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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 한승헌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농단 방관말고 수습에 적극 나서야”
입력 2019.01.28 (16:25) 수정 2019.01.28 (16:32) 사회
- 사법부의 독립, 외풍(外風) 아닌 내부가 곪아터지는 내풍(內風) 이 문제
- 사법부 조직의 독립이 아니라 법관 개개인의 독립이 중요
- 대법원장 일본측 대변 변호사 만난 것 깜짝 놀라... 그럴 수 없는 것
- 상고법원 설치 목적 이루기 위해 특정사건, 특정이해관계 대변이 문제
- 법치주의란 국민 의사에 따른 규범 바탕한 상층부 권력을 제약하는 틀
- 상향적 견제장치로서 법치주의 보루는 사법부... 사법부가 법치주의 잘못 인식해 와
- 과거 사법파동시에도 단락 못짓고 교정 안돼... 이번에는 일단락지어야
- 기득권층에 기울어진 운동장, 수평 바로잡으려면 국민들이 지켜봐야
- 김명수 대법원장 기대 못 미쳐... 사법농단 방관말고 수습에 적극 나서야

■ 프로그램명 :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
■ 방송시간 : 1월 28일(월) 14:30~14:58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한승헌 변호사 (전 감사원장, 전북대 석좌교수)


▷ 정관용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얼마 전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됐죠. 지난 한 해 우리 사법부, 참 극심한 진통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작년 6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시작한 이후에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가 80명이 넘고요.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법관 13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서 이중 8명이 징계를 받은 상태죠. 지금 사법부 스스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놓고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는 있습니다마는, 과연 무너진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법조계의 원로이시죠. 1957년 법조계에 몸담아서 반세기 넘게 사법부의 역사를 지켜 오신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변호사께 사법농단에 대한 진단 또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해법에 대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 성우 나레이션 : 한승헌 변호사는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법무부와 서울지검 검사로 일하다가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습니다. 이후 한 변호사는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 받는 양심수와 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였는데요.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등을 변론하며 ‘시국 사건 1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런가하면 1975년에는 「어떤 조사」 필화사건으로, 그리고 1980년에는 김대중내란 음모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자격 박탈이 된 후 8년 만에 복권돼 변호사 활동을 재개해(1983년) 필화사건을 포함한 시국사건의 변호를 계속했습니다.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무이사와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시정고문단 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중앙대와 서강대 등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했고 현재 전북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펴낸 저서로는 『한승헌변호사 변론사건실록』 , 『분단시대의 법정』, 『권력과 필화』,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등 40여 권이 있고요. 시집 『노숙』과 『하얀 목소리』를 비롯해 유머집인 『산민객담』 시리즈 3권도 출간했습니다. 지금까지 인제인성대상,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인권상, 임창순 학술상과 단재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 네. 우리 법조계의 원로이시고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유명하신 우리 한승헌 변호사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한승헌 :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 네. 먼저 축하드릴 게 지난해 사법부 70주년 맞아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으셨네요.

▶ 한승헌 : 그것 축하 받을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 정관용 : 축하 받으셔야죠.

▶ 한승헌 : 어느 정권 때는 이러이러한 사건을 맡지 말라고 했다가 맡으니까 징역을 살렸는데 이제는 그때 그 사건 맡아서 했다고 훈장을 주니까 이거 감지덕지해야 되는 건지, 하여튼 맥을 지금 짚어보기가 참 힘드네요.

▷ 정관용 : 역사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 한승헌 : 글쎄,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 정관용 :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보시고 첫 소회가 어떠셨어요.

▶ 한승헌 : 네, 그 전날 어떤 모임에서 법조인들이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구속영장 떨어진다, 안 떨어진다, 하고 논의 아닌 논의를 했어요.

▷ 정관용 : 사실 온 국민이 그랬죠.

▶ 한승헌 : 네. 그런데 저는 기각될 거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사법농단이 드러난 뒤에 여러 가지 법원 내에 영장을 심사하는 사람이나 영장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되는 분들 그 언행이나 이런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사법권으로 흐르지 않겠는가 하고, 그 자리에서는 기각될 거라는 게 다수설이었는데,

▷ 정관용 : 다수였어요?

▶ 한승헌 : 네. 그런데 그 다음 날 보니까 발부가 됐더군요. 이게 참 엄청난 일입니다. 지금 역대 대통령도 두 사람이 감옥에 가 있는데 대법원장까지 수감이 돼 있다고 하니까 이것 무슨 법률 좀 안다고 해서 이러고저러고 함부로 말할 계제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 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아까 한 변호사님께서 이런 저런 사건 변호 맡았다고 감옥에 가두더라, 이런 말씀도 하셨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그때는 사법부가 사실 정권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의 휘하에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판결을 내리고 그랬었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대법원이 자기들이 원하는 무슨 상고법원인가 뭔가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권력에 다가갔다는 점, 이 점이 상당한 차이 아닌가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 한승헌 : 과거에 사법부 독립 또 여러 가지 권력구조 문제에서는 사법부가 뭐라고 할까. 운동으로 말하면 서브를 넣은 게 아니고 넘어오는 서브를 어떻게 잘 받느냐, 피동적인 입장에서 안 좋은 결과를 피하자,

▷ 정관용 : 배구에서 수비수.

