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미뤄진 입주…‘하자 공방’ 이유는?

입력 2019.01.24 (12:40) 수정 2019.01.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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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집을 눈앞에 두고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트의 입주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입주 예정자들과 건설사, 시공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9개월째 입주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500가구가 넘는 입주 예정자들은 월세를 전전하거나 친척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주택, 노부부가 살던 집에 딸의 네 가족이 이사 오면서 여섯 식구가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삿짐이 집 곳곳에 쌓여있습니다.

[A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저희는 아기 둘하고 저희 부부 네 식구가 지금 친정집에 얹혀사는 거죠."]

잠잘 곳도 마땅치 않아 가족들이 나눠어 잠을 자고 있다는데요.

이렇게 임시 더부살이를 한 지 어느덧 9개월, 방을 갖는 날을 꿈꿔왔다는 7살 딸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A씨 어머니/음성변조 : "(손녀가) '엄마 내방이 어디야? 내방은 어딨어?' 자꾸 물어요. 마음이 안 좋아요."]

A 씨는 지난해 5월, 새 아파트에 입주 예정이었습니다.

아파트 앞으로 호수가 펼쳐지고, 초등학교까지 가까워 지역에서는 3.3제곱미터당 천만 원 대의 높은 분양가를 자랑했다는데요.

돌연 입주가 미뤄진 겁니다.

A 씨와 같은 아파트에 입주해 신혼의 단꿈을 시작하고자 했던 B 씨 부부의 계획도 모두 틀어졌습니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사놓았던 가전제품은 다 반품했고, 넓은 아파트 대신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부랴부랴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싶어 알리지도 못했다는데요.

[B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어른들은 몰라요. 지금 이 상황을. 알면 정말 속상해하실 것 같아요."]

복층 원룸의 대부분을 짐이 차지하고 있고, 다달이 50만 원의 월세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B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집을 장만해놓고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계속 미루고 미루고 있어요. 같이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요."]

멀쩡한 내 집을 눈앞에 두고도 이렇게 입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입주민들 좀 살려줘라! 살려줘라! 살려줘라!"]

입주 예정일이 훨씬 지난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사전 점검을 갔던 입주 예정자들은 집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당시 직접 촬영한 영상인데요.

아파트 앞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김규도/입주 예정자 : "현장 상태는 말 그대로 그냥 공사판이었어요."]

집 안은 더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는지 공을 두면 저절로 굴러가기도 하고 창문이 깨져있기도 합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오 마이 갓!'이었죠. 베란다 문을 열고 보면 (나사가) 얕게 박혀있어요. 잘못하면 진짜 낭떠러지라서 떨어지겠더라고요."]

[김규도/입주 예정자 : "정말 화가 났죠. 벽지가 다 뜯어져 있고 창틀 다 파손되어 있고 유리창 깨져 있고 심지어는 바닥에 담배꽁초까지 있고 그을려있고…."]

입주예정일을 한참 지나고서도 공사는 대체 왜 마무리되지 않았던 걸까요?

건설 업체의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이 지역이 암반 지역이었습니다. 공사를 해서 암반을 채석하고 발파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너무 많았습니다. 겨울엔 강추위 때문에 타워 크레인이 쓰러지고 해서 입주가 지연됐고…."]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의 시공 상태는 어떨까요?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입주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 돼 있어요. 잔손 하나하나까지 다 보라고 했어요. 하자 없는 상태로 다 만들어져있습니다. 완벽하게 다 돼 있어요."]

입주 예정자들과 아파트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기둥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면 밑에 고정이 돼 있어야 하는데 고정이 안 돼 있고 붕 떠 있습니다. 공중부양도 아니고."]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왜 못 들어가게 해! 우리 집인데. (들어가고 싶어 죽겠다고!)"]

내부는 어떨까요?

건설사의 협조를 얻어 내부를 살펴봤는데요.

일단 겉보기에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평가 속에, 일부 마감이 덜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공사 관계자 : "우리는 몇 개월 전부터 손보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잖아요. 빨리 입주를 하셔야 하는데 시공사에서는 관리하는 자체도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 당시 홍보와는 많이 다르게 지어졌다고 주장하는데요.

[김규도/입주 예정자 : "넓어 보이고 그래서 계약을 했는데 분양 사무실에서는 (층고가) 2500mm라고 광고를 했었거든요. 지금 측정해보니까 층고는 2340mm 정도. 한 6cm가량이 모자라죠. 법적 허용 오차를 넘어버린 거예요."]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지장이 없는 경미한 변경일 뿐이고, 층고 자체는 법적 허용 기준을 넘어서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법적 층고가 몇인지 물어보세요. 2310mm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2370mm."]

이밖에 어린이집 시설이나 대피 공간의 문 방향 등이 설계도와 달라 아파트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선 입주예정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관할 지자체는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을 물리적으로 수리하거나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절차를 밟으라고 시공사와 건설사를 고소한 상황입니다.

