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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올해 목표가 책읽기라면…‘북 큐레이션’ 받아보시죠
입력 2019.01.28 (11:02) 수정 2019.01.28 (14:55) 취재후·사건후

한 해 신간 5만3천여 종 … 평균 독서량은 8권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손에 꼽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독서량은 8.3권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에 비해 0.8권 줄어든 수치입니다.

책은 덜 읽지만, 신간은 범람하고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53,795종(만화책 제외)의 신간이 발행됐습니다. 이 가운데 아동용 도서(6,698종)와 학습참고 도서(1,203종)를 제외한다고 해도 4만5천여 종에 달합니다.

[연관 기사] 나에게 맞는 책은?…동네 책방 ‘북 큐레이션’ 인기

성인 한 명이 4만5천 권의 책 가운데 8권을 골라 읽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8권, 어떻게 고르시나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의 '유사성'과 독서의 '편향성'

대표 오프라인 서점 2곳과 온라인 서점 2곳의 주간 베스트셀러를 20위까지 비교해봤습니다. 선정된 서적들이 대동소이합니다. 서점 4곳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든 책은 8종, 3곳에서 겹친 책도 6종이나 됩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는 책을 고르는 주요 기준이 됩니다. 문제는 베스트셀러가 5만3천여 권의 책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그조차도 서점마다의 특색없이 겹치다 보니, 선택의 폭은 더 적어집니다.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는 모두 다릅니다. 관심있는 책도 모두 다를 겁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목록만으로는 개성에 맞는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만 종의 책을 모두 훑어보자니 막막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고 싶은 독자의 니즈에 발맞춰 등장한 것이 '북 큐레이션' 입니다.


[연관기사] [뉴스9] 나에게 맞는 책은?…동네 책방 ‘북 큐레이션’ 인기

책이 아닌 책장을 편집하는 일, '북 큐레이션'
(이 문단은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의 책 「북 큐레이션, 책으로 말을 걸다 ; 경기도도서관총서 21」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일입니다. 최근엔 '콘텐츠의 선별과 제안'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정보 범람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북 큐레이션'도 큐레이터의 관점에 따라 책을 선별하고 독자에게 제안해주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북 큐레이터인 하바 요시타카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북 큐레이터는 책을 편집하는 게 아니라 책장을 편집한다. 책장에 책을 진열할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진열하며, 책장 전체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나 세계관을 느끼도록 하는 일을 한다."



'총류·기술과학·사회과학' 대신 '1인칭·방랑벽·암흑의 시대'


'북 큐레이션'이란 좁은 의미로는 '책 추천'이지만, 넓게 보면 '의도를 갖고 책장을 편집하는 일'입니다. 총류, 기술과학, 사회과학 등 000에서 990까지 번호를 매긴 십진분류표 대신,키워드나 이슈에 따라 책장에 책을 비치하는 겁니다.

영국 리브레리아 서점은 '1인칭, 방랑벽, 암흑의 시대' 등의 키워드로 서가를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방랑벽’이라는 분류의 서가에는 여행 관련 책들이 픽션과 논픽션을 망라하고 꽂혀있는 식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북 큐레이션을 도입한 작은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해방촌에 문을 연 고요서사는 서재 칸마다 이슈와 테마가 붙여놓았습니다. '언젠가 읽어야지 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칸에는 고전이, '지금, 여기를 말하기'에는 한국 소설이 비치돼있습니다.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책들을 갖다 놓는 것도 고민을 하긴 한다"면서도 "(서점 주인의) 제안에 가까운 큐레이션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중적인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지만 서점만의 관점을 갖춘 큐레이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동네 서점의 정체성 … 혹은 생존전략?

사실 국내 작은 서점들이 '북 큐레이션'을 도입한 데에는 현실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한정된 서고로 대형 서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학 위주로 서고를 큐레이션하는 청맥살롱 최지애 대표는 "동네 서점은 규모가 작아 공간적인 한계나 제약 때문에 많은 책을 갖다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최 대표는 작은 책방의 북 큐레이션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인간적 교류'를 꼽습니다. 청맥살롱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해줍니다.

동네 책방 지도를 만드는 업체에 따르면, 이같은 특색있는 작은 서점(이른바 '독립서점)은 지난해 3백여 개까지 늘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바람을 타고, 대형 서점에 밀렸던 동네 책방이 다시 힘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 올해에는 꼭 책을 읽겠다 다짐하셨나요? 그렇다면 동네 책방에서 '북 큐레이션'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 [취재후] 올해 목표가 책읽기라면…‘북 큐레이션’ 받아보시죠
    • 입력 2019-01-28 11:02:50
    • 수정2019-01-28 14:55:20
    취재후·사건후

한 해 신간 5만3천여 종 … 평균 독서량은 8권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손에 꼽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독서량은 8.3권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에 비해 0.8권 줄어든 수치입니다.