▶ 한승헌 : 아니면 피할 수 없으니까 승복한다, 라는 거였는데 이번 것은 보면 오히려 이쪽에서 서브권을 갖고 먼저 선공을 한 것, 다시 말해서 조금 능동적인 수법을 썼다는 데 대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여기에서 오는 것 막는 것도 사실 어렵잖아요.

▷ 정관용 : 그러니까요.

▶ 한승헌 : 그런데 그게 아닌데 다른 의도로 오히려 권력 쪽에 이쪽에서 다가갔다는 것, 그것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혹시 앞으로 기소가 되고 재판이 되면 뭔가 밝혀지겠죠.

▷ 정관용 : 이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한 사람의 어떤 잘못이라고 보세요, 아니면 이른바 사법농단이 벌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큰 원인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한승헌 : 저는 과거에 사법부가 이번과 같은 부끄러운 그런 노출이 되기 전에도 저는 사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변론을 통해서, 또 언론에서 그렇게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사법부의 독립을 말할 때는 외풍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건데 사실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내풍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 정관용 : 내풍.

▶ 한승헌 : 사법부 내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 그러면 사람들이 아마 무슨 말인가 했을 거예요. 이제 보니까 안으로 곪아터지고 안에서 이렇게 넘어지고 부서지는 내풍이 외풍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다, 라는 것을 우리가 새삼 느끼게 됐죠.

▷ 정관용 : 네. 수십 년 변호사로서 사법부를 지켜봐 오셨잖아요. 그 내부에 뭐가 어떻게 곪아터지던가요, 보니까?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 한승헌 : 재판에 대해서도 간섭이 있었죠. 심지어 남산으로 일컫는 중앙정보부 같은 데서 요원이 와 가지고 판사실, 법원장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특정 사건에 대한 것도 자꾸 따져 물어보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게 엄청난 침략 행위인데 서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발설을 안 하니까 그냥 넘어갔잖아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판결문에 그대로 나타나서 무죄될 사람이 유죄가 되고 또 풀려날 사람이 오히려 더 징역을 사는 이런 결과가 됐죠. 밖에서 다 알 수가 없었고 또 모두 논의를 이렇게 자제해서 그렇지, 그때는 그때대로의 문제를 다 안고 있었죠.

▷ 정관용 : 네. 검찰이나 경찰, 이런 공권력은 이른바 검찰동일체의 원칙, 이런 식으로 해서 상명하복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사법부 내부에서는 권력이라는 게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 한승헌 :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사법부의 독립, 독립 하지만 그것은 사법부라는 그 큰 어떤 마을이 독립이 아니라 거기에 살고 일하는 법관 개개인의 독립이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사법부도 하나의 권력구조다 보니까 또 어떤 필요에 의해서 특정 사건에 대해서 뭔가 결론을 이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적인 역할은 뭐든지 간에 관료적인, 개개의 법관들에 대해서 필요하면 어떤 영향을 주는, 인사권을 통해서 하든 뭔가 이런 것이 이제 꾸준히 이어져 왔죠. 그것은 말을 터놓고 안 해서 그렇지 전직을 겪은 사람들이나 그것을 옆에서 함께 보면서 사법을 이렇게 끌어온 사람들은 다 아는 건데 이번에는 그게 너무, 뭐랄까. 제방으로 말하면 한복판이 팍 터져서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싶은데.

▷ 정관용 : 네. 사법부 내에도 승진, 인사, 이런 것 때문에 권력이 생기고,

▶ 한승헌 : 네, 보직도 있고 여러 가지 있죠.

▷ 정관용 : 그렇죠. 그렇게 해서 승진도 하고 좋은 보직을 맡고, 그렇게 있다가 옷을 벗고 변호사를 하면 전관예우로 또 떼돈을 벌고. 이런 일종에 우리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그럴까요? 바로 그게 뿌리인 거죠?

▶ 한승헌 : 그렇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인사 문제도 있고 보직도 있고 또 하나는 어떤 특정 사건을 맡기기에는 좀 마음이 불안한 그런 경우에는 사건의 담당, 배당도 법원행정처나 아니면 지방법원의 책임자가 우리는 몰랐지만 그것을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했지 않는가, 그때도 공론화돼서 크게 소문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 안팎에 있는 우리는 그것을 짐작도 하고 추측도 하고 확실히 또 알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치고 나서는 그런 것은 서로 피하고 나가는 그런 풍습이 있었죠.

▷ 정관용 : 그동안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검찰이 본격적으로 사법농단을 수사에 들어가서 법관들 80명 이상을 수사를 하고, 지금 그러고 전직 법원행정처 차장,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된 이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지금,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습니다마는, 일제 강제징용 된 사람들 관련된 소송에서 일본의 전범기업 측을 변호하던 우리나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법원장이 직접 만났다, 이 얘기는 해당 사건의 어느 한 측을 대법원장이 직접 접촉했다는 것, 이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승헌 : 저도 일본 측을 대변하는 변호사들 만났다고 그래서 그것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럴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의도가 뭐든, 가령 예컨대 대법원에 연간 처리해야 될 건수가 몇 만 건인데 몇 천 건인데 대법관 손이 모자라니까 대법원 말고 상고법원을 따로 하나 둬야겠다, 라는 착안까지야 좋죠.

