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국익보다 사익 먼저?…트럼프家의 ‘이해 상충’ 논란

입력 2019.01.24 (11:23) 수정 2019.01.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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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미·중 정상회담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을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개최 .. 비용은 납세자 몫

2017년 4월, 트럼프와 시진핑의 역사적인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곳은 백악관이 아닌 트럼프가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였다. 백악관 참모와 지원 인력들이 대거 플로리다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치렀는데, 백악관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여러 차례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철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하면서 ‘겨울 백악관’이란 애칭까지 생겼다. CNN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한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에서 34일을 보냈다는 통계를 내놨다. 결국 마라라고 리조트는 뉴스메이커 트럼프의 배경 화면 역할을 하며 짭짤하게 영업도 하고 전 세계적인 홍보도 한 셈이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미국 납세자 몫이었다. 월터 샤우브 전 미 정부윤리청장은 마라라고 리조트 회원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껑충 뛰어서 2억 원을 훌쩍 넘겼다면서, 마라라고는 ‘부패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연 (2017년 1월 20일, 워싱턴 DC 트럼프 호텔)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연 (2017년 1월 20일, 워싱턴 DC 트럼프 호텔)

취임식 축하연은 트럼프 호텔서 개최 .. 마라라고에 이어 전세계적 홍보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축하연이 열린 곳은 워싱턴 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서 부인 멜라니아와 춤을 추는 장면을 지켜보며 트럼프 호텔이란 장소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본래 우체국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초특급 호텔은 트럼프 취임 이후 공무상, 사업상 혹은 호기심으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백악관에서 가깝고 워싱턴 특파원들이 대부분 입주해 있는 내셔널 프레스 센터에서도 걸어서 5분 거리여서 호기심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한국 특파원들도 적지 않다. 미미한 액수지만 우리 특파원들마저 트럼프의 주머니를 불려줬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트럼프 호텔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이나 트럼프 호텔에서 열린 취임식 축하연이나 그 자체로는 모두 공적인 업무 수행이다. 다만 그로 인해 대통령 본인이나 그 일가가 사업상, 금전상 이득을 본다거나 홍보 효과를 누리거나 하면 문제가 된다. 공직 수행과 취임 이전에 하던 사적인 일의 이해가 부딪히는 일, 이른바 공직자 ‘이해 상충’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빈번하다.

이방카는 ‘공직자 윤리’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패션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중국 내 상표권 승인은 잇따라 받아냈다이방카는 ‘공직자 윤리’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패션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중국 내 상표권 승인은 잇따라 받아냈다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에서 또 상표권 예비승인 받아낸 이방카

이해 충돌 논란에 선 사람은 트럼프 본인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중국에서 5건의 상표권 예비 승인을 받아냈다고 미 언론이 지난 1월 21일 보도했다. 이방카는 지난해에도 중국으로부터 상표권 34건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방카는 이른바 ‘공직자 윤리’ 문제 때문에 지난해 7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사업에서 손을 뗐는데, 중국내 상표권 승인 절차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품목도 신발과 셔츠, 웨딩드레스, 핸드백 등 패션뿐 아니라, 중개업과 자선기금 모금, 미술품 감정 서비스 등 다양하다. 당장은 사업을 안 해도 지적재산권 도용은 방지해야 한다는 게 이방카 측의 해명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대통령 딸이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상표권 승인을 받아낸 것이 적절하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더구나 이방카는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지분에 따른 수익은 얻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도 백 건에 달한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이방카 상표권 승인 대가로 중국업체 제재 풀었나?

앞서 지난해 5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제재를 몰아붙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제재를 해제하면서 ZTE는 가까스로 살아났다. 공교롭게 그로부터 일주일전 이방카가 중국으로부터 13건의 상표권 승인을 취득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미·중 간 통상 문제에 트럼프家의 사익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은 “이방카가 자신의 지위와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정책을 손질했을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이방카의 남편인 제러드 큐슈너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인도의 초호화 아파트 단지 ‘트럼프 타워’ 홍보 차 인도를 방문했는데, 현지 업체에서 아파트 구매 예약금 4천만 원을 내면 트럼프 주니어와 만찬을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 아들에게 줄을 대려면 4천만 원 정도는 부담할 수 있지 않겠냐는 얄팍한 상술이 깔려 있다. .

