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전 대법원장…사법 71년 치욕의 날

입력 2019.01.24 (21:12) 수정 2019.01.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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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법농단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늘(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영장엔 범죄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적시됐습니다.

사법부 71년 역사에 치욕의 날로 기록될 오늘(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께 허리 굽혀 사과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수감됐습니다.

구속영장은 새벽 2시쯤 발부됐습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수감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인번호가 새겨진 미결수용 황갈색 수의로 갈아입고 독방에 수용됐습니다.

독방 크기는 2평이 약간 안되는 6제곱미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보다 조금 작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또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박병대/전 대법관 : "(두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양 전 대법원장 구속 7시간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들에게 크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국민 여러분께 다시한번 송구하단 말씀드립니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법원 내부에선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도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주춤했던 검찰 수사도 큰 산을 넘었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앞으로 20일 동안 보강 조사를 벌여 재판에 넘길 계획입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의혹의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법관들에 대한 기소 폭은 상당히 줄어 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 “후배 법관 거짓말”…자충수 된 양승태의 거짓 주장

[앵커]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은 기각됐죠.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만 발부된 것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후배 법관들에게 떠넘기려던,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검찰 출석 전 후배 법관을 유독 강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전 대법원장/지난 11일 :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만일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후배 법관들이 과오가 있을 수 있다는 듯 말합니다.

어제(23일) 영장심사에선 대놓고 후배들을 탓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후배 법관들이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특히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의 수첩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표시한 '大(대)'자를 "사후에 조작됐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른바 스모킹 건으로 불리던 이규진 수첩의 증거능력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양 전 원장의 전략은,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판사 여러 명의 같은 진술을 양 전 대법원장 혼자 '후배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구속 사유가 됐다는 겁니다.

전현직 판사들은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극구 부인해 오히려 증거인멸의 우려를 높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이란 지위를 이용해 후배 법관들을 회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들에게 "후배 법관들을 믿어달라"고 했던 양 전 대법원장의 믿음과 달리 후배 법관은 구치소행을 결정했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 “사법 정의 바로 세워야”…‘재판 거래’ 피해자들의 목소리

[앵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그리고 KTX 해고 승무원 무효소송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표적으로 왜곡된 재판들입니다.

피해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달라진 건 없다면서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 심사 전날, 이춘식 할아버지와 김정주 할머니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김정주/근로정신대 피해자 : "구속이 돼야돼. 우리는 구속이 되어야 돼 우리 마음은. 지가 뭣이라고 구속이 안돼."]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 "내일 구속돼? 그 사람은 구속되면 벌을 많이 받아야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응어리가 풀릴 진 모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을 받으라고 판결문에 있는데 여태껏 못 받고 있는데다가..."]

[김정주/근로정신대 피해자 : "보상을 받을지 안받을지 그것이 걱정이야. 안주면 끝까지 소송해야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 이유조차 몰랐던 시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김승하/KTX 해고 무효 소송 :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먼저 간 친구였어요. 억울해서 어떡하나. 원통해서 어떡하나. 아, 조금만 더 버텼으면 너무 좋지 않았을까."]

[서기호/판사 재임용 소송 : "제대로 구제 받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었었고, 그래서 사실 좀 좌절스럽고 높은 벽 앞에 서있는 그런 기분..."]

피해자들의 목소리, 그래도 사법부가 무너진 신뢰를 하루 빨리 바로 세우라고 말합니다.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 "모든 후손들 전부 우리 손주들 전부 이런것이 없도록..."]

[김승하/KTX 해고 무효 소송 : "사법 개혁이 정말 필요하다고 모든 분들이 생각하는데..."]

[서기호/판사 재임용 소송 :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을 내렸을 때 비로소 사법부 신뢰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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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된 전 대법원장…사법 71년 치욕의 날
    • 입력 2019-01-24 21:19:49
    • 수정2019-01-24 21:24:53
[앵커]

사법농단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늘(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영장엔 범죄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적시됐습니다.

사법부 71년 역사에 치욕의 날로 기록될 오늘(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께 허리 굽혀 사과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수감됐습니다.

구속영장은 새벽 2시쯤 발부됐습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수감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인번호가 새겨진 미결수용 황갈색 수의로 갈아입고 독방에 수용됐습니다.

독방 크기는 2평이 약간 안되는 6제곱미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보다 조금 작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또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박병대/전 대법관 : "(두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양 전 대법원장 구속 7시간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들에게 크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국민 여러분께 다시한번 송구하단 말씀드립니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법원 내부에선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도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주춤했던 검찰 수사도 큰 산을 넘었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앞으로 20일 동안 보강 조사를 벌여 재판에 넘길 계획입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의혹의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법관들에 대한 기소 폭은 상당히 줄어 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 “후배 법관 거짓말”…자충수 된 양승태의 거짓 주장

[앵커]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은 기각됐죠.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만 발부된 것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후배 법관들에게 떠넘기려던,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검찰 출석 전 후배 법관을 유독 강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전 대법원장/지난 11일 :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만일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후배 법관들이 과오가 있을 수 있다는 듯 말합니다.

어제(23일) 영장심사에선 대놓고 후배들을 탓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후배 법관들이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특히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의 수첩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표시한 '大(대)'자를 "사후에 조작됐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른바 스모킹 건으로 불리던 이규진 수첩의 증거능력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양 전 원장의 전략은,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판사 여러 명의 같은 진술을 양 전 대법원장 혼자 '후배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구속 사유가 됐다는 겁니다.

전현직 판사들은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극구 부인해 오히려 증거인멸의 우려를 높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이란 지위를 이용해 후배 법관들을 회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들에게 "후배 법관들을 믿어달라"고 했던 양 전 대법원장의 믿음과 달리 후배 법관은 구치소행을 결정했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 “사법 정의 바로 세워야”…‘재판 거래’ 피해자들의 목소리

[앵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그리고 KTX 해고 승무원 무효소송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표적으로 왜곡된 재판들입니다.

피해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달라진 건 없다면서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 심사 전날, 이춘식 할아버지와 김정주 할머니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김정주/근로정신대 피해자 : "구속이 돼야돼. 우리는 구속이 되어야 돼 우리 마음은. 지가 뭣이라고 구속이 안돼."]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 "내일 구속돼? 그 사람은 구속되면 벌을 많이 받아야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응어리가 풀릴 진 모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을 받으라고 판결문에 있는데 여태껏 못 받고 있는데다가..."]

[김정주/근로정신대 피해자 : "보상을 받을지 안받을지 그것이 걱정이야. 안주면 끝까지 소송해야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 이유조차 몰랐던 시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김승하/KTX 해고 무효 소송 :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먼저 간 친구였어요. 억울해서 어떡하나. 원통해서 어떡하나. 아, 조금만 더 버텼으면 너무 좋지 않았을까."]

[서기호/판사 재임용 소송 : "제대로 구제 받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었었고, 그래서 사실 좀 좌절스럽고 높은 벽 앞에 서있는 그런 기분..."]

피해자들의 목소리, 그래도 사법부가 무너진 신뢰를 하루 빨리 바로 세우라고 말합니다.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 "모든 후손들 전부 우리 손주들 전부 이런것이 없도록..."]

[김승하/KTX 해고 무효 소송 : "사법 개혁이 정말 필요하다고 모든 분들이 생각하는데..."]

[서기호/판사 재임용 소송 :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을 내렸을 때 비로소 사법부 신뢰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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