▷ 정관용 : 있을 수 있는 생각이죠.

▶ 한승헌 :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 정관용 : 사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 한승헌 : 했는데 그 상고법원 설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령 정치권이나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어떤 특정 사건, 특정 이해관계에 있는 문제를 이쪽에서 보따리를 싸 가지고 가서 이렇게 풀어서 얘기했다는 것은 상고법원 설치의 필요성이 아무리 절실했다고 해도 그것은 대법원장으로서는 정말 잘못한 겁니다.

▷ 정관용 : 네. 우리 변호사님 많은 책을 쓰셨는데 그 책 가운데 한 권이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런 제목의 책이 있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법치주의라고 하는 것의 근본핵심은 뭐고 그 법치주의가 살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어때야 되는 겁니까?

▶ 한승헌 : 법치주의 그러면 우리는 법대로 하는 것, 법으로 다스리면 되는 것,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권리라기보다는 대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가권력들이 그것을 행사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말해서 법치주의 그러면 국민들이 국가권력에 복종하고 거기에 지배당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법치주의라고 합니다. 그것은 제가 다른 데서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아니고 무릇 법치주의라는 것은 적어도 근대 이후의 법치주의는 하향적 지배수단이 아니고 오히려 국민들의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진 규범을 가지고 국가권력 상층부에 대해서 준법에 의한 국가운영을 해라, 라고 하는, 다시 말해서 상층부 권력을 제약하는 어떤 틀로서 법치주의, 이게 올바른 법치주의 파악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게 상하가 뒤바뀌어 가지고,

▷ 정관용 : 뒤바뀌어 있죠.

▶ 한승헌 : 이것은 법치주의니까 그저 권력에 이렇게 따르는 것, 복종하는 거고 한데 제가 그러죠. 너무 이런 어려운 얘기하면 모두 안 좋아하니까 올바른 법치주의는 상향적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지 법치주의고 반대로 하향적 지배수단으로서 그게 법치주의라면 지금까지 세계에서 나치 히틀러나 아니면 일본 제국주의처럼 법치주의를 잘한 데가 없다고 해야죠. 그래서 저는 쉽게 상향적이냐 하향적이냐, 상향이냐 하향이냐 할 때 일반인들이 조금 오해를 하고,

▷ 정관용 : 오해죠.

▶ 한승헌 : 또 그 오해를 자꾸 이렇게 착색하고 강화하는 게 국가권력인 거예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런 점에서는 법률을 오래 공부한 분들 또 연구한 분들 좋은 학교 나온 분들도 법치주의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거꾸로 그것을 이해를 하고 있어요.

▷ 정관용 : 네. 아니,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법 중에 법이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구조가 맨 처음부터 시작해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주권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서 그 방법론으로 정부를 두고 의회를 두고 사법부를 두고, 그런 것 아닙니까? 국민 주권을 제대로 지키고 실현하도록 당신들은 법에 따라 일해라, 그 헌법의 정신이 바로 상향적 견제의 정신 아니겠습니까?

▶ 한승헌 : 네.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식을 바로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이왕의 법치주의 설명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그대로 이렇게 끌고 나가는,

▷ 정관용 : 안 고치고.

▶ 한승헌 : 경향도 있죠.

▷ 정관용 : 네. 그런데 바로 그런 상향적 견제장치로서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사법부는 어때야 하는 겁니까?

▶ 한승헌 : 입법부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그것을 집행을 하고 거기에 부수되는 과오를 시정하는 것이 이제 법원이죠.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법원이고, 따라서 법원은 법치주의의 본질을 철저히 이렇게 명심하고 해야지 판결이 올바르게 나오는데, 대개 우리나라의 재판 중에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재판 있잖아요, 많죠. 그런 데 보면 역시 정부 또는 국가 편을 드는, 국가에 유리한 판결들이 많이 있고 특히 행정소송을 비롯해서 정치적인 사건으로서 국민들이 정말 상향적으로 치고 나가는 그런 것에는 법원이 그동안 한계를 보여 왔죠. 그러니까 역시 법치주의의 보루는 사법부다, 이렇게 해야 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 보루인 사법부조차 법치주의를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 그렇죠. 이제 뭐 어떻게 합니까? 이런 일까지 터지다 보니까 기왕에도 사실 독재정권 때 권력의 시녀였던 법원, 이런 등등의 역사적 잔재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해서 신뢰가 없잖아요. 재판에서 재판 끝나고 “사법부 잘했습니다” 하는 사람 거의 못 보잖아요. 어떻게 해야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 한승헌 : 글쎄요. 그 묘방을 제가 다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지금까지 개인사나 나라건 간에 이른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행은 있는데 어느 대목에서 꼭 필요한 어떤 단락을 지어야 하거든요. 단락을 짓고 그 단락에 합당한 새로운 질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그 단락이 없는 단순한 진행만 반복하고 있어요. 예컨대 이런 겁니다. 사법파동도 딱 한 번이 아니고 세 번, 네 번 있었는데 그 사법파동이 끝난 뒤에 사법파동에 대한 큰 홍역을 겪었으면 거기서 이제 면역체도 좀 생기고 그것이 악독한 그런 균을 퍼뜨리기 전에 몰랐던 그런 것을 다 알았으니까 고치고 교정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러려면 거기에 따른 인사도 있고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단락을 짓는다고 할 때 단락이 없는 거예요. 71년 첫 번째 사법파동도요. 한계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그래도 현직 법관들이 이름 내놓고 성명하고,

▷ 정관용 : 들고 일어났죠.