트럼프 일가 ‘이해상충’, 집권 후반기 ‘걸림돌’ 되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으로 미국의 외교 안보 이익이 침해됐는지, 거기에 트럼프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미국의 통상 정책을 수행하는데 트럼프 일가의 사익이 개입됐는지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문제가 트럼프 정부의 집권 후반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일가의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 제기할지 여부와 함께 이에 따른 미국 민심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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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1-24 1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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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미·중 정상회담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을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개최 .. 비용은 납세자 몫

2017년 4월, 트럼프와 시진핑의 역사적인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곳은 백악관이 아닌 트럼프가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였다. 백악관 참모와 지원 인력들이 대거 플로리다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치렀는데, 백악관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여러 차례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철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하면서 ‘겨울 백악관’이란 애칭까지 생겼다. CNN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한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에서 34일을 보냈다는 통계를 내놨다. 결국 마라라고 리조트는 뉴스메이커 트럼프의 배경 화면 역할을 하며 짭짤하게 영업도 하고 전 세계적인 홍보도 한 셈이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미국 납세자 몫이었다. 월터 샤우브 전 미 정부윤리청장은 마라라고 리조트 회원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껑충 뛰어서 2억 원을 훌쩍 넘겼다면서, 마라라고는 ‘부패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연 (2017년 1월 20일, 워싱턴 DC 트럼프 호텔)
취임식 축하연은 트럼프 호텔서 개최 .. 마라라고에 이어 전세계적 홍보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축하연이 열린 곳은 워싱턴 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서 부인 멜라니아와 춤을 추는 장면을 지켜보며 트럼프 호텔이란 장소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본래 우체국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초특급 호텔은 트럼프 취임 이후 공무상, 사업상 혹은 호기심으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백악관에서 가깝고 워싱턴 특파원들이 대부분 입주해 있는 내셔널 프레스 센터에서도 걸어서 5분 거리여서 호기심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한국 특파원들도 적지 않다. 미미한 액수지만 우리 특파원들마저 트럼프의 주머니를 불려줬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트럼프 호텔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이나 트럼프 호텔에서 열린 취임식 축하연이나 그 자체로는 모두 공적인 업무 수행이다. 다만 그로 인해 대통령 본인이나 그 일가가 사업상, 금전상 이득을 본다거나 홍보 효과를 누리거나 하면 문제가 된다. 공직 수행과 취임 이전에 하던 사적인 일의 이해가 부딪히는 일, 이른바 공직자 ‘이해 상충’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빈번하다.

이방카는 ‘공직자 윤리’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패션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중국 내 상표권 승인은 잇따라 받아냈다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에서 또 상표권 예비승인 받아낸 이방카

이해 충돌 논란에 선 사람은 트럼프 본인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중국에서 5건의 상표권 예비 승인을 받아냈다고 미 언론이 지난 1월 21일 보도했다. 이방카는 지난해에도 중국으로부터 상표권 34건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방카는 이른바 ‘공직자 윤리’ 문제 때문에 지난해 7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사업에서 손을 뗐는데, 중국내 상표권 승인 절차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품목도 신발과 셔츠, 웨딩드레스, 핸드백 등 패션뿐 아니라, 중개업과 자선기금 모금, 미술품 감정 서비스 등 다양하다. 당장은 사업을 안 해도 지적재산권 도용은 방지해야 한다는 게 이방카 측의 해명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대통령 딸이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상표권 승인을 받아낸 것이 적절하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더구나 이방카는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지분에 따른 수익은 얻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도 백 건에 달한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이방카 상표권 승인 대가로 중국업체 제재 풀었나?

앞서 지난해 5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제재를 몰아붙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제재를 해제하면서 ZTE는 가까스로 살아났다. 공교롭게 그로부터 일주일전 이방카가 중국으로부터 13건의 상표권 승인을 취득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미·중 간 통상 문제에 트럼프家의 사익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은 “이방카가 자신의 지위와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정책을 손질했을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이방카의 남편인 제러드 큐슈너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인도의 초호화 아파트 단지 ‘트럼프 타워’ 홍보 차 인도를 방문했는데, 현지 업체에서 아파트 구매 예약금 4천만 원을 내면 트럼프 주니어와 만찬을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 아들에게 줄을 대려면 4천만 원 정도는 부담할 수 있지 않겠냐는 얄팍한 상술이 깔려 있다. .

트럼프 일가 ‘이해상충’, 집권 후반기 ‘걸림돌’ 되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으로 미국의 외교 안보 이익이 침해됐는지, 거기에 트럼프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미국의 통상 정책을 수행하는데 트럼프 일가의 사익이 개입됐는지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문제가 트럼프 정부의 집권 후반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일가의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 제기할지 여부와 함께 이에 따른 미국 민심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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