책은 덜 읽지만, 신간은 범람하고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53,795종(만화책 제외)의 신간이 발행됐습니다. 이 가운데 아동용 도서(6,698종)와 학습참고 도서(1,203종)를 제외한다고 해도 4만5천여 종에 달합니다.

[연관 기사] 나에게 맞는 책은?…동네 책방 ‘북 큐레이션’ 인기

성인 한 명이 4만5천 권의 책 가운데 8권을 골라 읽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8권, 어떻게 고르시나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의 '유사성'과 독서의 '편향성'

대표 오프라인 서점 2곳과 온라인 서점 2곳의 주간 베스트셀러를 20위까지 비교해봤습니다. 선정된 서적들이 대동소이합니다. 서점 4곳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든 책은 8종, 3곳에서 겹친 책도 6종이나 됩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는 책을 고르는 주요 기준이 됩니다. 문제는 베스트셀러가 5만3천여 권의 책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그조차도 서점마다의 특색없이 겹치다 보니, 선택의 폭은 더 적어집니다.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는 모두 다릅니다. 관심있는 책도 모두 다를 겁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목록만으로는 개성에 맞는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만 종의 책을 모두 훑어보자니 막막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고 싶은 독자의 니즈에 발맞춰 등장한 것이 '북 큐레이션' 입니다.


[연관기사] [뉴스9] 나에게 맞는 책은?…동네 책방 ‘북 큐레이션’ 인기

책이 아닌 책장을 편집하는 일, '북 큐레이션'
(이 문단은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의 책 「북 큐레이션, 책으로 말을 걸다 ; 경기도도서관총서 21」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일입니다. 최근엔 '콘텐츠의 선별과 제안'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정보 범람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북 큐레이션'도 큐레이터의 관점에 따라 책을 선별하고 독자에게 제안해주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북 큐레이터인 하바 요시타카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북 큐레이터는 책을 편집하는 게 아니라 책장을 편집한다. 책장에 책을 진열할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진열하며, 책장 전체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나 세계관을 느끼도록 하는 일을 한다."



'총류·기술과학·사회과학' 대신 '1인칭·방랑벽·암흑의 시대'


'북 큐레이션'이란 좁은 의미로는 '책 추천'이지만, 넓게 보면 '의도를 갖고 책장을 편집하는 일'입니다. 총류, 기술과학, 사회과학 등 000에서 990까지 번호를 매긴 십진분류표 대신,키워드나 이슈에 따라 책장에 책을 비치하는 겁니다.

영국 리브레리아 서점은 '1인칭, 방랑벽, 암흑의 시대' 등의 키워드로 서가를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방랑벽’이라는 분류의 서가에는 여행 관련 책들이 픽션과 논픽션을 망라하고 꽂혀있는 식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북 큐레이션을 도입한 작은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해방촌에 문을 연 고요서사는 서재 칸마다 이슈와 테마가 붙여놓았습니다. '언젠가 읽어야지 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칸에는 고전이, '지금, 여기를 말하기'에는 한국 소설이 비치돼있습니다.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책들을 갖다 놓는 것도 고민을 하긴 한다"면서도 "(서점 주인의) 제안에 가까운 큐레이션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중적인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지만 서점만의 관점을 갖춘 큐레이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동네 서점의 정체성 … 혹은 생존전략?

사실 국내 작은 서점들이 '북 큐레이션'을 도입한 데에는 현실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한정된 서고로 대형 서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학 위주로 서고를 큐레이션하는 청맥살롱 최지애 대표는 "동네 서점은 규모가 작아 공간적인 한계나 제약 때문에 많은 책을 갖다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최 대표는 작은 책방의 북 큐레이션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인간적 교류'를 꼽습니다. 청맥살롱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해줍니다.

동네 책방 지도를 만드는 업체에 따르면, 이같은 특색있는 작은 서점(이른바 '독립서점)은 지난해 3백여 개까지 늘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바람을 타고, 대형 서점에 밀렸던 동네 책방이 다시 힘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 올해에는 꼭 책을 읽겠다 다짐하셨나요? 그렇다면 동네 책방에서 '북 큐레이션'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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