▶ 한승헌 : (그것을) 알아줘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 파동을 겪은 후에는 그 전에 하듯이 그렇게 유신이라고 하면 그냥 법원도 다 그대로 따라주고 국민의 기본권보다는 국가권력을 앞세우는 이런 판결이 없어야 할 것 아니에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러니까 단락에 의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진행만 있고 단락에 따른 변화가 없어요.

▷ 정관용 : 이번에는 좀 단락을,

▶ 한승헌 :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게 전에 비해서는 의회도 그렇고 많이 민주적으로 이렇게 체질이 잘 돼 있는데도 이 법치주의 문제, 국가권력의 문제에서는 아주 근본적인 것을 파악을 안 하고 모두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너무 따지면, 국회에도 따지면 결국 자기들한테도 불리하니까. 그러니까 자기중심으로 법치주의를 이해하고 또 그것을 강조하는 걸로 해서 자기 집단의 이익을 계속 지킨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안 되죠. 그리고 법이라는 게 아쉬운 대로 국회의원들이 손들고 표결해서 다수가 되면 이제 법이 되기도 하는데 그게 국회의원들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기득권층입니다.

▷ 정관용 : 기득권이죠.

▶ 한승헌 : 네. 기득권층이 제정권을 가지고 만드는 법률이 역시 기득권에 기우는 규범이 되지 않겠는가.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있고 국회가 잘못할 경우에 방식이 있지만 역시 기득권 측에 기우는 법률, 기득권 측에 기우는 판결, 안 되죠. 어느 분이 그런 말 하잖아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금 운동을 하는 거예요. 그 기울어진 것을 되도록 이렇게 수평으로 놔야 하는데 이것은, 글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한테 기대하고 있으면 안 되고 정말 국민들이,

▷ 정관용 : 국민이 나서서.

▶ 한승헌 : 눈을 부릅뜨고 이것을 지켜보고 그리고 공격을 해야지 새로운 질서가 생긴다, 이렇게 봅니다. 전에 비해서 좋아진 면도 있지만,

▷ 정관용 : 지금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잘하고 있다고 보세요? 몇 점 주시렵니까?

▶ 한승헌 : 법조계에서는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법조계 안팎에 우리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 정관용 : 지금 약간 과단성이 부족하신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 한승헌 : 네, 못 미치고 또 누가 그 자리에 가더라도 사법부가 이 지경 된 데 대해서 무슨 묘안이 있어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약간 방관하면서 너무 뒤에 물러서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때 지금 대법원장은 물론 그 전 사법농단 자체에는 혹시 개입이 안 됐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판국을 빨리 수습하고 올바른 사법부로 단 1m라도 이렇게 가기 위한 노력, 이것은 지금 대법원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죠.

▷ 정관용 : 아직 부족하다.

▶ 한승헌 : 네, 그 점에서는 우리 법조인들이 지켜보면서 조금 섭섭해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 네. 이번에 이렇게 구속까지 되고 재판에 가서 사법절차에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계기로 조직적으로 보면 법원행정처를 어떻게 하고 법관 승진제도를 어떻게 하고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또 요즘은 아예 입법부가 나서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특별재판부가 재판하도록 하자든지, 아니면 입법부가 일부 법관에 대해서는 탄핵도 하자든지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 이 모든 게 하나가 다 정리가 되어야 그게 일단락이 되는 거죠?

▶ 한승헌 : 그렇죠. 또 하나는 우리가 아이디어나 말로서 하기는 쉬운데 막상, 예를 들어서 사법부에 대해서 판단을 책임져라, 아니면 징계한다, 이렇게 지탄을 할 경우에 그것을 반성하면서 계속 일을 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렇습니까?”하고 사표를 내고 재야 법조계로 가서 변호사가 되면 그 사람들은 생활의 어떤 밑천? 변호사로서의 신분과 지위를 가지고 활동하니까 모두 사표내고 또 나갈 수도 있거든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러면 사건이 더 적체가 되고 해서 그것도 피해야 되죠. 묘안이 나오겠지만 재야 법조계는 그 오랜 동안에 하도 현직 사법부의 안 좋은 경우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개탄하면서도 어떤 기대를 잘 안 해요, 보면.

▷ 정관용 : 네. 이번에는 그래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더 눈을 부릅뜨고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일단락되고 개혁 쇄신하도록 지켜봐야 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 한승헌 : 그럼요.

▷ 정관용 : 그렇죠. 그 출발의 근본은 법치주의의 기본정신.

▶ 한승헌 : 그렇죠.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고.

▷ 정관용 : 네, 권력에 대한 상향식 견제장치가 바로 법치주의다, 그것을 실현할 제일선의 보루가 사법부다.

▶ 한승헌 : 그렇죠.

▷ 정관용 : 그렇게 만들어 내야죠.