건설사와 입주예정자들의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천현숙/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선임연구원 : "준공하기 전에 설계변경으로 인한 변경 시공이나 오시공, 미시공 이런 부분들을 다 포함해서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주택품질을 보증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하자를 담보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안으로 후분양제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억 원의 돈을 쓰고도 안전한 내 집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과연 누구, 어떤 제도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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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개월째 미뤄진 입주…‘하자 공방’ 이유는?
    • 입력 2019-01-24 12:46:34
    • 수정2019-01-24 13:05:57
    뉴스 12
[앵커]

새집을 눈앞에 두고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트의 입주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입주 예정자들과 건설사, 시공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9개월째 입주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500가구가 넘는 입주 예정자들은 월세를 전전하거나 친척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주택, 노부부가 살던 집에 딸의 네 가족이 이사 오면서 여섯 식구가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삿짐이 집 곳곳에 쌓여있습니다.

[A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저희는 아기 둘하고 저희 부부 네 식구가 지금 친정집에 얹혀사는 거죠."]

잠잘 곳도 마땅치 않아 가족들이 나눠어 잠을 자고 있다는데요.

이렇게 임시 더부살이를 한 지 어느덧 9개월, 방을 갖는 날을 꿈꿔왔다는 7살 딸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A씨 어머니/음성변조 : "(손녀가) '엄마 내방이 어디야? 내방은 어딨어?' 자꾸 물어요. 마음이 안 좋아요."]

A 씨는 지난해 5월, 새 아파트에 입주 예정이었습니다.

아파트 앞으로 호수가 펼쳐지고, 초등학교까지 가까워 지역에서는 3.3제곱미터당 천만 원 대의 높은 분양가를 자랑했다는데요.

돌연 입주가 미뤄진 겁니다.

A 씨와 같은 아파트에 입주해 신혼의 단꿈을 시작하고자 했던 B 씨 부부의 계획도 모두 틀어졌습니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사놓았던 가전제품은 다 반품했고, 넓은 아파트 대신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부랴부랴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싶어 알리지도 못했다는데요.

[B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어른들은 몰라요. 지금 이 상황을. 알면 정말 속상해하실 것 같아요."]

복층 원룸의 대부분을 짐이 차지하고 있고, 다달이 50만 원의 월세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B 씨/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집을 장만해놓고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계속 미루고 미루고 있어요. 같이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요."]

멀쩡한 내 집을 눈앞에 두고도 이렇게 입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입주민들 좀 살려줘라! 살려줘라! 살려줘라!"]

입주 예정일이 훨씬 지난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사전 점검을 갔던 입주 예정자들은 집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당시 직접 촬영한 영상인데요.

아파트 앞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김규도/입주 예정자 : "현장 상태는 말 그대로 그냥 공사판이었어요."]

집 안은 더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는지 공을 두면 저절로 굴러가기도 하고 창문이 깨져있기도 합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오 마이 갓!'이었죠. 베란다 문을 열고 보면 (나사가) 얕게 박혀있어요. 잘못하면 진짜 낭떠러지라서 떨어지겠더라고요."]

[김규도/입주 예정자 : "정말 화가 났죠. 벽지가 다 뜯어져 있고 창틀 다 파손되어 있고 유리창 깨져 있고 심지어는 바닥에 담배꽁초까지 있고 그을려있고…."]

입주예정일을 한참 지나고서도 공사는 대체 왜 마무리되지 않았던 걸까요?

건설 업체의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이 지역이 암반 지역이었습니다. 공사를 해서 암반을 채석하고 발파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너무 많았습니다. 겨울엔 강추위 때문에 타워 크레인이 쓰러지고 해서 입주가 지연됐고…."]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의 시공 상태는 어떨까요?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입주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 돼 있어요. 잔손 하나하나까지 다 보라고 했어요. 하자 없는 상태로 다 만들어져있습니다. 완벽하게 다 돼 있어요."]

입주 예정자들과 아파트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기둥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면 밑에 고정이 돼 있어야 하는데 고정이 안 돼 있고 붕 떠 있습니다. 공중부양도 아니고."]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왜 못 들어가게 해! 우리 집인데. (들어가고 싶어 죽겠다고!)"]

내부는 어떨까요?

건설사의 협조를 얻어 내부를 살펴봤는데요.

일단 겉보기에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평가 속에, 일부 마감이 덜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공사 관계자 : "우리는 몇 개월 전부터 손보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잖아요. 빨리 입주를 하셔야 하는데 시공사에서는 관리하는 자체도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 당시 홍보와는 많이 다르게 지어졌다고 주장하는데요.

[김규도/입주 예정자 : "넓어 보이고 그래서 계약을 했는데 분양 사무실에서는 (층고가) 2500mm라고 광고를 했었거든요. 지금 측정해보니까 층고는 2340mm 정도. 한 6cm가량이 모자라죠. 법적 허용 오차를 넘어버린 거예요."]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지장이 없는 경미한 변경일 뿐이고, 층고 자체는 법적 허용 기준을 넘어서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상훈/OO건설 부회장 :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법적 층고가 몇인지 물어보세요. 2310mm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2370mm."]

이밖에 어린이집 시설이나 대피 공간의 문 방향 등이 설계도와 달라 아파트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선 입주예정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관할 지자체는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을 물리적으로 수리하거나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절차를 밟으라고 시공사와 건설사를 고소한 상황입니다.

건설사와 입주예정자들의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천현숙/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선임연구원 : "준공하기 전에 설계변경으로 인한 변경 시공이나 오시공, 미시공 이런 부분들을 다 포함해서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주택품질을 보증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하자를 담보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안으로 후분양제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억 원의 돈을 쓰고도 안전한 내 집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과연 누구, 어떤 제도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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