을 태국에서 몰래 들여오려던 남성 2명이 체포됐다.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직업이 뚜렷하지 않은 50대와 20대 남성들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예외 없이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흉악범이 아니라 단지 야생동물 밀수 용의자인데도 얼굴을 그대로 공개한 것이다. (물론, '피해자'에 해당하는 수달들의 얼굴도 공개됐다.)


경시청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멸종 우려가 커 국제 거래가 규제되고 있는 작은발톱수달 5마리를 허가 없이 일본에 무단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수달은 여행용 가방 속에 갇힌 채 일본에 들어왔다가, 하네다 공항의 세관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용의자들은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발톱수달의 수난… 한 마리 수십만 원

용의자들은 먼저 도쿄 도요시마 구의 수달 전시 관련 업체에 수달 매각을 타진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 말로는, 지난해 6월쯤 이들이 전화를 걸어와 '작은발톱수달을 40만 엔(약 400만 원)에 사지 않겠느냐'고 물어본 뒤, 작은 골판지 상자에 들어간 작은발톱수달 2마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수달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등을 물었는데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출처가 의심스러워 경시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대표는 작은발톱수달이 운반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해 폐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용의자들이 가져온 2마리도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은 수달을 재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조직적 밀수를 반복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례적 사육 열기로 수달 몸값 급등

작은발톱수달(일본명 コツメカワウソ;고츠메카와우소, 영어명 Asian short clawed otter 또는 Oriental small clawed otter)은 족제비과 동물로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국제자연보존연맹) 지정 '위기 근접 종'이다. 몸길이는 보통 65cm 이내, 꼬리 길이까지 합쳐도 보통 1m 이내로, 수달 종류 중 가장 작다. 체중도 많아야 5kg 안팎에 불과하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데, 현지에서 1마리당 수만 엔(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일본에 들어오면 몸값이 급등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것을 계기로 반려동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마리당 100만 엔(약 천만 원)가량에 거래되기도 한다.

국제협약으로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정식으로 일본에 수입되는 것은 1년에 3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수입량을 초과한다면, 밀수가 그만큼 횡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7월에는 니혼게이자신문과 도쿄신문이 일본이 수달 밀수출 대상 국가 1위라고 보도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야생동물 매매 감시단체인 트래픽(TRAFFIC)이 발표한 보고서로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동남아 8개국에서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수달은 59마리였는데, 이 가운데 32마리의 목적지가 일본이었다. 대부분 몰래 숨겨 들어오기 좋은 어린 개체였다.

달갑지 않은 수달 열기… 수달은 괴롭다

수달은 야생동물이다. 반려동물로서의 인기가 비 일반적인 상황이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가정 내 수달 사육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사육에 나서고 있다. 토종 야생수달이 사실상 멸종한 상태이고, 정식 수입도 제한돼 있는데, 너도나도 수달을 원하고 있다. 수달을 만져 볼 수 있는 카페도 성업 중이다.


지난해 1월 고치 현 스사키 시에서는 작은발톱수달 1마리를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당시 앙증맞은 모습의 사진과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만인 지난 17일 해임됐다. 수달은 평소처럼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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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캐리어 속 수달 버둥버둥…‘수달밀수1위’ 일본서 생긴 일
    • 입력 2019-01-24 07:04:41
    • 수정2019-01-24 11:40:27
    특파원 리포트
깜찍하고 앙증스러운 외모와 친근감 넘치는 재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달이 일본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반려동물로 수요가 늘면서 밀수도 성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밀수꾼들의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혀 있다가 공항에서 구출됐다.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여행용 가방 속에 수달을 넣어서...

일본 하네다 공항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인 '작은발톱수달'을 태국에서 몰래 들여오려던 남성 2명이 체포됐다.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직업이 뚜렷하지 않은 50대와 20대 남성들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예외 없이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흉악범이 아니라 단지 야생동물 밀수 용의자인데도 얼굴을 그대로 공개한 것이다. (물론, '피해자'에 해당하는 수달들의 얼굴도 공개됐다.)


경시청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멸종 우려가 커 국제 거래가 규제되고 있는 작은발톱수달 5마리를 허가 없이 일본에 무단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수달은 여행용 가방 속에 갇힌 채 일본에 들어왔다가, 하네다 공항의 세관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용의자들은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발톱수달의 수난… 한 마리 수십만 원

용의자들은 먼저 도쿄 도요시마 구의 수달 전시 관련 업체에 수달 매각을 타진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 말로는, 지난해 6월쯤 이들이 전화를 걸어와 '작은발톱수달을 40만 엔(약 400만 원)에 사지 않겠느냐'고 물어본 뒤, 작은 골판지 상자에 들어간 작은발톱수달 2마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수달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등을 물었는데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출처가 의심스러워 경시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대표는 작은발톱수달이 운반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해 폐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용의자들이 가져온 2마리도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은 수달을 재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조직적 밀수를 반복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례적 사육 열기로 수달 몸값 급등

작은발톱수달(일본명 コツメカワウソ;고츠메카와우소, 영어명 Asian short clawed otter 또는 Oriental small clawed otter)은 족제비과 동물로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국제자연보존연맹) 지정 '위기 근접 종'이다. 몸길이는 보통 65cm 이내, 꼬리 길이까지 합쳐도 보통 1m 이내로, 수달 종류 중 가장 작다. 체중도 많아야 5kg 안팎에 불과하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데, 현지에서 1마리당 수만 엔(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일본에 들어오면 몸값이 급등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것을 계기로 반려동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마리당 100만 엔(약 천만 원)가량에 거래되기도 한다.

국제협약으로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정식으로 일본에 수입되는 것은 1년에 3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수입량을 초과한다면, 밀수가 그만큼 횡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7월에는 니혼게이자신문과 도쿄신문이 일본이 수달 밀수출 대상 국가 1위라고 보도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야생동물 매매 감시단체인 트래픽(TRAFFIC)이 발표한 보고서로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동남아 8개국에서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수달은 59마리였는데, 이 가운데 32마리의 목적지가 일본이었다. 대부분 몰래 숨겨 들어오기 좋은 어린 개체였다.

달갑지 않은 수달 열기… 수달은 괴롭다

수달은 야생동물이다. 반려동물로서의 인기가 비 일반적인 상황이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가정 내 수달 사육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사육에 나서고 있다. 토종 야생수달이 사실상 멸종한 상태이고, 정식 수입도 제한돼 있는데, 너도나도 수달을 원하고 있다. 수달을 만져 볼 수 있는 카페도 성업 중이다.


지난해 1월 고치 현 스사키 시에서는 작은발톱수달 1마리를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당시 앙증맞은 모습의 사진과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만인 지난 17일 해임됐다. 수달은 평소처럼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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