▶ 한승헌 : 대학의 교과서라는 말이 합당치는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법대학생을 포함해서 대학 생활하는 동안에 읽고 이해하는 책 중에 법치주의를 올바르게 설명하고 강조한 책들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에 유명한 교수님들 다 공부를 했는데 왜 이런 말은 없는가.

▷ 정관용 : 네, 바로 그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자, 그 말씀.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고요. 우리 한승헌 변호사님 평생 살아오신 이야기 내일 이어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 한승헌 : 네.
  •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 한승헌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농단 방관말고 수습에 적극 나서야”
    • 입력 2019-01-28 16:25:01
    • 수정2019-01-28 16:32:48
    사회
- 사법부의 독립, 외풍(外風) 아닌 내부가 곪아터지는 내풍(內風) 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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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 1월 28일(월) 14:30~14:58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한승헌 변호사 (전 감사원장, 전북대 석좌교수)


▷ 정관용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얼마 전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됐죠. 지난 한 해 우리 사법부, 참 극심한 진통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작년 6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시작한 이후에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가 80명이 넘고요.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법관 13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서 이중 8명이 징계를 받은 상태죠. 지금 사법부 스스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놓고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는 있습니다마는, 과연 무너진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법조계의 원로이시죠. 1957년 법조계에 몸담아서 반세기 넘게 사법부의 역사를 지켜 오신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변호사께 사법농단에 대한 진단 또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해법에 대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 성우 나레이션 : 한승헌 변호사는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법무부와 서울지검 검사로 일하다가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습니다. 이후 한 변호사는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 받는 양심수와 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였는데요.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등을 변론하며 ‘시국 사건 1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런가하면 1975년에는 「어떤 조사」 필화사건으로, 그리고 1980년에는 김대중내란 음모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자격 박탈이 된 후 8년 만에 복권돼 변호사 활동을 재개해(1983년) 필화사건을 포함한 시국사건의 변호를 계속했습니다.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무이사와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시정고문단 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중앙대와 서강대 등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했고 현재 전북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펴낸 저서로는 『한승헌변호사 변론사건실록』 , 『분단시대의 법정』, 『권력과 필화』,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등 40여 권이 있고요. 시집 『노숙』과 『하얀 목소리』를 비롯해 유머집인 『산민객담』 시리즈 3권도 출간했습니다. 지금까지 인제인성대상,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인권상, 임창순 학술상과 단재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 네. 우리 법조계의 원로이시고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유명하신 우리 한승헌 변호사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한승헌 :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 네. 먼저 축하드릴 게 지난해 사법부 70주년 맞아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으셨네요.

▶ 한승헌 : 그것 축하 받을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 정관용 : 축하 받으셔야죠.

▶ 한승헌 : 어느 정권 때는 이러이러한 사건을 맡지 말라고 했다가 맡으니까 징역을 살렸는데 이제는 그때 그 사건 맡아서 했다고 훈장을 주니까 이거 감지덕지해야 되는 건지, 하여튼 맥을 지금 짚어보기가 참 힘드네요.

▷ 정관용 : 역사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 한승헌 : 글쎄,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 정관용 :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보시고 첫 소회가 어떠셨어요.

▶ 한승헌 : 네, 그 전날 어떤 모임에서 법조인들이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구속영장 떨어진다, 안 떨어진다, 하고 논의 아닌 논의를 했어요.

▷ 정관용 : 사실 온 국민이 그랬죠.

▶ 한승헌 : 네. 그런데 저는 기각될 거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사법농단이 드러난 뒤에 여러 가지 법원 내에 영장을 심사하는 사람이나 영장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되는 분들 그 언행이나 이런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사법권으로 흐르지 않겠는가 하고, 그 자리에서는 기각될 거라는 게 다수설이었는데,

▷ 정관용 : 다수였어요?

▶ 한승헌 : 네. 그런데 그 다음 날 보니까 발부가 됐더군요. 이게 참 엄청난 일입니다. 지금 역대 대통령도 두 사람이 감옥에 가 있는데 대법원장까지 수감이 돼 있다고 하니까 이것 무슨 법률 좀 안다고 해서 이러고저러고 함부로 말할 계제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 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아까 한 변호사님께서 이런 저런 사건 변호 맡았다고 감옥에 가두더라, 이런 말씀도 하셨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그때는 사법부가 사실 정권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의 휘하에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판결을 내리고 그랬었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대법원이 자기들이 원하는 무슨 상고법원인가 뭔가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권력에 다가갔다는 점, 이 점이 상당한 차이 아닌가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 한승헌 : 과거에 사법부 독립 또 여러 가지 권력구조 문제에서는 사법부가 뭐라고 할까. 운동으로 말하면 서브를 넣은 게 아니고 넘어오는 서브를 어떻게 잘 받느냐, 피동적인 입장에서 안 좋은 결과를 피하자,

▷ 정관용 : 배구에서 수비수.

▶ 한승헌 : 아니면 피할 수 없으니까 승복한다, 라는 거였는데 이번 것은 보면 오히려 이쪽에서 서브권을 갖고 먼저 선공을 한 것, 다시 말해서 조금 능동적인 수법을 썼다는 데 대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여기에서 오는 것 막는 것도 사실 어렵잖아요.

▷ 정관용 : 그러니까요.

