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영국판 엑소더스

입력 2019.01.24 (20:38) 수정 2019.01.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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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주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 기자!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의 키워드, '영국판 엑소더스'입니다.

3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 EU 탈퇴를 놓고 노딜 브렉시트, 즉 EU와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한 채 탈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은 유럽연합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통상에선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를 적용받게 됩니다.

때문에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 기업들의 탈출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일본의 거대 전자업체 소니입니다.

영국 런던에 소니의 유럽 본사가 있는데 최근 소니가 이 본사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소니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도 영국 더비 인근 버나스톤에 모두 9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내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할 계획입니다.

[토니 워커/영국 도요타 대표/지난해 11월 : "우리는 3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최우선 입장이고, 현재처럼 유럽 시장에서 차를 계속 팔 수 있도록 무역 조처를 해놓고 있습니다."]

혼다도 사정은 마찬가지고요,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다이와증권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거점을 마련중이고요.

골드만삭스는 프랑크푸르트와 뉴욕 본사로 인력들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앵커]

영국 탈출행렬, 엑소더스는 영국 내 글로벌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청자분들한테도 청소기로 잘 알려진 기업이죠,

영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는 이번 결정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브렉시트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다이슨은 이미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싱가포르를 아태 지역 거점으로 활용했던 것을 넘어 중국과 인도시장에 대비해 아예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다는 겁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는 이번 이동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사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다이슨 측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깁니다.

제임스 다이슨 대표가 주요 브렉시트 지지자 중 한 명이었던 만큼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로선 타격이 더 크다고 가디언은 평가했습니다.

영국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세계적 브랜드가 자국을 등지는 만큼 영국 정치권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배신자, 위선자라는 원색적인 용어까지 써가면서 영국 노동자는 물론 산업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기업들이 앞다퉈 영국을 탈출하려는 이유,

어디에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영국이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 채 EU를 떠날 경우 영국 내 사업에 대한 EU의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수입하는 부품 상당 부분을 EU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부품 공급이 어려워져 제품을 생산하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지겠죠.

또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되면 수입, 수출 시 관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이 새롭게 부과되는데요.

이에 따라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브렉시트 이후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브렉시트 협상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앵커]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생존 박스라는 게 등장했다는데요,

이건 뭔가요?

[기자]

군대에서 씨레이션 박스라고 해서 전투식량을 넣어서 군인들에게 공급하곤 하는데요,

바로 이걸 연상하시면 됩니다.

브렉시트 박스라는 이름으로 지금 영국에서 팔리고 있는데요,

화면 보실까요?

보시는 것처럼 브렉시트 박스에는 고기 통조림과 물병, 파스타와 같은 음식은 물론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연료와 정수 필터 등이 들어있습니다.

가격은 380달러, 약 43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습니다.

판매 업체는 이미 수백 박스를 팔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EU에서 식량의 3분의 1을 수입하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식료품과 의약품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블레이크/브렉시트 박스 판매업자 : "우리 정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일어나는 일을 조절할 수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음식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브렉시트 기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탈퇴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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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영국판 엑소더스
    • 입력 2019-01-24 20:42:04
    • 수정2019-01-24 20:56:08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주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 기자!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의 키워드, '영국판 엑소더스'입니다.

3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 EU 탈퇴를 놓고 노딜 브렉시트, 즉 EU와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한 채 탈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은 유럽연합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통상에선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를 적용받게 됩니다.

때문에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 기업들의 탈출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일본의 거대 전자업체 소니입니다.

영국 런던에 소니의 유럽 본사가 있는데 최근 소니가 이 본사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소니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도 영국 더비 인근 버나스톤에 모두 9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내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할 계획입니다.

[토니 워커/영국 도요타 대표/지난해 11월 : "우리는 3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최우선 입장이고, 현재처럼 유럽 시장에서 차를 계속 팔 수 있도록 무역 조처를 해놓고 있습니다."]

혼다도 사정은 마찬가지고요,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다이와증권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거점을 마련중이고요.

골드만삭스는 프랑크푸르트와 뉴욕 본사로 인력들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앵커]

영국 탈출행렬, 엑소더스는 영국 내 글로벌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청자분들한테도 청소기로 잘 알려진 기업이죠,

영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는 이번 결정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브렉시트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다이슨은 이미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싱가포르를 아태 지역 거점으로 활용했던 것을 넘어 중국과 인도시장에 대비해 아예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다는 겁니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는 이번 이동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사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다이슨 측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깁니다.

제임스 다이슨 대표가 주요 브렉시트 지지자 중 한 명이었던 만큼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로선 타격이 더 크다고 가디언은 평가했습니다.

영국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세계적 브랜드가 자국을 등지는 만큼 영국 정치권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배신자, 위선자라는 원색적인 용어까지 써가면서 영국 노동자는 물론 산업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기업들이 앞다퉈 영국을 탈출하려는 이유,

어디에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영국이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 채 EU를 떠날 경우 영국 내 사업에 대한 EU의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수입하는 부품 상당 부분을 EU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부품 공급이 어려워져 제품을 생산하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지겠죠.

또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되면 수입, 수출 시 관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이 새롭게 부과되는데요.

이에 따라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브렉시트 이후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브렉시트 협상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앵커]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생존 박스라는 게 등장했다는데요,

이건 뭔가요?

[기자]

군대에서 씨레이션 박스라고 해서 전투식량을 넣어서 군인들에게 공급하곤 하는데요,

바로 이걸 연상하시면 됩니다.

브렉시트 박스라는 이름으로 지금 영국에서 팔리고 있는데요,

화면 보실까요?

보시는 것처럼 브렉시트 박스에는 고기 통조림과 물병, 파스타와 같은 음식은 물론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연료와 정수 필터 등이 들어있습니다.

가격은 380달러, 약 43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습니다.

판매 업체는 이미 수백 박스를 팔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EU에서 식량의 3분의 1을 수입하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식료품과 의약품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블레이크/브렉시트 박스 판매업자 : "우리 정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일어나는 일을 조절할 수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음식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브렉시트 기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탈퇴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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