▶ 한승헌 : 그런데 그게 아닌데 다른 의도로 오히려 권력 쪽에 이쪽에서 다가갔다는 것, 그것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혹시 앞으로 기소가 되고 재판이 되면 뭔가 밝혀지겠죠.

▷ 정관용 : 이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한 사람의 어떤 잘못이라고 보세요, 아니면 이른바 사법농단이 벌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큰 원인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한승헌 : 저는 과거에 사법부가 이번과 같은 부끄러운 그런 노출이 되기 전에도 저는 사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변론을 통해서, 또 언론에서 그렇게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사법부의 독립을 말할 때는 외풍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건데 사실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내풍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 정관용 : 내풍.

▶ 한승헌 : 사법부 내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 그러면 사람들이 아마 무슨 말인가 했을 거예요. 이제 보니까 안으로 곪아터지고 안에서 이렇게 넘어지고 부서지는 내풍이 외풍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다, 라는 것을 우리가 새삼 느끼게 됐죠.

▷ 정관용 : 네. 수십 년 변호사로서 사법부를 지켜봐 오셨잖아요. 그 내부에 뭐가 어떻게 곪아터지던가요, 보니까?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 한승헌 : 재판에 대해서도 간섭이 있었죠. 심지어 남산으로 일컫는 중앙정보부 같은 데서 요원이 와 가지고 판사실, 법원장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특정 사건에 대한 것도 자꾸 따져 물어보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게 엄청난 침략 행위인데 서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발설을 안 하니까 그냥 넘어갔잖아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판결문에 그대로 나타나서 무죄될 사람이 유죄가 되고 또 풀려날 사람이 오히려 더 징역을 사는 이런 결과가 됐죠. 밖에서 다 알 수가 없었고 또 모두 논의를 이렇게 자제해서 그렇지, 그때는 그때대로의 문제를 다 안고 있었죠.

▷ 정관용 : 네. 검찰이나 경찰, 이런 공권력은 이른바 검찰동일체의 원칙, 이런 식으로 해서 상명하복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사법부 내부에서는 권력이라는 게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 한승헌 :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사법부의 독립, 독립 하지만 그것은 사법부라는 그 큰 어떤 마을이 독립이 아니라 거기에 살고 일하는 법관 개개인의 독립이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사법부도 하나의 권력구조다 보니까 또 어떤 필요에 의해서 특정 사건에 대해서 뭔가 결론을 이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적인 역할은 뭐든지 간에 관료적인, 개개의 법관들에 대해서 필요하면 어떤 영향을 주는, 인사권을 통해서 하든 뭔가 이런 것이 이제 꾸준히 이어져 왔죠. 그것은 말을 터놓고 안 해서 그렇지 전직을 겪은 사람들이나 그것을 옆에서 함께 보면서 사법을 이렇게 끌어온 사람들은 다 아는 건데 이번에는 그게 너무, 뭐랄까. 제방으로 말하면 한복판이 팍 터져서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싶은데.

▷ 정관용 : 네. 사법부 내에도 승진, 인사, 이런 것 때문에 권력이 생기고,

▶ 한승헌 : 네, 보직도 있고 여러 가지 있죠.

▷ 정관용 : 그렇죠. 그렇게 해서 승진도 하고 좋은 보직을 맡고, 그렇게 있다가 옷을 벗고 변호사를 하면 전관예우로 또 떼돈을 벌고. 이런 일종에 우리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그럴까요? 바로 그게 뿌리인 거죠?

▶ 한승헌 : 그렇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인사 문제도 있고 보직도 있고 또 하나는 어떤 특정 사건을 맡기기에는 좀 마음이 불안한 그런 경우에는 사건의 담당, 배당도 법원행정처나 아니면 지방법원의 책임자가 우리는 몰랐지만 그것을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했지 않는가, 그때도 공론화돼서 크게 소문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 안팎에 있는 우리는 그것을 짐작도 하고 추측도 하고 확실히 또 알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치고 나서는 그런 것은 서로 피하고 나가는 그런 풍습이 있었죠.

▷ 정관용 : 그동안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검찰이 본격적으로 사법농단을 수사에 들어가서 법관들 80명 이상을 수사를 하고, 지금 그러고 전직 법원행정처 차장,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된 이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지금,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습니다마는, 일제 강제징용 된 사람들 관련된 소송에서 일본의 전범기업 측을 변호하던 우리나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법원장이 직접 만났다, 이 얘기는 해당 사건의 어느 한 측을 대법원장이 직접 접촉했다는 것, 이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승헌 : 저도 일본 측을 대변하는 변호사들 만났다고 그래서 그것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럴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의도가 뭐든, 가령 예컨대 대법원에 연간 처리해야 될 건수가 몇 만 건인데 몇 천 건인데 대법관 손이 모자라니까 대법원 말고 상고법원을 따로 하나 둬야겠다, 라는 착안까지야 좋죠.

▷ 정관용 : 있을 수 있는 생각이죠.

▶ 한승헌 :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 정관용 : 사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 한승헌 : 했는데 그 상고법원 설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령 정치권이나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어떤 특정 사건, 특정 이해관계에 있는 문제를 이쪽에서 보따리를 싸 가지고 가서 이렇게 풀어서 얘기했다는 것은 상고법원 설치의 필요성이 아무리 절실했다고 해도 그것은 대법원장으로서는 정말 잘못한 겁니다.

▷ 정관용 : 네. 우리 변호사님 많은 책을 쓰셨는데 그 책 가운데 한 권이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런 제목의 책이 있지 않습니까?

▶ 한승헌 : 네.

▷ 정관용 : 법치주의라고 하는 것의 근본핵심은 뭐고 그 법치주의가 살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어때야 되는 겁니까?

▶ 한승헌 : 법치주의 그러면 우리는 법대로 하는 것, 법으로 다스리면 되는 것,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권리라기보다는 대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가권력들이 그것을 행사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말해서 법치주의 그러면 국민들이 국가권력에 복종하고 거기에 지배당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법치주의라고 합니다. 그것은 제가 다른 데서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아니고 무릇 법치주의라는 것은 적어도 근대 이후의 법치주의는 하향적 지배수단이 아니고 오히려 국민들의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진 규범을 가지고 국가권력 상층부에 대해서 준법에 의한 국가운영을 해라, 라고 하는, 다시 말해서 상층부 권력을 제약하는 어떤 틀로서 법치주의, 이게 올바른 법치주의 파악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게 상하가 뒤바뀌어 가지고,

▷ 정관용 : 뒤바뀌어 있죠.

▶ 한승헌 : 이것은 법치주의니까 그저 권력에 이렇게 따르는 것, 복종하는 거고 한데 제가 그러죠. 너무 이런 어려운 얘기하면 모두 안 좋아하니까 올바른 법치주의는 상향적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지 법치주의고 반대로 하향적 지배수단으로서 그게 법치주의라면 지금까지 세계에서 나치 히틀러나 아니면 일본 제국주의처럼 법치주의를 잘한 데가 없다고 해야죠. 그래서 저는 쉽게 상향적이냐 하향적이냐, 상향이냐 하향이냐 할 때 일반인들이 조금 오해를 하고,

▷ 정관용 : 오해죠.

▶ 한승헌 : 또 그 오해를 자꾸 이렇게 착색하고 강화하는 게 국가권력인 거예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런 점에서는 법률을 오래 공부한 분들 또 연구한 분들 좋은 학교 나온 분들도 법치주의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거꾸로 그것을 이해를 하고 있어요.

▷ 정관용 : 네. 아니,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법 중에 법이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구조가 맨 처음부터 시작해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주권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서 그 방법론으로 정부를 두고 의회를 두고 사법부를 두고, 그런 것 아닙니까? 국민 주권을 제대로 지키고 실현하도록 당신들은 법에 따라 일해라, 그 헌법의 정신이 바로 상향적 견제의 정신 아니겠습니까?

▶ 한승헌 : 네.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식을 바로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이왕의 법치주의 설명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그대로 이렇게 끌고 나가는,

▷ 정관용 : 안 고치고.

▶ 한승헌 : 경향도 있죠.

▷ 정관용 : 네. 그런데 바로 그런 상향적 견제장치로서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사법부는 어때야 하는 겁니까?

▶ 한승헌 : 입법부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그것을 집행을 하고 거기에 부수되는 과오를 시정하는 것이 이제 법원이죠.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법원이고, 따라서 법원은 법치주의의 본질을 철저히 이렇게 명심하고 해야지 판결이 올바르게 나오는데, 대개 우리나라의 재판 중에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재판 있잖아요, 많죠. 그런 데 보면 역시 정부 또는 국가 편을 드는, 국가에 유리한 판결들이 많이 있고 특히 행정소송을 비롯해서 정치적인 사건으로서 국민들이 정말 상향적으로 치고 나가는 그런 것에는 법원이 그동안 한계를 보여 왔죠. 그러니까 역시 법치주의의 보루는 사법부다, 이렇게 해야 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 보루인 사법부조차 법치주의를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 그렇죠. 이제 뭐 어떻게 합니까? 이런 일까지 터지다 보니까 기왕에도 사실 독재정권 때 권력의 시녀였던 법원, 이런 등등의 역사적 잔재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해서 신뢰가 없잖아요. 재판에서 재판 끝나고 “사법부 잘했습니다” 하는 사람 거의 못 보잖아요. 어떻게 해야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 한승헌 : 글쎄요. 그 묘방을 제가 다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지금까지 개인사나 나라건 간에 이른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행은 있는데 어느 대목에서 꼭 필요한 어떤 단락을 지어야 하거든요. 단락을 짓고 그 단락에 합당한 새로운 질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그 단락이 없는 단순한 진행만 반복하고 있어요. 예컨대 이런 겁니다. 사법파동도 딱 한 번이 아니고 세 번, 네 번 있었는데 그 사법파동이 끝난 뒤에 사법파동에 대한 큰 홍역을 겪었으면 거기서 이제 면역체도 좀 생기고 그것이 악독한 그런 균을 퍼뜨리기 전에 몰랐던 그런 것을 다 알았으니까 고치고 교정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러려면 거기에 따른 인사도 있고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단락을 짓는다고 할 때 단락이 없는 거예요. 71년 첫 번째 사법파동도요. 한계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그래도 현직 법관들이 이름 내놓고 성명하고,

▷ 정관용 : 들고 일어났죠.

▶ 한승헌 : (그것을) 알아줘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 파동을 겪은 후에는 그 전에 하듯이 그렇게 유신이라고 하면 그냥 법원도 다 그대로 따라주고 국민의 기본권보다는 국가권력을 앞세우는 이런 판결이 없어야 할 것 아니에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러니까 단락에 의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진행만 있고 단락에 따른 변화가 없어요.

▷ 정관용 : 이번에는 좀 단락을,

▶ 한승헌 :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게 전에 비해서는 의회도 그렇고 많이 민주적으로 이렇게 체질이 잘 돼 있는데도 이 법치주의 문제, 국가권력의 문제에서는 아주 근본적인 것을 파악을 안 하고 모두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너무 따지면, 국회에도 따지면 결국 자기들한테도 불리하니까. 그러니까 자기중심으로 법치주의를 이해하고 또 그것을 강조하는 걸로 해서 자기 집단의 이익을 계속 지킨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안 되죠. 그리고 법이라는 게 아쉬운 대로 국회의원들이 손들고 표결해서 다수가 되면 이제 법이 되기도 하는데 그게 국회의원들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기득권층입니다.

▷ 정관용 : 기득권이죠.

▶ 한승헌 : 네. 기득권층이 제정권을 가지고 만드는 법률이 역시 기득권에 기우는 규범이 되지 않겠는가.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있고 국회가 잘못할 경우에 방식이 있지만 역시 기득권 측에 기우는 법률, 기득권 측에 기우는 판결, 안 되죠. 어느 분이 그런 말 하잖아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금 운동을 하는 거예요. 그 기울어진 것을 되도록 이렇게 수평으로 놔야 하는데 이것은, 글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한테 기대하고 있으면 안 되고 정말 국민들이,

▷ 정관용 : 국민이 나서서.

▶ 한승헌 : 눈을 부릅뜨고 이것을 지켜보고 그리고 공격을 해야지 새로운 질서가 생긴다, 이렇게 봅니다. 전에 비해서 좋아진 면도 있지만,

▷ 정관용 : 지금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잘하고 있다고 보세요? 몇 점 주시렵니까?

▶ 한승헌 : 법조계에서는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법조계 안팎에 우리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 정관용 : 지금 약간 과단성이 부족하신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 한승헌 : 네, 못 미치고 또 누가 그 자리에 가더라도 사법부가 이 지경 된 데 대해서 무슨 묘안이 있어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약간 방관하면서 너무 뒤에 물러서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때 지금 대법원장은 물론 그 전 사법농단 자체에는 혹시 개입이 안 됐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판국을 빨리 수습하고 올바른 사법부로 단 1m라도 이렇게 가기 위한 노력, 이것은 지금 대법원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죠.

▷ 정관용 : 아직 부족하다.

▶ 한승헌 : 네, 그 점에서는 우리 법조인들이 지켜보면서 조금 섭섭해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 네. 이번에 이렇게 구속까지 되고 재판에 가서 사법절차에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계기로 조직적으로 보면 법원행정처를 어떻게 하고 법관 승진제도를 어떻게 하고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또 요즘은 아예 입법부가 나서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특별재판부가 재판하도록 하자든지, 아니면 입법부가 일부 법관에 대해서는 탄핵도 하자든지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 이 모든 게 하나가 다 정리가 되어야 그게 일단락이 되는 거죠?

▶ 한승헌 : 그렇죠. 또 하나는 우리가 아이디어나 말로서 하기는 쉬운데 막상, 예를 들어서 사법부에 대해서 판단을 책임져라, 아니면 징계한다, 이렇게 지탄을 할 경우에 그것을 반성하면서 계속 일을 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렇습니까?”하고 사표를 내고 재야 법조계로 가서 변호사가 되면 그 사람들은 생활의 어떤 밑천? 변호사로서의 신분과 지위를 가지고 활동하니까 모두 사표내고 또 나갈 수도 있거든요.

▷ 정관용 : 그렇죠.

▶ 한승헌 : 그러면 사건이 더 적체가 되고 해서 그것도 피해야 되죠. 묘안이 나오겠지만 재야 법조계는 그 오랜 동안에 하도 현직 사법부의 안 좋은 경우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개탄하면서도 어떤 기대를 잘 안 해요, 보면.

▷ 정관용 : 네. 이번에는 그래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더 눈을 부릅뜨고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일단락되고 개혁 쇄신하도록 지켜봐야 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 한승헌 : 그럼요.

▷ 정관용 : 그렇죠. 그 출발의 근본은 법치주의의 기본정신.

▶ 한승헌 : 그렇죠.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고.

▷ 정관용 : 네, 권력에 대한 상향식 견제장치가 바로 법치주의다, 그것을 실현할 제일선의 보루가 사법부다.

▶ 한승헌 : 그렇죠.

▷ 정관용 : 그렇게 만들어 내야죠.

▶ 한승헌 : 대학의 교과서라는 말이 합당치는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법대학생을 포함해서 대학 생활하는 동안에 읽고 이해하는 책 중에 법치주의를 올바르게 설명하고 강조한 책들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에 유명한 교수님들 다 공부를 했는데 왜 이런 말은 없는가.

▷ 정관용 : 네, 바로 그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자, 그 말씀.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고요. 우리 한승헌 변호사님 평생 살아오신 이야기 내일 이어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 한승헌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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